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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 최강 군바리 172화

무료소설 이세계 최강 군바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287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이세계 최강 군바리 172화

172화 혼란스럽다, 혼란스러워! (3)

 

 

 

 

“대체 뭐란 말인가! 빌어먹을 마법사 같으니!”

 

갑자기 나타났다가 홀연히 사라진 세인트에게 욕설을 터트리는 하이든 백작.

도움이 절실하게 필요한 상황인 걸 뻔히 보았을 텐데도 훌쩍 사라진 세인트를 이해할 수 없었다.

 

도다다닥!

 

“사령관 각하! 그, 그는 누구였습니까? 정말 대단한 마나를 지녔습니다. 놀랍군요.”

 

종종걸음으로 뛰듯이 다가온 야크톰 남작이 궁금한 얼굴로 물었다.

 

“그가 본인 입으로 세인트라고 하지 않았나!”

 

“근데 왜 사라진 겁니까? 마나 유동이 엄청난 것으로 보아 장거리 이동을 한 것 같은데 말입니다.”

 

“내가 그걸 어찌 알겠는가!”

 

하이든 백작이 눈을 부라렸다.

대단한 마법사의 등장에 잔뜩 기대했는데, 아무런 도움도 주지 않고 사라지니 허탈함과 짜증이 동시에 밀려왔다.

그저 혼란함만 남겨 두고 사라진 마법사 때문에 하이든 백작의 기분은 최악이었다.

 

“뭣들 하는가! 화살이라도 쏘란 말이다!”

 

“…….”

 

버럭 화를 내면서 명령하는 하이든 백작에게 기가 질린 야크톰 남작이 슬그머니 자리를 떴다.

장벽 너머로 솟구치는 뜨거운 열기.

아직도 프레하 제국의 병사들이 비명을 내지르고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전혀 승리에 대한 기대가 생기지 않는다.

이제껏 수없이 많은 적의 목숨을 빼앗았음에도 프레하 제국군은 병사를 후퇴시킬 생각이 없는 듯하다.

 

‘제길! 이러다가 화살과 쿼럴이 먼저 동나고 말겠군.’

 

화살을 쏘라고 지시했지만, 걱정부터 앞서는 하이든 백작이었다.

뱅크스 요새가 보유했던 화살과 쿼럴의 숫자는 모두 합쳐서 삼만여 개.

화살 하나에 프레하 제국군 한 명씩 저세상으로 보낸다고 해도 부족한 숫자.

슬슬 화살과 쿼럴이 바닥을 보일 때가 머지않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캐터펄트에 사용할 탄환조차 떨어져 가는 게 눈에 보일 지경.

답답한 상황이 아닐 수 없었다.

지금 상태로는 퇴각조차 어렵다. 후퇴하려고 물러났다가는 프레하 제국군에게 금세 뒤를 따라 잡힐 테니까.

 

“이런!”

 

불길이 잠잠해진다 싶은 순간, 시커먼 투구가 장벽 위로 불쑥 고개를 내밀었다.

 

“흑기사다! 하이든 기사단은 흑기사가 올라오지 못하게 막아라!”

 

하이든 백작이 피를 토하는 듯한 음성으로 소리쳤다.

성난 외침을 터트리면서 늘어뜨렸던 전투 도끼를 움켜쥐고 달려갔다.

 

“이야아아!”

 

짐승의 울부짖음과 같은 기합성을 지르면서 전투 도끼를 치켜들었다.

어설픈 공격은 흑기사에게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몇 차례나 경험했다. 전투 도끼에 새겨진 기도문만으로는 놈들을 완전히 무력화시킬 수 없었다.

제대로 커다란 상처를 만들지 않는다면 흑기사들은 다시 상처를 회복하고 쳐들어올 것이 분명하다.

 

“꺼져라, 지긋지긋한 자식들아!”

 

하이든 백작이 전투 도끼를 힘차게 휘둘렀다. 시퍼런 마나 블레이드가 도끼날을 타고 흘렀다.

 

파캉!

 

흑기사가 롱소드를 들어 막았으나, 하이든 백작의 전투 도끼에 밀려나면서 투구에 정타를 허용했다.

투구가 우그러들면서 눈알이 튀어나오고 검은색에 가까운 피가 왈칵 쏟아졌다.

 

“정면으로 싸우려 하지 마라! 혼자 상대하려 들지 마라! 장벽 밖으로 밀어내는 것에 주력하라!”

 

하이든 기사단의 실력이 흑기사를 압도할 수 없다는 것을 파악하고서 내리는 명령이었다.

명령을 내리는 동안에도 그의 눈앞에서 흑기사들이 장벽을 넘어오고 있었다.

 

‘총력전을 벌이겠다는 것인가!’

 

하이든 백작의 눈에서 불꽃이 튀었다.

간헐적으로 장벽 진입에 가담하던 흑기사들이 지금은 동시다발적으로 올라오고 있다. 병사들은 아예 눈에 띄지도 않는다. 아직도 장벽 근처에 열기가 심해서, 병사들이 접근하지 못하는 것일 수도 있다.

 

“꺼져라! 이놈들!”

 

전투 도끼를 크게 휘둘러 막 장벽에 발을 디디는 두 명의 흑기사를 향해 휘둘렀다.

 

콰광!

 

“어엇!”

 

“이런 빌어먹으을…”

 

미처 자세를 잡지 못했던 두 명의 흑기사가 당혹성을 흘리면서 다시 장벽 너머로 추락하고 말았다.

두 명의 흑기사를 단박에 해치운 하이든 백작은 다른 곳의 상황을 살피고는 이를 뿌드득 갈았다.

자신과 달리 실력이 떨어지는 부하기사들이 고전하는 중이다. 기도문이 새겨진 롱소드를 지급했음에도 밀리는 기색을 보인다. 실력에서 차이가 나니 힘겨운 싸움을 벌이는 거였다.

 

“안 되겠군! 도와… 망할!”

 

부하들을 도우려던 그가 와락 인상을 썼다.

또다시 자신이 지키는 곳의 장벽을 넘어 흑기사가 올라왔기 때문이다.

 

“제발! 제발 좀 꺼져 버려어!”

 

하이든 백작은 지긋지긋하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전투 도끼를 있는 힘껏 휘둘렀다.

 

카강!

 

“으응?”

 

하이든 백작이 기함을 발했다.

자신의 공격을 막아 내는 흑기사가 나타날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이제껏 마주쳤던 흑기사들은 원심력을 담은 전투 도끼의 위력에 금방 나가떨어졌는데 말이다.

 

“큭… 놀랐나? 귀엽군.”

 

전투 도끼를 빗겨 막은 흑기사가 징그러운 미소를 지으면서 흐트러진 자세를 바로잡았다.

 

“부숴주마!”

 

흑기사의 비웃음에 하이든 백작이 한쪽 입술을 씰룩이며 전투 도끼를 고쳐잡았다.

 

“누가 할 소린지 모르겠…….”

 

흑기사가 비웃음을 흘리면서 응수하다가 얼굴을 굳혔다.

 

화르르륵!

 

그의 등 뒤에서 솟구치는 화염.

 

“무, 무슨! 이렇게 엄청난 파이어 월(Fire Wall) 마법이라니!”

 

뒤를 돌아본 흑기사의 얼굴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장벽 전체에 걸쳐 불길이 치솟고 있었다. 기어오르던 흑기사들이 불꽃에 휩싸여 검게 도색한 갑옷의 도료가 타 버리고 벌겋게 달아오르고 있었다.

그런 와중에도 장벽을 기어오르려고 했지만, 이내 밑으로 추락한다.

 

“대체…….”

 

놀란 눈으로 부하 흑기사들이 불구덩이에 떨어지는 것을 바라보는데,

 

스캉!

 

목덜미에 화끈한 감촉과 함께 화염에 물든 주변 광경이 빙글빙글 돌아간다.

 

“퉤! 징그러운 자식들!”

 

하이든 백작이 전투 도끼로 흑기사의 목을 베고는 바닥에 침을 뱉었다.

대치하는 상황에서 한눈을 팔아준 덕분에 쉽게 해치울 수 있었다. 그는 무지막지한 마나가 움직였던 방향으로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역시나 두 시간 전쯤 홀연히 나타났다가 사라졌던 근육질의 사내가 허공에 둥둥 떠 있었다.

 

“고생 좀 했나보군.”

 

천천히 장벽 위에 내려앉으면서 세인트가 짤막하게 말했다.

마치 동네 산책을 나섰다가 아는 사람을 만나서 인사를 건네듯 평온하기 짝이 없는 음성이었다.

 

“대체 어딜 다녀오신 것이오!”

 

하이든 백작이 버럭 고함을 질렀다.

이토록 엄청난 마법을 사용할 수 있었으면서 사라진 게 화가 났다. 프레하 제국군을 막느라 그야말로 죽을 똥을 싸야만 했으니까.

 

까앙!

 

“으윽!”

 

고함을 질렀던 하이든 백작이 앓는 소리를 내었다.

투구가 움푹 파일 정도로 강력한 딱밤에 맞아 머리가 몽롱했다. 띵한 충격이 가시고 난 다음에 찾아온 건 분노.

 

“지금 뭐 하는… 커헉! 컥!”

 

이를 갈면서 소리치려던 하이든 백작은 숨이 턱 막혀 밭은기침을 해야만 했다.

 

“으으으…….”

 

몸이 둥실 떠오른다.

갑옷과 전투 도끼의 무게까지 합치면 100킬로그램이 넘는다. 그런 자신을 한 손으로 가뿐하게 드는 상대의 힘에 질리고 말았다.

 

“시끄럽게 쫑알대지 마라. 옆에서 앵앵거리는 거 상당히 싫어해.”

 

하이든 백작의 목을 움켜쥔 세인트가 이맛살을 찌푸리며 으르렁거렸다.

 

“쿨럭! 아, 아이언 백작이 보내서 오셨… 커헉! 오셨다고 하지 않았소?”

 

“맞아.”

 

“그런데 어, 어째서…….”

 

“내가 윌슨 친구지, 네놈 친구냐? 어디서 꽥꽥대고 지랄이야? 가뜩이나 귀찮아 죽겠는데, 콱! 그냥! 에휴, 관두자, 관둬.”

 

세인트가 따귀를 날리려고 손바닥을 들었다가 한숨을 내쉬면서 하이든 백작의 목을 놓아주었다.

괜히 문제 일으키면 윌슨에게 잔소리를 들을까 피곤했던 것이다.

 

“쿨럭, 쿨럭!”

 

목이 풀리자, 하이든 백작이 기침해대고는 겨우 자세를 바로 했다.

 

“당신은 대체 누구십니까!”

 

한 차례 쓴맛(?)을 본 하이든 백작이 억울함을 담아 말했다.

 

“시끄러워 이 자식아! 세인트라고 말했잖아! 아이언 영지로 퇴각해!”

 

“…네?”

 

“퇴각하라고! 무슨 말인지 몰라? 듀카스 대공이란 놈이 후퇴하라고 했다.”

 

“무, 무례하오!”

 

“맞을래? 그냥 순순히 후퇴할래?”

 

“…후퇴하겠소.”

 

세인트가 위아래로 치켜뜨면서 눈을 부라리자, 하이든 백작이 마른침을 삼키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시간이 없다. 마법의 불꽃이 가라앉기 전에 어서 후퇴명령을 내려! 나는 따로 준비할 것이 있다.”

 

“알겠소!”

 

하이든 백작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몸을 돌렸다.

 

“뱅크스의 사령관 그레고리 하이든의 이름으로 명한다. 전원 전장에서 벗어나 후퇴한다! 그 빌어먹을 흑기사 새끼들을 조져 버려!”

 

명령을 내리던 그는 아직도 흑기사와 드잡이질을 벌이는 부하에게 꽥 하고 소리를 질렀다.

가뜩이나 체면이 크게 상했는데, 부하 녀석들이 흑기사 몇 명을 상대로 꿈지럭거리는 것에 짜증이 더 솟구친 것이다.

 

‘망할 마법사 대체 정체가 뭐…….’

 

“응?”

 

잠깐 명령을 내린 사이에 옆에 서 있던 세인트가 감쪽같이 사라졌다.

두리번거리면서 마법사를 찾던 그는, 뱅크스 요새의 한복판에서 바닥에 마법진을 그리는 세인트를 발견할 수 있었다.

 

“하여간 마법사들은 이해를 못 하겠다니까.”

 

하이든 백작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자신이 예상키 어려운 마법을 사용하려는 것 같았다. 그러나 이렇게 혼란스러운 전장에서 한가하게 마법진이나 그려 대는 마법사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었다.

 

‘이런 마법 몇 번만 더 사용해 주어도 우리가 굳이 퇴각할 필요는…’

 

머릿속에 그런 생각이 스쳐 갔으나, 이내 고개를 흔들었다.

 

“으음… 퇴각하는 게 맞겠어.”

 

후끈하게 열기를 전하는 화염 너머로 다시 대열을 정비하는 프레하 제국군의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다.

마법 몇 번으로 해결될 병력이 아니다. 이번 마법 공격의 성과는 놈들이 마법 전력을 고려치 않고 병사들을 진격시켰기에 가능했던 것뿐이니까.

세인트라는 마법사가 적진에 뛰어들어 광역 마법을 연달아 쉬지 않고 사용할 수 있다면 또 모르겠지만 말이다.

 

“모두 서둘러라! 아이언 영지로 퇴각한다!”

 

미련을 버린 하이든 백작이 마나를 담아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프레하 제국군이 듣거나 말거나 상관없었다. 마법의 화염이 가로막고 있는 동안에는 저들도 손을 쓸 수 없는 상황이었으니.

기세 좋게 장벽을 넘어왔던 기사 몇몇은, 뱅크스 요새의 기사의 협공에 머리와 몸통이 분리되어 움직임을 멈췄다. 뒤를 받쳐줘야 할 흑기사들이 장벽을 넘지 못하고 타 죽는 바람에 위축된 것이다.

 

“서둘러라! 화염이 잦아들면 놈들이 몰려올 것이다!”

 

기사들과 병사들이 똑똑히 들을 수 있도록 그는 계속해서 명령을 내렸다.

그의 명령에 이제껏 전쟁을 수행하느라 녹초가 되었던 병사들과 기사들의 얼굴에 활력이 돌았다.

퇴각 명령을 받은 그들은 우선순위에 따라 무기와 비축 물자를 챙기고 떠날 채비를 갖춰나갔다.

병사와 기사들이 화염이 솟구치는 뱅크스 요새를 등지고 대열을 갖추었다.

그러는 동안에도 세인트는 마법진을 이곳저곳에 설치하면서 움직였다.

일련의 작업 과정을 끝낸 세인트는 흡족한 얼굴로 한 차례 고개를 끄덕이고는 장벽의 거대한 문으로 다가가 손짓했다.

 

그르르릉!

 

문을 걸어잠근 커다란 빗장이 빠져나오고 문이 활짝 열렸다.

 

“세인트! 지금 무슨 짓을 하시는 겁니까!”

 

하이든 백작이 기겁한 얼굴로 다가와 물었다.

퇴각을 준비하라더니 뱅크스 요새의 성문을 활짝 열어젖히는 그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퇴각이나 해.”

 

세인트가 귀찮다는 얼굴로 파리 쫓듯이 하이든 백작에게 손짓했다.

 

“그게 무슨 말이오! 어찌 성문을 연단 말이오! 이대로 퇴각하면 놈들의 추격은 어쩌자는 것이오!”

 

“땍땍거리지 말고 일단 가기나 해.”

 

“그럴 수 없소!”

 

하이든 백작이 단호한 얼굴로 가슴을 쭉 내밀었다.

절대로 이렇게 물러날 순 없다는 각오가 묻어나는 얼굴이었다.

 

“휘유… 옛날이나 지금이나 기사라는 놈들은 하여간…….”

 

쓰게 입맛을 다시면서 고개를 흔드는 세인트.

 

“모욕하지 마시오!”

 

“쩝! 하여간 머리에 근육만 든 놈들은…….”

 

발끈하는 하이든 백작에게 세인트가 다시 한숨처럼 말끝을 흐렸다.

뻔히 자신의 상대가 되지 않음을 알면서도 투기를 드러내는 하이든 백작이 짜증났던 것이다.

 

‘귀찮은데 죽일까?’

 

순간적으로 살심이 끓어올랐다.

하지만 윌슨의 얼굴이 뒤따라 떠올라 쓰게 입맛을 다셨다.

 

“모욕은 참지 않겠다 하였소!”

 

그런 세인트의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하이든 백작이 몸을 부르르 떨었다.

 

“알았으니까, 닥치고 따라와 봐!”

 

세인트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면서 앞장섰다.

그가 이끌고 간 곳에는 뱅크스 요새에 돌아와 최초로 그렸던 마법진이 있었다.

세인트가 마법진 앞에 서서 두 손을 뻗자, 마법진에 빛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마법진에서 붉은빛의 공간이 생성되면서 이질적인 공간 왜곡 현상이 일어났다.

 

“지금 무얼…….”

 

<크훠훠엉!>

 

질문하던 하이든 백작이 기겁해서 뒤로 물러났다.

붉은빛에 물든 공간에서 심장을 떨리게 하는 괴성이 튀어나왔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시퍼런 손이 쑥 빠져나왔다.

 

“오, 오우거!”

 

공간에서 튀어나온 괴물의 정체에 하이든 백작이 기겁해서 뒤로 물러났다.

그러나 세인트는 달랐다.

 

“입 다물어!”

 

“크워워어!”

 

하지만 말을 들을 리가 없는 오우거였다.

그러자 세인트가 주먹을 들어, 오우거의 머리통을 쥐어박았다.

 

“내가!”

 

빠악!

 

“끄웍!”

 

 

머리통에 딱밤을 얻어맞은 오우거가 머리를 움켜쥐고 괴로워했다.

 

“내가 입 다물라고 했지!”

 

빠악!

 

“커허헝!”

 

딱밤을 한 대 더 얻어맞은 오우거가 납작 엎드리며 커다란 몸을 웅크렸다.

그러고는 하이든 백작에게 시선을 던졌다.

 

“봤지? 얘들이 뱅크스 요새를 대신 지켜 줄 거다. 이해됐나?”

 

“아, 알겠소!”

 

목이 부러지지나 않을지 걱정스러울 정도로 하이든 백작이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더 나오면 골치 아파지니까 빨리 이동해!”

 

“넵!”

 

하이든 백작은 자신도 모르게 크게 대답하고는 발걸음을 서둘렀다.

세인트는 그 뒤를 따라오면서 나머지 마법진들을 하나하나 활성화 시켰다.

뱅크스 요새에 생성되는 붉은빛의 공간이 점점 늘어났다. 세인트는 여덟 개의 마법 포탈을 완성하고는 마지막 마법진 앞에 섰다.

 

<크워억!>

 

<취에엑!>

.

.

.

 

포털 마법을 통해 ‘죽음의 대지’에 서식하던 몬스터들이 뱅크스 요새에 계속 쏟아져 나왔다.

 

츠즈즈즈즛!

 

마지막 마법진을 활성화 시키는 순간, 뱅크스 요새와 아이언 영지로 이어지는 길목에 투명한 젤리와 같은 막이 형성되었다.

 

“물리 방어 마법이다. 소드 마스터나 고위 마법사가 아니라면 처리할 수 없지. 적어도 일주일은 안전할 거야. 이제 마음이 놓이냐?”

 

“고, 고맙소.”

 

하이든 백작은 눈앞에서 꿀렁대는 투명한 방어막을 손으로 만지면서 대답했다.

 

“제길, 여기 좌표만 알았어도 귀찮게 왔다 갔다 할 필요 없었을 텐데… 그럼 먼저 간다! 텔레포트!”

 

혼자 중얼대던 세인트가 슬쩍 손을 들어 보이고는 그대로 모습을 감추었다.

 

“…….”

 

순식간에 모습이 사라진 세인트를 바라보며 하이든 백작이 멍한 얼굴을 했다.

뱅크스 요새 내부에 몬스터들이 바글거린다. 그런데도 붉은 마법 공간에서는 계속해서 몬스터들이 꾸역꾸역 기어 나오고 있었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지?”

 

그는 자신도 모르게 소리 내어 중얼거렸다.

이래서야 프레하 제국이 사악한 흑마법을 사용해 전쟁을 벌인다는 엘튼 제국의 명분이 다른 국가에 먹힐지 의심스러웠다.

 

“출발! 출발하라!”

 

혼란스러운 얼굴을 한 채로 하이든 백작이 퇴각 명령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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