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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독존기 119화

무료소설 이계독존기: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020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이계독존기 119화

드러나는 금황전설 (2)

 

 

꿈틀!

 

천악은 미간을 꿈틀거렸다.

 

황금은 정해진 틀에 가공해서 금괴로 만들어놓는 것이 가장 유용하다. 가지고 다닐 수 있고, 따로 만들 필요가 없기 때문(금괴는 따로 있고, 바닥과 기둥이 금을 녹여 만들었음)이다. 그런데 금황은 금을 녹여 기둥과 바닥을 만들었다. 나중에 들어와서 가지고 갈 사람을 전혀 배려하지 않은 것이다. 금황 스스로의 만족을 위해 이리 해놓은 듯했다.

 

‘귀찮군.’

 

물론 천악은 하나라도 남겨둘 생각은 없다. 돈은 많으면 많을수록 유용한 것이니 말이다. 굳이 돈에 초연하고 싶은 마음도 없었다. 돈은 인간이 살아가는 수단이다. 더구나 많으면 많을수록 삶은 더욱 윤택해지고 발전된다.

 

선비는 돈을 구정물이라고 하지만 일반 서민들에게 돈은 살아가는 본질이 된다. 자식들을 교육시키고 편안하고 안락한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다. 즉, 돈이 있어야 생활이 가능한 것이다.

 

천악이 쌓아놓은 금괴와 보석을 먼저 수집하기로 마음먹었다.

 

“잠시 뒤로 물러나라.”

 

천악이 아공간을 열었다. 이제까지와는 다른 크기였다. 공간을 완전하게 뒤덮을 정도로 큰 공간이었다.

 

열려진 아공간이 거대한 산처럼 쌓인 금괴와 보석을 삼켜버렸다. 말도 안 되는 광경의 연속이었다.

 

순식간에 금괴와 보석이 공간으로 사라져버리자 모두는 허탈함을 느껴야 했다. 이 많은 보물을 어떻게 나를까 고민했던 것을 순식간에 해결해 버리는 천악이었다.

 

태풍이었다. 아공간은 그것으로도 부족한지 주변에 널려진 금괴와 보석을 빨아들이고 있었다. 천악의 기운이 뻗어나가서 금괴와 보석을 삼켜버렸다.

 

1각이었다. 단 1각 만에 공간은 금으로 된 빈 공터가 되었다. 남겨진 것이라고는 갖고 나갈 수 없게 되어 있는 금 기둥과 금 바닥뿐이었다.

 

‘저럴 수도 있는 건가?’

 

여기서 아깝다는 표현을 하기에도 무리가 있었다. 다만 상식을 초월하는 능력을 가진 천악의 일거수일투족만을 어안이 벙벙한 채 보고 있을 뿐이었다.

 

 

 

천악은 단 한 곳을 제외하고 모두 쓸어 담았다. 그곳은 금황이 남겨둔 서책이 있는 곳이었다.

 

너무 오랜 시간이 지나서 많이 삭아 있을 것이라는 생각과는 다르게 많은 책들이 잘 보존되어 있었다. 서재 주변에 만들어진 진법과 안에서 나는 독특한 향기로 책의 부식을 막아놓은 것이다.

 

천악이 서재의 책을 살펴보았다.

 

책 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황금으로 표면이 칠해진 책이었다.

 

 

 

〈황금신공(黃金神功)〉.

 

 

 

“이건 금황의 독문내공심법이에요.”

 

제갈지는 황금신공을 보는 순간 참을 수 없는 기분이 들었다. 금황전설의 금황이 사용한 내공심법이었다. 누군들 궁금하지 않겠는가. 제갈지와 금은혜, 남궁태희, 운정, 연광 등도 궁금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천악은 황금신공 따위는 관심 없었다.

 

“보고 싶으면 봐라.”

 

궁금해 하는 여인들에게 미련 없이 책을 넘겨주자 연광도 꼽사리를 끼려고 했다. 그런데 천악이 차단을 해버렸다.

 

“우리가 무얼 하든 참견하지 않기로 하지 않았습니까?”

 

“그렇지요. 하지만 소승도 궁금해서 그런 것입니다. 그러니 조금 본다고 달라지는 것은…윽!”

 

여인들이 도끼눈을 뜨고 쳐다보았다. 남의 무공을 보려고 하다니, 염치없다는 뜻이 내포되어 있었다.

 

“소승은 관심이 없으니 알아서 하시오!”

 

황금신공의 책장를 넘기자 일기가 쓰여 있었다.

 

“천악 오라버니, 일기가 적혀 있는데요.”

 

“우리들 중에서 상고시대 문자를 해석할 수 있는 사람은 너뿐이니 읽어봐라.”

 

“예.”

 

 

 

〈후인들이여, 나는 인생을 살면서 한 번도 풍족하지 않은 생활을 해보지 않은 적이 없었다. 돈과 명예, 그리고 무공까지 어느 것 하나 부족하지 않았다. 세상에 나를 이길 자 없고, 나보다 부자인 자는 존재하지 않았다.

 

한 나라의 흥망성쇠까지도 나의 손으로 좌지우지할 정도로 나는 위대했다. 무소불위의 위치에서 세상을 조롱하며 살아간 것이 나의 인생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나의 인생이 완전히 무너진 일이 발생했다.

 

한 청년이 찾아왔다. 붉은 머리를 한 청년이었다.

 

놈은 거만했다. 나조차도 아래로 볼 정도로 거만했다. 나는 놈의 버릇을 고쳐줄 생각으로 가볍게 일 수를 내질렀다. 한 수면 끝이 날 것이라는 나의 생각은 오만이었다. 도리어 놈의 한 수에 나의 황금신공이 박살이 났다.

 

놈이 한 말은 아직도 나의 가슴에 상처로 남아 있다.

 

 

 

“하찮은 인간이군.”

 

 

 

놈은 나를 죽일 생각조차 없다는 듯 돌아섰다.

 

나는 분노를 참을 수 없었지만 나의 몸은 이미 만신창이였다. 죽지는 않았지만 단전이 부서지고 본신진기마저 소모되었다.

 

얼마 안 있으면 나의 몸도 한 줌의 재로 사라질 것이다.

 

나는 복수를 생각하며 열 개의 비도를 만들었다. 나를 잇는 후인이 나타나서 나 대신 복수해 주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이곳까지 들어온 자는 결코 평범하지 않은 능력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황금신공을 이어 나의 복수를 해주어라. 대신 내 모든 재산은 그대의 것이 되리라.〉

 

 

 

돈으로 세상을 지배한다고 말은 했지만 결국 능력의 한계를 드러내는 말이었다.

 

그런데 제갈지, 금은혜, 남궁태희는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잘 나가던 한 사람의 일생을 한순간에 부숴버린 주인공이 붉은 머리 청년이라는 것!

 

‘어디서 들어본 것 같은데!’

 

하지만 곧 고개를 저었다. 천 년 전의 사람이 광천검귀한테 나타났던 2백 년 전의 사람과는 같을 순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아무리 인간이 오래 살아도 천 년을 산다는 것은 불가능했다.

 

‘에이, 아니겠지.’

 

이미 깨져버린 황금신공으로 어떻게 이긴단 말인가.

 

여인들은 그저 묵묵히 다음 장을 넘겼다. 천 년이나 지나버렸으니 개인적인 복수는 사라졌다고 해도 무방했다. 지금 할 일은 황금신공을 탐독하는 일뿐이었다.

 

천악은 서재의 오른쪽이 이상하다는 것을 발견했다. 미세하지만 바람이 불어오고 있었다.

 

천악은 바람이 불어오는 부분을 손으로 눌렀다. 그러자 돌로 된 문이 열렸다.

 

 

 

문 안은 또 다른 세상이 펼쳐져 있었다.

 

은은하고 청아한 향기였다. 약재 냄새와 같지만 냄새를 맡는 자의 가슴을 시원하게 만들어주는 능력이 있었다.

 

상당한 넓이를 차지하고 있는 것들은 모두 영약과 영단, 영초들이었다. 일생에 한 번 구경하기도 힘든 기이한 약들이었다.

 

여인들과 연광은 모두 그쪽으로 시선이 가지 않을 수 없었다.

 

“만년삼왕(萬年三王).”

 

“지극한음혈보(地極寒淫血寶).”

 

“만년하수오(萬年何首烏).”

 

“금천신단(金天神丹).”

 

무인들이 보면 눈이 돌아가는 보물들이었다.

 

이들의 눈에도 기이한 열기가 감돌았지만 천악은 또다시 진공청소기를 열었다. 아공간이 열리자 블랙홀처럼 영단, 영초, 영약 등이 속수무책으로 빨려 들어갔다.

 

이번에는 1각도 아니었다. 그저 눈을 한 번 깜빡이는 순간에 다 쓸어갔다. 남겨진 것은 약재를 놓아둔 빈 장소뿐이었다.

 

 

 

꿀꺽!

 

연광은 마른침을 삼켰다. 이런 보물을 발견했지만 정작 아무것도 할 수 없어서 답답하기까지 했다.

 

‘아, 먹어나 봤으면!’

 

천악은 여인들에게만 한마디 했다.

 

“나중에 좀 주마.”

 

“정말이요?”

 

“물론이다.”

 

연광은 더 속이 탔다. 왜 자신은 쏙 빼느냐고 따지고 싶었지만 입을 다물었다. 그런 말을 해봤자 천악에게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겉으로는 존대해 주는 것처럼 보이지만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는 자가 천악이었다. 일반 상식으로는 도저히 잴 수 없는 기상천외의 인물이었다.

 

* * *

 

“드디어 도착했소!”

 

“이, 이럴 수가… 모두 금이오!”

 

넓은 공터 안의 모든 것들이 다 황금이라는 것을 안 귀뇌와 이진충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여기에 있는 것들을 가져간다면 근래에 실패한 일들을 모두 만회하고도 남을 것이다. 다만 아쉬운 것은 들고 갈 수 있는 형태로 된 금괴나 보석이 없다는 것이다.

 

“아쉽지만 하나씩 뜯어서 가지고 갑시다.”

 

“그렇게 하는 게 좋겠소.”

 

그들이 행복한 고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할 때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약재창고로 들어갔던 천악 일행이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화들짝!

 

귀뇌와 이진충은 깜짝 놀라고 말았다. 이 장소는 누구도 알지 못하는 곳이었다. 그런데 사람이 나오자 놀라고 만 것이다. 사람이 있어서는 안 되는 장소였다. 설마 천 년 전 사람이 아직까지 살아 있다고는 생각할 수 없었다.

 

와락!

 

귀뇌의 얼굴이 순식간에 일그러졌다. 어떻게 저 얼굴을 잊을 수 있단 말인가. 요즘 들어 교의 일을 가장 많이 방해한 놈이었다. 교의 척살대상 1순위에 놓인 대상이 바로 지금 그들의 눈앞에 버젓이 나타난 것이다.

 

“풍운마룡!”

 

이진충 역시도 놀라기는 마찬가지였다. 교의 척살대상 1순위가 왜 여기에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이유가 어찌되었든 천악이 자신들보다 먼저 와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에 놀라고 있었다.

 

귀뇌의 눈에 제갈지가 들고 있는 황금신공이 들어왔다. 금황의 독문내공심법이었다. 과거의 내공심법이기는 하지만 그냥 지나칠 수 없기도 했다.

 

“네놈들이 이곳에 어떻게 들어왔는지는 알 수 없지만 살아갈 수 없을 것이다.”

 

귀뇌의 눈에 괴기스러움이 묻어나왔다.

 

황금동의 비고에 든 것들을 모두 수집하고 난 후에 함정을 설치하려던 계획이었다. 그 계획을 어지럽히는 존재를 그냥 놔둘 수 없었다.

 

 

 

천악은 자신을 향해 적의를 내뿜고 있는 놈들을 보았다. 의아한 면이 없지 않았다. 별것도 아닌 놈들이 함부로 이빨을 들이미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아직 둘러볼 곳이 더 있을지 몰라서 조금 바빴고 일일이 상대하기 귀찮았다.

 

천악의 시선이 연광에게 향했다.

 

‘응?’

 

“왜 그러시오?”

 

연광은 돌연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지그시 연광을 바라보던 천악이 점잖게 말을 이었다.

 

“밥값을 하기로 하지 않았습니까?”

 

“서, 설마 저보고 저놈들을 상대하라는 말씀입니까?”

 

“말을 참 잘 알아들으십니다.”

 

연광은 기가 막혔지만 약속을 했으니 어쩔 수 없다는 것을 인정했다. 부처의 이름을 걸고 한 약속이었다.

 

그리고 상대가 자신들을 향해 진득한 살기를 뿌리는 것으로 보아 대화로 풀 수 있는 상황도 아닌 듯했다. 다만 한 번 정도는 대화를 해보기로 마음먹었다.

 

“이보시오, 시주들. 험한 살기를 뿌리지 마시고 부처의 세상으로 귀의해서 극락정토의 기쁨을 느껴보도록 하시오.”

 

아주 정중한 연광의 말이었다.

 

그러나 상대는 그 말을 듣고 알겠다며 물러날 위인들이 아니었다.

 

귀뇌와 이진충은 미친 중의 말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시끄러운 놈을 치워버리고 보물을 모두 가져갈 생각만 했다.

 

“놈들을 죽여라.”

 

“존명!”

 

이진충의 수하들 중 열 명이 쏜살같이 연광을 향해 나아갔다. 한 치의 틈도 허용하지 않을 정도로 군더더기 없는 움직임들이었다.

 

차아앙!

 

일제히 검을 뽑은 상태로 연광을 난도질하려고 했다.

 

연광은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열 개의 검기를 보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말로 해결한다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이었나 보다. 역시나 사람을 개화시키려면 사랑의 금강권(金剛拳)이 필요하다는 스승의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소림사의 칠십이종 절기 중 하나인 금강복호신권(金剛伏虎神拳)이 연광의 주먹에서 쏟아졌다.

 

사나운 맹수도 단 한 수에 제압이 가능하다는 전설의 주먹이었다. 금강복호신권이 제대로 힘을 발휘할 때는 금빛의 찬란한 섬광이 번쩍인다고 전해지고 있었다.

 

퍼퍼퍽!

 

금광(金光)이 번쩍이자 살기를 뿜은 열 개의 검기가 사방으로 튕겨나가 버렸다.

 

충격을 받은 열 명의 무인들은 연신 뒤로 물러났다. 개중 절반은 충격을 받고 핏물을 흘렸다. 단 한 번의 충격이지만 그 힘이 가진 위력은 범상치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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