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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독존기 83화

무료소설 이계독존기: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002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이계독존기 83화

금천상가의 습격 (4)

 

 

순식간에 벌어진 황당한 상황에 대정선자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처음 추상락이 도망치려고 펼친 취팔선보를 보고 기겁했다. 너무 빨라서 자신도 순간적으로 기척을 잡는 데 놓쳤었다. 그런데 방금 전까지 옆에 있던 천악이 어느새 추상락의 멱살을 잡더니 땅바닥에 꽂아버리는 것이 아닌가.

 

‘이럴 수가! 저 사람이 쓴 것은 분명 강룡십팔장일 텐데?’

 

강룡십팔장에서 뿜어져 나오는 상상할 수 없는 위압감에 절로 위축이 된 대정선자였다. 그런데 그런 강룡십팔장을 맨몸에 받았는데도 흠집 하나 없는 천악을 보자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었다.

 

강룡십팔장은 개방의 절기 중 가장 강력한 무공이었다. 한 번의 출수로 전신의 내공을 모두 응축시켜 폭발시키는 강룡십팔장을 정면으로 받고도 살아날 자는 강호에 열을 넘지 않을 것이다. 더군다나 흠집은커녕 아무런 충격도 받지 않았다.

 

대정신공을 연성하고 아미파 최고 고수에 들었다는 대정선자는 허탈한 심정이었다. 개 패듯이 맞고 있는 추상락조차 그녀가 상상하지 못할 정도의 고수였다. 그런 고수를 한 손으로 만신창이로 만드는 괴물 같은 신위를 가진 천악을 보자 얼이 빠져버릴 지경이었다.

 

‘도대체 저 청년은 누구란 말인가?’

 

대정선자는 군천악에 대해서 알지 못했다. 그녀는 영물을 구하기 위해 요동성의 장백산에 가 있었던 상태였다.

 

장백산은 그곳 사람들 말로는 백두산이라고 불리는 영산(靈山)이었다. 장백산에서 천년삼왕을 구하기 위해 거의 1년 동안이나 험준한 산행을 해야 했다. 제자를 살리기 위해 그녀는 살신성인의 자세를 잊지 않았다.

 

그러니 그 시간 동안 강호에 퍼진 소문을 듣지 못한 것이 당연했다. 그녀는 천년삼왕을 구하고 나서 바로 사천성 아미파로 돌아가려고 했을 뿐이다.

 

 

 

추상락은 쩔쩔매며 용서를 구하려고 노력했다. 용서를 구하면 그래도 봐줄 것이라는 한 줄기 희망에 목을 매고 있었다.

 

“제가 잘못했습니다. 그러니 용서해 주십시오!”

 

“잘못을 인정한다니 다행이구나.”

 

천악의 말에서 희망을 느낀 추상락의 표정이 살아나고 있었다.

 

“그럼 용서해 주시는 겁니까?”

 

“잘못했으면 맞아야지. 예나 지금이나 사람 되려면 맞아야 한다는 것을 모르나?”

 

“그…런 말도 안 되는……!”

 

추상락은 더는 말할 수도 없었다. 천악의 주먹이 인정사정없이 추상락의 전신을 패고 있었다.

 

퍼퍼퍼퍼퍼퍽!

 

가죽 공 터지는 소리가 장원 안을 메아리치듯이 울려 퍼졌다. 추상락의 비명소리도 밤공기를 타고 장원 밖에까지 퍼져나갔다.

 

한참을 더 맞다가 기절한 추상락이었다.

 

* * *

 

끼익!

 

방문을 열고 나온 당지독의 표정이 침울했다. 설마 하는 심정으로 소미의 맥을 진맥해 본 당지독은 그 설마가 사실임을 확인했다. 절맥증 중에서도 상위 절맥증인 칠음절맥이 확실했다.

 

이대로 두면 1년도 버티지 못하고 아이는 숨을 거둘 것이다. 어릴 때부터 확인하고 영약이나 영단, 영물을 먹였다면 이렇게 갑작스럽게 병환이 나타나지는 않았을지도 모르니 그게 더 안타까웠다.

 

천악이 당지독을 보며 뜻을 물었다.

 

“사실입니까?”

 

“그렇다. 어쩌다가 저 어린것이 칠음절맥에 걸렸는지…….”

 

“치료 방법이 양강지력의 내공과 절맥을 보호할 탕약, 금침대법이라는 데 맞습니까?”

 

“그걸 알지만 이 아이의 혈맥이 너무 약해. 최소 5갑자의 내력을 전심전력으로 퍼부어야 하는데, 내공이 들어가자마자 아이의 혈맥이 터져버릴 것이 분명해.”

 

3갑자도 아니고 5갑자의 내공이었다. 강호 최정상의 고수들만이 가졌다는 천고의 내공을 한 줌도 남기지 않고 퍼부어야 한다는 소리였다. 그것도 혈맥까지 보호하려면 내공이 더 필요할지도 몰랐다.

 

신일은 옆에서 천악과 당지독의 말을 들으며 절망했다. 무공을 배우면서 3갑자와 5갑자의 내공이 무얼 뜻하는지 알게 된 신일이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시절에는 무작정 사정을 했겠지만 이건 정말 무리였다.

 

모두는 절망했다. 하지만 다들 아니라고 할 때 유독 한 사람만 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는 바로 천악이었다.

 

천악은 다른 사람에 대해서는 그다지 관심을 갖지 않는 편이지만 일단 자신의 것 안에 포함된 것에는 최대한 보호하려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물론 가장 중요한 것은 아직도 천악 자신의 목숨이었지만 말이다.

 

신일을 비롯한 충호, 전칠은 이유가 어찌되었든 천악이 가르침을 내리고 있는 제자들이나 마찬가지였다. 하다가 안 되면 어쩔 수 없지만 최대한 노력은 해볼 생각이었다.

 

“혈맥을 보호하기만 하면 된다는 소리 아닙니까?”

 

“그게 쉬우냐? 5갑자의 내력을 버틸 수 있도록 혈맥을 보호하려면 그에 상응하는 내력보다 더 많은 내력이 필요해. 상식적으로 그런 내공을 가진 사람이 있다고 생각하느냐?”

 

5갑자의 내력을 훨씬 뛰어넘는 내력이 필요하다는 말에 다들 입이 떠억 벌어졌다. 물론 생사금침대법(生死金針大法)이라고 알려진 전설의 침구법으로 치료했다는 말이 있기는 하지만 생사금침대법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였다. 전설의 명의 화타만이 그 치료법을 알고 있다고 했다.

 

지금 이들 중에서 그런 침구법을 알 리도 없을뿐더러 할 수 있는 자도 없었다. 당지독도 절맥증의 치료에는 자신이 없었다. 한두 개의 절맥증이라고 모르겠지만 칠음절맥은 명의(名醫)를 넘어 신의(神醫)가 아니면 치료가 불가능했다.

 

다만 한 가지가 있다면 천년내공으로 아이의 혈맥을 보호하면서 음기로 막혀 있는 혈맥을 뚫는 것뿐이다. 말이 좋아 천년내공이지 갑자로 따지면 16갑자가 넘어가는 상상을 초월하는 내공이었다.

 

“제가 하겠습니다.”

 

“그래, 포기… 뭐? 뭐라고! 네가 아무리 강하지만 그건 너무 무리한 일이다!”

 

당지독도 천악이 강하다는 것을 아는 몇 안 되는 사람 중 하나지만 너무 무리한 일이었다. 잘못하다가는 아이뿐 아니라 천악까지 죽을 수도 있었다.

 

“전 목숨을 걸지 않습니다. 구할 수 있으면 구하고, 아니면 어쩔 수 없지요.”

 

상당히 무책임한 말이었다. 하지만 이대로 속수무책으로 끝을 내는 것보다는 가장 나은 방법이라고도 볼 수 있었다.

 

천악은 신일에게 물었다.

 

“이대로 시간이 지나면 구하기 더 어렵다. 네 동생이다. 선택은 네가 하도록 해라.”

 

열 살밖에 되지 않는 신일로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결정이었다. 하지만 지금 선택은 마지막이 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칠음절맥은 치료할 수 없는 불치병이었다.

 

신일은 한참 동안 말없이 고민했다. 함부로 선택을 할 수 없었다. 다른 누구도 아닌 자신의 동생의 목숨이 걸린 일이기 때문이었다.

 

천악은 신일이 포기한다면 굳이 소미를 구할 생각이 없었다. 싫다는 자에게 강요한다고 될 일도 아니었고, 천악 자신이 구하고 나서 욕먹을 짓을 하려는 헌신적인 사람도 아니었다.

 

“구해 주십시오, 장주님!”

 

“반드시 구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내가 할 수 있는 방법으로 할 뿐이다. 그래도 하겠느냐?”

 

“그래도 하겠습니다.”

 

“좋다. 네 뜻을 받겠다.”

 

“만약 동생을 잃더라도 장주님의 은혜는 목숨으로 갚겠습니다!”

 

어린아이의 말치고는 상당히 과격했다. 목숨까지 걸겠다는 신일의 각오는 진지하다 못해 진중했다.

 

모든 대화를 듣고 있던 대정은 또다시 놀라고 있었다. 칠음절맥을 치료한다는 천악의 말을 믿을 수 없었다.

 

“저, 정말… 구할 수 있단 말입니까?”

 

대정선자의 목소리는 심각하게 떨리고 있었다. 만약 칠음절맥을 치료할 수 있다면 자신의 제자도 살릴 수 있을지 몰랐다. 제자의 목숨을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생길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목소리가 떨린 것이다.

 

대정의 목소리에 당지독이 민 대머리의 대정선자를 보았다. 어디서 본 것 같은데 기억이 잘 나지 않았다. 나이가 드니 기억력이 감퇴한다는 말이 사실인 것 같았다.

 

“너 누구냐?”

 

대정선자는 서른 중반의 중년인이 자신에게 반말한다는 생각도 잊고 있었다. 그저 제자를 구할 수 있다는 생각만을 하고 있었다.

 

“아미파의 대정이라고 합니다.”

 

“음…그러니까 네가 그 코흘리개란 말이지?”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대정선자는 갑자기 자신에게 코흘리개라는 말을 하자 이해를 못 하고 있었다. 자신보다 어려 보이는 중년인이 반말하는 것도 넘어갔는데, 이건 정말 너무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 모르냐?”

 

“시주가 누군지 제가 어떻게 압니까? 그리고 너무 무례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까?”

 

“이거 내가 너무 젊어졌나? 나 당지독이다!”

 

“다, 당지독? 설마 천수암제 당지독 어르신이십니까?”

 

대경실색한 대정선자였다. 이런 곳에서 천수암제를 볼 줄은 몰랐다. 아주 어린 시절 한 번 본 적이 있었던 대정선자였다. 그 당시에 대정은 열여섯 살밖에 되지 않았었다.

 

“정말입니까?”

 

“내가 할일 없이 내 이름 가지고 거짓말 할 것 같아!”

 

당지독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무시무시한 기도를 대하자 대정은 절로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이 정도의 기도는 그녀 생애 처음이었다.

 

“그런데 암제 어르신께서 여기엔 무슨 일로……?”

 

“내가 이놈하고 보통 사이가 아니라서 말이지.”

 

천악은 이 둘이 통성명하는 데 시간을 소비하는 것보다 우선은 신소미를 구하는 것이 먼저라는 것을 알기에 당지독에게 부탁을 했다.

 

“최대한 혈을 보호할 수 있는 탕약을 만들어주십시오.”

 

“정말 할 생각인가 보구나. 네가 설마 진짜로 할 줄은 몰랐다. 어린 생명을 구하는 일이니 나도 최선을 다해 보겠다.”

 

“닷새 정도 탕약을 마시고 난 후 치료를 하겠습니다.”

 

대정선자는 풍운장원에서 아미파로 돌아갈 수 없었다. 천악이 치료할 수 있다면 그에게 부탁해 보기 위해서였다.

 

* * *

 

금은혜는 금천상가의 회의에 참석해 있었다.

 

얼마 전 금천상가의 냉동수레 운반에 차질이 빚어졌다. 강소성을 넘어가는 경계에서 정체불명의 복면인들이 갑작스레 수레를 습격해서 인명피해만 쉰 명이나 되었고 수레를 비롯한 물품까지 모두 빼앗겨버렸다.

 

금천상가로서는 비상사태였다. 물품이야 다시 구비해서 마련하면 되지만 냉동수레에 대한 비밀과 인명피해는 생각보다 심각했다. 상단을 호위하던 일급표사들이 속수무책으로 모두 도륙되어버린 것이다. 정체불명의 복면인들이 가진 무력은 상상 이상이었다.

 

이 일로 비밀리에 총관 주유성까지 안휘성 합비 지부에 도착한 상태였다.

 

금은혜 주위로 주유성과 임극환, 그리고 각 지부의 지부장들이 모여 이번 습격사건에 대한 일을 의논했다. 모두들 이번 습격이 한 번으로 끝이 나지 않을 것 같은 불안감들을 표출하고 있었다.

 

금은혜를 비롯한 주유성 등은 이번 사태의 주범이 같은 대륙 오대상단 중 하나일 것이라 생각했다. 만에 하나를 대비하기 위해서 일급표사들을 고용했건만 설마 이처럼 막무가내로 공격할 줄은 몰랐다.

 

“가장 유력한 곳이 어딘가요?”

 

“구룡상회가 가장 의심되지만 쉽게 밝혀지지 않을 것 같습니다. 증거라고 해봐야 남은 게 하나도 없습니다.”

 

“구룡상회의 구천상은 뒤가 구린 놈입니다.”

 

금은혜도 구룡상회가 의심되기는 하지만 다른 상단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었다. 이유가 어찌되었든 냉동수레로 인해 다른 오대상가의 매출에 타격을 입힌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으니까.

 

반면에 구룡상회를 계속 의심하는 것은 금천상가의 냉동수례로 대륙의 유통판매에 가장 큰 타격을 입고 있는 곳이 바로 구룡상회이기 때문이었다. 수치로 파악된 매출 하락의 폭이 거의 삼분지 일이 넘어가고 있었다. 구룡상회로서는 무시할 수 없는 매출 하락이었다.

 

“냉동 스크롤에 대한 비밀은 유출되었나요?”

 

“그건 아닐 겁니다.”

 

총관 주유성이 파악한 정보로는 아직 놈들이 파악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았다.

 

“확실한 거예요?”

 

“이번 냉동수레에 대한 비밀은 특급표두 한 사람만이 알고 있습니다. 시체들을 수습하면서 살펴본 바로는 특급표두가 가장 먼저 죽음을 당했습니다. 만약 비밀을 밝혔을 경우 검을 뽑은 상태로 죽지는 않았을 겁니다.”

 

“놈들이 앞뒤 안 가리고 냉동수레만 가져간 것으로 보아 냉동수레 자체에 비밀이 있다고 생각한 모양이네요.”

 

“그렇습니다. 설마 종이쪼가리가 냉동을 가능하게 만들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을 겁니다. 더군다나 특급표두에게는 비밀리에 냉동 스크롤을 사용하라고 했으니 비밀이 유출되지는 않았을 겁니다.”

 

습격한 복면인들이 일부러 시체의 형태를 바꿀 수도 있지만 그럴 가능성은 적어 보였다. 거의 대부분이 복면인의 갑작스러운 습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특급표두의 실력은 일류고수에 이르러 있었다. 일류고수가 검을 뽑자마자 당했다는 것은 상대의 실력이 절정에 달했다는 소리였다.

 

“놈들의 수가 얼마나 되나요?”

 

“적어도 스무 명 이상입니다. 검흔(劍痕)으로 유출해 보건대 그 정도는 되었습니다.”

 

“표사들이 서른 명이나 되었는데도 당했다는 소리네요.”

 

“그렇습니다.”

 

금은혜는 짜증이 났다. 상계의 일은 상행위로 결정이 되어야 했다. 그런데 이런 무력을 사용하는 집단이 나타난 것이다. 상도덕을 무시한 비도덕적인 행위였다.

 

그렇다고 아예 무시할 수도 없었다. 냉동수레에 대한 비밀이 밝혀지지 않았을 경우 상대방은 이번보다 더 심한 짓을 할 수도 있었다.

 

“겨울이 다가오니까 냉동수레의 수요가 줄어들 거예요. 우선은 잠시 냉동수레를 이용한 표행을 중단하도록 하세요.”

 

“알겠습니다.”

 

“제가 따로 부탁을 해볼 생각이니까 그때까지 기다리는 게 좋겠어요.”

 

어차피 냉동 스크롤의 소비가 많아서 다시 스크롤을 사와야 했다. 금은혜는 군천악에게 가서 이번 사태에 대해 의논해 볼 생각이었다. 확실한 방법을 마련할 수 있다는 보장은 없지만 말 한번 정도는 해볼 수 있었다. 천악은 그녀가 생각하기에 신과 필적할 만한 신기한 능력을 가진 사람이었다. 왠지 모르지만 쉽게 해결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부터 금천상가는 경계를 강화하세요. 놈들이 꼭 냉동수레만 공격한다는 보장은 없으니까 지점 내 보안에 철저히 신경 쓰도록 하세요.”

 

“걱정하지 마십시오. 이미 경계령을 발동해 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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