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계독존기 4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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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999회 작성일소설 읽기 : 이계독존기 40화
풍원장원의 새 식구 (1)
살수행을 마치고 다시 살인청부를 받은 삼영살은 바로 안휘성 합비로 이동을 했다. 이미 청부금을 받고 의뢰내용도 검토한 상태였다. 그런데 문제가 발생했다. 의뢰를 했던 제검가가 완전히 사라져버리고 만 것이다. 정말 예상치 못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이런 일은 전에 없던 일이라 삼영살은 모여서 회의를 했다. 회의라고 해봤자 세 명이서 의견을 나누는 것이 전부였지만 그들은 의뢰를 수행할 것인지를 신중하게 의논했다.
“이미 의뢰자가 죽었는데 굳이 수고할 필요가 있나?”
“돈을 받았으니 의뢰는 이행해야 하지 않겠어?”
“어차피 애송이 한 명 죽이는 거니 별다른 문제는 없잖아.”
그들이 죽여야 할 대상은 풍운마룡 군천악이었다.
남궁세가의 두 번째 혈사가 벌어지고 나서도 풍운마룡 군천악에 대한 소문은 별다른 것이 없었다. 남궁세가 내에서 군천악의 등장과 그가 한 일을 모두 비밀로 붙였기 때문이다. 침입자들은 남궁세가 스스로 막아냈다고 하였기에 강호의 대부분은 그렇게 믿고 있었다.
삼영살이 만약 천악의 실체를 조금이라도 알았다면 이번 의뢰는 절대로 맡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모른다는 것에 있었다.
“그래, 어쩔 수 없지. 하자!”
“우선은 놈을 관찰하고 기다리자.”
“좋아, 정보 수집은 나한테 맡겨두라고.”
삼영살은 친구 사이였다. 호칭을 편하게 하기 위해 일살, 이살, 삼살이라고 붙였을 뿐이었다. 처음에는 이름으로 부를까도 했지만 살수가 이름을 가진다는 것이 이상했기에 별호를 부르게 되었고, 그게 오히려 편했다.
또 이름은 부모님이 지어주신 것 아닌가. 그 이름을 가지고 살업을 하는 것 자체가 부모님을 욕되게 하는 짓이라 생각하였다.
* * *
무림맹의 맹주실에 불려온 철혈판관검 제갈천기였다. 맹주인 무당의 태극검성 현도진인이 차를 마시며 기다리고 있었다.
태극검성 현도진인은 자타가 공인하는 중원제일검이었다. 중원 오천존 중에서도 가장 강한 검법의 고수가 바로 현도진인이었다. 그는 무당의 조사인 장삼봉이 만든 태극혜검(太極慧劍)을 극성으로 연마한 검의 절대고수였고, 그의 검에 사파와 마도무림의 고수들이 추풍낙엽처럼 쓰러졌다.
현도진인은 무당파의 장문인이었다가 그 자리를 현천에게 물려주고 무림맹주가 되었다. 현도진인은 맹주가 된 이후 별로 큰 활약은 없었다. 그는 무림맹의 주인 자리에 있었을 뿐 무림에 일어난 일은 무림맹의 군사와 장로들이 해결을 해왔기 때문이다.
“맹주님을 뵙습니다.”
“어서 오게.”
“무슨 일로 저를……?”
“그냥 차나 한잔 하자고 불렀네. 내가 부르는 게 싫은 건가?”
“아…닙니다.”
철혈판관검이라고 하지만 맹주를 대하는 것은 어려운 것이 사실이었다. 누가 뭐래도 맹주는 태극검성이었다. 자연스럽게 풍기는 기운에 저절로 긴장이 될 정도였다.
“또 다시 남궁세가에 피 바람이 불었다는군.”
“그렇습니다. 알아본 바에 의하며 남궁세가의 전력이 약해진 틈을 타서 안휘성 내의 문파들이 모여 협잡을 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쯧쯧, 욕심이 화를 불렀구먼.”
제갈천기는 아무 이유 없이 맹주가 자신을 부를 리 없다고 생각하였다. 만약 자신보고 안휘성으로 가라고 하면 절대 다시 가고 싶지 않았다. 제발 다른 사람을 보내라고 하고 싶었다.
그러나 차마 그런 말을 하지 못했다. 자신이 쌓아놓은 명성과 인식이 문제였다. 항상 올곧고 냉정한 판단을 내린다고 알려진 자신이 겁나서 못 가겠다고 어떻게 말하겠는가! 요 근래 되도록 자중하고 있었는데 맹주가 알아서 일거리를 주려고 하는 것 같았다.
“그래도 확실히 하는 것이 좋겠지.”
“일의 규명을 위해 구룡단원을 파견하겠습니다.”
단원 정도 보내는 선에서 마무리하고 싶었던 제갈천기였다. 하지만 현도진인은 그런 제갈천기의 의중을 알지 못하고 있었다.
‘그 괴물과 엮여서 좋은 꼴 못 봅니다.’
“제갈 단주가 알아서 하겠지만 말일세.”
현도진인은 뜸을 들이고 있었다. 무언가 할 말이 있는데 속 시원하게 말을 못 하는 듯했다. 이럴 때는 아래에 있는 사람이 윗사람의 맘을 편하게 해주는 것이 관례였다. 맹주가 무언의 압력을 가하고 있었다.
“하실 말씀이 있으면 하십시오.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습니다.”
“허허, 제갈 단주가 그렇게 말을 하니 내 마음이 다 편해지는군.”
태극검성의 실제 성격을 아는 몇 안 되는 사람 중 하나가 바로 제갈천기였다. 무림맹의 군사인 사마운정을 비롯해서 맹 내의 다섯 명 정도가 맹주의 실제 성격을 알고 있었다.
중원에 알려진 맹주의 성격은 항상 근엄하고 절대자의 위엄을 가진 중원제일검으로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실제 성격은 능글능글하고 남의 약점을 집요하게 건드리는 사람이었다.
“내 애물단지 제자가 하나 있지 않나?”
“예, 알고 있습니다.”
“그 아이도 이제 강호가 무엇인지 알아야 하지 않겠나. 그래서 이번에 그 아이를 구룡단에 포함시켜 남궁혈사에 대한 조사에 참여시켰으면 하는데, 자네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맹주의 제자는 바로 무당의 청 자 연배이며 뛰어난 후기지수 중 한 명이었다. 바로 무당일검 청풍이 무림맹주의 제자였다.
맹주의 젊은 시절의 자질을 뛰어넘는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청풍이었다. 그러나 그는 아직 무림맹이나 강호활동을 하지 않은 어린 용이었다. 겸사겸사 무림 경험을 시켜주고 싶은 현도진인이었다.
‘제기랄! 어린아이 혼자 보냈다가 사고 나면 날 죽이려고 하겠지?’
이럴 때는 자신이 직접 움직여야 했다. 나중에 책임을 묻더라도 직접 했는데도 불구하고 어렵게 됐다는 식이어야 맹주를 그나마 이해시킬 수 있을 것이다.
“제가 직접 데리고 가겠습니다.”
“하하! 제갈 단주가 그렇게 신경을 써주니 내 마음이 다 편해지는구려.”
‘어쩔 수 없지. 이번엔 지아도 데리고 가야겠다.’
아마 군천악에게 미운털이 박혀서 좋은 꼴을 보지 못할 것이다. 그래도 이번에 제갈지를 천악에게 제대로 소개시키고 둘이 잘 되길 빌어보기로 했다. 혹시 둘이 잘되면 자신의 머릿속에 들어 있는 것도 어떻게 해결해 줄지 모르지 않은가.
제갈천기는 폭충이라는 고독이 진짜 있는지 머릿속을 잠시 연구해 본 적이 있었다. 그런데 그때 머릿속으로 천악의 목소리가 울렸다.
[소용없다. 더 연구해 봐라, 그럼 터져 죽는다!]
의념이 전달이 된 순간 제갈천기는 소름이 돋았다. 그 즉시 폭충에 대한 것은 생각도 하지 않았다.
폭충엔 천악의 의념이 들어 있는 상태였다. 일시적으로 경고를 한 번 정도 한다. 그 이후에도 더 건드리면 그 즉시 폭발을 하게 된다.
잠시 생각에 잠긴 제갈천기를 보며 맹주가 물었다.
“뭘 하는가? 차가 입에 맞지 않는가?”
“아닙니다. 제가 잠시 다른 생각을 했습니다.”
“역시 신중하기가 이를 데 없구먼, 구룡단주.”
제갈천기는 맹주와 차를 마시며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다가 밖으로 나갔다. 제갈천기가 나가고 나자 맹주는 잠시 명상에 잠겼다.
“이제 반 년 남았구나. 약속한 날짜가 말이야.”
무엇이 남았는지 맹주만이 아는 약속이었다.
태극검성은 그 약속을 생각하면서 이를 악물었다. 이번에는 기필코 해내야 한다는 각오를 되새겼다.
‘그럼 이번에는 안휘성 합비로 할까?’
겸사겸사 제자도 볼 겸 안휘성 합비로 약속장소를 생각하는 현도진인이었다.
무림맹 내에 구룡단주가 머무는 구룡각의 집무실에서 그동안 모아놓은 정보를 보던 제갈천기의 표정은 기괴하게 변해 있었다. 얼굴의 근육이 심각하게 뒤틀리고 있었고 땀이 비 오 듯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제갈천기는 책상에 놓인 개방의 조사보고서를 읽고 있었다.
2차 남궁혈사 보고서
-제검가, 숭의문, 절영문, 태천문의 안휘 사대문파가 모여 남궁세가를 침입.
-명분을 위해 제검가의 제천신검 형사명이 아들을 미끼로 남궁세가를 칠 명분을 얻었음.
-결론적으로 남궁세가의 저력이 상상 이상이었음.
-분노한 남궁세가가 제검가를 멸문시킴.
-수상한 점으로 제검가를 완전히 가루로 만들었는데, 화산이 폭발한 것 같은 열기가 작용한 것 같음. 화약을 사용하지 않고 그만한 폭발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 의혹임. 폭발에 대한 자세한 조사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함.
제갈천기는 마지막 내용을 보고 바로 알 수 있었다. 그도 직접 봤으니 잊어버리려야 잊어버릴 수 없었다.
‘괴…물이 움직였구나!’
괴물이라면 화약이 아니더라도 제검가를 뿌리째 박살낼 수 있을 것이다. 그 당시에 천악의 행동에 겁을 먹기는 했지만 설마 했다. 설마 진짜로 그런 엄청난 만행을 저지를 줄은 몰랐던 것이다. 그러나 다시 생각해 보니 달랐다.
‘하고도 남을 성격이다!’
제갈천기가 식은땀을 흘리며 어떻게 해야 천악의 마음에 들지 생각했다.
‘그는 귀찮은 것을 싫어한다. 내용을 보니 제검가가 미쳐서 그 괴물을 이용한 것 같군.’
제갈천기는 군천악에 대한 보고 내용을 모두 삭제했다. 그에 대한 것이 무림맹에 알려져서 좋을 것이 없었다. 보고서에서도 알 수 있다시피 남궁세가의 사람들도 철저히 함구한 것으로 보아 그들도 천악이 알려지는 것을 꺼리는 것이 분명했다. 세상에 나타나 봐야 좋은 꼴 보기 힘들었다.
제갈천기는 보고서에서 군천악에 대한 것을 모두 삭제하고 남궁세가와 안휘 사대문파 간의 세력다툼으로 맹주에게 보고를 했다.
“나의 이 공로를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
* * *
2차 남궁혈사가 벌어지고 난 후 열흘이 흘렀다.
남궁세가는 6백 명의 무인들 중에 2백 명이 넘는 사상자를 냈으며 백 명이나 부상으로 누워 있어야 했다. 남궁세가의 중요 전각이나 무고의 보고들이 손실된 것은 아니지만 불화살로 인해 전각 일부분들이 타서 보수공사를 해야 했다.
남궁세가는 피해를 보상받기 위해 남아 있는 숭의문, 태천문, 절영문에 정식으로 보상을 요구했다.
그들의 입장에서도 남궁세가의 요구를 거절할 수 없었다. 또한 세 문파는 제검가가 완전히 가루가 된 것을 알기에 모두 벌벌 떨었다. 자신들도 그렇게 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으로 그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보상을 하였다.
그들은 향후 10년간 봉문을 하기로 하고, 피해보상금으로 금 만 냥이나 되는 돈을 지불했다. 그들이 가진 숨겨진 돈을 모두 동원해서 겨우 보상금을 마련했지만 이것으로 인해 그들은 더는 안휘성에서 어떤 영향력도 행사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되었다.
남궁세가는 당분간 장로회와 소가주 남궁혁성에 의해 운영이 되었다. 검왕 남궁장천은 혈광석으로 만들어진 암기에 맞았고, 그로 인해 내상을 심각하게 입은 상태였다. 혈광석이 들어 있는 암기로 인한 내상은 쉽게 낫지 않았다.
남궁세가 내에서 남궁태희의 위상도 달라졌다. 남궁혈사 당시 보여준 남궁태희의 검법에 남궁세가 장로들은 이미 그녀가 검후의 자격을 얻었다고 평가를 했다.
남궁세가에 한 가지 불문율이 생겼다. 그것은 바로 군천악에 대한 것이었다. 그에 대한 것은 어떤 일이 있어도 입 밖으로 내뱉어서는 안 되고 언급조차 해서도 안 되었다. 남궁장천과 남궁혁성이 가장 먼저 군천악의 성격을 그들에게 알려주었다. 건드리지만 않으면 천악이 위험하지 않겠지만 만약 건드리면 어떻게 되는지 그날 모두 보았기에 아무도 그 말에 토를 달지 않았다.
남궁혁성은 남궁세가를 다시 일으키기 위해 방계에도 무공을 대폭 개방하기로 하였다. 이번 혈사로 너무 많은 무인들이 죽어나갔기 때문이다. 장로회의 반대가 있기는 했지만 검왕의 동의를 얻었기에 결국에는 통과가 되었다.
남궁혁성은 남궁장천이 있는 연공실로 갔다.
“들어오너라.”
남궁장천은 막 연공을 마치고 가부좌를 풀고 있었다.
며칠 사이 남궁장천은 많이 노쇠해졌다. 아직 내상이 완전히 낫지 않은 것도 있지만 정신적으로도 충격이 컸기 때문이었다.
“아버지, 꼭 물러나야겠습니까?”
“이제 나도 환갑이다. 네가 가문을 잘 이끌어갈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아버지, 저는 아직 부족한 게 많습니다.”
“아니다. 너 정도면 나 젊었을 때보다 더 훌륭하다. 그러니 이만 나를 쉬게 해다오. 나도 많이 피곤하구나.”
남궁장천은 그동안 가주 직을 맞으면서 일어난 일련의 사태로 인해 마음고생이 심했다. 이 모든 것이 자신의 무능 때문이라 생각했다. 그것이 안타까웠다. 그는 이제 가주 직을 벗어던지고 그동안 게을리했던 무공 정진에 더 힘을 쏟기로 마음먹었다.
“천악은 위험한 사람이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화산과 같은 사나이다.”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태희는 잘할 겁니다.”
“후후, 그는 여자에 휘둘리는 사람이 아니다. 그러니 항상 조심하라고 해라.”
“물론입니다. 그것보다, 이번에 방계에서 제자들을 많이 들이기로 결정했습니다.”
“잘했다. 정체되어서는 발전할 수 없다, 오랜 기간 세가가 직계 위주로 돌아갔기에 지금의 혈사를 부른 것인지도 모른다.”
“아버지 잘못이 아닙니다.”
“됐다. 이만 쉬고 싶구나.”
“예, 그럼 물러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