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계독존기 120화
무료소설 이계독존기: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899회 작성일소설 읽기 : 이계독존기 120화
드러나는 금황전설 (3)
이진충은 수하들을 가볍게 상대한 땡중이 보통이 아니라는 알았다. 열 명이나 되는 수하들을 한 수에 물리다니 제법이었다.
“제법이구나!”
우습게 생긴 땡중인 줄 알았는데 경지에 이른 고수였다. 소림사의 금강복호신권을 완벽하게 구사하는 것으로 보아 보통 인물이 아니었다.
귀뇌가 옆에서 땡중의 정체를 밝혔다.
“신승의 제자인 희불승 연광이오.”
“신승의 제자라… 재밌겠군.”
이진충은 전투의지를 불태웠다. 강자와의 대결을 기대하는 듯했다.
신승은 전대의 절대고수였다. 물론 신승이라고 해도 질 이유는 없었다. 이진충은 자신의 실력이 고금십대고수보다 위라고 보았다.
“나머지는 풍운마룡과 계집을 제압해라.”
풍운마룡보다는 땡중이 더 마음에 드는 이진충이었다.
귀뇌는 잠시 만류했다. 아무리 그래도 제일주적인 풍운마룡을 제압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보았다. 본교의 장로 두 명을 죽이고, 장로의 제자들까지 죽인 인물이 바로 군천악이었다. 그의 실력은 강호에 퍼진 것처럼 허풍쟁이가 아니었다.
“풍운마룡을 먼저 제압하는 것이 나을 것이오.”
“걱정 마시오. 땡중과 애송이를 한꺼번에 제압할 테니 말이오.”
“장로 둘을 죽인 놈이오.”
꿈틀!
하급 장로들과 자신을 같이 비교하는 것에 자존심이 상한 이진충이었다. 혈룡대의 대주인 구도락과 선풍권 맹위상 정도는 자신도 제압할 수 있었다.
“걱정 마시오.”
귀뇌는 어쩔 수 없다는 것을 인정했다. 비록 자신이 군사이기는 하지만 장로들의 성정은 모두 권위적이었다. 자신의 실력에 대한 무한한 자신감으로 뭉쳐진 자들이니 설득하기가 어려웠다. 차라리 최후에 벌어질지 모르는 일을 대비하는 것이 좋았다.
귀뇌는 가지고 온 수레를 보았다. 만약의 경우 수레 안에 들어 있는 것을 움직이면 어려움을 없을 것으로 보았다.
이진충은 수하들에게 계집들을 잡으라고 하였다. 그러자 수하들이 명령을 따르기 위해 여인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명령에 따라 불나방처럼 망설임 없이 달려드는 훈련된 놈들이었다. 그들에게 이진충의 명령이야말로 절대적이었다.
파팟!
섬광이 번쩍였다.
빛을 가르는 섬광이 번쩍이자 여인들을 향해 달려갔던 수하들 두 명이 상체와 하체가 분리되어 버렸다.
그 중심에 남궁태희가 오연하게 청광(淸光)을 뿜어내는 검을 뽑아 들고 있었다. 눈부시게 아름다우면서 서늘한 냉기가 흘렀다.
그 옆으로 걱정 하나 없이 황금신공을 읽고 있는 금은혜와 제갈지, 운정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녀들은 애초부터 덤벼드는 놈들을 신경 쓰고 있지도 않았다. 알아서 남궁태희가 막아줄 것이라고 믿고 있었기에. 또한 나중에는 천악이 가볍게 수를 써서 막아주리라는 절대적인 믿음이 있었다.
연광과의 대결을 위해 움직이던 이진충이 또다시 미간을 찌푸렸다. 수하들이 너무 쉽게 죽어나갔다. 그것도 계집의 일 검에 죽은 것이다. 인세에 보기 드문 미모를 가진 계집의 검치고는 굉장한 실력이었다.
“하찮은 계집이 제법이구나.”
“거, 사람 되게 무시하네.”
퍼어어엉!
연광이 딴 데 쳐다보는 이진충을 향해 금강복호신권을 날렸다. 연속적으로 금광이 빛을 발하자 수십 발의 권격이 이진충의 전신을 노리며 들어왔다. 육중한 내력이 권격에 뒷받침이 되어 그 힘이 뼛속까지 스며들었다.
이진충은 시선을 돌리다가 갑작스럽게 공격을 받고는 뒤로 몸을 피했다. 피하면서 다가오는 금강복호신권을 화룡염격(火龍炎擊)을 통해 방어를 했다.
불과 금광이 서로 부딪치자 사방으로 충격파가 퍼져나갔다.
파파파파팡!
쉽지 않은 승부였다.
연광의 실력은 이진충에 비해 결코 떨어지지 않았다. 강호에 십대고수가 있기는 하지만 중원에서 이 열 명이 가장 강하다고 볼 수는 없었다. 알려지지 않은 무수한 고수들이 있고, 은거기인이 있기 마련이었다.
실력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강자 중에서도 연광은 단연 발군이었다. 더군다나 그는 자미성의 정기를 이어받은 천재 무인이었다. 보통 사람이 배우는 것과는 질적으로 다른 성취를 가지고 있었다.
‘7성의 화룡염격을 튕겨냈어!’
이진충이 속으로 놀란 것과 마찬가지로 연광도 놀랐다.
‘허어, 금강복호신권을 정면으로 막아내다니!’
연광은 십대고수가 아니면 자신의 공격을 막아내지 못하리라 생각했다. 그런데 알지도 못하는 자가 그것을 가볍게 막아내고 있었다. 보통이 아니었다.
‘스승님이 말하길 십대고수 이외에는 적수가 없다고 했는데!’
이진충과 연광의 공방전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둘 다 권을 위주로 하는 무인이라 접근전이 치열했다.
권격이 좌에서 우로 휘어지자 당연하게 반응하여 옆에서 왼쪽으로 비껴나갔다.
연광의 공격은 금강진천퇴(金剛震天腿)로 시작하여 무상각(無上脚)으로 이어졌다. 금강진천퇴는 말 그대로 강력한 내리찍기였다. 그와 동시에 아래서 위로 이어지는 발 공격이 무상각이었다. 순간적으로 두 개의 연환이 이어지기에 쉽게 피한다는 것이 불가능했다.
사삭!
이진충이 갑자기 내리찍는 퇴법과 다시 이어지는 올려차기에 몸을 흔들었다.
적룡보(赤龍步)를 펼쳐 연광의 공격범위에서 벗어나고 다시 안쪽으로 파고들었다. 파고든 상태에서 이어지는 이진충의 공격은 바로 극렬화룡탄(極烈火龍彈)이었다.
이는 불의 정화를 동그란 상태로 만들어서 부딪치는 순간 웅크렸던 화력을 일시에 폭발시키는 수법이었다.
시원스레 밀려 있는 연광의 이마에서 굵직한 땀방울이 흘러내렸다.
‘밥값 하다 타 죽겠다. 뭐가 이렇게 세?’
연광은 어쩔 수 없었다. 반야금강대력신공을 극성을 끌어올렸다. 불문 제일의 공부이자 최고의 신법이라고 불리는 금강부동신법(金剛不動身法)을 펼쳤다.
금강부동신법은 움직이지 않음에도 움직임이 있는 신기막측한 위력을 가진 신법이자 보법이었다. 이것이 제대로 펼쳐지면 누구도 잡을 수 없다는 말이 전해진다.
이진충과 연광은 느낄 수 있었다. 말 그대로 건곤일척의 승부였다. 한순간 방심하면 그대로 무너져 내릴 수 있음을 절감했다.
둘 다 집중력을 최대로 높였다. 한 점의 흐트러짐이 승패를 가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들이 힘겨운 싸움을 하는 동안에도 천악은 여기저기를 돌아보았다. 그저 한가로이 산책을 하는 듯했다. 찾아볼 데는 다 본 것 같아 더는 찾을 것은 없어 보였다.
천악의 시선이 남궁태희를 향했다. 그녀는 확실히 과거보다 강해졌다. 검을 뽑아 상대를 베어냄에도 흔들림 없는 굳건함을 보이고 있었다.
검이 움직이는 가운데 창천의 무한한 기운이 꿈틀거렸다. 이제는 창궁무애검법을 시전하는 데 부족함이 없어 보였다.
사실 남궁태희는 별로 힘들어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연광이 힘겨운 대결을 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천악은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천악은 연광의 진정한 힘을 알고 있었다.
‘아직 발휘하지 않는군.’
제대로 힘을 내지 않는데 굳이 도울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 천악이었다.
* * *
귀뇌는 천악의 여유로운 모습을 보자 부아가 치밀었다. 자신들의 행동 따위는 신경조차 쓰지 않는 모습이었다. 오히려 소풍이라도 나온 듯 여인들과 밀애를 나누는 듯하지 않는가!
생사대결을 하는 것은 자신들뿐이라고 생각하자 기가 막혔다.
“풍운마룡, 네놈이 언제까지 여유 만만한지 보자.”
귀뇌는 수레 안에 실린 것을 꺼내려고 마음먹었다. 위험한 일이 아니면 꺼내지 않으려고 했건만 어쩔 수 없었다.
수레에 든 물건은 정확히 두 가지다. 어느 것 하나 두렵고 무섭지 않은 것이 없었다.
이진충의 몸에서 붉은 용이 형상화되었다. 적화룡공이 극성에 이르러 발현되는 적룡화기(赤龍花氣)였다. 실체화된 기운이 다가서는 기운들을 모조리 다 태워버렸다.
“이놈, 죽여주마!”
“어디 끝장을 봅시다!”
반야금강대력신공을 있는 대로 끌어올리자 연광 역시도 몸 전체에 금빛 기운이 형상화되었다.
치치칙!
서로의 기운이 부딪쳐서 타는 듯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진충은 빨리 승부를 봐야 했다. 땡중한테 시간을 뺏기는 것 자체가 자신에게는 수모였다.
그의 나이 지금 예순이다. 자신보다 어린놈과 팽팽하게 승부를 겨루는 것 자체가 굴욕적이었기에 승부를 재촉했다.
서로의 기운이 대치 중인 상황에서 이진충이 먼저 움직였다. 좌에서 우로, 우에서 좌로 전후좌우로 현란한 움직임을 보였다. 적룡보가 극성에 이르자 잔상마저 보였다. 이형환위의 극치였다.
연광은 상대의 움직임을 눈으로만 쫓지 않고 기감을 확장시켰다. 자신의 사정권 안에서 승부를 보려 했다. 이대로 질질 끌어봐야 서로에게 좋지 않은 승부였다.
소림칠십이종절기 중에서 가장 단순하면서도 가장 어려운 권이라고 불리는 전설의 권이 연광의 손에서 펼쳐졌다.
소림의 역사 내에서도 완성한 무승(武僧)은 극히 드물었다. 전대의 고승인 신승만이 펼칠 수 있는 권이었다.
이진충 역시 자신의 권격 중에 가장 무서운 권격을 시전했다.
백 초가 되는 동안 초식과 내공의 공방이 지나가고 절기의 연속이 이어졌다. 그럼에도 승부가 발현되지 않자 둘 다 최후 절초를 사용한 것이다.
잔상을 남기며 서로의 형상이 뒤엉켰다.
퍼퍼퍼퍼펑!
타격음이 쉴 새 없이 울려 퍼졌지만 둘 사이에 몰아치는 기의 폭풍으로 인해 누가 이겼는지 승부를 알 수 없게 만들었다.
“크앗!”
울컥!
핏물이 흘러내렸다.
이진충은 자신의 가슴을 내려다보았다. 양쪽 가슴과 명치가 완벽하게 박살이 났다. 강력한 권격이 몸 안의 내장기관까지 부숴버린 것이다.
이진충은 믿을 수 없었다. 자신이 이처럼 허무하게 당할 줄은 생각도 못한 일이었다.
“이, 이럴 수가… 이게 뭐지?”
이진충의 최강공격이었던 적룡무상격(赤龍無上擊)이 무형의 기운에 의해 부서지고, 충격을 고스란히 몸으로 다 받아버린 것이다.
연광도 파리한 안색을 다잡으며 상대의 말을 받아주었다.
“백보신권(百步神拳)이라고 합니다.”
백 보 내에 있는 어떤 것이라도 부숴버릴 수 있다는 전설의 권이었다.
백보신권은 권풍이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기운을 외부로 발현하는 강기의 무공이었다. 강기와 권풍의 조화로 이루어낸 백보신권 앞에서 살아날 자는 극히 드물었다.
털썩!
이진충이 힘을 잃고 쓰러졌다. 아직 죽지 않았지만 숨을 힘겹게 몰아쉬는 것으로 보아 회복하기는 쉽지 않은 상태였다.
연광은 일을 끝내고 난 후 돌아섰다.
“이런!”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갔다.
귀뇌는 이 장로가 당하자 빨리 물건을 꺼내지 않은 것을 후회했다.
귀뇌가 후회하는 순간에 이진충의 수하들도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었다. 남궁태희의 검 앞에서 그들은 썩은 짚단처럼 베어졌다. 남궁태희의 검은 무섭도록 강하고 빈틈이 없었다.
귀뇌가 수레에 놓인 관을 열었다.
관에는 죽은 듯이 누워 있는 청년이 있었다. 청년은 숨을 쉬지 않는 것 같았다.
죽은 시체를 귀뇌는 조심스럽게 다루었다.
“때가 되었다. 너의 힘을 풀어라!”
휘리링!
주문과 더불어서 작은 휘파람을 불었다.
번쩍!
귀뇌의 주문에 반응한 시체가 갑작스럽게 눈을 떴다. 눈을 떴음에도 검은자위는 존재하지 않았다. 흰자위만 가득한 눈동자였다. 백안(白眼)을 뜨고 나자 지독한 살기가 사방을 가득 메웠다.
살아 움직이는 것 자체가 살기 덩어리였다. 살기만으로 사람을 죽일 수 있을 정도로 대단했다.
귀뇌조차도 그 살기에 움찔했다. 조종을 하는 조종자임에도 은근한 두려움이 묻어나올 정도로 대단한 시체였다. 아니, 시체가 아니라 강시라고 불리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보통의 강시가 아니었다.
“가라! 교의 안위를 위협하는 저놈들을 모조리 다 죽여라!”
귀뇌의 명령에 강시가 묵묵히 천악 일행을 향해 걸어 나갔다.
터벅터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