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계독존기 122화
무료소설 이계독존기: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184회 작성일소설 읽기 : 이계독존기 122화
드러나는 금황전설 (5)
“저, 저…럴 수가!”
귀뇌는 강신합일이 된 이진충을 보고 놀라고 있었었다. 그런데 강신합일이 힘을 발휘하기도 전에 풍운마룡의 손 안에서 처참하게 죽어 나가버렸다.
강신합일이 된 힘은 중원의 십대고수 둘이 덤벼도 지지 않는 것이 정상이었다. 그럼에도 속수무책이었다.
괴물 같은 놈이었다. 풍운마룡이 아니라 풍운마신이라고 불리는 것이 타당할 존재였다. 지금까지 애송이가 반항을 한 것뿐이라는 교내의 생각이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 깨달았다. 저런 위험한 존재가 버젓이 돌아다니는 것을 교가 알아야 한다. 자칫 교의 중차대한 목적에 방해가 될 존재였다.
그런 천악이 귀뇌를 향하자 귀뇌가 자신도 모르게 뒷걸음을 쳤다.
“처, 천살강시는 나, 나를 보호해라!”
연광은 천살강시의 무자비한 공격에 정신이 없었다. 철벽이라도 부술 수 있는 대력금강장(大力金剛掌)이 천살강시의 피부에 충격조차 주지 못하고 있었다. 연신 뒤로 밀려나고 고전을 면치 못했다. 이대로 반복되면 내력이 딸려 죽을 게 뻔했다. 처음에는 비등하다고 생각했지만 오산이었다. 강시가 된 천살성은 무적의 괴물과 같았다.
비틀!
뒤로 밀리다가 다리에 힘이 풀린 연광이 천살강시에게 틈을 내주었다. 그러자 곧바로 천살강시의 주먹이 날아왔다.
천살강시는 보통의 몸이 아니었다. 금강불괴는 둘째치고 독성지체의 능력까지 가지고 있었다.
틈이 보인 순간에 연광은 온몸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해야 했다. 정통으로 맞으면 자신이라도 무사하지 못할 것이다.
“숙여요!”
차아앙!
카아아앙!
뒤에서 검광이 번쩍이며 검강이 쏘아져 나갔다. 연광이 고개를 숙이는 가운데 남궁태희가 검에 검강을 두르고 천살강시의 피부를 베어내었다.
그런데 피부가 베어지기는커녕 쇳소리가 나더니 오히려 충격을 받고 뒤로 물러나야 하는 남궁태희였다.
여인들 중에서 그나마 천살강시의 상대가 되는 여인은 남궁태희뿐이었다. 금은혜와 제갈지가 비록 뛰어난 실력을 가지고 있다 하나 천살강시와 부딪치기에는 무리였다. 같이 덤벼도 오히려 방해가 될 뿐이었다.
연광은 남궁태희에게 고맙다고 했다.
“고맙소, 소저. 하지만 먼저 이놈을 쓰러뜨려야 하니 그 답례는 나중에 하지요.”
“답례는 필요 없어요.”
연광과 남궁태희가 합공했다.
천살강시는 화경에 이르는 고수 둘이 합공을 해도 쉽게 승기를 잡을 수 없을 정도로 대단했다. 검강과 금강장력(金剛掌力)에도 끄떡없으니 뒤로 밀리는 것은 오히려 연광과 남궁태희였다.
퍼펑!
남궁태희가 창궁무애검법의 창궁무애를 시전했다. 그와 동시에 연광도 백보신권을 출수했다.
두 개의 비전초식이 천살강시의 가슴과 다리를 노렸지만 어느새 알아차린 천살강시가 몸을 틀어 피해 버리는 것이 아닌가! 좀 전까지 그대로 허용한 것을 감안하면 상상도 못 할 회피동작이었다.
비전초식이 빗나가자 잠시간의 틈이 생겼다. 호흡을 가다듬는 지극히 짧은 시간에 천살강시가 달려들었다.
연광과 남궁태희가 위험에 직면한 순간이었다.
“이런!”
“제기랄!”
달려들던 천살강시가 갑자기 방향을 틀었다. 방향을 틀더니 곧바로 귀뇌의 앞으로 달려가는 것이 아닌가!
잔뜩 긴장했던 연광과 남궁태희가 순간 멍해져 버렸다. 긴장했던 자신들이 무안해지는 상황이 되었다.
“뭐야, 이게?”
귀뇌는 자신의 앞에 선 천살강시를 보고 다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천살강시는 무적이었다. 비록 천악이 무시무시한 놈이기는 하지만 천살강시를 이길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교를 위해서 너만은 죽어야겠다.”
“흥! 발악을 하고 싶으면 해라. 어차피 살려둘 생각은 없다.”
천악은 귀뇌에게 정보를 얻고 죽인다고 선포했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어차피 죽으면 존재의 귀천은 다 쓸데없어지고 고깃덩어리가 될 뿐이다.
사람은 살아 있을 때 행복을 누려야 한다고 생각하는 천악이었다. 죽으면 다 소용없는 짓이었다.
“언제까지 잘난 척하는지 보겠다.”
천악의 도발적인 말에 귀뇌는 독기를 품었다.
“놈을 죽여라!”
귀뇌의 주문에 따라 천살강시가 천악의 앞을 가로막으며 백안을 번득였다. 진득한 살기가 뿜어져 나왔다. 살기는 뼈를 에는 듯했다. 그럼에도 천악에게는 미약한 마물이 발악하는 정도로 보일 뿐이었다.
천악의 무심함 속에 숨어 있는 광폭함을 본능적으로 느낀 천살강시는 쉽사리 덤비지 못하고 있었다. 생강시가 되면서 이지가 상실되어 주인의 명령에만 반응하는 천살강시조차 본능적으로 두려움을 느끼고 있는 듯했다.
끼아아악!
시끄러운 귀기가 울렸다. 천살강시가 두려움을 잊으려는 듯 귀를 찢는 듯한 괴성을 내었다. 그러면서 천악을 향해 달려들었다.
쿠우웅!
천악의 일 권이 천살강시를 때렸다. 대기를 울리는 진동이 생겼다. 그 충격에 의해 천살강시가 3장이나 날아가서 벽 사이로 박혀버렸다.
날아가는 것도 직선이었다. 힘의 여파가 줄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단 한 방에 동굴의 외벽에 박혀버린 천살강시였다.
보통 사람이라면 한 방에 전신이 파괴되었겠지만 천살강시의 피부와 골격은 단단했다. 벽에서 벗어나서 다시 천악을 향해 달려드는 것이 아닌가!
귀뇌는 기고만장했다.
“천살강시는 불사신이다. 죽일 방법 따위는 없다. 네놈은 결국 지쳐서 죽게 될 것이다!”
귀뇌의 말대로 천살강시의 육체와 체력은 무한에 가까웠다. 어떠한 것으로도 막아낼 수 없다고 장담할 만했다. 귀뇌 일생일대의 역작이기에 누구보다 자신하고 있었다.
씨익!
“쓸 만하군.”
천악은 오히려 씨익 웃었다.
제법 쓸 만한 놈이었다. 천살강시의 육체는 그야말로 단단했다. 천악이 사용한 권격은 집채만 한 바위도 가루로 만들고도 남았다. 그런 힘을 막아낸 것만으로도 충분히 대단했다.
천악의 손에서 야수의 인이 뻗어나갔다. 거리의 제한 따위는 천악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사항이었다.
카카캉! 카카캉! 카카캉!
마치 장난감을 가지고 놀 듯이 천악의 일 수 일 수에 천살강시는 계속 튕겨 나갔다. 튕겨나가고 다시 달려드는 것의 반복이었다.
귀뇌는 천악의 무지막지한 내력에 놀라면서도 천살강시가 있기에 안심하고 있었다.
‘흥! 네놈의 웃는 낯짝도 조금 있으면 사라질 것이다.’
인간이라면 내력에 제한이 있는 것이 당연했다. 귀뇌는 천악이 지금은 버티고 있지만 곧 힘을 잃고 천살강시에게 당할 것이라고 보았다.
천악은 그제야 시험을 마치고 마법을 사용했다. 누구도 생각하지 않은 방법이었다. 천살강시를 죽이는 대신에 가지는 것으로 마음을 바꾼 천악이었다.
-아공간 오픈!
천악을 향해 달려 들어오는 천살강시의 바로 앞에 공간이 열렸다. 천살강시가 열린 공간 사이로 뛰어든 꼴이 되어버렸다. 순식간에 공간이 열리고 다시 닫혀버리자 천살강시는 사라져버렸다. 공간 속으로 빨려 들어갔으니 천악이 열어주기 전까지는 그 안에 있어야 한다.
“좋은 것을 주었다.”
천악의 말은 귀뇌에게 악마의 속삭임과도 같았다.
“마, 말도 아, 안 돼. 나의 천살강시가 사라지다니!”
천악이 어떤 방법을 사용했는지 알 수 없었다. 이상한 수법을 쓴 순간에 천살강시는 사라져버렸다.
천살강시를 믿고 있었던 귀뇌는 천악에 대한 지독한 독기를 뿜어내었다. 자신의 모든 것을 다 속수무책으로 만들어버린 놈이었으니 당연한 반응이었다.
긴장감 있게 바라보던 연광도 허탈해 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천살강시의 위력을 온몸으로 느낀 연광이었다. 그 무서운 능력에 기가 질려 있었다.
천악이 처음에 일 권을 휘두르고 계속 수강을 뿜어내자 내력이 떨어질지 모른다는 불안감도 있었다. 그런데 웬걸! 천악은 갑작스럽게 술법을 쓰더니 그 안으로 천살강시를 가둬버렸다.
이미 금괴와 보석, 영약을 흡수할 때 봤기에 놀라지는 않았다. 다만 그 수법을 저런 식으로 사용할 줄은 몰랐던 것이다.
‘천살강시보다 군 시주가 더 괴물이었구나.’
함께할수록 그 능력을 측정할 수 없는 자가 바로 천악이었다.
주춤주춤!
귀뇌는 믿을 수 없는 현실 앞에 놓여 있었다. 공포감이 맴돌았다. 대체 어떻게 이런 괴물 같은 놈이 나타날 수 있단 말인가. 사람이라면 저런 존재가 태어나서는 안 되었다. 강한 것도 정도가 있지 너무 강했다.
“도대체 네놈은 뭐냐? 왜 나의 앞길을 방해하는 것이냐?”
“그러는 네놈들은 왜 나의 앞길에 나타나서 귀찮게 하지?”
귀찮다.
단지 천악은 자신의 귀찮음 때문에 교의 앞길을 막고 있다는 말이었다. 천악의 반문을 듣던 귀뇌는 두려움보다 어이가 없었다. 스스로 생각해 보면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교의 행보가 시작되었다. 그 행보를 막은 것이 단지 우연이라는 것 아닌가!
그렇다면 재수 없게 풍운마룡을 건드려서 교의 계획이 연속적으로 낭패를 당한 것이 되었다.
이게 사실이라면 자신은 뭐가 되는가! 교의 두뇌이자 최고의 천재라는 자부심을 가진 자신이 세운 계획이 모두 헛지랄이 되는 것 아닌가!
그럴 수는 없다. 그렇게 되어서는 안 되었다.
순행이 역행이 되듯이 하늘이 자신의 계획을 막아서는 것이라면 천재적인 두뇌로 극복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건 정말 아니었다.
“미친놈,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나보고 믿으라는 소리냐?”
“무슨 소릴 하는지 모르겠군.”
귀뇌는 군사답게 생각이 많았다. 천악은 단순히 짜증이 나서 말을 한 것인데, 그로 인한 답변이 너무 거창했다.
천악은 귀뇌의 말 따위는 들을 생각조차 없었다.
“어차피 죽을 테니, 네놈들에 대한 것을 모두 밝히는 게 좋을 거야.”
“닥쳐라. 내가 배신을 할 것 같으냐? 어차피 계획이 실패했으니 나도 죽을 수밖에 없다. 대신 네놈들과 같이 죽어주마!”
천악은 귀뇌의 말에 또 강신합일을 사용하리라 생각했다. 놈들은 자신의 몸을 생각하지도 않고 무모하게 강신합일을 사용하는 놈들이었다.
하지만 천악의 생각과는 다르게 귀뇌는 강신합일을 사용하지 못한다. 그것은 교내 서열 30위에 들어야만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이었다. 귀뇌는 무공보다는 머리가 뛰어난 자였다.
“시끄럽군.”
귀뇌가 천악을 상대로 물러서지 않았다. 실력으로 상대가 되지 않음에도 귀뇌가 도망치지 않자 천악은 이상하게 생각했다.
말 많은 것은 딱 질색이었다. 천악이 움직이자 귀뇌의 반항은 소용없었다. 순식간에 천악의 손아귀에 귀뇌의 목이 잡혔다.
“커억!”
귀뇌의 목을 잡아 들어올렸다. 이진충과 같은 최후를 맞이하게 해줄 작정이었다. 고통과 절망감을 느끼며 죽는 것이다.
“으으윽!”
숨을 못 쉬는 가운데 귀뇌가 웃고 있었다.
“흐흐흐…….”
천악은 귀뇌의 웃음을 듣자 의아한 기분이 들었다.
“왜 웃지?”
말을 할 수 있도록 목에 가한 힘을 줄였다. 그러자 귀뇌의 한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제 곧 알게 될 거다! 크크크!”
따깍! 따깍! 따깍!
“응?”
시계의 바늘이 돌아가는 소리가 들렸다. 미세한 소리였지만 신경 쓰지 않고 있었다. 그 순간에 수레가 폭발을 일으켰다.
굉장한 폭발력이었다. 바로 옆에 있는 수레가 갑작스럽게 폭발하며 그 주변에 있는 천악과 귀뇌 백천을 덮쳤다.
우르르르!
꽈과과과과과광!
귀뇌가 가져온 마지막 수단은 바로 진천뇌력탄(震天雷力炭)이었다.
폭발력이 가장 강하다는 폭탄 중에서도 벽력탄을 능가하는 위력을 가진 것이 바로 진천뇌력탄이다. 벽력탄을 탄생시킨 벽력자가 마지막 숨을 거두면서 만들어놓은 폭탄이기에 그 위력은 상상을 불허한다. 일단 터지면 천지가 개벽하고 벼락이 치는 것과 같다고 전해졌다.
진천뇌력탄의 위력이 사방으로 퍼져나가자 동굴 전체가 흔들리고 있었다. 폭발과 동시에 화기가 사방으로 몰아치는 것은 불 보듯 뻔했다.
연광과 남궁태희, 금은혜, 제갈지, 운정도 모두 놀라고 있었다. 울려 퍼지는 굉음과 화기가 대단했기 때문이다.
그녀들도 모르게 탄성을 내질렀다.
“아, 안…돼!”
여인들은 천악이 위험하다고 생각했다. 아무리 천악이라고 해도 바로 옆에서 저런 엄청난 폭탄이 터지면 죽지 않는 게 더 이상했기 때문이다.
귀뇌는 마지막 수단으로 자폭을 선택했다. 수레에 실어놓은 진천뇌력탄의 뇌관을 이미 돌려놓은 것이다.
폭발력과 화력이 동굴을 뒤엎고 무너지는 것도 순식간이라고 보았지만 폭탄의 위력이 사방으로 퍼지지 않고 있었다.
“저, 저럴 수가……!”
그때 폭발의 중심에 서 있던 천악이 모습을 드러냈다. 목을 잡혀 있던 귀뇌만이 폭발의 충격으로 완전히 사라져버렸다.
천악은 갑작스러운 폭발을 짐작하지 못했다. 귀뇌의 생각을 읽었을 땐 이미 폭탄은 터지고 말았다.
폭발의 위력이 사방으로 퍼져 나가면 동굴이 무너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자 천악은 순식간에 앱솔루트 배리어를 시전했다. 공간을 완벽하게 막아내자 폭발력과 화기가 밖으로 나가지 못했다.
천악은 자신의 몸에 호신강기를 두르고 그 외부는 절대방어마법으로 방어를 한 것이다. 폭발력이 미처 발휘되기 전에 반경 1장 안에서 막아내었다. 감히 누구도 상상할 수 없는 무식한 방법이지만 그 효과는 압권이었다.
“짜증나는군.”
귀뇌에게서 많은 정보를 얻어내려고 했는데 얘기치 못한 일이 발생했다. 천악으로서는 바로 앞에서 놈들에게 한 방 먹은 꼴이 되었다.
이유가 어찌되었든 상당히 폐쇄적인 놈들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스스로 목숨을 버려가면서까지 상대를 죽이려는 독한 놈들이었다.
탈탈!
옷에 묻은 그을음을 한 손으로 털어내었다. 전설의 폭탄이라고 불리는 진천뇌력탄을 정면으로 받아내고도 옷깃 하나 타지 않았다. 다만 그을음만이 묻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