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계독존기 60화
무료소설 이계독존기: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954회 작성일소설 읽기 : 이계독존기 60화
천마 (1)
남궁세가 비무대회가 끝이 나고 4개월이 흘러갔다. 폭풍 같은 시절이 흘러가면 다시 잔잔한 바람이 불기 마련이다. 무림의 동향은 조용했고 별다른 사건이나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다.
남궁세가의 비무대회 이후 풍운마룡에 대한 관심이 늘어났지만 당시에 있었던 안 좋은 일들 때문에 천악에 대한 명성은 많이 줄어 있었고, 그 이후 당사자인 천악이 잠잠하자 더는 사람들의 흥밋거리가 되지 못했다.
세간의 평가가 좋아지지 않는 일은 무림인에게 크나큰 불명예지만 천악은 신경 쓰지 않았다. 그에게 명성은 하잘것없는 것에 불과했다. 그는 지금 풍운장원의 발전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는 상태였다.
4개월 전에 건방지게 자신에게 도발했던 무영을 깨끗이 마무리 짓고 나자 더는 방해물이 나타나지 않은 것에 만족했다.
천악의 진두지휘 아래 고급형 5층 건물의 증축은 마무리 작업이 한창이었다. 백 명이나 되는 인부들이 공들여 만든 집이었다. 보통 4개월이면 충분히 집을 짓고도 남을 시간이었다.
“충일, 도정 소장! 5층 위에 유리창과 안에 들어가는 정원수들이 깨지지 않게 유의해!”
“알겠습니다, 사장님!”
천악은 호칭부터 새롭게 만들었다. 우선 자신을 부를 때 풍운건설인력회사의 사장님으로 부르게 하였고, 그 아래 현장관리감독소장으로 충일, 도정을 내정했다. 직위체계가 아직은 단순했다. 인부들의 수가 아직은 많은 편이 아니었고, 사장과 소장 모두 현장을 관리 감독하니 세분화하는 것이 더 번거로웠다. 다만 사람이 많아지게 되면 충일과 도정의 직위를 올려줄 생각이었다.
5층 건물이 만들어지면서 위로 올라가는 상수도 공사도 완공되었다. 5층에 들어서는 유리창 역시 만드는 데 시간이 좀 걸리기는 했지만 어렵지 않게 만들 수 있었다.
유리를 만들기 위해서 천악은 모래를 이용했다. 모래에 열을 가해 불순물과 유리를 걸러내는 방식이었다. 그 이후 너무 쉽게 유리를 생산해 내자 모든 사람들이 놀랐다.
예외없이 금은혜는 천악에게 유리 만드는 방법을 알려달라고 매달렸다. 중원에서 유리는 상당히 고급 제품 중 하나로, 한 개, 한 개가 고가에 팔리고 있었다. 개당 가격이 황금으로 가격을 매길 정도니 천악이 생산한 대형유리판은 부르는 게 값일 수밖에 없었다.
천악은 만드는 방법 정도는 알려주어도 상관없지만 지금 공사가 끝난 다음에 알려준다고 했다. 현재 하는 일이 먼저지 금천상가의 일이 먼저가 아닌 탓이다.
천악은 풍운장원의 설계 시 조각을 했던 사람들 역시 재고용했다. 이들에게 전문적으로 조각만을 할 수 있는 재료와 돈을 제공하고 건물에 필요한 조각을 하도록 했다.
“이제 내부공사만 조금 더 하면 완성이다.”
건축의 묘미는 완성해 나가는 시간 동안 쏟아 부은 정성에 있다. 건물이 완성될수록 천악의 마음도 뿌듯함이 차올랐다. 완전히 자신의 것이라는 애정이 생겼다.
“그렇지. 잊을 뻔했군.”
유리창은 투명함과 동시에 깨지기 쉬운 물건이었다. 그런 점에서 함부로 다루게 되면 금세 깨져버릴 수 있었다. 천악은 5층으로 올라가서 설치된 유리창에 마법을 사용했다.
“나의 뜻대로 강해져라!”
강화 마법을 유리창에 시전했다. 이 정도 마법이면 방탄유리와 맞먹는 강도를 가지게 되었으리라.
천악의 마법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클리너(청결) 마법과 보존 마법까지 연속으로 걸어서 건물이 마모되거나 더러워지지 않도록 했다.
원래 영구적인 마법의 경우 하급의 마법이라고 해도 상당한 서클과 마력이 필요하다. 최소 7서클 마법사가 아니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대부분의 마법사는 집에 이런 마법을 거는 경우가 없었다. 마력의 낭비와 더불어 마법사의 권위를 떨어뜨리는 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천악에게는 마법보다 지금 짓는 집이 더 소중했다.
‘이렇게 하면 감가상각비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겠지.’
감가상각비라는 것은 시간이 지나가면서 마모되거나 소모되는 비용을 의미한다. 하지만 영구마법이 설치되었으니 자산가치가 하락하지 않을뿐더러 건물이 노후화되거나 훼손되지도 않을 것이다. 즉, 누가 일부러 망가뜨리지 않는 이상 안전하다는 소리였다.
하지만 누가 감히 천악의 건물을 부술 수 있겠는가. 그런 짓을 했다가는 만용을 부렸던 놈의 인생이 망가질 것이다.
가로세로 50미터에 달하는 길이와 각 층마다 필요한 시설이 완비되어 있었다. 5층은 정원시설이 들어서고, 그 아래에는 천악의 방이었다. 1층은 주방시설이고 2층은 하인들의 숙소였다. 하인들과의 거리가 멀수록 부르기도 힘들다. 같은 공간에 있으면 부리는 게 더 쉬울 것 같아 취한 조치이다. 3층은 천악의 개인 도서실이 들어설 것이다.
“건물은 차차 더 지으면 될 거고, 이제 장원에 유희시설이 필요하겠지? 그와 더불어 아이들의 공포심을 극복하는 방법도 마련하면 좋을 것 같은데…….”
천악은 필요한 건물이 완성되고 나면 다른 건물들 다섯 채 정도를 더 지을 생각이었다. 원래 기와집으로 된 집과 더불어 현대식으로 지은 집을 조화롭게 배치해 균형을 이루면 전체적인 장원의 풍경이 더 살아날 것이다.
천악은 한참 동안 유희를 위한 기구로 무엇을 만들지 고민을 했다. 현대의 놀이기구 중에 공포심과 더불어 짜릿한 쾌감을 자극했던 것이 무언지 생각해 보고 지금 만들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했다.
“롤러코스터와 바이킹이라……!”
펌프와 체인을 만든 상태이니 바이킹이나 롤러코스터를 만드는 데 어려움을 없을 것 같았다.
우선은 바이킹을 먼저 생각해 보았다. 좌우 반복이지만 그 속도는 무시 못 할 수준이다. 백팔십도에 해당하는 곳에서 낙하하는 속도와 공포감이 짜릿함을 줄 것이다.
장원 전체를 아우르는 롤러코스터와 더불어 바이킹과 같은 놀이기구를 완비한 장원이 만들어지는 순간이었다.
“철제기구로 만드는 것은 한철이와 내가 하면 되고, 필요한 것은 조선공이겠지?”
도편수(목수) 이외에도 조선공이 따로 필요할지도 몰랐다. 배 만드는 법과 집 만드는 것은 원리가 달랐다. 집도 전체적인 균형이 중요하지만 배는 그것보다 더 정확한 균형이 필요하다. 배가 물에 뜨기 위해서는 좌우대칭이 정확해야 하고 무게중심점이 완벽해야 한다.
천악은 즉시 고 총관을 불렀다. 총관은 언제 어디서든 대기하고 있는 황금박쥐와 같은 사람이었다.
“조선공이 필요한데 불러올 수 있나?”
“조선공이요? 갑자기 조선공이 왜 필요합니까?”
“장원 안에 만들 게 있어서 그렇다.”
고 총관은 선뜻 이해가 되지 않았다. 장원이 넓고 그 안에 개울이 있기는 하지만 배를 띄울 정도는 아니었다. 장원 안에 배를 만든다는 것 자체가 우스운 일이었다.
“그럼 어느 정도의 배를 원하십니까? 크기에 따라서 관에 허락을 받아야 합니다. 일반 고기잡이배 정도 크기는 그냥 만들어도 상관없지만 일정수준 이상의 크기라면 허락을 받고 사용내용을 설명해야 합니다.”
조선 공정에서도 대형선을 만드는 기술자들 대부분이 관에 속해 있는 상태였다. 관에서는 상가에서 필요한 상선을 만드는 데 빌려주기도 하지만 일일이 그 내역을 살피는 것이 법으로 정해져 있었다. 개인이 함부로 대형선을 대량으로 제조하는 것은 불법이었다. 나중에 군용선으로 사용할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크기는 보통 고깃배보다 크지만 물에서 사용할 것이 아니다. 그냥 만들어서 장원 안에 놔둘 생각이다.”
“예? 그게 무슨……?”
땅에 배를 만들어놓고 뭘 할 수 있단 말인가! 고 총관의 잘 돌아가는 머리로도 이해되기 힘들었다.
천악이 차갑게 고 총관을 쏘아보았다.
“언제부터 이렇게 말이 많아졌지? 내가 너한테 일일이 다 설명해야 하는 위치인가?”
“아…닙니다. 죄송합니다.”
말이 길어지자 조금 귀찮아진 천악이었다. 고 총관은 천악의 말을 듣고 실행에 옮겨주기만 하면 되었다. 주인이 하는 일에 일일이 감 놔라 대추 놔라 할 자격은 없었다.
“구할 수 있는지 없는지만 말해.”
“군용선만 아니면 어려움은 없습니다. 바로 구해서 대령하겠습니다.”
“그래, 넌 그렇게 하면 되는 거야. 내가 언제 너를 구속한 적이 있나?”
“없습니다.”
“난 사람의 자율성을 존중하지만 내가 하는 일에 토를 다는 것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내 성격을 알면 계속 성질 건드리지 않는 게 좋을 거야.”
“시정하겠습니다, 장주님.”
사회생활 할 때 천악도 그랬지만 한 번씩 푸닥거리를 해주어야지 생활하는 데 편하다. 너무 많이 풀어주게 되면 수하들이 죽는지 모르고 기어오르는 게 인간의 습성이었다.
고 총관은 다 좋은데 자신이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계속 물어보는 버릇이 있었다. 한 번씩 쓴소리도 해주어야 버릇 고치는 데 좋다.
고 총관이 물러나고 나서 충일과 도정을 다시 불렀다.
“공사가 내일이면 끝이 날 것 같다. 그러니 보름 정도 휴가를 주겠다. 물론 휴가비도 줄 것이다.”
“정말이십니까?”
“난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감사합니다, 사장님.”
하나의 공사가 끝나면 여유시간을 가지는 것이 천악의 습성이었다. 너무 일만 하면 능률이 오르지 않고 창조적인 생각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
충일과 도정은 정말 풍운장원에 고용된 것을 행복해 했다. 원하는 돈보다 많이 주지, 일도 쉬엄쉬엄 할 수 있게 해주지, 정말 지상낙원이 따로 없었다.
천악은 충일과 도정과는 다른 생각이었다. 이 시대는 일꾼들을 부릴 때 혹사시키는 경향이 있었다. 천악이 살던 시대에서 지금과 같이 일을 시켰다가는 금세 직원들이 파업하고 노동청에 고발하지 않으면 다행이었다.
그런 면에서 천악은 만족하고 있었다. 이들은 정도껏 풀어주고 일을 시켜도 쫓겨나지 않기 위해 열심히 일할 것이다. 이 시대의 좋은 점은 주인이 나가라고 하면 하소연 할 데가 없었다. 그냥 네가 싫다고 쫓아버리면 그만이었다. 물론 천악의 입장에서였다.
“음, 원래 나중에 만들 계획이었는데 생각해 보니 지금 말하는 게 낫겠네.”
“무엇을 말씀하시는 것인지 모르지만 성의를 다하겠습니다.”
“너희들 중에서 원하는 사람은 장원 안에 거주하는 게 좋겠어. 따로 떨어져 있으면 공사하는 데도 지장이 있고 말이야. 그래서 집단으로 기거할 수 있는 대형 집을 만들 생각이다.”
아파트를 한번 만들어볼 생각이었다. 좁은 공간을 가장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이 아파트였다. 아파트 건축에 성공한다면 집이 없는 서민층에서 가장 환호할 만한 이상적인 집을 만들 수 있을 것이고, 천악 개인적으론 인부들을 고용하고 장원 내에 그들을 거주할 수 있게 하면 일의 능률이 더 오를 것 같았다.
“장원 내에 말입니까?”
“그렇다. 만드는 데 시간이 걸리기는 하지만 너희들 스스로 가질 집을 만드는 것이니 좋게 생각하도록 해라.”
충일과 도정의 표정이 좀 좋지 못했다.
“왜 그러지?”
“집을 사야 하지 않습니까. 저희 같은 인부들에겐 새집을 산다는 게 쉽지 않은 일이라……!”
하루 먹고 살기 힘든 사람들에게 집을 새로 사는 일은 인륜지대사보다 더 힘든 일일 수도 있었다. 더군다나 천악이 계획해서 만든 집이었다. 보통 가격으로는 엄두도 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 것이다.
“돈이 문제인가? 그건 걱정하지 말게. 내 회사의 인부로 고용이 된 순간부터는 집을 공짜로 주지. 물론 회사를 나가면 집도 회수가 되네.”
“정말…이십니까?”
충일과 도정은 정말 놀라는 눈치였다. 집을 공짜로 주는 사람이 세상 천지에 어디 있는가. 천악이 회사를 나가면 회수하겠다는 단서를 달기는 했지만 이 좋은 곳을 미치지 않고서 제 발로 왜 나가겠는가! 천악의 말은 그냥 여기서 살라는 말이었다.
천악은 공(空)으로 집을 주는 것이 아니었다. 그들의 입장에서는 그저 자선사업을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로써 충일과 도정은 천악이 시키는 일은 무엇이든 하는 충성스러운 직원이 될 것이다. 사람의 마음을 얻는 것은 돈으로 따질 수 없는 가치를 가지고 있었다.
“충심을 다하겠습니다, 사장님.”
“그래, 그 마음이면 된다. 총관에게 오늘 휴가비를 주라고 말했으니 타서 가도록 하게.”
“정말 감사합니다.”
천악도 휴가를 갈 생각이었다. 일이 끝나면 여행을 떠나 마음을 정리하고 다시 일을 하는 게 더 좋았다.
‘전에는 호수에 갔으니 이번에는 등산이나 해볼까나?’
일할 때 일하고, 놀고 싶을 때 노는 것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아마 거의 없지 않을까?
천악은 우선 대장간으로 방향을 돌렸다.
당한철은 요즘 펌프의 날을 연구하면서 체인과 연계한 새로운 것을 만드느라 정신이 없었다. 시키지도 않는데 잘도 만들고 있었다.
캉! 캉! 캉!
대장간으로 향하자 망치질 소리가 들려왔다. 규칙적이지만 힘이 실려 있어 그냥 시끄럽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소리에서 장인의 혼을 느낄 수 있었다.
당한철은 가을이 가고 겨울이 다가오고 있음에도 상의를 벗어놓은 채 담금질에 열심이었다. 당한철은 오랜 시간 철을 다룬 사람답게 탄탄한 근육과 검게 그을린 피부를 가지고 있었다.
4개월 동안 천악도 쇠 만드는 작업을 반복했다. 아직 당한철에 비해 많이 부족한 상태였지만 계속 반복하다 보니 천악도 어느새 명장은 아니더라도 실력 있는 장인이 되어가는 중이었다.
천악이 들어오는 것도 모르고 당한철은 철에 집중하고 있었다.
“뭘 만드느냐?”
“아, 오셨습니까?”
“그게… 저 암기를 만들고 있었습니다.”
“암기라… 그저 날을 이어서 체인과 연결한다고 암기가 되지는 않을 텐데……?”
“그렇기는 하지만… 조금 도와주실 수 있습니까?”
당한철은 펌프가 돌아가는 방식처럼 동력을 전달해 주는 장치를 만들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천악이 보기에 당한철은 자신이 만드는 기구들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사람이고, 지금까지 일을 잘해 온 장인이었다. 이 정도의 부탁은 들어주어도 될 듯했다. 월급도 주지 않고 부려먹는 게 신경 쓰였던 천악이었다.
“좋다, 이리 줘봐라.”
당한철은 금세 표정이 환해져 천악에게 장치를 보여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