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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 최강 군바리 176화

무료소설 이세계 최강 군바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273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이세계 최강 군바리 176화

176화 다짐 (1)

 

 

 

 

 

 

<콰아앙!>

 

멀리에서 은은하게 들리는 폭발음.

메아리가 발생해 폭발음이 사방에서 들리는 듯한 느낌이다.

 

“신호다!”

 

폭발음을 감지하고서 부하 녀석들에게 소리쳤다.

뒤이어 두 번 더 폭발음이 들려왔다.

단번에 걸려들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해 부비트랩 형식으로 설치한 수류탄이 마저 터진 것이다.

함정에 기름을 부어둔 탓에 파이어 버스트 마법으로 발화되어 수류탄이 폭발한 게 틀림없다.

생각보다 진격 속도가 빠르다.

구멍만 숭숭 뚫어둔 발목 함정을 지나쳐 벌써 두 번째 함정에 도착했다는 의미의 폭발이니까.

어쩌면 뒤늦게 정찰병력을 운영했을지도 모른다는 가정을 배제할 수는 없겠다.

마지막으로 준비한 세 번째 함정은 아예 대놓고 부하들과 대기 중이다.

양쪽 야산에 의지해서 아공간을 활용해 5미터 깊이의 함정을 파고 2미터가량의 흙벽을 쌓았다.

아이언 영지의 기사전력 102명과 듀카스 대공의 명령으로 차출된 200명의 기사가 흙벽에 의지해 몸을 숨긴 상태다. 기사들을 전원 크로스 보우로 무장시켰다.

병사들은 철저하게 배제했다.

이곳으로 몰려오는 적들은 전원이 전투마에 올라탄 기사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접전은 피한다.

놈들의 주력 전투원이 흑기사임을 아는 바에야 직접적인 전투를 벌인다는 건 바보짓.

시간이 허락하는 한 크로스 보우를 난사하고 후퇴하는 것만이 최선이다. 병사를 동원했다가는 빠른 후퇴가 불가능하기에 선택한 일이다.

 

두두두두!

 

아련하게 들려오는 말발굽 소리.

대군이 아니라는 것쯤은 다가오는 말발굽 소리에 묵직함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만으로도 쉽게 알 수 있었다.

과연 정찰병력을 운용했다는 뜻인가?

바보 녀석들만 모인 게 아니니 당연한 일이겠지만, 어쨌든 한 놈도 살려 보낼 순 없는 노릇이다.

이런 식의 함정은 적의 허를 찔러야 효과가 있는 법이다. 적에게 알려진다면 효과를 기대할 수 없을 터다.

칼립의 안장을 지지대 삼아 일어서서 기사들이 볼 수 있도록 손바닥을 내리누르는 시늉을 해보였다.

몸을 숨기라는 뜻이다.

 

스스슥!

 

잘 훈련된 기사답게 신호를 알아보고 전투마의 안장 위에서 몸을 바짝 엎드렸다.

나 역시 크로스 보우를 들고 칼립의 안장 위에서 몸을 낮췄다. 녀석을 제외한 모든 전투마는 소리를 낼 수 없도록 입마개를 하고 말발굽에 푹신한 헝겊을 여러 겹 덧댄 상태.

 

두두두두!

 

점차 말발굽 소리가 가까워져 온다.

정찰병의 숫자가 얼마가 될지 알 수 없다. 그러나 들리는 말발굽 소리로 파악했을 때 많아야 열 명을 넘지는 않을 거로 생각한다.

장전된 크로스 보우의 방아쇠를 만지작거리면서 놈들의 접근을 기다리는데,

 

두두두! 두둑! 두두두...

 

<멈춰라! 누군가 흙벽 너머에 있다!>

 

제길!

조심한다고 조심했는데도 300이 넘는 전투마가 모두 얌전하게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그렇다고는 해도 소리는 무척이나 작았을 터다. 흙벽에 가로막혀 있었고, 소음을 줄이기 위해서 여러 가지 방법을 다 동원한 상태였으니까.

소리를 내지 못하도록 재갈을 물린 것은 기본.

그렇다고 해도 지나치게 청각이 발달한 녀석이 틀림없다. 더욱 깊숙하게 들어왔다면 좋았겠지만, 지금으로썬 어쩔 수 없는 일.

 

“쏴라!”

 

몸을 일으키고서 흙벽에 크로스 보우를 얹고서 조준했다. 놈들이 멈춰 선 거리는 대략 20미터 전방.

 

“20미터 전방에 적!”

 

뒤늦게 몸을 일으킬 부하들을 위해서 소리쳤다.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미지수지만 말이다.

 

투두두두둥! 투두둥!

 

빼곡하게 흙벽에 달라붙은 기사들이 일제히 크로스 보우를 발사했다.

점선을 그리면서 촘촘하게 날아가는 쿼럴.

 

“2열 발사!”

 

장전된 쿼럴을 발사하고서 기사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놈들의 수는 고작 여섯.

한 번에 100발씩 쏟아지는 쿼럴 앞에 여섯 명의 흑기사가 벌집이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첫 번째 일제 사격에서 두 명의 흑기사가 전투마와 함께 쓰러지는 것을 보고선 확신할 수 있었다.

 

“3열 발사!”

 

마지막 열의 기사가 세 번째로 쿼럴을 발사했다.

 

<크아아아! 빌어먹을 자식들!>

 

온몸이 고슴도치가 되어 쓰러진 흑기사와 달리, 전투 도끼를 든 흑기사 하나가 분노의 함성을 내지른다.

 

***

 

투다다다닥! 투다닥!

 

“끄으으으으!”

 

윈스터는 전신의 마나를 끌어 올렸다.

자신은 물론 전투마의 머리에 마나를 나누어 보냈다.

머리만 멀쩡하다면 죽지 않는다. 흑마법의 힘으로 부활한 존재들의 공통적인 특성이다.

눈먼 화살에 전투마의 머리를 보호하기 위해서 씌운 마갑에 마나를 나누어 주면서 그는 이를 득득 갈았다.

무려 세 차례에 걸쳐 쿼럴이 다발로 날아왔다. 말머리를 돌린다는 건 꿈도 꿀 수 없는 상황. 자칫 자세라도 흐트러졌다간 말에서 떨어질 위험이 있었다.

 

‘기다린다!’

 

이가 부서지라 악물고서 버티는 게 할 수 있는 전부였다.

뒤를 따르던 부하들은 마나를 다루는 수준이 높지 않아, 세 번째 쿼럴이 나아올 때쯤에는 머리에 서너 발의 쿼럴을 받아들인 채 전투마와 함께 죽어있었다.

 

‘제기랄! 이래서야 마음 놓고 싸울 수도 없게 되었군!’

 

속으로 툴툴거렸다.

소식을 알리라고 한 놈을 본대에 보내놓긴 했으나, 지금은 본대에 소식을 알려줄 놈이 하나도 남지 않았다.

고작 여섯을 잡자고 쿼럴을 이처럼 난사하는 미친놈들한테 걸릴 줄이야!

틈을 봐서 몸을 빼는 수밖에 없었다.

 

“망할 자식들 어디 두고 보자!”

 

쿼럴의 공격이 멈춘 틈을 타고 윈스터가 전투마의 말고삐를 잡아당겼다.

패배자들이 흔히 지껄이는 상투적인 대사를 자기 입으로 내뱉을 줄은 정말 몰랐다.

하지만 빨리 본대로 돌아가 합류하는 게 급선무다. 여기서 어영부영 뭉개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

 

“푸릅! 푸르륵!”

 

전투마가 힘겹게 몸을 돌리고는 그대로 내달렸다.

전신에 쿼럴을 박고서 전투마가 검은색에 가까운 핏물을 흘리고 있다. 그럼에도 달리는 것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었다.

가장 튼실한 놈을 골라 부활시킨 탓에 쿼럴을 맞았다고 해서 쉽게 쓰러질 놈은 아니었다.

어쨌든 죽지 않도록 머리만은 확실하게 보호해 주었으니까 말이다.

 

‘본대와 함께 돌아오면 반드시 가루로 만들어 줄 테다. 이놈들!’

 

분한 마음을 다독이면서 자세를 잔뜩 낮추고 엉덩이를 말안장에서 떼었다.

전투마가 좀 더 쉽게 달릴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그야말로 지금은 전력을 다해 도주하는 것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니까.

그렇게 분함을 뒤로하고 전투마의 속도를 높일 때였다.

 

“서라아!”

 

뒤에서 들려오는 성난 외침.

부활하면서 기감을 차단당한 탓에 뒤에서 들려온 음성에 얼마만큼의 마나가 담겼는지는 느낄 수 없었다.

그렇지만, 멀리 떨어져 있음에도 자신의 육체가 진동하는 것을 느낄 수는 있었다.

 

‘목소리만으로 이런 떨림을 일으키다니! 대체 어떤 놈이!’

 

호기심을 참을 수 없었던 윈스터는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뒤로 돌렸다.

 

“저 빌어먹을 자식이!”

 

상대의 정체를 확인한 순간, 울컥 분노가 치솟았다.

지난번에 엘튼 제국의 패전병을 추격해 학살하는 과정에서 마주쳤던 놈이었다.

 

으드득!

 

순간적으로 분노가 치밀어올라 말고삐를 다시 돌리고 싶은 걸 억지로 참았다.

나머지 기사들이 몰려와 자신을 포위하면 끝장이었기 때문이다. 숫자 앞에선 제아무리 뛰어난 실력자라도 위험에 처할 수 있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하물며 자신과 비등한 실력자로 의심되는 소드 마스터가 있으니 포위당하면 끝장이란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분노를 뛰어넘는 위기감에 윈스터가 전투마에 마나를 나누어 주었다.

 

“히히히힝!”

 

우두둑! 꽈득!

 

윈스터의 기운을 받은 전투마가 몸에 박힌 쿼럴을 무시하고 앞으로 내달렸다.

근육에 박힌 쿼럴이 역동적인 움직임을 감당하지 못하고 부러졌다. 하지만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전투마였기에 움직임이 편해져서 오히려 속도가 빨라졌다.

전투마가 더욱 빨리 달릴 수 있도록 부담을 덜어주는 것에 주력했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서 퇴각하는 것에 온 신경을 집중했다.

그렇게 15분쯤 달렸을까?

꽁지가 빠져라 전투마를 독려하던 윈스터가 눈을 크게 떴다.

 

‘아직도 말발굽 소리가 들려?’

 

윈스터는 믿을 수 없는 현실에 자신도 모르게 슬그머니 고개를 돌렸다.

 

“어헛!”

 

그리고는 입 밖으로 심장을 꺼내놓을 것처럼 크게 놀랐다.

마나를 공급받는 자신의 전투마를 아직도 뒤쫓아올 거라곤 생각도 하지 못했다.

아니, 오히려 처음 자신을 쫓아올 때보다 거리가 더 좁혀져 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뒤를 잡힐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갈등해야만 했다.

놈은 홀로 추격해오고 있다. 실력에 자신이 있다는 것인지 알 순 없지만, 이 정도 달려왔으면 다른 기사들과 한참이나 거리가 떨어져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멀리 모락모락 검은 연기가 보인다. 폭발과 함께 부하 셋을 피떡으로 만들었던 함정이다.

절로 이가 갈리는 함정이 아닐 수 없었다. 다시금 분노가 치솟는다. 하마터면 자신 또한 괴상한 폭발에 휘말려 상처를 입을 뻔했으니까.

그때,

검은 연기를 헤치고 튀어나오는 두 개의 인마(人馬).

 

“!”

 

윈스터의 눈에 반가움이 스며 나왔다.

기대하지 않았는데, 발루아 공작이 메이튼을 대동하고 달려와 준 것이다.

 

“와하하하하! 이노옴!”

 

목젖이 보일 정도로 크게 웃으면서 말고삐를 잡아채는 윈스터.

더는 도망칠 필요가 없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발루아 공작과 메이튼이 함께라면, 설령 매복했던 아이언 영지의 기사단이 들이닥친다고 하더라도 위협이 될 수 없다.

아니, 저 둘 중에 하나만 있어도 기사단에게 포위당할 걱정 따윈 할 필요가 없게 된다.

저들 중 하나라도 자신의 등을 지켜준다면 뒤를 걱정하지 않고 마음껏 날뛸 수 있으니까.

 

‘놈을 잡는다!’

 

희열에 물든 얼굴로 윈터스가 말고삐를 잡아챘다.

 

“히히히힝!”

 

전투마의 습관적인 투레질 소리를 들으면서 윈스터가 전투 도끼를 움켜쥐었다.

엘튼 제국의 소드 마스터로 알려진 인물은 넷.

그중의 하나가 바로 자신의 뒤를 쫓는 놈이다. 상황이 불리함을 알고 도주한다면 절호의 기회를 날려버리게 되는 셈.

 

‘총사령관 각하께서 도착하실 때까지 놈을 붙잡아야만 한다.’

 

결심을 굳힌 윈스터는 말머리가 돌아가는 시간동안에 전투 도끼에 필생의 마나를 모조리 담았다.

 

츠즈즈증!

 

시커먼 암흑의 기운이 오러 블레이드의 형태로 도끼날에 형성되어 진동을 일으켰다.

이제껏 재처럼 쫓기던 울분을 되갚아줄 시간이었다.

 

“이노옴! 내가 바로 윈스터... 으허억! 플라잉 오러?”

 

기세 좋게 고함을 지르면서 말머리를 돌리던 윈스터가 경악하고 말았다.

맹렬하게 회전하면서 두 개의 오러 블레이드가 날아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야아압!”

 

기겁한 윈스터는 두 손으로 전투 도끼를 움켜쥐고서 푸른 오러 블레이드를 연속으로 후려쳤다.

 

파캉! 파캉!

 

오러 블레이드와 오러 블레이드가 폭발하면서 날카로운 파편이 윈스터의 좌우로 흩어졌다.

 

“!”

 

무사히 기습 공격을 막아낸 그의 눈이 커졌다.

아무것도 태우지 않은 말이 마주 달려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위! 위다! 윈스터어!>

 

뒤에서 들리는 아련한 외침.

친우인 메이튼의 음성이었다. 반사적으로 고개를 드는 순간,

푸른 빛이 그의 시야를 가득 채웠다.

 

스아악!

 

“!”

 

하지만 푸른빛을 발견하기가 무섭게 사라졌다.

 

<안돼에!>

 

아스라하게 들려오는 메이튼의 절규를 끝으로 윈스터는 극심한 고통과 함께 의식이 끊어지고 말았다.

 

푸화학!

 

“히히히힝!”

 

푸른 검강이 윈스터의 머리를 투구째 가르고 전투마의 허리까지 썽뚱 썰고 바닥에 깊게 박혀 들었다.

전투마가 구슬픈 비명을 지르고 시커멓게 변색 된 내장을 쏟아내면서 윈스터의 시체와 함께 나뒹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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