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계독존기 4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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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064회 작성일소설 읽기 : 이계독존기 43화
발상의 전환 (2)
추상락은 몸을 풀 겸 아이들과 장원을 돌다가 인근 야산으로 이동을 했다. 아이들은 열 살이 조금 넘은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잘 따라오고 있었다. 추상락의 입장에서는 하품이 날 정도로 느린 달리기였지만 아이들은 정말 죽을힘을 다했다. 그렇게 극한까지 달리다가 탈진할 때쯤 장원으로 돌아와서 휴식을 취했다. 휴식을 취하는 동안 추상락은 아이들을 위해서 추궁과혈을 해주었다.
추상락도 어린 시절 사부를 만나지 못했다면 지금의 위치까지 오르지 못했을 것이다. 자신 또한 어린 시절이 이 아이들과 비슷했다. 같은 기억을 공유하고 있는 추상락과 아이들이었기에 서로 잘 어울렸다.
“추 아저씨는 개방에서도 높은 위치라면서요? 개방에 대해서 얘기해 주세요!”
신일이 말을 꺼내자 전칠과 충호도 듣고 싶어 하는 눈치였다.
그러나 추상락의 입장에선 별달리 해줄 말이 없었다. 자신이 개방에서 했던 일은 밥 먹고 무공수련만 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그래도 개방에 대해 없는 말 있는 말 다 만들어내어 아이들에게 말해 주었다. 개방의 장로인데 개방을 모른다는 말을 어떻게 한단 말인가! 죽어도 그런 말을 할 수 없었다.
추상락은 개방의 정의가 바로 의(義)에 있다고 말해 주고 난 후 어려운 것보다는 주로 웃을 수 있는 얘기를 해주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구걸대마왕이신 개왕 궁휼이 만든 구걸예도에 대한 것이었다.
“정말이에요? 그거 대단하네요.”
“우리도 굶을 때 그런 방법을 사용했으면 굶지 않았을 텐데. 이제야 안 것이 아쉽네요. 큭큭…….”
“그렇지. 내 사부님의 구걸예도만 잘 실천하면 굶을 일 없을 거다.”
정작 자신은 실천하지 못했으면서 말로는 뭐든지 하는 추상락이었다.
그런 추상락의 머리통에 불이 번쩍였다. 낌새도 없이 다가온 천악이 추상락의 머리통을 냅다 후려친 것이다. 방심하다 당한 추상락은 눈에 별이 번쩍였다.
“아, 왜 때리십니까?”
“애들 교육하라고 했더니 거지를 만들 생각이냐? 그런 걸 예도라고… 쯧쯧…….”
천악은 조용히 듣다가 기가 막혔다. ‘예도’란 예로써 수양을 한다는 뜻이다. 구걸하는 데 무슨 ‘예’고 ‘도’가 들어간단 말인가!
“하지만 그건 개방의 개왕이신 제 사부님이 특별히 만든 방법입니다.”
“시끄러워! 다시는 애들한테 개방의 ‘개’ 자도 꺼내지 마.”
천악은 아이들의 상태를 다시 점검했다.
야수호심공을 가르쳐준 후 한 달 정도 지났기에 몸에 적응했을 것이다. 천악은 개인적으로 효율을 중시하기에 훈련도 계획에 따라 이루어지도록 했다.
또한 아이들이 성장하는 시기에는 수면도 중요하기에 꼭 10시부터 2시 사이는 잠을 자게 했다. 그 시간대에 성장호르몬이 분비가 가장 잘 되고 몸이 자정작용을 하는 시간이기 때문이었다. 피로감은 되도록 빨리 해결해 주는 것이 아이들에게도 좋다. 그래서 그런지 아이들의 발육상태가 날이 갈수록 좋아지고 있었다. 이제는 오히려 또래들보다 더 커진 것 같았다.
“이제 심법 수련은 내가 만들어준 곳에서 하면 된다.”
그동안은 야수호심공을 몸에 적응시키는 것에 주력을 했다. 기 집중마법진에 바로 들어가다가 막대한 기가 들어서는 것을 적응하지 못하는 수가 있기에 적응기간을 두어 수련을 시킨 것이다.
“예, 장주님!”
“너희들은 지금까지 내 말에 잘 따라주었다. 그러니 쫓아내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게으름을 피우거나 훈련 성과가 없을 시에는 나갈 각오를 하는 게 좋을 거다.”
천악은 아이들에게 무조건 잘해 줄 생각은 없었다. 이 아이들은 천악의 필요에 의해 장원에 거주하게 된 것이고, 그 필요성을 충족시키지 못하면 있을 필요가 없게 되는 것이다. 천악은 자선사업가가 아니었다.
아이들은 장원에서 나가는 것이 가장 두려웠다. 당연한 소리지만 태어나서 살아오는 동안 지금같이 호화롭고 행복한 시기가 없었다. 한 번 꿀맛을 봤으니 그 맛을 계속 이어가고 싶은 것이 인간의 본능 아니겠는가.
천악은 아이들에게 호통을 치거나 매질을 하지 않았지만 가장 두려운 말을 한 것이다.
“그리고 추상락!”
“왜 그러십니까?”
“옷 갈아입고 씻어라.”
거지에게 몸을 씻고 새 옷을 입으라고 하면 좋아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개방 사람은 달랐다. 그들은 나름대로 구파일방 중 일 방이었고, 자부심이 강했다. 그러니 쉽게 수긍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저는 개방의 장로입니다. 제가 어떻게 목욕하고 새 옷을 입겠습니까?”
“그래서, 싫다?”
뚜둑!
천악이 가볍게 주먹을 풀자 추상락이 기겁했다. 이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서 추상락은 급히 손사래를 쳤다.
“제가 언제 싫다고 했습니까? 그저 알아달라고 하는 말이었습니다. 헤헤!”
개방의 규율도 천악의 주먹 앞에서는 무용지물이었다.
“알아들었다. 그러니 씻어라.”
“물론입니다. 저도 씻고 싶었습니다.”
추상락의 자존심은 천악 앞에서 다 무너진 지 오래였다. 그날의 고통을 생각하면 자신이 왜 그런 대답을 했는지 의문스러울 지경이었다.
천악은 아이들의 무공 발전을 위해서 별채에 마법진을 설치했다.
천악은 다른 것은 둘째치고 마법의 효용성을 인정했다. 마법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과 비슷했다. 물론 완전한 창조는 창조신만이 할 수 있겠지만 인간의 입장에서 마법은 창조와 비슷했다. 동력도 없이 움직이는 장치들을 만들겠다고 한 것도 다 마법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 * *
마법진을 설치하고 나서 천악은 자신의 방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가기 전에 하인들을 시켜 고 총관을 불러오라고 했다. 장원의 크기가 너무 커서 총관을 부르러 가는 시간도 만만치 않게 걸린다.
방으로 가는 도중에 오랜만에 찾아온 남궁태희를 만났다. 그녀는 거의 한 달 가까이 풍운장원에 오지 않았었다. 천악도 별달리 궁금하지 않았고, 며칠에 한 번씩 남궁소희가 와서 즐겁게 해주었기에 관심을 끊고 있었다. 남궁소희는 이곳에 올 때마다 신일, 전칠, 충호랑 노느라고 정신이 없었다.
“안녕하세요, 군 오라버니!”
“그래.”
천악은 그녀를 따뜻한 말로 환영해 주기보다 매일 대하는 사람 대하듯 했다. 남궁태희에게 관심을 갖는 것보다 요즘에는 무언가 만들고 취미생활 하는 게 더 좋았다. 그러니 시큰둥할 수밖에.
남궁태희는 너무 서운했다. 그동안 세가의 일이 너무 바빠서 찾아오지 못하고 있다가 오랜만에 봤는데, 천악이 환대는커녕 매일 봐왔던 사람 보듯 하니 서운할 수밖에 없었다.
“제가 온 것이 싫으세요?”
“아니, 그다지 생각해 보지 않았다.”
정말 너무했다. 화를 내는 것보다 더 서운한 것이 바로 무관심이었다.
아예 생각도 해보지 않았다는 천악의 말은 남궁태희를 생각하는 마음이 조금도 없다는 소리였다. 그런데 이상한 게 천악이 무관심할수록 남궁태희의 마음은 더 절실하게 변해 가고 있었다.
지금 당장 남궁태희는 천악이 야속해서 화를 내고 싶었지만 그렇게까지는 하지 않았다. 그녀는 처음으로 여자로서의 자존심을 생각하게 되었다.
“그래, 무슨 일이지? 아직도 남궁세가는 여러 가지로 바쁠 텐데.”
“혁성 오라버니가 이제 가주 직을 물려받게 됐어요. 그래서 가주 취임식에 오시라고요.”
“그런가? 그럼 나중에 한번 가보겠다. 다른 할 말은 없나? 없으면 가봐라.”
지금 천악은 장원 꾸미기 놀이에 열중하고 있었다. 남궁태희의 개인적인 일에 관심을 기울여줄 여력이 존재하지 않았다.
“차도 한 잔 안 주세요?”
“음, 그건 그렇군. 그럼 같이 들어가지.”
천악이 남궁태희와 함께 방으로 들어간 후 고 총관이 부름을 받고 들어왔다.
“장주님, 부르셨습니까?”
“그래, 잘 왔다.”
장원 내 주상복합빌라의 구축을 위해서 고 총관이 전에 데려왔던 인부들을 다시 고용하고자 부른 것이다.
“전에 일했던 인부들은 다른 일을 하고 있나?”
“아닙니다. 충일, 도정 그 친구들도 일이 별로 없어서 쉬고 있습니다. 당분간은 장주님이 주신 돈으로 먹고사는 데 지장은 없지만 워낙 불경기라 힘들다고 했습니다.”
집을 짓는 일은 돈이 많이 들어가고 손이 많이 가는 일이지만 일반 평민들은 많은 돈을 들여가며 매번 집을 수리하지는 않았다. 수리하더라도 되도록이면 직접 하기에 건축인부들은 대부분 다른 일을 겸하지 않으면 생계를 유지하기 힘들었다.
나라에서 하는 대공사는 돈이 적게 들어오면서 위험하고, 고관대작들은 이름난 명인들을 고용하지 충일과 도정과 같은 하층민들을 고용하진 않았다. 또한 무인들이 성을 짓거나 비밀기관 등을 설치할 때는 가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했다. 무인들이 비밀을 유지하기 위해서 인부들을 쥐도 새도 모르게 죽일지도 몰랐기 때문이다.
“건물을 새로 지을 생각이다. 그래서 인부들이 한 백 명 정도 필요하다.”
“그렇군요. 그럼 바로 인부들을 모으겠습니다.”
천악은 생각을 전환시켰다. 일일이 건물을 새로 지을 때마다 다시 부르는 것보다 인부들을 전부 평생 고용직으로 고용하는 것이 더 좋을 것 같았다.
일전에 충일과 도정은 건축도면을 보면서 많은 것을 배웠다. 천악이 가진 도면 지식과 새로운 건축법은 하루아침에 배워지는 것이 아니기에 꾸준히 습득을 해야 했다.
천악은 그래서 마음을 굳혔다. 백 명 중 대부분은 어중이떠중이로 구성이 될 것이 분명했고, 그 중 열 명 정도가 건물을 지어본 경험이 많은 베테랑들일 것이다. 베테랑들을 위주로 풍운장원에서 고용을 하고, 그들을 중심으로 실력이 있는 자들을 점차 늘려가는 것이 나을 것 같았다.
“실력 좋은 녀석들에게 풍운장원에서 전속으로 고용하겠다고 하면 얼마나 올 것 같은가?”
“예? 전속으로요? 인부들은 한 달에 은자 석 냥이면서 살아가는 데 지장이 없습니다. 만약 고용해 주겠다고 하면 인부들도 거부하지 않을 겁니다. 밥 먹기도 힘든 세상에 안정적인 직장을 구하는 것이 얼마나 어렵겠습니까?”
“그럼 실력 좋은 인부들은 나한테 데리고 오고, 나머지는 고 총관이 알아서 구하도록 해라.”
“알겠습니다.”
천악의 이런 생각은 중원에 새 바람을 일으키는 시초가 되었다. 바로 건축 양식의 다변화가 추구되고 고급건축물의 축조에 혁명을 일으키게 된 것이다. 그 시발점이 바로 풍운건설인력회사의 간부 급이 모집되는 계기였다.
천악이 만드는 건축물은 혁명적이라고 부를 수 있게 되지만 일반 서민들에게는 꿈이나 마찬가지인 것이 단점이었다. 그러나 돈을 가진 자들은 천악이 만드는 환상적인 건축물을 가지고 싶어 안달이 났다.
후룩!
천악은 고 총관과 대화하느라 남궁태희가 옆에 있는 줄도 의식하지 못했다. 남궁태희는 투명인간이 되어버렸다. 그녀는 차를 마시며 소리를 내는 것으로 시위를 하긴 했지만 따지기엔 자존심이 극히 상했다.
고 총관이 신음성을 내질렀다. 남궁태희의 눈초리가 심상치 않음을 직감한 고 총관이 대답을 하고는 즉시 방을 나갔다.
“그럼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고 총관이 나가고 나자 천악은 설계를 생각하며 종이를 꺼냈다. 하루 종일 고민하며 수정을 해야 진정 마음에 드는 설계도면이 나올 것이다.
‘샤워 시설과 화장실은 반드시 수세식이 되어야 하겠지?’
펌프를 만든 것은 하인들의 이동 동선을 줄여주고자 하는 것보다 천악 개인적인 편리를 위해서였다. 이 시대에 목욕도 쉽지 않았고 화장실은 위생을 운운하기 뭣할 정도로 더러웠다. 이처럼 큰 장원도 화장실만큼은 깨끗함을 유지하기 힘들었다.
남궁태희도 침묵에 동화된 채 차를 다 마셨다.
“다 마셨냐? 그럼 가봐라.”
정말 차만 주고 가라고 하고 있었다. 해도 해도 너무한 천악의 무관심에 남궁태희가 폭발했다. 그녀가 차가운 이성을 소유한 무인이라고 해도 엄연히 여자였다. 그리고 천악에겐 여자로서 대우받고 싶은 마음이 더 간절했다. 이런 자신의 마음을 왜 이렇게 몰라주는지 원망스럽기까지 했다.
“제가 그렇게 싫으세요, 말도 하기 싫을 정도로 말이에요?”
“뭔 소리를 하는 거야? 내가 언제 네가 싫다고 했어.”
천악은 아닌 밤중에 홍두깨라는 듯한 표정이었다. 갑자기 차 잘 마시다 소리를 지르자 천악이 되레 의아했다.
“그럼 이게 뭐예요! 날 이렇게 대해도 되는 거예요?”
그동안 쌓인 게 많았는지 남궁태희의 말은 두서가 없었고 이성적이지 못했다. 그저 지금 당장 떠오르는 말들을 입으로 쏟아내고 있었다.
“뭘 어떻게 대했다는 거야? 차 마시고 싶다고 해서 대접해 줬더니 뭐라고 하는 거야?”
천악의 입장에선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심정이었다. 갑자기 저런 소리를 하는 것으로 보아 틀림없이 뭔가 쌓인 게 있는 것이 분명했다.
“실없는 소리하지 말고 가봐라.”
“뭐가 실없는 소리예요? 저는 천악 오라버니가 좋단 말이에욧!”
“응?”
천악은 그제야 상황 파악을 할 수 있었다. 남궁태희에게 그다지 관심이 없어서 자세히 살피지 못하고 있었는데 이제야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좋다고?”
남궁태희는 말하고 나서 홍조로 인해 얼굴을 들 수조차 없을 정도로 부끄러워하고 있었다.
그녀는 결국 화가 난 나머지 자신의 감정을 내뱉고 말았다. 그러고 나서 후회했다. 이런 말은 남자가 먼저 여인에게 하는 것이 정석이었다. 그런데 자신이 먼저 말을 했으니 헤픈 여자라고 봐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남궁태희도 결심을 굳혔다. 이왕 이렇게 된 것 어쩔 수 없었다. 쏟아진 물은 다시 주워 담을 수 없는 것처럼 막나가기 시작했다.
“그래요. 좋아해요! 천악 오라버니는 저를 어떻게 생각하세요?”
“생각해 보지 않았다.”
“이제라도 생각하라니까요!”
“나하고 혼인하고 싶다는 소리인가? 그럼 하지.”
“아…니, 그렇게 갑자기…….”
천악은 혼인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았다. 그저 자신의 좋아해 주고, 일을 결정하는 데 반대하지 않으면 흔쾌히 할 생각이었다.
남궁태희는 갑자기 혼인이라는 말을 듣자 말을 더듬거렸다. 그때 금은혜가 생각이 난 남궁태희가 그녀에 대해서도 물어보았다.
“만약 금 소저 그녀도 천악 오라버니와 혼인하겠다고 하면 어떻게 할 거죠?”
남궁태희의 기대감이 와르르 무너졌다.
“혼인할 거다.”
“이익!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예요! 나하고 혼인한다면서 어떻게 또 금 소저와 혼인하겠다는 거예요?”
“하고 싶으면 하는 거지, 그게 뭐 어렵다고.”
이 시대가 삼처사첩이 흠이 되지 않기는 하지만 남궁태희는 너무 분했다. 좀 전까지 혼인에 대해서 말을 한 천악이 자신을 놀린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여인이 먼저 용기를 낸 건데 이런 식으로 말을 하다니 정말 너무했다.
“가겠어요!”
남궁태희가 벌떡 일어나서 문을 박차고 방을 나갔다. 천악은 잠시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도면 설계를 하기 시작했다.
천악은 남궁태희의 반응이 이해되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거짓을 말할 순 없었다. 금은혜든 남궁태희든 자신에게 온다면 마다하지 않는다. 또한 그 이후로 여인들이 접근해 온다고 해도 마다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단, 떠난다고 해도 뭐라고 하지 않을 것이다. 여인이 오고 가는 일에 신경을 쓰는 천악이 아니었다.
그래도 조건은 있었다. 천악 스스로가 여자에 목을 매지 않는다고 하지만 미인이어야 되고 자신을 이용하지 않는다는 단서가 붙어야 했다. 천악도 사내였다. 못생긴 여자를 아내로 맞을 정도로 눈이 낮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