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계독존기 5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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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024회 작성일소설 읽기 : 이계독존기 55화
남궁세가 비무대회 (2)
추상락은 비무대회를 보려고 왔지 예선을 보러 온 것이 아니기에 불만스러웠다. 그는 잽싸게 남궁세가로 들어가서 배를 채웠다. 개방의 장로 신분이기에 남궁세가에서도 함부로 그를 대하지 못했다. 천악이 예선을 끝내고 오자 바로 합류했다.
천악은 잠시 기다렸다. 그놈이 나타날지 모른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예선은 사흘 동안 치러질 것 같았다. 오늘만 날이 아니었다.
천악은 내심 대회가 아니라 다른 곳으로 놈을 끌고 가서 해결할 생각을 하고 있었다. 본선이 시작되면 여러 사람이 모일 것이고, 그렇게 되면 일이 귀찮게 흘러갈지 몰랐다.
‘아쉽군.’
천악이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청풍도 어느덧 예선을 통과하고 그들에게 다가왔다.
청풍의 시선은 착잡했다. 어제까지만 해도 자신의 옆에서 애정공세를 퍼붓던 제갈지가 이제는 다른 사내 앞에서 웃음을 짓고 있었으니 말이다. 옆에 있을 때는 몰랐는데 잃고 나니 그 존재가 더 커 보인다는 옛말이 틀린 말이 아니었다.
그래도 청풍은 침착함을 유지하려고 했다. 지금 자신의 속 좁은 마음을 보이는 것 자체가 자신의 인격을 떨어뜨리는 짓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어제는 결례가 심했소. 비무대회에서 최선을 다해 봅시다.”
청풍이 사과를 하며 악수를 청했다.
천악도 그 사과를 받아들였다.
“괜찮소이다.”
야수안을 발동시키지 않더라도 청풍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뻔히 보였다. 비무대회에서 실력으로 자신을 꺾으려고 한다는 것을 말이다. 그렇지만 상관없었다. 원하는 상대보다 먼저 만난다면 꺾어버리면 그만이었다. 남의 자존심이나 상처를 신경 쓰는 천악이 아니었다.
“그만 가봐야겠소.”
“그럼 나중에 봅시다.”
천악이 먼저 장원에 산적해 있는 일을 마무리하기 위해 자리를 떴다. 남겨진 청풍은 아쉽지만 비무대회를 기약해야 했다.
청풍이 발길을 돌려 남궁세가 안으로 들어갈 때였다.
저벅저벅!
웅성거리는 군중들의 소리 때문에 잘 들리지 않을 발소리가 선명하게 들려왔다. 그리고 심장이 긴장했는지 갑작스럽게 쿵덕거렸다.
알 수 없는 기분이 든 청풍이 정면을 보았다. 그 앞으로 청의 무복을 입은 청년이 천천히 걸어와서 청풍의 옆으로 지나갔다. 지나가는 동안 청풍은 느낄 수 있었다.
오싹!
전신에 번개가 친 것처럼 소름이 돋았다. 일정 수준의 무인이나 감각이 예민한 자가 아니면 느끼지 못할 정도의 기운이지만 그 광폭함에 몸서리가 쳐졌다.
‘도대체가 뭐지?’
자신도 모르게 검병(劍柄)에 손을 대고 꽉 잡는 청풍이었다.
청의 무복의 청년이 예선장으로 사라지고 나서도 한참이나 청풍은 그 자리에 서 있었다. 모발이 곤두설 정도의 예기를 가진 자였다. 다시 남궁세가로 발걸음을 돌리는 데까지 청풍은 이 감각을 기억해야 했다.
* * *
남궁세가의 예선장에 처음으로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자가 예선을 통과했다. 무명의 무인이 탄생할수록 군중들의 호기심을 자극하였다. 예상치 못한 실력자일수록 더 좋았다. 이미 알려진 고수가 잘하는 것보다는 절치부심한 자들이 무림에 자신을 알릴 수 있는 게 비무대회만의 매력이었다.
723번 현위양! 예선을 가볍게 통과하고 어느새 군중들 사이로 사라진 현위양이었다.
그의 목적은 비무대회에서 누군가를 죽이는 것뿐이었다. 모두가 보는 앞에서 당당하게 죽이고 남궁세가를 빠져나갈 심산이었다.
남궁세가의 예선 일정이 모두 지나가자 남궁장천과 남궁혁성, 장로들이 모여 음모를 모색하고 있었다. 그들은 어떻게 해서든지 남궁혁성을 천악과 다른 조가 되도록 하기 위해서 머리를 굴렸다.
“예상대로 군천악이 예선통과를 했다. 그래서 나는 이번에 가주를 천악과 다른 조로 편성할 생각이다.”
“물론입니다.”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태상가주가 된 남궁장천의 말에 모두는 맞장구를 쳤다. 이들은 군천악과 붙을 생각이 애초부터 없었다.
“별다른 특이사항은 없나?”
“삼양문이라는 작은 문파에서 예선을 통과했습니다.”
“그럴 수도 있지. 문파의 존속을 위해 공을 들였나 보군.”
“그럴 겁니다.”
대수롭지 않게 넘어가고 있었다. 문제의 핵심은 천악이었다. 천악만 조심하면 남궁세가에게 기회가 있었다. 남궁세가의 위엄을 보이고 차세대 남궁세가의 가주가 상당한 실력자라는 것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예선 통과자는 총 서른두 명입니다. 내일부터 본선대회가 시작될 겁니다.”
“이번에는 무조건 무사히 대회를 끝내야 하네. 불미스러운 일이 없도록 철저하게 관리하도록 하게.”
“예, 태상가주님!”
가주가 취임했음에도 태상가주인 남궁장천이 대소사를 관리했다. 하지만 그것도 이번까지만이었다. 다음부터는 모두 남궁혁성이 처리해야 했다.
비무대회는 예정대로 열리게 되었다.
조를 편성함에 있어서 천악과의 다른 조가 되게 하는 것에 주력했지 명성에 따라 배분하지는 않았다. 따라서 모든 관중들이 수긍할 수 있는 조 편성이 이루어졌다.
남궁혁성이 자리에서 일어나서 모두에게 말을 전했다.
“남궁세가가 개최하는 비무대회 본선이 시작되었음을 선언합니다!”
남궁혁성은 비무대회가 개최됨과 더불어 맨 처음으로 시합을 하게 되는 무인이 되었다. 그의 상대는 하북 팽가의 새로운 기대주인 팽소천이었다.
팽소천과 남궁혁성이 비무대로 올라갔다. 비무대는 전후좌우 넓이가 8장(24m)이었고, 높이가 넉 자(120㎝) 정도였다.
관중들의 함성소리가 시끄럽게 울렸다. 검을 자랑하는 남궁세가와 도를 자랑하는 하북 팽가의 대결이니 관심이 집중되는 것이 당연했다.
더군다나 이번에는 서로의 입장을 생각하지 않고 처음부터 강자들끼리 대결을 하게 되었다. 이제까지 볼 수 없었던 비무대회의 양상이었다.
천악도 남궁세가에서 마련된 자리에 앉아서 관람을 했다. 천악의 시선은 남궁혁성과 팽소천에게 있지 않았다. 그의 감각을 울리는 기운을 찾았다. 지독히 강한 살기이지만 경험하지 못한 자는 눈치 채지 못할 살기를 찾았다.
“팽소천입니다. 남궁세가의 가주와 붙게 되어서 영광입니다.”
“서로 최선을 다해 보지.”
남궁혁성은 이제 함부로 상대에게 존대할 수 없었다. 남궁세가의 가주가 된 이상 그는 함부로 고개 숙이거나 말을 낮춰서는 안 되는 위치였다.
팽소천은 남궁혁성과의 대결에 충분히 자신이 있었다. 그는 하북 팽가의 가주인 벽력신도 하후성의 세 번째 아들이었다. 하북 팽가가 자랑하는 혼원벽력신공(混元霹靂神功)을 익혔으며 혼원벽력도(混元霹靂刀)까지 익힌 상태였다.
혼원벽력신공은 혼원신공(混元神功)과 벽력신공(霹靂神功)으로 나누어진 신공이었다. 이를 익히려면 먼저 혼원신공을 익혀 몸 안에 뇌력(雷力)을 담을 그릇을 만들고, 그 다음에 벽력신공으로 채워야 한다. 하지만 혼원신공은 대기(大器)가 어려운 신공이었다. 그렇기에 벽력신공만을 따로 익히게 되어 그 위력이 전에 비해 떨어지게 되었다.
타고난 신체조건이 뒷받침 되지 않으면 익힐 수 없는 혼원벽력신공을 팽소천이 익히고 출전을 한 것이다.
팽소천이 먼저 선공을 취했다.
도는 검보다 무겁다. 파괴력에 중점을 둔 것이 도법이다. 일격을 휘두르자 응축된 기운이 도에 전달되어 허공을 갈랐다.
차차차차! 카아앙! 파아앙!
남궁혁성은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도에 모아진 힘을 받아내는 대신에 검으로 비스듬히 각을 잰 후 옆으로 흘려서 바닥으로 도가 떨어지도록 했다. 그리고는 팽소천의 신형이 무너지는 틈을 보고 검을 찔러 넣었다. 빠르고 강하면서도 군더더기 없는 출수였다.
팽소천이 기겁을 하며 그 즉시 미허신보(彌虛神步)를 펼쳤다. 신형을 옆으로 비키면서 다시 한 번 도를 들어 찔러 들어오는 남궁혁성의 검을 막아내었다.
카캉!
검과 도가 서로 부딪치자 쇳소리가 허공으로 퍼져나갔다.
팽소천은 속으로 상당히 놀라고 있는 상태였다. 가문의 영약과 영단으로 인해 2갑자의 내공을 가진 자신이 오히려 밀리기에 놀란 것이다. 검이 무거워 봤자라는 생각이 완전히 사라지는 계기가 되었다. 더군다나 남궁혁성은 강맹하고 빠른 도기를 흘려내는 과감성과 결단력을 가지고 있었다. 팽소천은 남궁혁성의 실력을 확인하기 전까지의 충만했던 자신감에 금이 가고 있었다.
‘과연 남궁세가의 가주가 될 만한 사람이다.’
강호에 알려진 남궁혁성의 별호가 검룡이었다. 아직 별호가 없는 팽소천이었지만 무림에 출도하면 도룡(刀龍)이라는 별호도 문제없을 줄 알았다. 하지만 실제 검룡의 실력은 상상 이상이었다.
남궁혁성은 상대에게 호흡을 주지 않았다. 한 호흡이 안정이 되면 그만큼 도법을 구사하는 데 안정이 된다는 소리였다. 안정될수록 상대하기 까다로운 것이 대결이었다. 몰아칠 때는 확실하게 끝을 내는 것이 중요했다.
그는 몸 안에 꿈틀대는 기운을 검에 실었다. 그리고 남궁세가의 천뢰제왕신공(天雷帝王神功)을 운용했다.
팽소천의 안색이 변했다. 방금 전까지의 기운이 미풍이었다면 지금의 기운은 광풍이었다. 그도 위기감을 느끼며 혼원벽력신공을 최대로 운용했다.
검과 도가 수십 번이나 충돌했다. 초식과 초식이 강해질수록 서로가 받는 타격이 격해질 수밖에 없었다.
카카카강! 파파팟!
귀신처럼 움직이는 팽소천의 미허신보였지만 남궁혁성의 무한보(無限步) 역시 상상 이상으로 빨라서 팽소천이 떼어낼 수 없었다. 처음에 방심하고 기세를 잃은 것이 실수였다. 이대로 계속 밀리다 보면 승리는 금세 물 건너갈 것 같았다.
-혼원벽력도 제2식, 혼원벽력파(混元霹靂破)!
다가오는 무엇이든 부숴버리는 강맹한 도기가 폭풍처럼 남궁혁성을 향해 출수되었다. 뒤로 몸을 빼는 동시에 펼쳐지는 도법이었다.
돌진하는 남궁혁성의 검에서도 제왕검법의 3절초 제왕파산(帝王破山)이 뿜어져 나갔다.
절초가 부딪치자 팽소천의 신형이 뒤로 하염없이 밀려나갔다.
울컥!
내상을 입었는지 핏물이 흘러나왔다. 몸에서 제왕검법의 검기가 스치고 지나가서 그런지 만신창이가 된 상태였다. 이 상태로 더 진행했다가는 목숨이 위험했다.
어느새 남궁혁성의 검이 팽소천의 가슴을 가리켰다. 팽소천은 도를 땅에 박으며 분을 삼켰다. 생애 처음으로 패배를 한 팽소천이었다.
“졌습니다.”
“남궁혁성 승리!”
“와아아아아!”
눈이 쫓을 수 없을 정도로 빠르고 강한 공격의 향연으로 인해 관중들의 눈이 호강했다. 빛이 번쩍이는 섬광과 섬광의 부딪침을 본 것만으로도 그들은 열광했다.
팽소천과 동행했던 팽가의 장로 팽여산의 표정은 좋지 못했다. 남궁세가의 실력을 가늠하기 위해서 팽소천이라는 기재를 내보냈는데 오히려 남궁세가의 실력에 감탄을 하고 말았다.
‘저 나이에 벌써 완숙한 검기를 뿌리다니! 조금만 더 있으면 검강도 가능하겠구나.’
팽소천은 팽가의 후기지수 중에서도 발군이었다. 그보다 뛰어난 소가주가 있기는 하지만 아쉬운 것은 어쩔 수 없었다.
“훌륭한 아드님을 두셨습니다.”
“고맙소.”
팽여산이 입에 발린 말을 하자 남궁장천도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서로 친한 척하지만 사이가 좋은 것은 아니었다.
* * *
대결은 순조롭게 진행이 되었고 천악의 차례가 다가왔다. 천악의 상대로 뽑히게 된 이는 안휘성 팔극문(八極門)의 문주인 팔극신권(八極神拳) 유정훈이었다.
팔극문은 소문파에서 중문파로 발돋움을 하는 문파였다. 팔극신권 유정훈은 팔극권의 고수로 서서히 명성을 날리면서 실력을 검증받고 있었다. 이제는 범위를 넓혀 안휘성의 고수가 되기 위해 비무대회에 출전한 것이다.
천악의 별호는 안휘성에서 꽤 유명한 편이었다. 팔극신권이라는 별호보다 더 박력이 있었다. 이유는 남궁세가와 같이했기 때문이다. 유정훈은 그래서 풍운마룡이 소문만큼 강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애송이 주제에 운이 좋은 놈이군.’
천악은 유정훈을 보지 않았다. 그의 시선은 비무대회에 나오게 될 한 사람을 바라보고 있었다.
[너구나!]
천악의 의념(意念)이 현위양에게 전달이 되었다.
현위양의 겉모습은 너무 평범했다. 보기에 따라서는 무공을 익히지 않은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내면에 숨 쉬는 광폭한 살성을 천악은 느낄 수 있었다.
[그렇다, 나다! 나는 너와 정식으로 대결하고 싶다!]
[감히 날 도발하고 살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냐?]
[후후, 어디 한번 해보자고!]
현위양과 천악의 전음이 이어졌다. 천악은 여전히 무표정했지만 현위양 역시도 무표정했다. 그 둘이 서로 바라보는 가운데 시합이 시작되었다.
유정훈은 자신을 앞에다 두고 다른 곳을 바라보는 천악의 행동에 피가 끓어올랐다.
“애송이 놈이 감히 나를 어떻게 보고!”
팔극신권의 가장 큰 장점은 한 점을 통해 최대의 파괴력을 내는 것이다. 그와 더불어 섬전보(閃電步)라는 최고의 보법이 합쳐져 가속력과 파괴력에서는 일절이라고 불릴 만했다.
유정훈의 권격이 천악을 향해 출수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