이계독존기 126화
무료소설 이계독존기: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068회 작성일소설 읽기 : 이계독존기 126화
천마 VS 천악 (1)
한동안 폭풍전야처럼 고요했다.
천마는 설마 하는 심정이었다. 한 번 내뱉은 말은 다시 주워 담을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말을 하는 입장이 높으면 높을수록 그 말이 가진 의미는 무시할 수 없는 힘을 가진다. 사불급설(駟不及舌), 말은 네 마리가 끄는 말보다 더 빠르다하여 말을 조심하라는 뜻으로 사용된다. 한 번 내뱉은 말로 인해 혀가 잘리고, 죽음을 당할 수도 있다.
천마는 마도를 대표하는 최강의 무인이자, 중원제일마(中原第一魔)라고 불린다. 단일세력으로 가장 강력한 무력을 보유한 마교의 교주가 바로 자신이었다.
마교의 교주 앞에서도 당당하게 행동하는 천악의 모습만 본다면, 그 굳은 심지에 칭찬을 해주어도 부족함이 없다. 다만, 지금 보여준 입심만큼이나 실력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마교 교주 중에서도 가장 온화한 편이라는 곽천진조차도 강자지존이라는 원칙은 마음에 새기고 있었다.
천마는 물었다.
눈앞의 청년이 자신과 대결하려고 한다. 그것이 진심인지 알고 싶었다. 그로서도 한 번 정도 더 확인이 필요했다.
“진심인가?”
“저는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 노력합니다. 그 이유는 후회를 남기지 않기 위해서지요. 지금 제가 원하는 것은 어르신을 지키는 일입니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잠시간의 수고는 감수해야지요.”
말을 하는 천악은 담담했다.
천마는 허탈한 웃음이 나오려고 했다.
‘나와의 대결이 잠시간의 수고라고! 이거 오랜 시간 활동하지 않아 나의 명성이 줄었던가!’
짧은 시간이 지나가고, 천마는 웃음을 지웠다. 상대가 진심이라면 더 이상 봐줄 필요는 없었다.
“자네는 후회할 거네.”
“좀 전에도 말했습니다. 후회는 하지 않습니다.”
“좋네, 어디 잠시 후에도 그 말을 할 수 있을지 기대가 되네.”
“저도 기대가 됩니다. 후후!”
천악의 마지막 말소리와 웃음에 천마는 알 수 없는 불안감을 느꼈다.
천마는 주화입마의 현상을 극복하고, 이제야 비로소 천마신공의 극의에 다다라 있었다. 마신지경이라는 절대경지를 밟은 것이다. 천마신교 역사상 단 1명만이 그 경지에 이르렀다고 알려지는 전설의 경지를 이룩했다.
그 위력은 아직 자신조차 측정할 수 없는 미지의 영역이었다. 한 번의 힘으로 태산을 부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으로 충만했다. 그런 자신에게 불안감을 주다니, 그게 가당키나 한 소린가!
천마는 잠시 스친 그 느낌을 무시했다. 때론 감정이 이성을 이길 때도 있다는 것을 잊어버린 천마였다.
천악은 천마의 몸에서 느껴지는 기운에 짜릿함을 느꼈다. 이제까지 겪어왔던 무인 중에서 천마가 가장 강했다. 천마의 힘을 한번 시험해 보고 싶다는 호기심마저 들었다.
그러나 대결을 위해서는 한 가지가 더 필요했다.
바로 장소였다.
천마의 힘을 온전히 파악하기 위해서는 최적의 힘을 발휘할 장소가 필요하다. 풍운장원에서 그 힘을 발휘하게 만든다면 모든 건물이 부서질 것이다.
“우선은 장소를 이동하죠.”
“좋네, 어디든 가주지.”
천마가 일어서서 움직이려고 하자 천악이 제지했다. 잠시 의아한 생각이 든 천마였다. 장소를 바꾸자고 하고서, 제지하는 이유를 몰랐던 것이다. 그리고 자신을 막아선 천악의 행동에 불쾌하기까지 했다. 감히 자신의 발길을 막는단 말인가! 괘씸한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다음에 이어지는 천악의 행동에 입 밖으로 나오던 말이 쏙 들어가 버렸다.
“움직일 필요 없습니다.”
-워프(공간이동).
슈슉!
잠시 어둠이 다가왔다가 사라졌다.
그것으로 주변의 환경이 완전히 바뀌어 버렸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방 안이었는데, 지금 보여지는 장소는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였다. 분지라고 해봐야 그다지 큰 편은 아니었지만 대결하는데는 어려움이 없어 보였다.
갑작스럽게 환경이 변하자 천마조차도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런 기괴한 술법은 생전 처음이었다.
“굉장하군.”
공간과 공간을 이동하는 술법은 전설로 일컬어지는 축지술의 일종이라고 알려졌지만 기술을 사용할 수 있는 자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래서 전설이라고 불리게 되었다. 사람이 할 수 있는 기술이 아니기 때문에 말이다.
천마는 잠시 놀라기는 했지만 당황하지는 않았다. 그는 금세 신색을 회복하고, 마음을 가라앉혔다.
술법을 사용한다고 해서 진다고는 볼 수 없었다. 술법과 무공은 엄연히 차이가 있고, 전혀 다른 종류의 것이기 때문이다.
“술법이 대단하군.”
“과찬입니다. 수고스럽지만 장소가 협소한 곳보다는 이곳처럼 마음대로 대결할 수 있는 곳이 좋지 않습니까.”
“흠, 마치 장소가 작으면 본신의 힘을 발휘할 수 없다는 말처럼 들리는구나.”
천악은 장소가 작든 크든 상관없다. 다만, 천마가 문제일 뿐이었다. 천마가 상대하는 자가 천악이 아닌 다른 무인이었다면 상관없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상대가 다른 누구도 아닌 천악이었다.
“그 전에 이름을 알 수 있을까?”
“군천악이라고 합니다.”
“곽천진일세.”
“알고 있습니다.”
천마의 이름은 이미 알고 있었다. 그 이름을 아는데, 별로 어려운 점은 없었다. 천마의 이름이 뭐냐고, 물어보면 대부분의 무인들은 다 알고 있었다.
천마도 당연하다는 표정이었다.
천하 최강자의 이름을 모른다면 그것이 어찌 무인인가! 그 정도는 숙지하는 것이 강호의 상식 있는 무인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반대로 천마는 천악을 알지 못했다. 천악이 후기지수들 중에서도 풍운마룡이라고 하여 소문이 조금 나기는 했지만 모든 이가 다 안다고 보기에는 무리였다. 더군다나 허풍쟁이라고 소문이 났으니 천마가 알아주기는 부족했다.
“시작할까.”
“그 전에 조건이 있습니다.”
꿈틀!
천마는 지금 많이 참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천악이 감히 자신에게 조건을 들이밀고 있었다. 건방짐을 참고 있었건만 점점 더 가관이었다.
“지금 감히 내 앞에서 조건을 달겠단 말인가!”
우웅!
말에 힘이 실려 나갔다. 이전까지의 힘이 삼(三)이었다면 지금의 힘은 육(六)이었다. 기운이 공간을 완벽하게 뒤흔들었다. 그 여파가 사방으로 기의 폭풍이 한차례 쓸고 지나갔다.
반면에 천악의 주변은 고요했다. 그 주변으로 어떠한 힘도 건드릴 수 없다는 의지가 담겨져 있었다.
“물론입니다.”
천마는 힘을 더 실어서 보냈음에도 전혀 밀리지 않는 천악의 능력에 감탄했다. 저 나이 또래에서는 가질 수 없는 능력이었다.
“말해 보게.”
“조건은 간단합니다. 이긴 자의 뜻대로 하는 것입니다.”
허허!
천마는 계속 허탈한 생각이 들었다. 지금 그 말은 자신을 이긴다고 말하는 것이나 진배없었다. 감히 자신과 싸워서 이기려고 하다니, 그게 말이 되는 소리인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 불가의 청년이었다.
“자네, 그 말 제정신으로 하는 소리인가?”
“저는 항상 제정신입니다.”
“그렇군, 자네의 뜻을 받아들이네.”
“그럼, 시작하지요.”
천마는 탈마신의 경지에 이르면서 처음으로 대결하는 것이다. 그 힘의 여파를 천악이 버틸 수 있을지 미지수였다.
그럼에도 천마는 쉽게 생각할 수 없었다.
‘손 안에 땀이!’
자신은 알 수 없지만 몸이 긴장하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이런 경우는 하나뿐이었다. 상대가 강하다는 것.
서로 2장의 간격을 유지하며 대치하고 있었다. 그 정도 거리는 천마와 천악에게 어떤 장애도 되지 않는다. 2장의 거리는 호흡 한 번으로 극복하고도 남았다.
대결이 시작되지도 않았는데, 대기가 뒤틀리기 시작했다. 특이한 것은 둘의 자리는 멀쩡하고 그 주변은 폭풍이 휘몰아치고 있었다. 마치 태풍의 핵 안에 자리하고 있는 듯했다.
휘이이잉!
천악이 한 가지를 알려주었다.
“이 주변은 제가 산 땅입니다. 그러니 망가져도 상관없습니다.”
“좋은 정보 고맙네.”
천마는 천악의 말에 대답하며 희미한 웃음을 지었다.
풍운장원과 이곳은 거리 차가 조금 있기는 하지만 그리 먼 것은 아니었다. 천악은 5일 전에 상당한 돈을 지불하고 산을 샀다. 사실 이 산은 쓸모가 거의 없는 버려진 산이었다. 광산으로 개발할 자원이 있는 것도 아니고, 산이 수려하거나 아름다운 것도 아니었다. 금은혜에게 부탁해서 땅을 살 때, 그녀조차도 이유를 알지 못했다. 그래서 쓸모 없는 땅을 산다고 반대를 했었다.
천마가 손을 내밀었다.
먼저 공격을 해보라는 표시였다. 천악은 그 모습을 보고, 거절하지 않았다.
천악은 한 발을 앞으로 내밀었다. 그 순간에 귀신처럼 사라졌다. 너무 빨라서 잔상조차 남기지 않았다.
천악의 독문보법인 귀영보였다.
사사삭!
‘아니!’
천마는 자신의 눈으로도 희미하게 보이는 천악의 움직임에 대경실색했다. 순식간에 공간을 좁히며 들어오는 천악이 주먹을 내질렀다. 앞으로 나아가면서 뻗어나가는 권격에 담긴 힘이 보통이 아니었다.
천악의 강권(强拳)이었다.
파아앙! 꽈과과광!
충격이 공기를 스치고 지나갔다. 천마가 그 즉시 신형을 움직여 옆으로 피했다. 천마가 피하자, 2장이나 되는 공간이 쑥대밭이 되어버렸다. 천악은 가볍게 휘두르는 주먹질에 불과했지만 그 위력은 백보신권을 능가했다.
주르륵!
천마는 식은땀이 흘렀다. 좀 전에 보여준 움직임은 가공무쌍했다. 만약 마신지경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상태였다면 어떻게 됐을까, 라는 의문마저 들게 만들었다. 이전의 자신이었다면 아마 낭패를 면치 못했을 것이다.
그제야 천마는 천악이 보통이 아니라는 것을 인정했다. 좀전까지 그저 괴이한 술법을 쓰는 청년 정도로 알았지만 이제는 아니었다.
최고의 힘을 쓰지 않으면 이길 수 없는 강자로 인식했다.
천악은 강권을 날리고 나서 다시 한 번 강권을 날렸다. 8번이나 순간적으로 뻗었다.
슈슈슈슉! 파아아앙!
꽈과과광! 과과과광! 두꽈과과광!
폭발음이 연속적으로 울려 퍼졌다. 숨 쉴 틈 없이 이어지는 연속기였다. 한 번의 권을 날리고 다시 집중하여 힘을 싣는 것이 빠를수록 강력한 연속권격이라고 불린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힘의 배분과 속도였다. 그 모든 것이 완벽하게 이루어져야 상대를 곤란하게 만들 수 있다.
천마는 천마군림보(天魔君臨步)를 시전하며, 간신히 공격권 밖으로 물러났다. 정면으로 부딪칠 수 있을 정도로 만만한 힘이 아니었다.
“보통이 아니구나!”
천악이 내지르는 권격은 특별한 투로가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저 상대를 향해 빠르고 강력하게 뻗을 뿐이었다. 투로가 없다는 소리는 이미 무초식의 경지에 이르렀다는 뜻을 의미했다. 초식의 경지를 뛰어넘어 휘두르는 자체가 초식이 되는 지고의 경지였다.
8번을 뻗고 나서 천악이 멈추었다.
고작 눈을 한 번 깜빡이는 순간이었지만 순식간에 주변 지형이 초토화되었다. 천악이 처음부터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아는 순간이었다.
보통의 장소에서는 이런 위력을 내면 모두 무너질 것이다. 하지만 이곳은 무너져도 상관없는 곳이었다.
천마는 천악을 바라보았다.
지금까지 방심한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러나 수치감이 들기에는 충분했다. 천하의 천마가 단 한 번도 반격하지 못하고 피하고만 있었으니 말이다.
“인정하지 않을 수 없구나!”
천마의 말에는 감탄성과 더불어 분노가 들어 있었다. 또한 이제부터는 다를 것이라는 것을 내포했다.
천악은 미소를 지으며 들어와 보라는 뜻을 내비쳤다. 언제 어디서라도 받아줄 수 있다는 자신감의 표현이었다.
‘재밌군!’
이제까지 무공을 펼치면서 재밌다는 생각이 들어본 적이 없었던 천악이었다. 그저 살기 위해서 사용했고, 자신의 일을 방해하는 자를 쓸어버리기 위해 사용했을 뿐이었다. 그런데 지금 천악은 흥이 동해 있었다.
좀 전에 뻗었던 권격은 보통의 힘이 아니었다. 당지독조차 피하지 못했을 정도로 강력한 권격이었다. 그럼에도 천마는 피했다.
스르렁!
이제까지 뽑혀지지 않았던 천마의 천마검이 검집에서 토해졌다. 검이 뽑아짐과 동시에 검이 앞으로 뻗어나갔다. 무형의 힘이 형상화되어 바람을 갈랐다. 바로 무형검강이었다.
천마신공을 극성으로 끌어올리자 투기가 형성되었다. 형상화된 기운은 무시무시한 기운을 뿜어내었다.
쌔애앵! 카카캉!
천마의 무형검강은 1장이나 되었다. 그 거리 안에 있는 것들은 모조리 다 베어져 나갈 뿐이었다. 다만 상대하고 있는 천악은 야수의 인을 뿜어내어 막아서고 있었다. 서로 무형검강과 야수의 인이 부딪치자 충격파가 형성되었다.
천마의 신형이 빨랐다. 천마삼십육분형술이 극의에 이르자 또 다른 변화가 생겨났다. 그것은 바로 공간의 장악이었다. 반경 3장 안에서 어디든 이동이 가능해졌다는 말이 되었다.
‘내가 가는 곳이 바로 나다!’
3장 안의 공간을 완벽하게 지배했다는 것은 상대가 그 안에 있을 때 어떤 공격을 하더라도 막아낼 수 없다는 소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