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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 최강 군바리 169화

무료소설 이세계 최강 군바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335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이세계 최강 군바리 169화

169화 지긋지긋한 자식! (3)

 

 

 

 

“크큭!”

 

악문 이를 드러내면서 괴랄한 미소를 짓는 발루아 공작.

불길한 검은빛이 놈의 클레이모어를 감싸고서 위압적인 기세를 마구 뿌려댄다.

마친 한 방에 날 저세상으로 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그의 얼굴에 그득하다.

확실히…

놈은 발루아 공작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다.

나와 두 번이나 싸워서 깨진 놈이다.

두 번째 싸움에선 조금 고전(苦戰)하긴 했지만, 놈이 나에게 두 번이나 패했다는 건 부정할 수 없는 현실.

그런 주제에 저런 자신감을 드러낸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내 손에 두 번째 죽음을 맞이한 지 얼마나 되었다고.

결론은 다른 놈이라는 얘기.

그렇다는 건 나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고 있다는 얘기다.

 

두두두두두!

 

급격히 놈과 거리가 가까워진다.

음습하고 사나운 살기가 먼저 덮쳐 온다. 날것 그대로의 광포하고 흉흉한 기세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회색빛 죽은 눈을 한 상대의 전투마와 칼립이 교차하기 직전,

 

“가라! 애송이!”

 

발루아 공작이 머리 위로 치켜든 클레이모어를 사선으로 베어 온다.

위압적인 기세가 클레이모어에 잔뜩 담겨 있었다. 마치 검은색 벼락이 들이닥치는 것처럼 압박감이 밀려온다.

 

“꺼져! 꼰대!”

 

기합을 대신해 버럭 고함을 질렀다.

움직이는 시체 놈이 누구더라 죽으라는 거야!

짜증과 악의를 담아서 브로드 소드를 아래에서 위로 힘껏 올려쳤다.

달려오는 전투마의 머리를 노리고서…

 

서억!

 

“어, 어어억!”

 

머리를 잃은 전투마가 와르르 무너지는 순간에 발루아 공작의 쇳소리 가득한 당혹성이 흘러나온다.

 

쿠당탕탕!

 

갑옷이 땅바닥과 부닥치면서 요란한 소리가 튀어나왔다.

 

“잘했어, 칼립!”

 

녀석의 목덜미를 가볍게 두들겨 주었다.

내 뜻을 알아차리고 놈의 전투마와 교차하려는 순간에 기가 막히게 움직여 주었다. 마치 오토바이를 타고서 코너링을 할 때처럼 극단적으로 몸을 기울이면서 거리를 벌려 준 것이다.

발루아 공작의 클레이모어를 피하려는 나의 몸동작을 감지하고서 말이다.

눈치 하나는 타고난 놈 같다.

밝혀서 그렇지…

 

“날뛰러 가자!”

 

“푸르륵!”

 

칼립이 더욱 속도를 높여서 달리면서 대답한다.

어쩐지 기분이 좋은 듯 느껴지는 투레질 소리다.

 

“놈은 혼자다! 물러나지 않는다!”

 

이제는 확실하게 상황을 인지한 흑기사 중의 하나가 랜스를 겨누면서 소리쳤다.

비장한 각오가 느껴지는 음성에 나 역시 더욱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고서 디바인 소드에 내공을 담았다.

 

우우웅!

 

벌떼가 날아다니는 듯한 진동음이 디바인 소드에서 흘러나온다.

놈들이 후퇴하는 아군 병사를 포기하고서 오롯이 나에게 집중하고 있었다.

그들의 랜스에 하나같이 검은색 마나 블레이드가 맺혀 있다. 혼란을 수습하고 대열을 갖춘 그들이, 일제히 랜스를 겨누고 돌격을 감행해 온다.

 

“으으으으…….”

 

전신의 내공과 기력을 쥐어짜면서 디바인 소드의 손잡이를 으스러질 만큼 강하게 움켜쥐었다.

놈들과의 거리는 대략 20미터.

검강을 잔뜩 품은 디바인 소드를 수평으로 크게 휘둘렀다.

 

바우웅!

 

푸른 검강이 디바인 소드의 검 끝을 따라 길게 늘어진다.

 

“차앗!”

 

기합성과 함께 내공을 잠시 끊었다.

길게 늘어난 검강이 맹렬하게 회전을 일으키면서 전방으로 쏘아졌다.

이곳 세상에서 부르는 명칭으로는 플라잉 오러(Flying aura)

아군 병사가 거리를 벌리고 도주한 지금, 마음껏 날뛸 절호의 기회다.

 

“피, 피해!”

 

기세등등하게 마주 달려오던 흑기사들이 찢어질 듯 눈을 크게 뜨면서 괴성을 질렀다.

하지만 대열을 촘촘하게 구성한 탓에 움직임이 자유로울 수가 없었다는 건 그들에게 불행한 일이다.

 

스가가가각!

 

쏘아진 검강이 섬뜩한 절단음을 일으키면서 흑기사들을 썰고 지나간다.

일부러 검강의 범위를 길게 잡은 까닭에 대량의 흑기사들이 상하로 몸체가 나뉘어 바닥에 널브러졌다.

 

“보너스!”

 

한 차례 더 전방을 향해 디바인 소드를 휘둘렀다. 하나의 검강이 더 생성되어 흑기사들을 덮친다.

 

스가각! 서서석!

 

흑기사들의 마나 블레이드를 품은 랜스를 들이댔지만, 너무나도 쉽게 랜스를 가르며 휩쓸었다.

그러는 사이 칼립이 흑기사의 대열에 완전히 파고들었다. 바닥에 떨어진 말과 흑기사의 시체를 피하면서 달리는 솜씨가 일품이다.

연달아 디바인 소드를 휘두르면서 눈에 보이는 족족 흑기사를 도륙했다.

 

“칼립! 튀어어!”

 

흑기사를 돌파하고서 크게 소리쳤다.

이 정도면 시간을 끌어줄 만큼 끌어주었다고 판단했다. 내공의 소모가 많았던 만큼, 다른 소드 마스터들과 곧바로 전투를 벌이는 것은 위험천만한 노릇.

일단은 튀는 게 오래 사는 지름길이다.

 

“크와악!”

 

“웃기지 마!”

 

분노해 소리치는 흑기사의 머리를 투구째 날려 버렸다.

 

스각!

 

“서라!”

 

“네놈을 가만두지 않겠다!”

 

“빌어먹을 자식! 서란 말이다!”

 

뒤에서 험악한 세 개의 음성이 들려왔다.

고개를 돌려 뒤를 바라보니, 새로운 전투마에 올라탄 발루아 공작이 두 명의 소드 마스터를 이끌고 달려오고 있었다.

남은 내공을 모조리 디바인 소드에 밀어 넣고 놈들을 향해 힘껏 던졌다.

 

슈슈슈슝!

 

검강을 듬뿍 머금은 디바인 소드가 발루아 공작을 향해 회전을 일으키면서 날아갔다.

결과가 어떻게 되었는지 확인 따윈 하지 않는다. 디바인 소드가 손에서 떠나가니 손바닥이 간질거린다. 그러나 약간의 간지러움에 연연할 때가 아니다.

칼립의 재갈과 이어진 말고삐를 움켜쥐고 전력으로 진의심공을 운용했다.

할 수 있는 데까지 내공을 보충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칼립에 탔기 때문에 녀석이 달릴 때마다 끊임없이 나의 몸은 충격을 받는 중이다. 제대로 된 운기를 할 수 없는 상황.

약식으로 진의심공을 운용할 수밖에 없지만, 그럼에도 현재로썬 이게 최선이다.

 

“망할 자식아! 네놈만큼은 반드시 잡아 죽인다!”

 

뒤에서 한 놈이 씹어뱉는 듯한 음성으로 소리친다.

쓰바!

욕이라도 해주고 싶지만, 입을 열면 백회혈과 세맥을 타고 들어오는 대자연의 기운이 흩어질 우려가 있다.

그저 입 닥치고 일단은 내공을 회복하는 데 집중할 때다. 짧은 시간에 너무나 내공을 남발한 탓인지 단전에 텅 빈 느낌이 들 정도다.

 

“…….”

 

놈들을 피해 달아나던 나는 기운이 쭉 빠지고 말았다.

얼마 달리지도 않은 것 같은데, 벌써 아군 패잔병의 모습이 보였기 때문이다.

갈등 생긴다.

무시하고 지나치느냐 무리하더라도 발루아 공작 일당과 싸우느냐 그것이 문제다.

칼립의 빠름이라면 놈들을 유인하면서 시간을 벌 수 있을 것 같기는 하다. 하지만 안전을 장담할 수 없을 터다. 견딜 수 있을 만큼만 놈들과 상대한다면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예측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는 동안 아군 병사들이 얼마나 더 도주할 수 있을지 그것도 의문이고.

 

“염병…….”

 

답답한 마음에 내공 운용을 마무리하면서 한숨처럼 욕설을 흘렸다.

앞에서 달리는 건지 걷는 건지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흐느적대면서 이동하는 병사들.

슬쩍 건드리기만 해도 쓰러질 것만 같은 아군 병사다. 흑기사 놈들이 저런 병사들을 즐기듯이 도륙했을 걸 생각하니 열이 확 솟구친다.

빌어먹을 자식들!

용서가 안 된다!

그래! 단전의 내공이 절반 넘게 차오른 지금이라면 모험을 할 만하다.

 

“칼립 멈춰!”

 

약식 운기를 중단하고 막 칼립에게 명령을 내리는데,

 

<아이언 백작! 아이언 백작 어디 있나!>

 

도주하는 병사들의 아우성을 뚫고서 아련하게 들려오는 듀카스 백작의 목소리.

이러면 또 얘기가 달라진다.

 

“듀카스 대공 전하! 대열의 후미에 있습니다!”

 

내공을 담아 크게 소리쳤다.

일부러 ‘듀카스 대공 전하’라는 이름에 악센트를 주었다.

이지를 상실한 일부 흑기사와 달리, 뒤를 쫓아오는 발루아 공작 일당은 이성이 확실하게 남은 놈들이었으니까.

 

두두두두두!

 

지쳤음이 분명함에도 병사들이 흐느적대면서도 필사적으로 길을 터주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내가 왔으니 안심하라! 아이언 백작!”

 

적어도 300명은 거뜬하게 넘어 보이는 기사들을 이끌고 패잔병 사이에서 나타난 듀카스 대공.

하마터면 울컥할 뻔했다.

저 노친네가 이렇게 반가울 줄이야!

 

***

 

“이런…….”

 

발루아 공작이 말고삐를 잡아당겨 서서히 속도를 줄이고는 쓰게 입맛을 다셨다.

 

“어째서 멈추시는 겁니까, 총사령관 각하!”

 

그의 곁에서 말을 달리던 윈스터가 의아한 얼굴로 말했다.

메이튼 역시 눈살을 찌푸리면서 발루아 공작에게 시선을 던졌다. 약삭빠르게 자신들을 피하면서 부하들을 도륙하던 윌슨에게 분노가 쌓였던 참이다.

이제 윌슨이 도망칠 곳이라곤 없는 상황이라 끝장을 보고 싶었다. 그런데 발루아 공작이 멈췄으니 답답할 뿐이었다.

 

“뒤를 보시오. 우리만으로 돌격하는 건 위험하오.”

 

발루아 공작은 듀카스 대공의 옆으로 이동하는 윌슨을 노려보면서 이를 갈았다.

 

“으음… 좋지 않군요.”

 

그러자 윈스터가 뒤를 돌아보면서 침음성과 함께 앓는 소리를 내었다.

윌슨이 흑기사들을 휘젓고 다닌 탓에 남은 부하의 숫자가 100이 채 되지 않았다.

그나마도 부상당한 놈들이 뒤섞여 있어서, 위력을 발휘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가 생기지 않는다.

하지만 엘튼 제국의 패잔병을 가르고 등장한 적 기사단은 흑기사단보다 3배가 넘는 숫자다. 거기에 그들이 쥔 랜스에서는 꺼림칙한 기운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소드 마스터의 경지를 이룩한 자신에게는 위협적이진 않다. 그렇지만 엘튼 제국의 기사들과 비슷한 수준의 실력을 지닌 흑기사에게는 상당한 위협이 될 터다.

어지간한 부상쯤은 가볍게 회복하는 흑기사들이지만, 엘튼 제국 기사들의 랜스에 당한다면 치명상을 당할 확률이 높다.

 

“하지만 우리 쪽은 소드 마스터가 셋이나 됩니다.”

 

불리함을 알면서도 윈스터는 자존심 때문에 지금의 상황을 인정하기가 싫었다.

이제껏 고양이 쥐잡듯이 가지고 놀던 패잔병이다. 고작 300의 기사단이 등장했다고 후퇴를 결정하는 게 마음에 들지 않은 것이다.

 

“뒤를 받쳐줄 병력도 없는 상태요. 저만한 숫자라면 우리가 고립될 위험도 배제할 수 없지 않겠소? 아쉽지만 후퇴하는 수밖에 없을 듯하오.”

 

발루아 공작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듀카스 대공의 등장에 호승심이 치밀어 올랐다. 그러나 자신의 개인적인 욕심으로 인하여 위험을 감수하기는 꺼림칙했다.

 

‘지난번과 같은 실수를 반복할 순 없지.’

 

주먹을 꽉 말아쥐면서 눈을 부릅떴다.

가슴속에서 불길이 화르륵 타오르는 기분이었으나, 가슴이 시키는 대로 행동할 수는 없었다.

부활하기 전에 싸웠던 경험으로 비추어 봤을 때, 듀카스 대공은 단시간에 제압할 수 없는 인물.

부활하면서 더욱 강력한 힘을 얻었으나, 방어에 특화된 듀카스 대공의 검술을 단번에 무력화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듀카스 대공 혼자라면 모르겠지만, 저쪽에도 소드 마스터급 기사가 있소. 포위되었다가는 재미없는 상황이 벌어질 테니, 이쯤에서 물러나는 게 좋을 듯하오.”

 

발루아 공작은 투기를 억지로 잠재우고 두 명의 소드 마스터에게 말했다.

 

“저놈이 문제였던 거군요. 빌어먹을 애송이 놈.”

 

윈스터가 듀카스 대공 옆에 선 윌슨을 노려보고서 이를 갈았다.

 

“그렇소. 듀카스 대공만을 목표로 한다면 어찌어찌 처리할 수는 있겠으나, 우리가 무사히 후퇴할 수 있을 거라고 보기는 어렵소.”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면서 발루아 공작이 대답했다. 잠시 말을 끊은 그가 말머리를 돌리고 뒷말을 이었다.

 

“돌아갑시다. 다음을 기약하는 편이 현명한 선택일 것이오. 제대로 준비한 다음에 놈들을 처리해도 늦지 않소.”

 

“흥! 빌어먹을 지긋지긋한 애송이 놈! 이번엔 돌아가지만, 다음번엔 절대로 살려 두지 않겠다.”

 

윈스터가 말고삐를 잡아당기고는 윌슨을 매서운 눈으로 노려보았다.

상대의 얼굴을 머릿속에 새겨 두겠다는 듯이 그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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