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계독존기 108화
무료소설 이계독존기: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922회 작성일소설 읽기 : 이계독존기 108화
전설을 찾아서 (3)
천악이 머무는 거처로 들어갔다. 제갈지가 문을 열고 들어가자 그 안에 천악이 보였다. 그런데 한 가지 없어야 할 배경이 추가되어 있었다.
‘누구?’
여인이었다. 눈부시게 아름다운 여인이었다. 그런 여인들이라면 남궁태희와 금은혜라고 생각하겠지만 그녀들이 아니었다. 그녀들과 쌍벽을 이룰 정도의 미모를 가지고 있음에도 기억에 없는 여인이었다.
운정이 천악과 다소곳이 차를 마시고 있다가 제갈지를 보고 말을 건넸다.
“반가워요. 저는 운정이라고 해요.”
“제갈지예요.”
그제야 제갈지도 그녀가 누군지 알 수 있었다. 천악이 병을 고쳐준 여인이 바로 운정이었다.
그런데 이토록 아름다운 여인일 것이라고는 미처 생각지 못했다. 상황을 보니 또 다른 경쟁자가 등장한 듯했다.
‘제기랄!’
제갈지는 운정의 머리를 보았다. 머리카락이 있는 것으로 보아 아직 법적에 이름을 올리지 않은 것 같았다. 그렇다는 것은 아미파 소속이지만 혼인이 가능하다는 말이 되었다.
위험한 경쟁자였다.
‘두 명도 벅찬데 이제는 또 한 명 추가야?’
그렇다고 천악에게 질투를 내비쳐서는 안 되었다. 천악은 여인의 질투를 받아줄 사람이 아니었다.
“무슨 일이지?”
“그게 저……!”
제갈지가 운정을 가리켰다. 황금비도를 가지고 온 사람이 대정선자이기는 해도, 비도의 위치를 같이 공유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였다. 비밀을 유지하려면 아무래도 사람의 수가 적을수록 좋았다.
“운정 소저는 이제 나가주셨으면 합니다.”
“제가 있으면 안 되나요?”
콧소리를 넣어가며 천악에게 애교를 부리는 운정이었다.
그녀는 아직 천악과 더 대화를 나누고 싶었다. 자신을 살려준 사람이기에 호감을 가지고 있었다.
“안 됩니다.”
그녀의 간곡한 말이 냉정하게 반사가 되었다.
“알았어요.”
더 투정을 부리면 안 될 것 같다는 것을 직감한 운정은 방문을 나섰다.
제갈지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역시나 천악은 여인에게 휘둘릴 사람이 아니었다.
“말해 봐라.”
“황금비도에서 보물이 숨겨진 곳을 알아냈어요.”
“어디냐?”
“하남성의 숭산이에요.”
“숭산이라… 그럼 소림사에 있는 건가?”
숭산 하면 떠오르는 곳이 바로 무림의 태산북두인 소림사다. 소림사가 있는 곳이라면 보물이 있다고 해도 소림이 가지고 있을 확률이 컸다.
천악은 남의 것을 탐을 낼 생각은 없었다. 임자가 없는 보물이라면 상관없지만 누군가 소유한 보물을 빼앗을 정도로 궁하지 않았다.
“아니에요. 소림사는 숭산의 소실봉 중턱에 있잖아요. 황금비도가 가리키는 곳은 태실봉이에요. 태실봉은 숭산에서도 외진 곳이라서 사람의 발길이 없는 곳이기도 해요. 숭산 전체를 소림사라고 보는 것은 아니니까 상관없을 거예요.”
“그럼 다행이군. 그럼 이번 여행은 하남성으로 가볼까?”
“저도 가는 건가요?”
“너의 역할이 컸다. 그러니 같이 간다.”
“고마워요.”
“고생했다.”
제갈지는 천악이 인정해 주는 것에 만족하고 기쁨을 표시했다.
천악은 곧바로 여행 준비를 지시했다.
고 총관은 진삼과 왕삼을 불러 여행에 필요한 것들을 마련하고, 마차에게 물건을 실었다.
천악이 여행 간다는 소식은 거의 동시에 바로 두 곳으로 전해지고 있었다.
호화로운 의자에 앉아서 돈을 세고 있던 여인이 있었다. 바로 금은혜였다.
금은혜는 천악이 여행 간다는 소식을 들었다.
“수고했어.”
“별말씀을요.”
“다음에도 소식이 있으면 바로 전해야 돼. 알겠지?”
“물론입니다.”
진삼은 금은혜가 쥐어주는 은자 열 냥을 기쁘게 받아 들었다.
이것은 그의 소일거리 중 하나였다. 금은혜는 금천상가의 지부에 있는 동안 풍운장원에서 일어나는 일을 진삼에게 부탁해서 알려달라고 한 것이다. 그러면서 술이나 한잔하라고 은자 열 냥을 쥐어줬다.
진삼으로서는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장차 장원의 마나님이 될 사람이라 별로 거부감도 없었다. 돈도 얻고 신임도 쌓을 수 있는 일이었다.
진삼이 나가자 금은혜는 빨리 단장을 했다. 천악이 여행을 떠난다는데 이대로 손 놓고 있을 순 없었다. 빨리 준비하고 풍운장원으로 가봐야 했다.
그동안 금천상가의 일을 임극환과 유화, 그리고 도지연에게 맡겨놓을 생각이었다. 대충 어려운 시기는 지나갔으니 한동안 한가할 것이다.
‘이번에는 한몫 단단히 챙겨야지.’
천악과의 여행은 같이 가는 것만으로도 좋았지만 덤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이 있다는 것에 기대가 되었다.
‘남궁태희는 모르겠지? 크크크!’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금은혜가 웃고 있을 때 남궁태희도 소식을 듣고 있었다.
“여행을 간다고요?”
“그렇습니다.”
“언제 갈 거 같나요?”
“곧 갈 거 같습니다.”
“알겠어요.”
소식을 전한 이는 왕삼이었다. 그는 천악의 행보를 일일이 남궁태희에게 전하는 세작이 되어 있었다.
왕삼 역시도 남궁태희가 주는 돈을 받았다. 처음에는 거절했지만 받아두라는 남궁태희의 말에 돈을 받았다. 왕삼도 장차 장원의 주모가 될 사람으로 남궁태희를 생각하고 있었으니 부담감 같은 것은 별로 없었다.
“이번에야말로 가문을 위해 내 존재를 확인시키는 거야!”
얼음 같았던 남궁태희였지만 이제는 많이 달라져 있었다. 얼음은 녹아버렸고 마음속엔 천악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 찼다. 가문을 위한다는 명목은 그나마 남은 자존심이었다. 남궁장천과 남궁혁성이 뒤에서 전폭적으로 밀어주고 있는 상황이니 거리낄 것이 없었다.
당지독은 당분간 천독강시 실험은 하지 않고 있었다. 개왕한테 무력으로 지지는 않겠지만 괜히 꼬투리 잡히는 일은 하지 않았다.
그러니 시간은 남고 한가했다. 풍운장원에서 빈둥거리면서 이리 기웃, 저리 기웃거리다가 이런저런 참견을 하는 것이 그의 일상이었다. 개왕도 그의 뒤를 따라다니면서 장원을 돌아다니고 있었다.
“넌 할 일 없으면 개봉으로 돌아가지 그래?”
“흥! 그건 내가 할 말이다. 너도 빈둥거리는 빈대 주제에 누구한테 그따위 말을 하는 거야!”
개왕도 돌아가고 싶었지만 지금 상태로는 갈 수 없었다. 거지면서 누구보다 깨끗해졌으니 개방의 조사를 볼 낯이 없었다. 어떻게 된 일인지 몸을 더럽혀도 다시 깨끗해지고 있었다. 몸에 먼지 하나 붙지 않으니 환장할 일이었다.
당지독은 왕삼과 진삼이 바쁘게 움직이면서 사두마차에 짐을 싣는 것을 보고는 넌지시 물어보았다.
“왜 이렇게 바쁜 건가?”
“장주님이 여행을 떠나신다며 마차에 짐을 실으라고 했습니다.”
“음!”
당지독은 어떻게 해서든지 당묘정과 군천악을 엮으려고 했는데 그게 쉽지 않았다. 아직도 당묘정이 당가에서 나오지 않고 있으니 어떻게 해볼 수도 없었다.
“이번 여행을 사천으로 가면 안 되나? 내 그럼 묘정이와 천악이를 엮을 수 있을 텐데…….”
“흥! 꿈 깨셔!”
“뭐야?”
“주제를 알아야지. 군천악이라는 놈의 옆에 있는 여인들이 빙화 남궁태희와 금룡화 금은혜야. 그리고 지낭이라고 불리는 제갈지까지 있는데 너의 손녀딸이 될 성싶으냐! 오를 나무를 쳐다봐야지.”
“뭐? 너 뚫린 입이라고 잘도 나불거리는구나.”
“사실을 말하는데 애처럼 발끈하고 지랄이야!”
“뭐시라? 내 손녀딸이 어디가 어때서? 누구보다 귀엽고 예쁘고 똑똑한 아이다.”
“고슴도치도 지 자식은 예쁘다고 하더니만, 너 미쳤구나.”
부들부들!
그동안 놀림 당한 개왕의 독설은 정도를 넘고 있었다. 울분이 쌓이다 보니 당지독의 성격을 잠시 잊고 말았다. 당지독의 얼굴이 흉신악살처럼 변해 있는데도 개왕의 주둥이는 쉬지 않고 나불거리고 있었다.
“말 다했냐?”
“아니, 더 있다. 어디 비교할 데가 없어서… 헛!”
슈우웅!
파아앙!
당지독의 손에서 붉은 기운이 뻗어나가 개왕의 몸을 격타했다. 그 순간 개왕이 헛바람을 내쉬며 즉시 취팔선보를 시전해서 피했다.
당지독은 개왕이 피하자 더욱 막강한 기운을 뿜어내었다. 개왕의 바람과 같은 빠른 신형에 못지않게 당지독의 신형은 더 빨랐다.
‘이놈이 더 빨라졌구나.’
궁휼은 과거에 독을 무기로 사용했던 당지독에게 당하기는 했지만 신법과 보법에서는 지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드러난 신위를 보자 그 능력이 상당히 발전했음을 알 수 있었다.
현경에서도 완벽한 경지에 다가선 당지독이었다. 그의 능력을 제대로 받을 수 있는 자는 이제 중원에서도 세 손가락 안에 들 것이다.
개왕은 죽을힘을 다해 피하고 있었지만 쉽지 않았다.
“잡히면 죽을 줄 알아!”
개왕은 젖 먹던 힘을 다해 피하고 당지독은 그 뒤로 따라붙었다. 조금 더 하면 개왕이 잡힐 찰나의 순간이었다.
개왕의 몸에 땀이 급속도로 솟아올랐다. 이대로 있다가는 당하는 것도 시간문제였다.
역시나 삼제와 삼왕은 엄연히 차이가 존재했다. 미묘한 차이라고 생각했건만 실제로는 그 격차가 더욱 컸다.
“좋다. 어디 죽어보자!”
개왕도 더는 도망치지 않았다.
돌아선 개왕이 강룡십팔장을 출수했다. 신법을 사용하고 바로 장법을 구사하는 개왕의 신속함은 혀를 내두를 만했다. 그럼에도 당지독은 가볍게 장법을 피해 버렸다.
아무리 당지독이 강해도 강룡십팔장은 장법서열 3위 안에 드는 위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 위력을 정면으로 부딪치면 충격을 받는 것은 당연했다. 그런 면에서 천악은 괴물이라고 할 만했다.
당지독 역시도 장법을 펼쳤다. 독의 사용을 자제하면서 삼양신장을 연거푸 출수했다.
퍼펑! 퍼펑!
삼양신장과 강룡십팔장이 정면에서 부딪치자 공중으로 분해가 되었다. 장법의 위력 자체가 강룡십팔장이 강한 것은 분명하지만 시전자의 능력 차이가 나고 있기에 오히려 개왕이 뒤로 밀렸다.
“컷!”
‘역시 강하구나.’
과거나 지금이나 당지독은 괴물처럼 강했다. 이런 당지독도 어쩌지 못하는 천악은 도대체 어떤 괴물인지 짐작도 못 할 정도였다.
“이 거지 놈이 감히 내 손녀딸을 비하해? 너 오늘 제삿날인 줄 알아라!”
“자, 잠깐! 그만하자. 남의 집에서 싸우는 것은 예가 아니다.”
“지랄! 거지 주제에 예의 찾기는!”
당지독의 기세에 움츠려 든 개왕이었다.
추상락이 멀찍이서 걸어오고 있었다. 추상락은 곳곳에 부서진 잔해를 보면서 표정이 창백해져 있었다.
“이게 무슨……?”
개왕이 추상락을 반겼다.
“제자야, 우리가 힘을 합쳐 저 노독물의 간악한 행위를 타파하자.”
“흥! 한 놈이 보태진다고 날 이길 것 같으냐?”
당지독은 개왕와 추상락이 같이 덤벼도 눈 하나 깜박하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그러나 추상락의 말 한 마디에 모두의 표정이 변했다.
“지금 무슨 짓을 한 줄 아십니까?”
“뭔 소리야?”
“주변을 보십시오. 주인님이 만들어놓은 조각을 부수지 않았습니까. 이제 어떻게 할 겁니까?”
당지독과 개왕은 그 즉시 행동을 멈추었다. 잠시 주춤하다가 서로 눈이 마주쳤다. 그리고 서로 속닥속닥하는 것이 아닌가!
“흐흐흐!”
사악한 미소를 흘리는 당지독과 개왕을 보자 추상락이 뒷걸음질을 쳤다.
“왜, 왜 그…러십니까?”
“제자야!”
“상락아!”
“그렇게 능글맞게 부르지 마십시오.”
“네가 독박 써라!”
“그, 그런 말도 안 되는……!”
아니, 사고는 지들이 쳐놓고 왜 자신이 책임을 져야 하는가! 만약 이 사실이 천악에게 알려지면 죽도록 맞을 것이 분명했다.
“그럼 이 사부가 뒈지게 맞아야 네 분이 풀리겠느냐! 어이쿠, 이제는 제자가 사부를 죽이려고 드네.”
추상락은 울고 싶은 기분이었다. 개왕이 저렇게까지 말하는데 어떻게 안 된다고 거절한단 말인가.
스윽!
“그럴 필요 없다, 이미 다 봤으니.”
아무도 모르게 어느 순간 나타난 천악이었다. 추상락에게는 구세주와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