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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 최강 군바리 171화

무료소설 이세계 최강 군바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344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이세계 최강 군바리 171화

171화 혼란스럽다, 혼란스러워! (2)

 

 

 

 

듀카스 대공의 얘기가 기분 좋으면서도 씁쓸하다.

병사들의 목숨보다 나의 목숨이 더 귀중하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크로어 백작의 죽음은 무가치한 일이었다는 것인가?

우울한 생각이 들어서 복잡한 표정으로 있는데, 듀카스 대공이 싱거운 웃음을 흘리면서 말을 걸어온다.

 

“훗!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것 같군. 크로어 백작은 쓸모없는 죽음이었느냐는 거겠지?”

 

“…네.”

 

“그건 귀족으로서 마땅히 짊어져야 할 의무일세. 이제껏 아랫사람한테 대우받으면서 살아왔던 것을 갚은 셈이라고 보면 되겠군. 권리를 마음껏 누렸으니 책임을 지는 건 당연하지. 하지만 자네는 예외야.”

 

“……?”

 

뭔가 혼란하다.

귀족의 당연한 의무라면서 나는 예외라니…

아니!

딱히 크로아 백작처럼 장렬히 산화하고 싶지는 않지만, 듀카스 대공의 말이 앞뒤가 달라 머리가 복잡해진다.

그래서 눈만 껌뻑거렸다.

 

“아까 자네를 쫓아 왔던 세 명의 흑기사는 소드 마스터급의 실력을 지녔어. 발루아 공작이 거기 있다는 게 이상하긴 하지만, 자네 혼자 상대하기에는 무리… 아니, 불가능하다고 봐야지.”

 

“…그렇습니다.”

 

순순히 대답했다.

완벽한 몸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면 그럭저럭 상대할 만하다. 하지만 지금의 컨디션이라면 객기를 부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당시에는 눈이 뒤집혀서 어떻게든 놈들을 해치우려고 했었을 뿐이다. 마음먹은 대로 되었을지는 알 수 없지만,

 

“엘튼 제국의 소드 마스터급 기사는 넷일세. 내 아들 녀석과 모리스 공작의 아들인 ‘찰리 모리스’를 포함해서 말일세. 그 와중에 ‘찰리 모리스’는 풋내기지. 이런 상황에서 자네가 죽는다면 어찌 되겠나?”

 

“어려운 싸움을 하게 되겠지요.”

 

“놈들은 노련해 보였어. 거기에 오를레앙 공작까지 가세한다면, 우리가 절대적으로 불리하지. 소드 마스터를 상대할 수 있는 건 소드 마스터밖에 없다는 걸 명심하길 바라네.”

 

“…알겠습니다.”

 

묵직함이 느껴지는 듀카스 대공의 눈빛을 받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싸울 사람이 부족하다는 얘기를 참 어렵게 하신다. 하지만 나를 생각해서 하는 말이었기에 조금은 감동 받았다.

발루아 공작의 탈을 쓴 놈이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굉장한 실력을 지녔다는 건 부정할 수 없다.

그의 전신에 흐르던 기운은 몸의 원주인인 발루아 공작보다 더 강렬했으니까.

맞대응하기보다 전투마의 목을 치는 걸 택했을 정도다. 내공이 부족한 상태에서 부닥치면 손해를 볼 것만 같아서 택한 꼼수다.

하물며 발루아 공작을 단독으로 상대했을 때도 그랬는데, 셋을 한꺼번에 상대할 생각을 했다니!

 

“…….”

 

아무리 생각해도 정말 무모했다는 걸 부정할 수 없다.

잠시 머리가 어떻게 되었던 것 같다. 그렇지만 같은 상황이 온다면 지금처럼… 듀카스 공작이 얘기했던 것처럼… 냉정함을 유지할 수 있을까?

…모르겠다.

그런데 잠깐!

발루아 공작 일당과 싸우려고 했던 건 자살 시도를 한 게 아니라, 시간을 끌려고만 했었을 뿐이다.

괜히 고민했잖아?

간단하게 머릿속을 정리하고서 고개를 드는데, 듀카스 대공이 빙그레 웃는다.

 

“생각했던 것보다 고민을 쉽게 털어 내는군. 좋은 성격이야.”

 

“감사합니다.”

 

내가 원래 깊이 생각하는 걸 싫어하는 편이긴 하다.

별걸 다 칭찬받는 느낌이지만, 듀카스 공작의 표정이 풀렸다는 건 좋은 일이다.

듀카스 대공이 인상 쓰는 거 은근히 살 떨린다. 연륜에서 나오는 그런 위압감이라고 해야 하나?

순수하게 나이로만 따지면 듀카스 대공이 나보다 한참이나 어리다. 그러나 살아온 경험이 달라서인지 그가 한참 어른처럼 느껴진다.

홀로 살아온 60년 따윈 연륜으로 인정하기는 무린가?

하긴, 아직도 나의 사고방식은 한국에 살던 때와 달라진 것을 느끼지 못하고 있으니…

됐다! 쓸데없는 고민 따윈 개나 줘버리자.

 

“뱅크스 요새의 지원 요청이 들어왔다고 들었네만?”

 

“네, 그렇습니다.”

 

“자네 때문에 아이언 영지에 도착하자마자 달려오느라 미처 거기에 신경 쓰지 못한 게 불안하군. 뱅크스 요새를 지원하기보다는 퇴각명령을 내렸어야 했는데 말일세.”

 

듀카스 대공이 씁쓸하게 입맛을 다셨다.

새삼 그가 나를 얼마나 아끼는지 방금 꺼낸 얘기로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기사단만 이끌고 미친 듯이 달려온 것을 보면 말이다.

 

“대공 전하, 염려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확실한 녀석을 보냈으니, 뱅크스 요새의 병력과 무사히 돌아올 것입니다.”

 

“확실한 녀석? 설마 혼자 보냈다는 얘긴가?”

 

“그렇습니다. 적어도 7서클급 마법사니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자네… 지금 7서클 마법사라고 했나?”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물어 오는 듀카스 대공.

어쩌면 궁극의 마법 서클을 개척한 세인트일 테지만, 녀석의 수준을 물어본 적이 없다. 그래서 적당하게 대답한 것이 7서클이다.

엘튼 제국 최고의 마법사가 6서클 수준이라고 했으니까 말이다.

자이론 후작이라고 했던가?

제국 전쟁 당시 어마어마한 화염 밭을 만들었던 마법사의 이름이 그랬던 것 같다.

자이론 후작인가하는 마법사보다 세인트가 몇 수 위라는 것쯤은 안다. 그래서 7서클 마법사라고 얘기한 것이다.

 

“그렇습니다. 확실한 녀석이죠.”

 

“어째서 그런 귀한 분을 내게 소개해주지 않은 것인가? 아니! 황제 폐하께 고하지도 않은 이유가 무언가!”

 

“단순히 친구일 뿐입니다. 저를 도와주고 있을 뿐, 제국의 일에 끼어드는 걸 싫어해서…….”

 

말끝을 흐렸다.

듀카스 대공이 필요 이상으로 흥분하고 있어서 조심스러워졌다.

제길!

누군 소개해 주기 싫어서 숨겼는지 아시나… 마왕을 소개했다간 무슨 꼴을 당할 줄 알고 소개해줘?

그나저나 세인트 자식, 시키는 대로 잘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마법사라면 차라리 잘 됐군! 뱅크스 요새의 병력과 함께 아이언 영지로 후퇴하라고 전하게.”

 

남의 속도 모르고 듀카스 대공이 눈을 빛내면서 말한다.

 

***

 

한편 뱅크스 요새는 흑기사의 새벽 기습 이후, 계속 전투가 이어지고 있었다.

 

“화살을 날려! 놈들이 다가오지 못하게 돌을 던져라!”

 

하이든 백작이 피를 토하는 듯한 음성으로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쉼 없이 몰아치는 프레하 제국의 공격에 몸과 마음이 동시에 지쳐가는 중이다.

 

“야크톰 남작! 야크톰 남작!”

 

사다리를 타고 성벽을 기어오르는 적병을 목을 베면서 하이든 백작이 통신 마법사의 이름을 불렀다.

그러자 장벽 위에 지어진 방어구조물에서 작달막한 키에 매부리코의 사내가 부리나케 달려 나왔다.

 

“사령관 각하! 부르셨습니까!”

 

“아이언 영지의 지원은 어찌 되었나!”

 

하이든 백작이 올라오는 적병의 목을 시원하게 날리면서 크게 말했다.

 

“지원을 보냈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퇴각! 퇴각하라는 말은 없던가?”

 

하이든 백작은 간절한 음성으로 말했다.

적의 병력이 너무나 어마어마하다. 뱅크스 요새도 이전과 달리 상당한 숫자로 증원되었으나, 상대는 이전보다 더 많은 대군을 이끌고 온 것이다.

계속 싸웠다가는 어느 한쪽이 전멸할 때까지 상황이 종료될 것 같지 않았다. 물론 전멸 가능성이 높은 건 아군이라는 게 치명적이다.

 

“지원군을 보냈다는 얘기 외에는 없었습니다.”

 

“본대에서도 연락은 없는가!”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다시 질문을 던졌다.

그런 소식이 있었더라면 야크톰 남작이 진작에 알려왔을 거라는 것을 알면서도 말이다.

 

“그런 얘기는 없었습니다. 다만, 슬런더 요새와 베링 요새가 함락되어 후퇴하는 아군을 구원하러 듀카스 대공 전하께서 출병하셨다는 소식만 전해 왔습니다.”

 

“빌어먹을! 대체 지원군은 언제 오는가 말이다!”

 

하이든 백작이 얼굴을 와락 구겼다.

 

“이놈! 꺼져라!”

 

다시금 장벽 위로 넘어오는 적병에게 신경질적으로 고함을 지르고는 전투 도끼를 크게 휘둘렀다.

 

바우웅! 스캉!

 

“으아아악!”

 

흉갑에 전투 도끼를 맞은 프레하 제국의 병사가 처절한 비명과 함께 장벽 밑으로 떨어져 내렸다.

 

“야크톰 남작, 위치로 돌아가라!”

 

“충!”

 

군례를 올리는 것과 동시에 야크톰 남작이 잽싸게 원래의 안전한 자리로 이동했다.

전투 능력이 떨어지는 몸이라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마법지원보다는 통신마법에 특화된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누가 되었든 어서 오란 말이다!”

 

하이든 백작은 이글이글 타오르는 눈으로 꾸역꾸역 밀려오는 프레하 제국의 병사들을 노려보았다.

 

‘대체 얼마나 끌고 온 것인가!’

 

장벽을 향해 달려드는 병력보다 세네 배 쯤 되는 병력이 아직도 대기 중이다.

적어도 5만은 가뿐히 넘어갈 엄청난 병력이 아닐 수 없었다. 멀리 보이는 프레하 제국의 병사들이 흙을 퍼 나르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이전 제국 전쟁의 경험을 살려, 프레하 제국의 공성 병기의 수송을 막기 위해서 깊고 넓게 구덩이를 파둔 상태다.

그런데 프레하 제국 놈들은 기어이 공성 병기를 끌고 오겠다는 듯이 구덩이를 메우는 작업을 하는 중이다.

 

‘놈들이 구덩이를 다 메우기 전에 지원군이 와야 할 텐데 차라리…….’

 

“아니, 아니야.”

 

하이든 백작이 고개를 흔들었다.

답답한 마음에 병사를 이끌고 우회해서 적의 공성 병기를 파괴할까 생각이 고개를 쳐드는 걸 애써 부정했다.

한두 대라면 모를까, 적의 트레뷔셰만 해도 10대다. 게다가 장벽과 거의 비슷한 높이로 제작된 시즈 타워가 8대.

아예 작정하고 뱅크스 요새를 공략하려는 게 틀림없다고 생각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저토록 많은 공성 장비와 대병력을 이끌고 왔을 리가 없다.

 

“뭣들 하는가! 돌을 쏘아라!”

 

잠시 생겨난 잡생각을 털어 내고 하이든 백작이 마나를 담아 소리쳤다.

장벽 위에 배치한 캐터펄트에서 그물을 씌운 돌무더기가 쏘아졌다.

발사된 충격에 의해 그물이 찢어지면서 주먹만한 자갈이 허공을 날았다.

6대의 캐터펄트가 쉴 틈 없이 자갈을 하늘로 쏘아 올리고 있지만, 실효성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 캐터펄트가 공격하는 지점의 적병들이 커다란 방패를 들고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애초에 5만을 넘어서는 병력을 상대로 캐터펄트가 뚜렷한 성과를 내기는 무리이기도 하다. 워낙 방비가 잘 되어 있었으니까.

 

“사다리를 밀어라!”

 

장벽 곳곳에 걸쳐진 사다리를 밀쳐 내야 할 순간이다.

상당한 숫자의 적들이 장벽 근처로 몰려왔으니, 이제 불놀이를 할 시간이 되었다.

장벽 위의 기사와 병사들이 ‘ㄷ’자 형태의 금속이 붙은 장대를 사용해 사다리를 장벽 밖으로 밀쳤다.

 

“끓는 기름을 부어라! 횃불을 던져라!”

 

살기를 품은 하이든 백작의 외침에 기사와 병사들이 더욱 분주하게 움직였다.

장벽 위로 쏘아지는 화살을 방패병이 막아주는 사이, 기름을 끓이던 병사들은 가마솥을 들어 장벽 아래로 집어 던졌다.

 

<기름이다! 기름이야!>

 

<물러나! 물러나라!>

.

.

.

 

장벽 아래에서 난리가 났다.

펄펄 끓는 기름이 가마솥 째 떨어지고서 곧장 불붙은 횃불이 떨어져 내린다.

 

화르르륵!

 

횃불이 기름에 닿기도 전에 불이 붙었다.

 

<끄아아아! 사, 살려 줘어!>

 

<불을 꺼! 불을 끄란 말이다!>

.

.

.

 

프레하 제국의 병사들이 비명을 지르며 우왕좌왕 정신을 못 차렸다.

그런 모습을 발견한 하이든 백작이 눈살을 찌푸렸다.

 

‘오합지졸들이 아닌가!’

 

명령 체계조차 제대로 잡히지 않아, 아무렇게나 소리만 꽥꽥 지르는 프레하 제국의 병사들이 한심하게만 보였다.

이제껏 끊임없이 몰아치는 공격을 퍼붓던 놈들이 맞나 싶을 정도.

 

“……!”

 

그러나 혀를 끌끌 차던 하이든 백작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엄청난 기운을 가진 누군가가 자신이 있는 곳으로 빠르게 접근해 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플라이 마법? 말도 안 돼!”

 

하이든 백작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하늘을 나는 플라이 마법은 5서클에 해당하는 것이다. 그저 느릿하게 유영하는 정도가 고작인 그저 그런 마법.

기껏해야 높은 곳에 올라갈 때나 유용할까?

하지만 점처럼 보이던 위험한 기운을 지닌 존재가 급격하게 확대되었다. 말도 안 될 속도로 플라이 마법을 발휘하며 다가오는 광경에 하이든 백작은 이를 뿌드득 갈았다.

전투 도끼에 마나를 잔뜩 쑤셔 넣고 살기와 투기를 일으켰다.

 

‘감당할 수 있을까?’

 

일단 싸울 태세를 갖추었지만, 자신이 없다.

저런 속도로 날아다니는 존재를 무슨 수로 잡을 수 있단 말인가!

그런 고민을 하면서 기다리는데, 고속으로 날아오던 존재가 허공에서 멈췄다.

 

“네가 하이든 백작인가!”

 

“그, 그렇소!”

 

잔뜩 긴장한 채 전투태세를 취한 하이든 백작이 위압감에 말까지 더듬었다.

상대가 악의를 가지고 온 것이 아니라는 건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것으로 알 수 있었다.

만약 악의가 있었다면, 마법부터 난사했을 테니까 말이다.

 

“그대는 누구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이든 백작은 경계를 풀지 않고서 질문을 던졌다.

 

“나? 세인트라고 윌슨 녀석이 보낸 지원군이다.”

 

“오! 아이언 백작이 보내신 분이시오?”

 

굳어 있던 하이든 백작의 얼굴이 환하게 밝아졌다.

지원군을 보냈다고 듣기는 했지만, 이처럼 대단한 마법사가 와줄 줄은 몰랐다.

광역 마법을 프레하 제국에 사용한다면 아군의 사기가 크게 높아질 것이다. 아울러서 적의 사기는 크게 꺾일 테고 말이다.

 

“맞아, 그 자식이 보냈다.”

 

“고맙소! 어서 도와주시오.”

 

하이든 백작이 크게 기뻐하면서 전투태세를 풀었다.

 

“그래, 도와주마. 조금만 버텨! 텔레포트(Teleport)!”

 

한차례 고개를 끄덕인 세인트가 대답과 함께 6서클 마법인 텔레포트 마법을 사용해 사라졌다.

 

“…….”

 

뜻밖의 상황에 하이든 백작의 웃는 얼굴이 서서히 굳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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