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계독존기 4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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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145회 작성일소설 읽기 : 이계독존기 41화
풍원장원의 새 식구 (2)
풍운장원은 남궁세가의 피비린내 나는 분위기와 다르게 활기가 넘쳐흐르고 있었다. 대장간 공사가 마무리되었고, 며칠만 더 준비하면 바로 물건을 제작하는 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보였다.
인부들이 마지막을 위해 땀을 흘리며 열심히 일을 하였고, 하인들도 일을 거들면서 서로 돕고 있었다.
별채에 있던 세 아이들도 이제는 살이 많이 붙어 있었다. 살이 오르고 생기가 돌자 아이들답게 열심히 뛰어놀면서 무걸개 추상락의 지도를 받고 있었다.
천악은 눈으로는 별채의 아이들을 보면서 금은혜와 냉동수레에 대해 얘기 나누고 있었다. 남궁혈사가 있은 후 남궁태희가 찾아오기는 했지만 별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오히려 금은혜와 자주 대화를 하는 천악이었다.
“수레를 다 만들었어요. 이제 시범적으로 유통을 해보면 성과가 나올 거예요.”
“잘됐군.”
“그런데 부탁이 있어요.”
“좀 힘들더라도 빙정을 한 개 정도 만들어주시면 안 되나요?”
“왜지?”
금은혜는 뜸을 들이다가 황실에 있는 일을 말해 주었다.
명 황실이 들어서고 나서 원의 잔당으로 인해 심각한 타격을 입고 있었다. 그 당시가 30년 전이었고, 영락제가 황위에 오른 후 북벌을 하여 겨우 안정을 찾고 있었다. 하지만 영락제가 죽고 황위는 현덕제를 지나 지금은 영락제의 손자인 선덕제 주첨기가 앉아 있었다.
요즘 들어 주첨기의 건강이 좋지 않았다. 몸 안의 열기가 빠져나가지 못하는 희귀한 병을 앓고 있었던 것이다.
이대로 둘 수가 없었다. 치료를 위해서 빙정이 꼭 필요했다. 황실에 온갖 영약이 다 있지만 빙정만은 쉽게 구할 수가 없었다. 구한다고 해도 보관이 쉽지 않고, 오랜 기간 보존할 수도 없는 것이 빙정이었다.
“공짜는 없다.”
“물론 막대한 배상을 해드리겠어요.”
황제의 병을 낫게 하는 자에게 배상은 당연했다.
황실이 흔들리게 되면 나라의 기틀이 흔들리는 것이 현 시대의 상황이었다.
“난 배상을 원하지 않는다. 네가 내 정체를 드러내지 않는 것이 조건이다. 또한 가격은 금천상가에서 지불하고 네가 구한 것으로 해라.”
빙정에 대한 대가를 받으려면 자연히 자신의 신상이 드러나게 된다. 천악은 그런 일을 번거롭게 생각했다.
“물론이에요. 절대로 오라버니에 대해서는 알리지 않도록 하겠어요.”
“그리고 이번 한 번뿐이다. 그걸 명심하는 게 좋을 거야.”
“알았어요. 그런데 궁금한 게 있는데요.”
“뭐지?”
금은혜는 말하면서도 너무 부끄러웠다. 여자가 먼저 말을 하는 것이 너무 어색했다. 그녀가 천방지축에 하고 싶은 행동은 하지 말라고 해도 하는 여인이었지만 이것만은 정말 부끄러웠다.
하지만 금은혜는 직선적으로 말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미적거리거나 말을 하지 않으면 천악과 자신은 아무 사이도 되지 않을 것이다.
“군 오라버니는 어떤 여자를 좋아해요?”
“여자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해 보지 않았다. 그저 나에게 순종하고 내 말을 듣고, 내 말에 복종하는 여자면 좋겠지.”
천악은 사사건건 트집 잡는 여자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금은혜는 속으로 욕을 했다.
‘아무리 그래도 그건 너무 심하잖아. 이러다간 완전히 하녀 취급일 텐데.’
금은혜는 참고 견디며 이해하기로 마음먹었다. 천악을 얻어야 했다. 그를 최대한 귀찮게 하지 않고, 원하는 결과를 얻도록 하면서 도움을 청하면 천악도 도와줄 것이 분명했다.
“저는 천악 오라버니가 원하는 여자가 되도록 최선을 다할 준비가 되어 있어요.”
강수를 두었다.
천악을 위해! 천악을 위한! 천악에 의한!
이것이 바로 금은혜가 제청한 천악을 위한 사람이 되기 위한 조약이었다. 그녀는 구문제독부의 금지옥엽이지만 많은 것을 양보했다. 바로 천악을 얻기 위해서 말이다.
천악은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여자를 마다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싫다는 여자 잡지 않고, 오는 여잔 막지 않았다.
“지켜보마.”
“정말이요?”
“그렇다. 하지만 나는 네가 나의 부인이 된다고 해서 네게 목을 매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도록 해라.”
“제가 목맬 테니 걱정하지 마세요!”
“그렇다고 네가 하는 일까지 내가 이래라저래라 하지는 않을 것이다. 나는 여자라고 무시하지는 않는다. 할 수 있으면 해라. 대신 내가 하는 일에는 네가 간섭하지 않으면 한다.”
천악은 남이 하는 일까지 간섭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그 일로 인해 자신에게 피해가 오면 그때는 상황이 달랐다. 그 순간 적이 되고 말살시켜버릴 것이다.
도장을 확실히 찍지는 않았지만 이것으로 금은혜는 원하는 바를 어느 정도 얻었다고 확신했다. 그녀는 천악이 자신을 위해 목숨을 내놓을 거라는 그런 유치한 꿈을 꾸진 않았다. 그럴 위인이 아닐뿐더러 자신도 그런 사람을 원하는 게 아니었다. 차라리 자신이 죽은 후 복수를 해주면 그것이 더 통쾌할 것이다.
천악은 금은혜를 물린 후 추상락을 불렀다.
“추상락, 이제 아이들에게 기초적인 무공을 가르쳐주어야겠다.”
“제가 어떻게 하면 됩니까?”
“지금까지 그저 몸을 건강하게 주력했다면 이제는 육체를 단련할 필요성이 있겠지.”
야수권은 육체의 단련에서부터 시작된다. 조금씩 극한으로 육체의 힘을 사용하게 하여 자신의 몸 안에 있는 잠재된 능력을 깨달아가는 것이 중요했다.
아직 아이들이기에 시작에 공을 들여야 했다. 앞으로 얼마 동안은 체력을 더 단련하고 뼈를 강인하게 만들어야 했다.
“달리기를 시켜라. 아이들이 달릴 수 있는 최대한으로 달리도록 해라!”
추상락이라면 아이들의 체력과 한계를 가장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한 달 동안 같이 생활하면서 지켜보았으니 말이다.
극한까지 달려 체력과 호흡 기능을 단련시킨 후, 천악이 설치한 마법진 안에서 운기를 시킬 생각이었다.
야수권의 호흡법은 삼재심법과 별다른 차이점이 없기에 그 속도가 너무 느렸다. 야수호심공(野獸護心功)이라고 불리는 야수권의 심법은 축기를 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순수한 자연의 기운을 받아들이는 데는 효과적이었다. 또한 소주천을 넘어 대주천을 하게 되면 좌공(坐功)이 아니라 입공(立功)과 동공(動功)으로도 활용할 수 있기에 일상생활에서 자연스럽게 운용할 수 있게 된다.
소주천과 대주천을 빠르게 진행시키기 위해 천악은 기의 집중마법진을 연공실에 설치할 생각을 했다. 앞으로 아이들은 기본적으로 육체를 단련하고 나머지 시간은 호흡법을 배우게 될 것이다.
“할 수 있겠지?”
“물론입니다. 최선을 다해 이놈들을 완성시키겠습니다.”
“잘할 거라 믿는다.”
* * *
삼영살은 풍운장원 주위로 군천악에 대한 정보를 모으고 있었다. 살수행을 위해서는 사전에 정보가 필요하다. 특히 암살 대상에 대한 생활방식과 동선 등을 제대로 파악해야 했다. 의뢰자가 죽은 상황에서도 의뢰를 수행하려는 그들은 자부심으로 똘똘 뭉쳐 있었다.
삼영살은 그동안 모은 군천악에 대한 정보를 보면서 별달리 어려운 점은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이제 막 무림에 이름을 조금 알린 신출내기에 불과했고, 암살에 대한 경계를 하지 않는 것으로 보였다.
“일살, 밤에 침입해서 끝내는 것이 가장 좋겠는데?”
“그렇겠지. 장원에서 계속 머무는 것으로 보아 언제까지 우리가 기다릴 수 있는 것도 아니니까 말이지.”
“놈이 머무는 거처를 알았으니 바로 실행하자.”
삼영살은 오늘밤 결행하기로 하고 풍운장원으로 침입할 준비를 했다.
살수들은 밤이 다가오기를 기다렸다. 음습한 구름이 하늘을 가리고 있기에 침입하기에 딱 좋은 날이 될 것이다.
새벽이 다가오기 전의 시각은 사람의 감각을 가장 무디게 만들었다.
풍운장원은 외부의 침입에 대해서는 거의 무방비였다. 호위무사도 없을뿐더러 그에 대한 대비책도 별로 없었다.
어둠을 틈타 세 명의 그림자가 빠르게 움직였다. 담을 넘고 군천악의 방을 향해 움직이고 있음에도 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삼영살의 주특기는 바로 어둠을 타고 흐르는 듯한 신법인 암흑무영보(暗黑無影步)였다. 신속하게 움직여 빠르게 끝을 내려고 삼영살은 계획대로 움직였다.
‘방비조차 없다니 간단하게 끝나겠군.’
삼영살은 이번 의뢰가 정말 쉽게 생각됐다. 애송이 하나 죽이는데 상당한 금액을 받았으니 횡재했다고 생각했고 자신들의 명성도 유지할 수 있다고 보았다. 그들은 아무도 눈치 못 챘다고 생각했다.
“너희들 누구냐?”
삼영살의 일살은 바로 등 뒤에서 들려오는 말에 화들짝 놀라서 신형을 흐트러뜨릴 뻔했다. 일살은 그 즉시 암기를 출수했다. 암영인(暗影刃)이라고 불리는 비도였다.
암기는 철의 날카로움을 과시하기라도 하듯 주로 은색을 띠는데 이것을 검은색으로 칠해 어둠 속에서 그 활용도를 높였다. 또한 암영인의 끝에는 혈류산(血流酸)이라는 극독을 발라놓았다. 스치는 것만으로도 혈액을 타고 들어가 혈맥을 녹이는 독이었다.
“죽어랏!”
사사삭!
“허허, 이놈들 누구 앞에서 암기를 날리는 거야?”
중년인의 표정은 심드렁했다.
암영이연격(暗影二連擊)을 출수한 일살은 상대의 기고만장함에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암영이연격은 효과는 두 가지였다. 한 번 던진 공격의 뒤에 이어 바로 비도가 다시 나가는 수법이므로 상대가 막았다고 생각하고 방심하는 미세한 순간을 이용하는 교묘한 수법이었다.
탕! 탕!
손가락을 가볍게 두 번 튕기자 암영인 두 자루가 바닥으로 튕겨 나갔다. 가벼운 튕김으로 암영이연격을 막아낸 중년인의 솜씨는 가히 신기에 가까웠다.
일살의 표정이 금세 어두워졌다. 생각보다 상대가 더 대단했다. 일살은 옆에 이살에게 눈짓을 보내려고 했다. 그런데 이살 또한 다른 상대에게 암영인을 시전하고 있었다.
‘아니, 이게 도대체……?’
“호오, 혈류산을 사용하다니 제법인데?”
중년인은 혈류산이 발린 비도의 한 부분을 혀로 맛을 보았다.
일살은 중년인이 미친놈이라고 생각했다. 닿는 것으로 몸의 혈맥을 녹이는 독이었다. 이 독을 구하려고 엄청난 돈을 들였다.
“미친……!”
“난 안 미쳤다. 미친 건 네놈들이지. 너희들 생각이 있는 거냐? 하필이면 괴물 같은 놈이 있는 장소에 제 발로 걸어 들어오다니 말이야.”
“그러게 말입니다.”
중년인의 말에 거지 차림의 또 다른 중년인이 공손하게 맞장구를 쳐주었다.
삼영살의 놀람은 이만저만한 것이 아니었다. 하남십대고수였던 벽혈도 진성완을 죽일 때는 암영이연격으로 쉽게 끝을 냈다. 그런데 처음 보는 중년인들이 너무도 쉽게 그들의 공격을 막아내고 농지거리를 하고 있었다. 삼영살은 자신들을 쉽게 보는 놈들을 그냥 둘 생각이 없었다.
“우리를 우습게보다니… 죽여주마!”
[보통 놈들이 아니다!]
[흑연탄을 터뜨리자!]
삼영살들이 서로 작전을 짜고 바로 실행을 했다. 살수는 언제 어디서든지 침착해야 하고 임기응변이 뛰어나야 한다. 이들은 이 정도의 돌발적 상황에 주춤할 정도의 애송이 살수들이 아니었다.
삼영살이 세 방향으로 이동을 한 후 중년인들을 향해 암영인을 던지고, 다시 흑연탄을 연속적으로 던졌다.
흑연탄은 공기 중의 마찰로 터지는 연막탄이었다. 연기의 색이 검은색이라서 흑연탄이라고 이름 붙었다.
천수암제 당지독은 삼영살의 임기응변과 그 민첩한 행동에 가벼운 미소를 지었다.
“이놈들 제법이구나.”
“그런가요?”
추상락은 살수들을 사람으로 여기지 않았다. 돈을 받고 사람을 죽이는 자들을 어떻게 사람으로 볼 수 있는가! 그저 살아 있는 쓰레기들일 뿐이었다. 그래서 반응도 시큰둥했다.
흑연탄이 터지자 당지독과 추상락의 시야가 모두 가려졌다. 삼영살이 그 상태로 일격필살의 공격을 가해 왔다. 온몸의 체중과 속력을 검에 실어 세 방향에서 찔러 들었다. 살수의 감각을 극한으로 끌어올려 검을 휘두른 삼영살이 다시 흑연탄의 연기 밖으로 나갔을 때 일살은 다시 한 번 당황했다.
‘검에 느껴지는 감각이 없다.’
그들의 감각을 뛰어넘는 당지독과 추상락의 귀신같은 움직임에 삼영살은 깨달을 수 있었다.
“삼살! 이살!”
삼영살 중 삼살이 당지독의 한 손에 잡혀서 묵사발이 되도록 맞고 있었다. 그 옆으로 추상락도 이살의 몸을 개 패듯이 패고 있었다. 당지독과 추상락의 주먹에 감정이 서려 있었다.
‘이래서 때리는구나.’
‘역시 손맛이 죽인다.’
그들도 당하고 나서 죽도록 후회를 했다. 천악이 왜 그토록 패는지 조금이지만 알게 된 당지독과 추상락이었다.
일살은 두려움이 솟구쳐 올랐다.
‘엄청난 고수들이다.’
풍운장원 안에 이런 고수들이 머물고 있는 줄 몰랐다. 이런 위험한 곳에 침입하면서 아무런 대책을 세우지 않은 것을 후회했다.
‘의뢰자가 죽었을 때부터 하는 게 아니었다.’
일살은 어떻게 해야 할지 망설였다. 지금 자신의 실력으론 분명 저 괴물 같은 중년인들을 죽일 순 없었다. 그렇지만 이살과 삼살을 두고 도망갈 수도 없었다. 살수들에게 의리 같은 것이 있을까 생각하겠지만 삼영살은 서로에게 끈끈한 정을 느끼고 있었다. 친형제 같은 녀석들이라 버리고 갈 수 없었다.
당지독과 추상락이 이살과 삼살을 패고 나서 기절시켰다. 그들은 일살의 반응을 보고 의외라는 듯 놀라고 있었다. 살수 주제에 동료를 구하려고 하는 일살의 행동에 약간이지만 감동을 했다.
‘폭혈탄(爆血彈)과 더불어 동귀어진으로 끝을 내겠다.’
일살은 승산이 없음을 알고 목숨을 걸 생각을 했다.
이를 악물고 실행에 옮기려는 찰나, 일살은 몸에서 힘이 쭈욱 빠져나감을 느꼈다. 어느새 등 뒤로 나타난 청년이 그의 목을 잡았기 때문이다. 온몸에 피가 빠져나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어느새…….’
귀신과 같았다.
청년이 일살을 바라보았다. 천악은 장원 안에 쥐새끼처럼 들어오는 낌새를 느끼고 있었다. 당지독과 추상락이 먼저 움직이는 것까지 모두 알고 있었다.
천악은 이들의 행동을 유심히 지켜보았다. 상황을 보아 이놈들은 자신을 노리고 들어온 놈들인 것 같았다. 그렇지 않았다면 당지독과 추상락의 출현에 그렇게 놀라거나 당황해 하지 않았을 것이다. 암살자들이 그들 말고 노리는 자는 풍운장원에서 자신밖에 없었다.
“왜 날 노렸지?”
“크윽, 다, 당신은… 누구시오?”
일살은 눈앞에서 차가운 눈을 번뜩이고 있는 청년이 너무 무서웠다. 보는 것만으로 압도당해서 어떤 행동도 취하지 못했다.
“내가 군천악이다.”
“푸…풍운마룡?”
야수안이 발동하자 일살은 벼락을 치는 듯한 충격을 받았다. 머릿속이 텅 비어버리고 생각이 모두 빠져 나가는 듯했다. 일살은 야수안으로 인한 충격을 받고 난 후 몸이 축 늘어졌다.
“또 제검가인가?”
역시 싹을 자르길 잘했다고 생각하는 천악이었다. 제검가로 인해 벌어진 혈사가 끝이 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또 발생한 일이었다.
“날 죽이려고 했으니 너도 살아남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겠지?”
천악이 일살의 목을 부러뜨리려고 하자 당지독이 나섰다.
“이놈아, 이놈들을 제압한 것은 우리들이다. 왜 나중에 나타나서 간섭을 하느냐?”
“날 죽이려고 한 놈들입니다. 당연히 죽여야지요.”
“죽이려고 했지만 못 했다. 그리고 그걸 막은 것은 우리가 먼저니 우리에게 권리가 있다.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느냐?”
천악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들의 침입을 알면서도 관찰만 하고 있던 천악의 실수였다. 먼저 움직였다면 이런 고민할 필요도 없겠지만 당지독의 의견은 타당했다.
“그렇군요.”
“넌 그게 문제야. 덤빈다고 다 죽이면 그게 사람이냐?”
“이유 없이 죽이지는 않습니다.”
“이유가 없고 있고의 문제가 아니다. 사람 죽이는 것을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게 문제다, 이놈아!”
당지독에게 이런 말을 들을 이유가 없던 천악은 대답도 않고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독의 조종이라고 불리는 사천 당가의 태상가주인 천수암제 당지독에게 인간의 존엄성에 대해서 강의를 듣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었다.
“저, 저 버르장머리 없는 놈 같으니라고!”
“당 어르신, 주인님 성격 한두 번 겪어보는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아니까 답답하다!”
“그런데 저 살수 놈들을 살려주실 생각이셨습니까?”
무걸개 추상락은 당연히 죽일 생각을 했다. 강호에서 살수행을 하다 들키면 죽이는 것이 당연했다.
“너도 봤지 않느냐? 이놈들 제법 쓸 만한 놈들이다.”
“쓸 만해 봤자 살수 놈들 아닙니까?”
“너도 알겠지만 천악 이놈 때문에 내가 속이 얼마나 곪는 줄 아느냐?”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동병상련이라고 하기까지는 뭐하지만 두 사람 다 천악에게 죽도록 맞아봤으니 그 고통을 서로 알고 있었다.
“아까 이놈들 패면서 느낀 건데 화는 삭이면 삭일수록 나중에는 크게 폭발한다는 것이다. 화를 풀기 위해서 이놈들을 이용하면 좋지 않으냐?”
“그…렇군요. 정말 대단하십니다. 그런데 이놈들이 도망치면 어떡합니까?”
“내가 누구냐? 천수암제이니라. 내가 알아서 한다.”
천악의 수법과는 다르지만 독을 이용하는 방법은 당지독이 더 뛰어났다.
삼영살은 관계가 끈끈한 녀석들이니 쉽게 죽지도 않을 것이다. 어느 정도 제압을 하고 경고를 하면 통할 것이다.
당지독의 입장에서 화풀이 한답시고 아무나 팰 수도 없었다. 패도 상관없지만 찜찜한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런 면에서 삼영살은 동네 북으로 딱 적당했다. 살수니 인내심도 대단할 것이고, 이놈들은 맞아도 어디 가서 하소연도 하지 못할 것이다.
부르르!
삼영살은 기절한 상태에서도 몸을 떨었다.
이들은 악마의 소굴에 잡혀온 또 다른 사람들이 되어버렸다. 삼영살은 그날 깨어나서 당지독과 추상락에게 죽도록 맞았다. 또한 당지독의 독특한 금제를 당한 상태라서 도망도 못 갔다. 주먹의 고통과 금제로 인해 그들도 풍운장원의 새 식구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