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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독존기 124화

무료소설 이계독존기: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105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이계독존기 124화

천마 (1)

 

 

귀뇌가 돌아올 시간이 되었는데도 소식이 없자 최고 장로 독고패는 수색대를 보냈다.

 

수색대를 보내고 난 후 정확히 사흘이 지나자 서신이 왔다.

 

서신을 받아 든 독고패는 어이가 없었다. 어떻게 이런 서신이 또 올 수 있는지 이해를 할 수 없었다.

 

 

 

〈군사 귀뇌, 이진충 장로, 수하들까지 모두 실종.

 

모두 생사 불투명. 종적 확인 불가.〉

 

 

 

황금비도를 들고 황금을 찾으러 간 귀뇌와 이진충이 모두 사라졌다.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려서 찾을 방법도 없게 되었다.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벌써 두 번째였다. 일을 나갔던 수하들이 이유도 모른 채 계속 실종되고 있었다.

 

무림에서 이진충과 수하들, 그리고 귀뇌를 흔적도 없이 사로잡거나 제압할 수 있는 단체는 없다고 해도 무방했다. 아니, 그건 불가능에 가까웠다.

 

특히 귀뇌가 연구하고 발전시킨 강시는 교내에서도 가장 무서운 무기 중 하나였다. 그런 강시도 같이 사라져버렸다. 이게 말이 되는 일인가.

 

“이것들이 나갔다 하면 다 실종이야!”

 

군천악 사건부터 시작해서 하는 일마다 다 실패한 독고패 장로는 침통했다.

 

독고패 장로는 그 아래 또 다른 서신을 보았다.

 

 

 

〈군사의 이동 경로를 확인한 결과 풍운마룡 군천악의 이동 경로와 같았음. 정확한 위치는 알 수 없음.〉

 

 

 

‘응? 이건 또 무슨 소리야?’

 

아주 우연의 일치 같았지만 심증만으로 어떤 결단을 내리기도 힘들었다.

 

조사 내용을 보자 숭산까지는 같았지만 군천악의 이후 종적은 불분명했다.

 

풍운마룡이 황금비도에 대해 알았다고 보기에는 무리였다. 자신의 수하 중에서 가장 똑똑하다는 귀뇌조차 20년이나 걸려 해독한 것을 풍운마룡이 해독했다는 것은 말이 안 되었다.

 

더군다나 공교롭게 같은 시간에 이동했다고 했다. 상식적으로는 말이 안 되는 우연이었다.

 

객관적으로 풍운마룡과는 상관이 없다는 결론을 내린 독고패였지만 사사건건 방해가 되는 풍운마룡을 그냥 놔두기에는 찜찜했다.

 

끼이익!

 

독고패 장로가 고민하고 있을 때 준수한 청년이 방 안으로 들어왔다.

 

청년은 무표정했지만 독고패 장로는 놀라고 있었다.

 

“안녕하십니까, 독 장로님!”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대공자?”

 

교주의 제자인 대공자 천영이었다.

 

천영이 장로의 방에 온 것은 뜻밖의 일이었다.

 

더군다나 독고패가 놀라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자신이 방문을 여는 소리를 듣고 나서야 그의 존재를 알아챘다는 것에 있었다. 대공자의 신위가 독고패가 알고 있는 것보다 더한 것 같았다.

 

“근래에 계속 실패를 했다는 소문이 있던데, 아닌가요?”

 

“누가 그럽니까?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시겠죠.”

 

“그런데 무슨 일입니까?”

 

“교를 위해 일하는데 도움이 되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그러니 같이 한번 해보자는 말이지요.”

 

“대공자께서 저와 합작을 하자는 말입니까?”

 

“합작이라니요. 같은 교 사람끼리 그런 말이 어딨습니까? 서로 같은 뜻을 위해 나아가자는 말이지요.”

 

대공자는 여유만만했다. 하지만 평온한 눈동자 속에 숨겨진 미지의 권능을 보자 독고패는 절로 위축이 되는 것을 느꼈다.

 

‘만만하지 않다. 대공자가 벌써 이런 경지에 이르렀단 말인가!’

 

갓 약관을 넘은 대공자가 벌써부터 이럴진대 앞으로는 더욱 무서운 자가 될 것이 불 보듯 뻔했다.

 

“이미 저는 위장을 했습니다. 한 10년 정도 되지요.”

 

천영은 자신이 세운 계획을 독고패에게 알려주었다.

 

독고패는 연신 놀라면서 대공자의 놀라운 심기와 계략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확실히 대공자는 보통이 아니었다.

 

 

 

말을 다하고 나자 대공자가 물었다.

 

“어찌할 겁니까?”

 

독고패는 잠시 고민하더니 대공자의 손을 잡았다.

 

대공자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대공자의 뜻에 따르겠습니다.”

 

“잘 선택했습니다.”

 

어차피 이대로 교내의 장로파와 대립해서는 안 되는 입장이었다. 교를 다스리기 위해서는 대공자도 장로파가 필요했다.

 

사실 천영과 비밀회의를 하던 귀뇌의 역할이 컸었다. 이것은 독고패도 알지 못하는 일이었다. 천영이 손을 쓰기 위해 귀뇌와 계약을 맺었는데 그가 실종되면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하게 된 것이다.

 

독고패는 대공자와 손을 잡기 전에 한 가지 일을 처리하려고 했다. 바로 풍운마룡의 말살이었다. 이놈을 그냥 두면 볼일 보고 밑을 제대로 닦지 않은 것 같은 기분이 들 것 같았다.

 

* * *

 

부들부들!

 

그녀는 배신감에 치를 떨었다.

 

어떻게 이럴 수 있는가! 할아버지의 은혜를 입은 자들의 입에서 나올 수 없는 말들이었다. 항상 할아버지의 말에 복종하고 두려워하며, 아첨하던 사람들이 이제는 당당하게 말을 하고 있었다.

 

“어떻게 이럴 수 있어요! 할아버지도 없이 어찌 그런 결정을 할 수 있죠!”

 

분기탱천한 여인의 목소리에는 노기가 서려 있었다.

 

그와는 반대로 듣고 있던 아홉 명의 원로들은 그녀의 반응 따위는 상관하지 않았다. 오히려 이 자리에 그녀가 왜 와 있는가에 대해서 타진하고 있는 것 같았다.

 

“윤아야, 이 일은 원로원에서 결정한 일이다. 네가 참견할 일이 아니란 말이다.”

 

“어떻게 백 장로님이 그런 말씀을 하시죠?”

 

“어허, 자꾸 원로원에 반기를 들면 너를 감금할 수밖에 없다.”

 

“정말 너무하는군요.”

 

할아버지가 뜬금없이 외출을 하시기는 했지만 이렇게 오랜 시간 동안 연락이 없었던 적이 없었다. 그녀에게 있어서 할아버지는 하나뿐인 가족이었다. 가족의 생사조차 불분명한 가운데 원로원에서 청천벽력과 같은 소리를 들었다.

 

그녀는 바로 천마 곽천진의 하나밖에 없는 손녀 곽윤아였다.

 

그녀는 너무 억울했다. 할아버지가 1년이나 소식이 없는데도 손 놓고 있는 원로원과 그 일을 빌미로 자신들의 세력을 키우려는 장로들이 과연 천마신교의 안위를 위해서 일하는 자들인가 의심이 들었다.

 

따지려고 온 상황이지만 원로원의 장로들은 그녀가 회의에 들어온 것 자체를 못마땅해 하는 눈치였다.

 

그녀는 마지막으로 천통귀마 백지상 장로에게 항의를 했다. 할아버지를 가장 믿고 따르던 군사이자 귀마궁의 궁주였다. 그러기에 부탁을 해보았지만 도리어 매몰찬 말만을 듣고 말았다.

 

곽윤아는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그럼 저도 소교주를 정하는 비무대회에 나가겠어요.”

 

그녀의 당돌한 말에 장로들은 혀를 찼다.

 

그녀가 비록 여인 중에서 뛰어나기는 하지만 교주의 직속제자인 대공자 유백, 이공자 악불강, 삼공자 사영과는 비교 자체가 불가능했다. 그들 셋은 실력만 놓고 본다면 장로들에 육박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었다. 그런 젊은 천재들과 곽윤아가 경쟁한다고 말을 한 것이다.

 

귀마 백지상이 곽윤아를 타일렀다.

 

“윤아야, 이건 억지 부린다고 될 일이 아니다. 교주께서 실종되신 지 벌써 1년이다. 그 시간 동안 교주님의 빈자리를 어떻게 해서든 채워야 교에 도움이 된다. 아직 교주님의 행방이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기에 소교주를 먼저 정하겠다는 것인데, 이 일을 가지고 이렇게까지 항의를 하다니 네가 정말 천마신교를 위하는 것이냐?”

 

백지상은 교의 안위를 위해서 교주의 빈자리를 채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 말에 다른 장로들도 모두 동의하는 눈치였다. 곽윤아만이 화를 참지 못하는 듯했다.

 

“제가 여자라서 그런가요? 할아버지의 자리는 제가 지키겠어요!”

 

“허어, 어찌 이리도 철이 없느냐? 내가 정녕 이렇게 나가면 나도 어쩔 수 없구나!”

 

“어쩔 수 없다면 어떻게 하겠다는 거예요? 설마 저를 제압하겠다는 것은 아니겠죠?”

 

곽윤아는 앙칼진 소리를 내었다. 자신을 잡는다면 가만두지 않는다는 말을 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장로들은 아직 어린 곽윤아의 분노에 신경 쓸 이유를 갖지 못했다. 아무리 곽윤아가 발버둥 쳐도 안 되는 것은 안 되는 것이었다.

 

타탓!

 

곽윤아가 미처 움직이기도 전에 번개처럼 빠른 손가락이 그녀의 혈을 제압해 버렸다. 순식간에 점혈이 되어버렸다.

 

“이…럴 수는 없어!”

 

곽윤아를 제압한 장로는 무영궁의 궁주인 무영쾌마 관후였다. 그의 움직임은 역시나 쾌마라는 별호를 앞에 둔 것처럼 빠르고 정확했다.

 

백 장로는 수하들을 시켜 곽윤아를 밖으로 데리고 나가도록 했다. 그리고 그녀의 방에 데려다 놓고 감시를 붙였다.

 

“허튼짓 못하도록 잘 감시하도록 해라.”

 

“예, 군사님!”

 

수하들이 곽윤아를 데리고 나가자 본격적으로 회의를 시작했다.

 

그들이 가장 중점에 둔 사항은 소교주를 선택하는 일이었다. 누가 선택을 받게 될 것인지 장로들의 의중을 검토해야 했다.

 

“소교주에 오를 분은 두 사람 중 하나가 될 것이오. 삼공자는 자신의 미숙한 실력으로는 소교주위에 오를 수 없다고 하여 자진 퇴진을 하였소이다. 따라서 대공자 유백 공자와 이공자 악불강 공자를 소교주 위에 올려야 한다고 생각하오.”

 

“음, 삼공자가 분수를 알고 물러났구려.”

 

패천도마 궁백림은 당연하다는 듯했다. 그는 호전적인 성격을 가진 인물로 아직까지 신교가 중원에 들어가지 않은 것을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위인이었다. 그 결과 그는 이공자 악불강을 소교주로 만들려고 했다.

 

그와 반대로 천통귀마 백지상은 지금과 같은 교의 구조를 위해서 대공자 유백을 지지하는 눈치였다.

 

장로들의 의견은 둘로 나뉘었다. 지금까지처럼 안정적인 교의 미래를 선택하는 장로와 중원 진출을 선택하려는 장로들로 말이다.

 

그들의 의견이 팽팽하게 대립되는 가운데 대공자 유백과 이공자 악불강의 소교주 비무대회를 개최하자는 데에 의견을 모으게 되었다.

 

교의 중대사는 여전히 강자지존이었다. 말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소용없는 것이라는 것을 모두는 알았다.

 

“갑작스럽게 비무대회를 하는 것은 교내의 분열을 초래하므로 석 달 후에 비무대회를 하는 것이 어떨까 생각하는데 여러분의 생각은 어떻소?”

 

교주가 실종되면서 흉흉한 분위기였다. 이럴 때 대놓고 소교주를 뽑는다고 하면 교주의 실종이 수면 위에 떠오르게 된다. 시간을 조금 두더라도 분위기를 조절하여 대회를 여는 것이 타당했다.

 

모두 백지상의 의견에 찬성했다.

 

“그렇게 하는 게 좋겠소.”

 

“나도 찬성이오.”

 

 

 

어둠 속에서 촛불 하나가 빛을 발한다. 미약한 바람에도 흔들리는 촛불처럼 사람의 그림자도 그에 따라 흔들렸다.

 

그 앞에 두 개의 그림자가 살랑거렸다.

 

청년은 여전히 차갑고 무서운 눈을 가지고 있었다. 그 앞으로 노인이 명을 기다리고 있는 눈치였다.

 

“소교주 결정이 석 달 후로 결정되었지?”

 

“그렇습니다, 주군.”

 

“후후!”

 

청년의 입 꼬리가 올라갔다.

 

천마가 실종이 되고 나서 기다린 이유는 만에 하나 그가 살아 있을지 모른다는 것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망설일 필요가 없을 것 같았다. 1년이나 소식이 없는 것으로 봐서 죽었을 가능성이 가장 컸다. 또한 살아 있다고 해도 심각한 부상을 당했을 것이다. 이제는 더는 뒤로 미룰 수 없었다.

 

“둘 중 누가 되든 기대가 되는데 말이야.”

 

소교주는 누가 되든 상관없었다. 소교주가 되었다고 해서 반드시 교주가 되는 것은 아니었다. 아직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정해진 것이 없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변하는 것이 세상이었다. 내일의 소교주가 그 다음에는 싸늘한 주검이 되는 것은 일도 아니었다.

 

“그리고, 윤아는 어떻게 됐지?”

 

“방에 감금되었습니다.”

 

“윤아를 잘 감시해라. 나중에 네 주모가 될 테니까 말이야.”

 

“알겠습니다, 주군!”

 

청년은 곽윤아를 원했다. 곽윤아가 천마의 손녀이기는 하지만 그녀의 별호가 바로 신교제일화(神敎第一花)였다. 즉, 신교의 어떤 여인보다 아름다운 여인이었다.

 

사내라면 아름다운 여인을 소유하고 싶은 것이 당연한 마음이었다. 그것이 비록 거친 방법이 될지라도 말이다.

 

어차피 강자는 모든 것을 가질 권리가 있었다. 그것이 청년이 살아가는 방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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