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계 최강 군바리 165화
무료소설 이세계 최강 군바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284회 작성일소설 읽기 : 이세계 최강 군바리 165화
165화 속 쓰린 패배.(3)
영주민의 거주지라고 해봐야 경공을 사용하면 불과 몇 호흡 안에 도착할 만한 거리.
순식간에 성을 벗어나 영지민이 거주하는 마을에 도착했다. 영지민 거주지는 혼란스러운 상태였다.
프레하 제국의 침공으로 전시 상황에 돌입했기에 대피 내린 명령이다. 그럼에도 짐을 꾸리느라 성으로 이동하는 영지민의 숫자는 아직도 많지가 않았다.
성에 돌아가면 병사들을 보내서 강제로라도 영지민을 피난시켜야 할 듯싶다.
세인트를 찾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다.
부하를 보내놓으면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아서 직접 온 것뿐이다.
영지민 거주지 외곽의 유흥가.
그중에서도 붉은 등불이 집집마다 걸려 있는 야릇한 곳이다.
“어서 오세요. 오퐈… 아? 여, 영주님을 뵙습니다.”
살집이 넉넉한 포주가 생글거리면서 다가오다가 기겁해서 무릎을 꿇고 주저앉는다.
“그 자식 어디 있나?”
“누, 누굴 말씀하시는지…….”
여자 포주가 슬며시 고개를 들고서 말끝을 흐린다.
내공으로 청력을 높여 세인트를 찾는 게 빠를 테지만, 그랬다가는 온갖 부러운(?) 소리를 다 들어야 한다.
그것만은 사양하고 싶다.
세인트가 흑마법의 기운을 조금이라도 흘리고 다닌다면 쉽게 찾겠지만, 평소에는 티가 나지 않는다. 일부러 어둠의 기운을 숨기고 생활하는 녀석이기 때문이다.
“세인트라는 놈인데 키 크고, 거기도 큰놈.”
“그런 분들이 많아서…….”
포주가 곤란한 표정으로 말끝을 흐린다.
하긴, 이런 곳에 이름을 대고 다니는 놈들이 많을 리는 없겠다.
그나저나 제길…
크고 큰(?) 놈들이 많다니!
부러운 자식들.
“키 크고 거기가 무지하게 큰놈.”
“아! 모시겠습니다. 영주님 이쪽으로.”
“…….”
너무 쉽게 이해해 버리니까 조금 당황스럽다.
포주를 따라 붉은 등불이 걸린 건물 중에 하나로 들어갔다.
망할 놈들!
전쟁이 벌어졌다고 공표했음에도 이렇게나 많은 놈팡이가 씩씩대면서 부러운 짓거리들을 하고 있다.
“여기입니다. 영주님.”
“수고했다. 세인트! 세인트 나와라! 급한 일이다! 당장 튀어나와!”
방문 앞에 서서 크게 소리쳤다.
내공을 몽땅 담아서 녀석이 들어 있는 방에만 집중했다. 안에서는 아마 천둥 치는 소리처럼 들릴 거다.
<꺄아악!>
<에이 씨!>
안에서 여자의 놀란 음성과 세인트의 짜증 섞인 투덜거림이 들려온다.
“망할 자식아! 기다려!”
안에서 들려오는 거친 음성.
주섬주섬 옷을 챙겨 입는 듯한 소리가 들려온다.
<다음에 보자고, 아가씨.>
<어머? 고마워요. 듬직한 오퐈앙~♡>
“…….”
저 자식, 이 와중에도 아가씨한테 팁을 주는 모양이다.
드르륵!
“넌 자식아, 한창 달리는 중인데 부르고 난리야?”
방문을 열고 나오면서 인상을 벅벅 쓰는 세인트.
“일단 나가서 얘기하자.”
“그러든지.”
세인트가 심드렁한 얼굴로 대답하고는 앞장서서 나간다. 방해(?)받은 게 어지간히 기분 나빴던 모양이다.
“이제 얘기해 봐.”
여전히 뿔난 얼굴로 심드렁하게 말하는 세인트.
“전쟁이 났어. 네가 도와줘야겠다.”
“내가? 에이… 그건 아니지, 전쟁까지 끼어드는 건 좀 아니라는 생각이 들지 않나?”
세인트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밥값 좀 해라. 매일 이런 곳이나 드나드는 거 미안하지도 않아?”
삐딱하게 나오는 녀석한테 불만을 감추지 않고서 말했다.
참한 여자 만나서 결혼하겠다던 야심만만(?)한 계획은 어디다가 팔아먹었는지 모르겠다.
여자한테 자신감을 심어 주기 위해서 데려왔더니, 이제는 아예 사창가에서 살다시피 한다.
멀쩡하게 일을 했던 건 내가 황제의 장례에 참가했던 한 달 남짓.
그마저도 내가 직접 눈으로 녀석을 본 게 아니니, 성실하게 임했는지 알 수 없다. 워낙 일 처리가 잘 되어 있어서 의심을 안 했을 뿐.
“내가 밥값을 안 했어? 그건 아니지. 네 녀석이 만든 철갑마차… 탱크라고 했던가? 거기에 대마법 방어진 설치해 준 게 누구라고 생각하나? 난쟁이 자식들 관리해서 일정 당겨 준 건 누군데?”
녀석은 어이없다는 듯이 콧방귀를 뀌어 댔다.
빌어먹을!
생각하기 싫은 걸 떠올리고 말았다.
탱크의 성능 테스트는 실패다. 반응이 너무 민감하고 안정성이 떨어져서 지하 벙커의 한쪽 벽을 들이박는 참사를 일으켰으니까 말이다.
그래서 다시 구동 부분을 수리 중이다. 트와토른이 기어 변속 개념을 추가하기로 했으니, 완성될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아무튼,
지금으로썬 세인트가 도움을 주지 않으면 곤란한 상황이다.
“네가 도와주지 않으면 뱅크스 요새가 위험해.”
“나와 무슨 상관인데?”
나름 진정성을 담아서 부탁하는데 녀석이 고개를 모로 꼬면서 어깨를 으쓱한다.
뒤통수를 후려 까고 싶지만, 일단은 참는다. 자발적으로 녀석이 돕지 않는다면, 손해를 보는 건 내가 될 테니까 말이다.
“뱅크스 요새가 무너지면, 프레하 제국 놈들이 여기까지 밀고 들어오겠지?”
“뭐 그렇겠지?”
“그럼 여기 사람들 영업 못 하지 않을까?”
“…내가 뭘 해주면 되겠나, 친구.”
순식간에 태도를 바꾸는 세인트.
머릿속에 온통 여자 생각밖에 들어 있지 않은 거냐?
기가 막혔지만, 어쨌든 아쉬운 건 나다.
“뱅크스 요새의 병력을 안전하게 아이언 영지까지 퇴각시켜 줬으면 해. 물론 프레하 제국 놈들이 뱅크스 요새를 넘지 못하도록 해주면 아주 좋아.”
“으음… 그것만 해 주면 되나? 방법은 상관없고?”
요구 사항이 만만치가 않았는지, 세인트가 떨떠름한 얼굴로 묻는다.
“프레하 제국 놈들의 진격만 막을 수 있다면 무슨 짓을 해도 상관없다.”
녀석이 고민하지 않도록 시원하게 대답해 주었다.
흑마법이 되었든 뭐가 되었든 방법을 고민할 때가 아니다. 심지어 녀석의 정체가 발각되어도 상관없다.
전쟁에서 패하면 녀석의 정체는 중요한 게 아니게 되어 버릴 터다. 자질구레한 건 전쟁에 승리하고 난 다음에 고민해도 될 문제니까.
마왕이라는 정체가 ‘자질구레하다.’ 라는 정도 끝날 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알았다. 내가 확실하게 책임져 주지.”
세인트가 붉은 등불이 걸린 건물들에 시선을 던지고는, 주먹을 와락 움켜쥐면서 비장한 각오를 다진다.
“믿겠다!”
이유야 어찌 되었든 녀석이 자발적(?)으로 나설 마음이 생겼으니 이것으로 뱅크스 요새에 대해선 그나마 안심이다.
“바로 출발하겠다.”
세인트가 훌쩍 공중으로 솟구친다.
뱅크스 요새의 좌표를 모르니 직접 플라이 마법을 사용해서 갈 생각인 듯하다.
“부탁한다. 세인트!”
날아가는 녀석에게 크게 소리치고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다른 요새는 통신 마법사가 연락할 수 없을 정도로 급습을 가했을 터다. 그런데 뱅크스 요새는 프레하 제국의 기습을 알아차리고 구원 요청까지 해왔다?
경험이 풍부한 하이든 백작이 뱅크스 요새를 책임지고 있으니, 방비를 튼튼히 했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순수하게 지금의 상황을 믿을 수 없다.
비밀을 유지하면서 출병 사실까지 숨겼던 놈들이니까.
일부러 아이언 영지의 병력이 뱅크스 요새를 지원하러 가길 바란 것처럼 일을 꾸민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아이언 영지의 전력을 약화하려는 의도에서 말이다.
그래서 세인트에게 부탁한 것이다.
어쭙잖은 병력을 투입하기보다는, 혼자서도 군단급 능력을 발휘하는 그를 보내는 게 효율적이라고 보았다.
현재로선 슬런더 요새와 베링 요새의 상황을 아무것도 모르는 상황.
함부로 병력을 움직이는 건 놈들이 바라는 대로 행동하는 꼴이 된다.
이럴 때일수록 전력 손실을 최소화하면서 듀카스 대공을 기다리는 편이 낫다. 전투 경험이 풍부한 듀카스 대공이라면 프레하 제국의 노림수가 무엇인지 파악할 수 있을 테니까.
프레하 제국 놈들…
대체 무엇을 노리는 것이냐!
***
“어처구니없는 놈들이군.”
발루아 공작이 쇳소리가 섞인 음성으로 기가 막혀 했다.
베링 요새의 사령관은 제대로 싸울 생각도 하지 않고서, 요새를 버리고 퇴각명령을 내렸기 때문이었다.
“쯧! 그러게 말입니다. 어떻게 된 놈이 불부터 지르고 도망칠 생각을 하다니…….”
입가에 회색 수염을 덥수룩하게 기른 윈스터가 혀를 차고는 말끝을 흐렸다.
“그만큼 급했다는 것 아니겠습니까. 소드 마스터가 셋이나 침입해 왔으니, 누구라도 그랬을 것입니다. 제가 이곳을 지키고 있었다고 해도 퇴각 명령을 내렸을 것입니다.”
30Cm가 될듯한 검은 턱수염을 길게 기른 메이튼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윈스터와 메이튼은 오래전에 죽은 다른 왕궁의 소드 마스터였다. 무아를랑이 흑마법을 사용해 부활시킨 존재로 살아 있을 당시보다 더욱 강한 힘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오랜만에 화끈한 싸움을 벌일 수 있을 거로 기대했는데, 그게 무산되어 아쉬워하고 있었다.
“이거 두 분께 미안하게 되었소.”
발루아 공작이 씁쓸한 얼굴로 두 명의 소드 마스터를 바라보았다.
너무나 싱겁게 흐지부지 전투가 끝났다.
베링 요새를 지키던 사령관이 싸울 생각을 일찌감치 포기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쫓아가기에는 상황이 좋지 않았다.
흑기사는 겨우 200.
적의 숫자에 비하면 한 줌에 불과한 숫자다. 아무리 흑기사와 자신들이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다 해도 말이다.
다만,
거꾸로 말해서 겨우 200에 불과한 자신들과 싸울 생각도 하지 않고 퇴각했다는 건 이해하기가 더 어려웠다. 어쩌면 통신 마법사부터 해치웠기에 불리하다고 판단한 것인지도 모른다.
뭐가 되었든 김빠지는 전투였다는 사실이 바뀌지 않는다.
“일단 불부터 끄라고 해야겠소. 추격은 그다음이요. 본대가 들어오면 본격적으로 놈들의 뒤를 쫓는 것으로 하겠소.”
발루아 공작이 멀리 어둠 속으로 이동하는 베링 요새의 병력을 바라보면서 쓰게 웃었다.
“알겠습니다. 발루아 공작.”
“제가 해결하도록 하겠습니다.”
고개를 끄덕이는 윈스터와 달리, 메이튼은 허리춤에서 두 자루의 검을 뽑아 각각 양손에 나눠 쥐었다.
“메이튼! 오랜만에 ‘성문 파괴자’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건가?”
윈스터가 입가에 웃음을 머금고 탄성을 발했다.
둘은 이미 오래전에 멸망한 ‘루리아 왕국’의 소드 마스터였다. 다른 나라와 달리 시신을 미이라로 만들어 매장하는 풍습이 있기에 부활할 수 있었던 두 사람.
당시 두 사람은 왕국의 수호자로서 죽을 때까지 함께하던 친구 사이였다.
누구보다 서로의 장단점을 잘 아는 사이였기에, 윈스터는 흥미롭다는 듯이 메이튼에게 말했다.
함께 전장을 누비면서 메이튼이 쌍검을 이용해 성문을 파괴하는 걸 여러 차례 목격했다. ‘성문 파괴자’라는 별명을 붙여 준 것도 바로 윈스터였다.
그래서 잔뜩 기대하는 얼굴로 호들갑스럽게 말하는 거였다.
“훗! 맡겨 두게.”
메이튼이 호기롭게 대꾸하고는 기름에 젖어 활활 타오르는 성문에 다가갔다.
츠즈증, 츠증!
양손에 각기 쥔 쌍검에서 검은 빛깔의 오러 블레이드가 솟구쳤다.
“이야야아압!”
엄청난 기세를 담은 기합성과 함께 불타는 성문으로 날아가는 두 줄기 오러 블레이드.
공간을 가르면서 십자 형태로 엇갈려 날아가는 검은 빛에는 엄청난 힘이 응축되어 있었다.
오러 블레이드가 불타는 성문에 격돌하는 순간, 고막을 자극하는 굉음이 튀어나왔다.
콰광!
[…….]
공격했던 메이튼이나 상황을 지켜보던 윈스터가 침묵했다.
“요즘은 성문에 강화 마법을 부여하는 게 기본이라오.”
발루아 공작이 몸을 돌리고는 지나가듯이 말했다.
“…진작 좀 알려 주시지.”
무안했던 메이튼이 볼멘소리를 하면서 슬그머니 쌍검을 검집에 밀어 넣었다.
“뭣들 하는가! 성문에 불을 끄지 않고!”
괜한 흑기사한테 짜증을 내는 메이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