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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독존기 78화

무료소설 이계독존기: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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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이계독존기 78화

천악의 신위 (3)

 

 

천악은 뒤엉킨 기혈과 내상으로 인해 고통 받고 있는 남궁태희를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그녀에게 치료 마법을 걸어주었다.

 

화아악!

 

눈부시게 새하얀 빛이 남궁태희의 전신을 감싸자 겉으로 보이는 외상은 치료가 되었다. 그리고 천악이 그녀의 어깨에 손을 대자 뒤엉켜 있던 기혈들이 제자리를 찾아갔다.

 

사실 겉으로 보기엔 약간 창백한 정도의 남궁태희였지만 속은 생각보다 더 엉망이었다. 기의 폭발력이 강할수록 기의 통로, 즉 혈맥이 받는 충격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남궁태희는 이미 한 번의 내상을 입은 상태였다. 완벽한 회복이 이루어지더라도 무리한 내공 사용은 위험한 일이었다. 그러니 멀쩡한 게 더 이상한 상황이기도 했다.

 

몸속으로 청아한 기운이 들어오자 남궁태희가 힘겹게 눈을 떠 천악을 바라보았다.

 

처음에 남궁태희는 자신이 인질이 되자 죽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천악이 월영의 요구를 거절하자 알 수 없는 서운함과 서러움이 물밀 듯이 솟구치는 것을 느꼈다. 천악에 대한 그녀의 마음이 생각한 것보다 더 컸나 보다.

 

하지만 지금 월영을 물리치고 자신을 치료해 주는 천악을 보자 제어할 수 없을 정도로 감정이 복받쳐 올라왔다. 그래서 자신도 모르게 천악에게 안겼다. 천악의 목을 두 손으로 사뿐히 껴안은 것이다.

 

천악은 안기는 그녀를 거절하지 않았다.

 

“이제 괜찮나?”

 

“고마워요, 오라버니. 저는…….”

 

“괜찮으면 됐다.”

 

끼이익!

 

사두마차 안에 있던 금은혜와 제갈지가 그제야 문을 열고 나왔다.

 

사실 그녀들이 나오지 않은 이유는 남궁태희가 전음으로 나오지 말라고 했기 때문이다. 자신조차 감당할 수 없는 강자들이라는 말에 금은혜와 제갈지는 어쩔 수 없이 나올 수가 없었다. 상대가 남궁태희가 이기지 못하는 자들이라는데 자신들이 나가봤자 거치적거리기만 할 뿐이란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마차 안에서 남궁태희가 당하는 소리를 들었다. 그 때문에 그녀들은 남궁태희에 게 미안한 감정을 느껴야 했다.

 

하지만 지금 남궁태희가 천악을 껴안은 모습을 보자 좀 전에 가졌던 미안함과 고마운 감정이 사라지고 질투만이 자리 잡고 말았다.

 

‘저런 상황을 유도한 게 틀림없어!’

 

‘일부러 다친 것 아냐?’

 

금은혜와 제갈지는 상당히 분했다. 그렇지만 지금 화를 냈다가는 밴댕이 속이라고 불릴 것이 분명했다. 지금은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고 평소처럼 행동하는 게 가장 좋았다.

 

 

 

천악은 쓰러져 있는 삼영살도 치료해 주었다.

 

삼영살은 심각한 내상과 심적인 타격을 받은 상태였다. 속수무책으로 한 명에게 당했으니 허탈한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억울한가?”

 

천악의 말에 삼영살은 그저 죄송할 뿐이었다.

 

“죄송합니다, 주군!”

 

“억울하면 힘을 기르면 된다. 그게 너희들이 할 일이다.”

 

“명심하겠습니다!”

 

삼영살은 천악의 위로에 감동받고 말았다.

 

사실 천악은 위로라고 한 것이 아니었다. 지금 삼영살이 살아 있는 것만으로도 장족의 발전이었다. 또한 월영과 전영은 삼영살이 상대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한 존재들이었다. 일대일로 월영과 전영을 이기려면 최소한 강호오천존에 들어야 할 것이다. 아니, 그렇다 해도 승부를 예측하기 쉽지 않았다.

 

 

 

“허억! 허억!”

 

바위 앞에 숨을 몰아쉬고 있는 월영이었다.

 

용혈로 인해 거의 무한체력에 가까울 정도로 강인한 체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 월영이 숨을 몰아쉴 정도로 지치고 힘들어하고 있었다.

 

월영의 오른팔은 어깨 위부터 상처가 아물어 있지만 팔은 존재하지 않았다. 천악이 뽑아버렸기 때문이다.

 

“도대체 누구냐?”

 

뿌드드득!

 

월영은 이를 갈며 천악을 향해 소리를 질렀다. 도대체 누군데 자신을 이토록 비참하게 하는지 알고 싶었다. 이름도 없는 놈한테 어처구니없이 당했다는 것을 인정할 수 없었던 것이다.

 

일그러질 대로 일그러진 얼굴과 붉게 충혈이 된 눈, 전신 근육의 신경과 경동맥들이 튀어 올라와 있는 월영이 천악을 향해 소리 질렀지만 들려오는 대답은 없었다.

 

천악이 무심히 다가가 월영을 내려다보았다.

 

천악의 눈을 본 월영의 얼굴이 더 일그러졌다. 천악의 눈은 무심함과 더불어 너 같은 것은 언제든지 죽일 수 있다고 말하고 있었다.

 

“네놈이 누군지 지금 말할 필요는 없다.”

 

천악은 놈의 왼쪽 가슴에 발을 대고 지그시 눌렀다.

 

“크으으으윽!”

 

신음소리를 내지 않으려고 발버둥을 치지만 고통은 참는다고 되는 것이 아니었다. 한 번 부서졌던 가슴에 다시 충격이 전해지자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고통이 수반되었다.

 

천악이 서서히 힘을 가중시키자 월영이 몸을 부들거리며, 속박에서 빠져나가려고 안간힘을 다했다.

 

바동바동!

 

“크아아아악! 그만……!”

 

우드드드득!

 

갈비뼈를 부서뜨리면서 심장까지 완전히 우그러뜨리는 상황이었다.

 

월영의 심장이 다시 한 번 부서졌다. 그러나 고통은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천악은 잠시 동안 기다려주었다.

 

용혈로 인해 월영은 다시 회복이 되어가고 있었다. 잘 익은 계란이 눌려서 터진 것처럼 찢긴 심장이었지만 어느새 상상을 초월할 재생력으로 다시 원래의 심장을 찾아가기 시작했다. 직접 보지 않았다면 믿지 못할 괴사였다.

 

하지만 그게 월영의 불행이었다. 보통 사람이나 어떤 무인이든 간에 심장이 부서지면 죽는다. 그게 당연한 일이다. 그래서 고통은 그 순간뿐이었다.

 

상처가 아물기 시작한 월영이 다시 눈을 부라리며 천악을 바라보았다. 아직도 천악에 대한 분노를 표출하고 있었다. 대단한 정신력이었다.

 

여타의 무인이라면 이런 놀라운 집념과 정신력에 질리기 마련이지만 상대는 다름 아닌 천악이었다. 천악은 그저 다시 복구된 갈비뼈와 심장을 다시 한 번 눌러주었다. 그것도 아주 사뿐히 대고 지그시 눌러주었다.

 

월영은 자신의 신체가 서서히 부서져가는 고통을 생생하게 느껴야 했다.

 

우드드드득!

 

“아아아아아아아악!”

 

다시 한 번 가슴뼈가 부러지면서 부러진 뼈가 날카롭게 심장을 찔러댔다. 그와 동시에 힘이 더 가해지자 수축과 팽창을 반복하던 심장이 다시 한 번 쭈그려지면서 박살이 나기 시작했다.

 

인고의 고통이었다. 고통의 끝이 언제가 될지 모를 정도로 지독한 방법이었다. 사람의 정신력도 체력과 마찬가지로 한계가 분명히 존재했다. 또한 용혈로 인해 고통을 느낄 때마다 월영은 전혀 새롭게 느껴야 했다. 일반 사람처럼 고통이 지속됨에 따라 익숙해지지 않고 있었다.

 

완전히 부서지자 다시 멈추는 천악이었다.

 

천악은 어떠한 것도 묻지 않았다. 어차피 물어봐도 얻을 것은 없었다. 단지 정신력을 최대한 갉아먹은 후에 마인드 컨트롤(정신조종) 마법으로 조금이나 약해진 금제의 틈 사이로 정보를 얻고자 마음먹었다. 따라서 월영의 굴복 따위나 항복은 필요 없었다. 당하고 있는 월영으로서는 통탄할 일이었다.

 

“차…라리 죽…여라!”

 

이 끔찍한 고통이 수차례나 더 반복이 되자 월영은 차라리 죽고 싶었다. 하지만 스스로 죽을 수도 없었다. 머리가 잘리지 않는 이상 그 어떤 방법으로도 자신의 몸은 죽지 않기에.

 

월영의 눈에 아주 작은 오기라도 보이는 것이 못마땅한 천악이었다. 그래서 다시 또 반복적으로 월영의 가슴을 부서뜨리고 회복되기를 기다렸다.

 

지켜보고 있던 남궁태희와 금은혜, 제갈지, 삼영살은 이미 질려버린 상태였다. 저렇게 무지막지한 고통을 당하면서도 고집을 꺾지 않는 월영이나, 고문을 하면서도 전혀 질문을 하지 않는 천악이나 둘 다 사람처럼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언제나 한계는 존재하기 마련. 월영은 고통의 순간이 다가올 때마다 학질이 걸린 것처럼 부들부들 떨었다. 오만에 가득 찼던 눈은 사라진 지 오래였고, 눈동자에서 산 사람의 기운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기진맥진이 무엇인지 보여주고 있었다.

 

“허억! 허억! 허억!”

 

-마인드 컨트롤!

 

천악이 그 상태에서 마인드 컨트롤 마법을 걸었다.

 

염파의 전이라고 불리는 마인드 컨트롤은 9서클의 절대정신마법 중 하나였다. 강력한 사념으로 상대방의 사념을 통제해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어가는 마법이었다. 상당한 집중력과 강인한 정신력이 필요한 마법이기도 했다.

 

오들오들!

 

학질에 걸린 것처럼 몸을 떠는 월영이었다.

 

“천마를 죽이려는 이유는?”

 

서서히 한 꺼풀씩 풀어가는 게 중요했다. 천마를 죽이려는 이유가 가장 최근의 일이었다. 정신력의 한 꺼풀 밖에 존재하는 사념의 조각을 찾아 천악의 사념이 월영의 뇌리를 휘저었다.

 

“크…으으으윽! 마, 마교 장…악……!”

 

힘겹게 입을 연 월영이었다.

 

월영의 몸은 조금만 더 지나면 전신의 근육이 팽창이 되어 터져버릴 것처럼 붉게 달아올랐다.

 

“네놈들의 교주는 누구냐?”

 

“크…으악!”

 

푸악!

 

월영의 머리가 여지없이 부서져 나갔다. 교주에 대해 물어보기만 하면 금제가 발동해 머리가 산산조각 나버렸다. 이놈들의 우두머리는 천악의 마인드 컨트롤보다 더 뛰어난 정신력을 가진 자일 수도 있다는 소리였다.

 

 

 

“끄응!”

 

골이 멍한 상태에서 일어난 진삼과 조종신이었다.

 

진삼과 조종신은 마차 안에서 벌벌 떨다가 월영과 전영의 살기에 정신까지 잃고 있었다. 정면으로 맞지 않아서 이 정도였지 만일 그 앞이었다면 심장마비로 죽었을지도 몰랐다.

 

언제나 그렇지만 약자는 서러웠다. 코끼리가 무심코 발을 디딘 장소가 개미들의 집이었을 때 벌어지는 참사와 마찬가지였다.

 

조종신이 마차의 문을 살짝 열고 밖을 살펴보았다. 이미 상황은 종료되었다.

 

하지만 천악의 잔인하고 악마 같은 행위는 아직도 진행 중이었다.

 

‘저럴… 수가!’

 

조종신이 본 것은 딱 몇 장면이었다. 바로 천악이 월영의 심장을 짓눌러 부서뜨리고 나서 머리통을 박살내는 장면 말이다.

 

상대가 무슨 말을 했는지는 몰라도 몇 마디 말로 생사람의 머리를 박살내다니, 그게 인간이란 말인가!

 

녹림귀산 조종신의 오해는 계속되었다. 그가 만약 전영과 월영의 잔인한 행각을 직접 봤다면 이런 생각을 하지 못했겠지만 보지 못했기에 천악에 대한 오해가 점점 더 깊어져 갔다.

 

덜덜덜!

 

두려움으로 인해 오줌까지 지릴 뻔했다. 간신히 참고 있지만 조종신은 지금 자신의 선택이 과연 잘한 것인가 의문이 들었다.

 

‘악마와 계약한 게 분명해! 만약 내가 배신했다가는 그날로……!’

 

상상하는 것만으로 끔찍했다. 이로써 조종신은 절대로 천악을 배신할 수도 없을뿐더러 감히 나대지 못할 것이다.

 

* * *

 

마차를 타고 풍운장원으로 향하고 있었다.

 

천악을 비롯한 남궁태희, 금은혜, 제갈지는 모두 입을 다물고 있었다. 할말이 전혀 없었다.

 

상상을 불허하는 괴물들의 대결이 끝나고 남는 것은 허탈함이었다. 보통 인간이 따라갈 수 없는 괴수들의 대결이었다. 그런 괴물 같은 인간들이 한두 명이 아니라는 소리는 일반 무인들에게는 청천벽력과 같았다. 그들의 마음속에는 아무리 노력해도 따라갈 수 없다는 절망감이 지배적이었다.

 

제갈지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천하에 가장 강하다는 무인은 바로 마교의 교주인 천마였다. 당금의 강호를 정도무림이 주도하고 있기에 태극검성 현도진인이 가장 강하다는 평가를 하지만, 객관적으로 천마는 전대의 기인이었다. 나이가 백 살이 넘었다고 전해지는 천마의 강함은 경험해 본 무인들 모두 한목소리로 주장을 한다.

 

 

 

“천마야말로 마중지존(魔中至尊)이자 천하제일강자다!”

 

 

 

그런 천마가 지금 마차 안에서 사경을 헤매고 있다. 그것도 고작 약관을 넘긴 듯 보이는 무인들의 공격에 의해서 말이다. 상식적으로 이해가 불가능했다.

 

‘천마를 이 지경으로 만들다니, 도대체 뭐 하는 놈들이야?’

 

지낭이라고 불리는 제갈지조차 천마를 공격한 놈들의 정체에 대해서는 알 수가 없었다. 강호의 암중세력이라고 하나 어린 나이에 그 정도 성취를 이룬 강자들이 모여 있다는 것은 상당히 위험한 일이었다.

 

‘그건 그렇고!’

 

제갈지는 질린 얼굴로 천악을 바라보았다.

 

천마를 만신창이로 만들어놓은 괴물 같은 놈들을 순식간에 갈가리 찢어버리는 천악의 강함은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 없었다. 믿어지지 않는 일을 많이 경험했다고 하지만 천악의 감함은 상식적으로 이해하려고 할수록 머리가 터질 듯 충격적이었다.

 

‘괴물들 중에도 급수가 있는 것인가? 왕괴물의 등장이구나. 철혈의 왕괴물이야!’

 

천악의 강함 못지않게 그의 독심(毒心)도 대단했다. 피를 보는 것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는 무인이었다.

 

강호를 살아가는 무인에게 피는 두려움과 더불어 극복해야 하는 과제였다. 하지만 쉽게 극복해 내는 사람은 얼마 없다. 피는 인간이 이성적으로 생각해서 극복해지는 것이 아니었다. 그저 피를 보는 데 두려워하지 않으려고 노력할 뿐.

 

상대를 죽이는 데 있어서 한줌의 망설임도 보이지 않는 자는 이미 완벽한 무인이라고 볼 수 있다. 천악은 또한 고통스러워하는 자에게 일말의 동정심도 보이지 않았다.

 

제갈지는 무서웠다. 천악은 적이라고 생각한 사람은 절대로 그냥 두지 않는 인물이었다. 정파적인 성격이 아니었다. 패도를 지향하는 무인이었다.

 

만약 그의 앞에서 헛지랄이라도 하는 날에는 정파무림에겐 최악의 날이 될 것이다. 제갈지는 그런 날이 오지 않도록 막아야겠다는 사명감 같은 것을 느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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