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계독존기 3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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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009회 작성일소설 읽기 : 이계독존기 39화
2차 남궁혈사 (4)
괴멸이었다. 천악은 한 놈이라도 도주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았다. 천악의 손에 살아남은 존재는 제천신검 형사명뿐이었다.
천악은 남궁세가에서 천천히 벗어났다. 그의 목표는 제검가였다.
“나는 반드시 너를 죽일 거다.”
“네놈은 악마다!”
형사명이 이를 갈며 바락바락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그것이 그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었다. 그는 손가락 하나도 제대로 움직이지 못했다.
“그 전에 네놈의 제검가를 산산이 박살낼 거다.”
“도대체… 나한테 원하는 것이 뭐냐?”
“그런 후 네놈의 가죽을 벗기고 뼈를 잘게 부수어 죽어가는 네놈의 심장을 파서 들개의 먹이로 줄 거다.”
어떠한 감정의 기복도 존재하지 않았다. 형사명이 무엇이라고 떠들든 천악은 자신이 할 말만 했다.
* * *
당지독이 남궁세가에 도착했을 때 이미 상황은 종료된 이후였다. 곳곳에 시체가 타는 역한 냄새가 진동했다. 남궁세가 무인들이 아직 살아 움직이는 것으로 보아 당한 것은 침입했던 놈들인 것 같았다.
당지독은 몸을 추스르고 있는 남궁장천을 볼 수 있었다.
“어떻게 된 일이냐?”
“천악이 정리했습니다.”
“혼자서 이 많은 무인들은 죽였단 말인가?”
“그렇습니다. 전멸시켰습니다. 단 한 놈도 살아나지 못했습니다.”
남궁세가에 쳐들어올 정도로 많은 수의 무인들을 다 죽였다는 말에 당지독은 혀를 내둘렀다. 아무리 독해도 도망가는 자들까지 죽이다니……! 천악의 성격은 생각보다 더 잔혹했다. 보통 성정이 아니었다.
죽은 자들은 타버린 것만 있는 게 아니었다. 야수의 발톱에 찢겨진 것처럼 육편이 되어 있었다.
“녀석은 어디로 간 거냐?”
“아무래도 제검가로 가지 않았나 싶습니다.”
남궁장천은 자신이 아는 사실을 당지독에게 모두 설명했다.
당지독의 표정이 심각하게 변했다.
‘이놈이 정녕 큰일 낼 놈이구나!’
정도(正道)라는 것이 있었다. 그 정도를 넘어서면 그것은 복수도 무엇도 아무것도 아니었다.
당지독은 그 즉시 있는 힘을 다해 경공술을 펼쳤다. 천악이 제검가에 도착하기 전에 막아야 했다. 죄 없는 사람까지 죽이는 것은 사람이 할 짓이 아니었다.
천악은 형사명의 목을 잡고 빛살처럼 제검가를 향해 날아갔다. 혼자도 아닌, 한 사람을 들고 어기비행술(馭氣飛行術)을 펼치는 천악의 능력에 형사명은 기력이 다 빠지고 있었다. 천악은 그의 상상을 초월하는 괴물이었다. 또한 잔혹했다.
쌔애애앵!
눈을 뜨기도 힘들 정도로 빠르게 날아갔다. 이런 속도라면 금세 제검가에 도착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어떻게 될 것인지 형사명의 눈에 선했다. 좀 전에 펼쳐졌던 아비지옥의 풍경이 또 다시 펼쳐질 것이다.
“멈춰주시오. 차라리 날 죽이란 말이오.”
천악에게 그의 말은 들리지 않았다. 그저 보여줄 뿐이었다.
어느새 제검가의 상공에 모습을 드러낸 천악이었다.
천악은 아래에서 평온하게 잠을 자고 있는 제검가의 무인들을 볼 수 있었다.
“제검가는 사라진다.”
공중에 서 있던 천악의 입에서 알 수 없는 언어가 흘러나왔다.
형사명은 그 소리에 공포를 맛보아야 했다. 전에는 알 수 없는 언어를 말한 후 번개가 무인들을 모두 태워버렸다.
-헬 버스터(지옥의 광선)!
슈융, 퍼어어어어어엉!
7서클의 마력으로 구성된 헬 버스터는 산을 통째로 날려버릴 정도의 위력을 가지고 있었다.
천악은 헬버스터의 위력을 조절해서 제검가를 3번 공격했다. 한 번의 헬 버스터로 제검가의 삼분의 일이 완전히 박살이 나 버렸다.
광선으로 인해 날아가 버린 장소에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았다. 처음부터 없었던 것 같은 풍경이었다.
드드드드!
덜덜덜!
“크아아아악!”
제검가의 한쪽이 날아가고 나서야 형사명은 비명을 질렀다.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천악의 헬 버스터가 남아 있는 제검가의 한쪽을 또 다시 날려버렸다. 제검가의 식솔들이나 남아 있는 무인들은 그 순간에 무엇이 일어났는지도 모를 것이다. 그저 자다가 한줌의 먼지로 화해 버렸다.
천악은 묵묵히 마지막을 장식했다.
헬 버스터의 충격으로 인해 대지가 요동을 쳤다. 광폭한 일격이 다시 이어지자 제검가는 역사의 한쪽으로 완전히 사라져버렸다.
형사명은 얼이 빠져버렸다. 자신이 일구어놓았던 것들과 재롱을 떨던 손자가 모두 사라졌다. 그가 지탱하고 버티던 모든 것들이 사라지고 말았던 것이다.
천악이 상공에서 지상으로 내려왔다.
형사명의 머리카락이 충격으로 인해 하얗게 변해 버렸다. 극도의 충격으로 인해 생겨난 결과였다.
꼼짝 못 하는 형사명을 천악이 바라보았다. 형사명은 독기로 가득한 눈으로 천악을 노려보았다.
“네놈은 인간도 아니다. 그들은 아무 잘못도 없다. 그저 내 명을 따랐을 뿐이다!”
“그래서?”
“아무 힘도 없는 사람들까지 희생시켜야 했는가? 그게 사람이 할 짓인가?”
“그래서?”
천악은 대꾸조차 성의없었다. 상대에게 이해해 달라고 말할 필요도 없었다. 그저 하고 싶은 말을 했다.
“나는 네놈을 죽인다. 인간의 잠재력은 무궁무진하지. 살아 있다는 것 자체가 위험한 일이다. 특히 독기로 뭉친 인간의 가능성은 때론 상상도 못 할 기적을 일으키기도 한다. 나는 그런 가능성이 싫다. 귀찮거든. 너의 고통을 즐기는 것도 재밌겠지만 지금 고통스럽게 하고 죽일 거다.”
천악은 또 귀찮게 할지 모르는 형사명을 살려두지 않을 생각이었다. 우선 그에게 전에 말한 대로 고통을 안겨줄 것이다. 감히 주제도 모르고 자신을 이용했으니 당연한 결과였다.
“실천은 한다. 달게 받아라.”
뼈를 부수고 껍질을 벗긴다는 말에 형사명은 분노와 더불어 압도적인 공포를 느꼈다. 독기가 통할 상대가 아니었다. 천악에게 그 정도 독기로 대항한다는 것 자체가 어리석은 일이었다.
천악의 주먹이 섬광처럼 형사명의 몸을 두들겼다.
퍼퍼퍼퍼퍼퍼퍽! 뿌드드득!
퍼퍼퍼퍼퍽! 뿌드드드득!
형사명의 몸을 구성하는 뼈란 뼈는 모두 잘게 부서져 나갔다. 형사명의 입에서 귀가 찢어질 듯한 비명성이 제검가의 폐허 위로 울렸다.
“크아아아아아악!”
마지막으로 갈수록 형사명의 몸이 연체동물처럼 흐느적거렸다.
어찌된 일인지 형사명은 죽지도 않았다. 천악이 어떤 수작을 부렸는지 죽을 수조차 없었다. 천악의 손속은 눈을 뜨고 볼 수 없을 정도로 잔혹했다.
그때 당지독의 음성이 들렸다.
“그만하고 깨끗이 죽여라!”
천악이 돌아보았다.
“제 일에 신경 쓰지 마십시오.”
“결국 네놈은 인간이 해서는 안 되는 짓까지 했구나.”
제검가의 터전이 모두 사라진 것을 보고 당지독은 이게 현실인지 의구심이 들 정도였다. 화산이 터진 것처럼 모두 폭발해 버린 제검가의 흔적을 보고 천악이 한 짓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네놈은 죄 없는 자들까지 죽인 거다. 네가 진정 제정신이냐?”
“그건 모릅니다. 저는 절 귀찮게 하는 존재를 남겨둘 정도로 착하지 않습니다.”
“고작 네 귀찮음 때문에 사람을 이토록 쉽게 죽인단 말이냐?”
당지독도 많은 무인을 죽였다. 하지만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제검가가 비록 죽을 짓을 했다고 하지만 천악의 행동은 도가 지나쳤다.
“그럼 이제부터 어떻게 할 거냐? 계속 사람을 죽일 거냐?”
천악이 이대로 미쳐서 더 많은 사람을 죽인다면 자신이 기필코 막아야 했다.
당지독은 겨우 분노를 참으며 천악에게 말을 했다.
“제가 광기에 젖어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천악의 눈은 무관심했다. 많은 사람을 죽이게 되면 당연히 눈에 혈성(血性)이 생기게 된다. 그것은 자신도 모르게 생기는 필연적인 것이었다. 그런데 천악의 눈은 너무 투명했다. 너무 투명해서 그것이 오히려 섬뜩할 정도였다.
“아니구나.”
“전 멀쩡합니다. 지금 이놈은 자신의 야망을 위해 많은 사람에게 피해를 줬습니다. 그 대가를 치른다고 생각하십시오. 당 어르신만 모른 척하면 아무도 모릅니다.”
“너는 너무 독선적이다. 너의 판단이 항상 옳다고 생각하는 것이냐? 제검가 안에도 무고한 사람이 있을 수 있었다.”
“그런 건 모릅니다. 그리고 세상에 무고한 사람이 있을 수 없습니다. 인간은 결국 욕망의 그릇 안에서 움직이고 자신도 모르게 그 욕망을 실현하기 위해 남을 희생시킵니다. 이놈의 의지는 제검가의 의지가 되었습니다. 그 의지의 그릇 안에 있는 존재들이 언제 다시 해악을 일으킬지 모릅니다.”
“그건 순전히 너의 판단일 뿐이지 않느냐? 그들이 개과천선해서 새로운 삶을 살아갈 수도 있었다.”
천악과 당지독의 생각은 그 틀이 전혀 달랐다. 천악은 원래 이런 수고를 하지 않는 인물이다. 하지만 한 가지 예외가 있었다. 그것은 바로 자신을 이용하려는 세력은 절대로 가만히 두지 않는다는 것!
한 번 이용하면 두 번, 세 번 이용하려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라고 생각하는 천악이었다. 누군가에게 이용당했다는 것만큼 기분 나쁜 것이 천악에게는 없었다.
당지독도 제검가의 행위가 죽어 마땅하다고 생각은 하지만 무공을 모르는 자들까지 죽일 것까지는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것은 저의 주관입니다. 다른 사람이 어떤 판단을 하건 저는 제 판단에 후회하지 않습니다. 만약 제 정의를 누르고 싶다면 힘으로 한번 눌러보십시오.”
확고한 자기만의 생각을 가진 자들은 상당히 무섭다. 천악도 그 부류에 속하는 독선적인 면을 가지고 있었다.
당지독도 괴팍하고 기행을 일삼는 자기만의 정의를 가지고 있는 인물이었다. 그도 꺾이지 않는 독특한 인물이었다.
“어차피 이미 벌어진 일이니 더는 말하지 않겠다. 하지만 네놈의 그 버릇없는 말투를 내 기필코 고쳐주마.”
“어디 한번 해보십시오.”
“좋다. 여기는 그렇고, 다른 곳에서 붙자! 괜히 흔적 남기고 싶지 않다.”
천수암제 당지독은 어느새 제검가의 일을 잊었는지 천악과 다시 붙는다는 생각만이 그의 뇌리를 가득 채웠다.
“그놈은 이제 그만 끝내주거라!”
완전히 폐인이 되어버린 형사명이었다. 뼈가 으스러지고 단전까지 부서진 무인이 이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살아 있는 것이 죽는 것보다 더 고통스러울 것이다.
천악은 고민했다. 분명히 껍질을 벗기고 심장을 뜯어서 짐승의 먹이로 주겠다고 했는데 그걸 실천하지 못했다.
‘뭐 그냥 넘어가자.’
천악은 형사명의 목을 발로 밟았다.
으드득!
목이 기이하게 꺾이며 간신히 붙어 있던 형사명의 숨을 끊어놓았다. 제검가의 제천신검 형사명의 죽음은 초라하고 비참하기까지 했다.
천수암제 당지독은 처음 천악과 만나던 날 죽도록 맞았다. 그때 독공이 부서진 후 만류귀원신공이라는 천고의 내공심법을 얻게 되었다. 그 뒤로 자신의 실력이 어느 정도나 상승했는지 시험해 보고 싶었다.
솔직히 천악과 붙어서 이긴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지만 자신의 모든 것을 시험할 수 있는 실력가 천악밖에 없다는 것이 문제였다.
“이곳이 적당하겠구나.”
“전 사부님 친구라고 해서 봐주는 성격이 아닙니다.”
“허음! 내가 이번에는 진짜 실력을 보여주마.”
“그럼 전에는 가짜 실력이었습니까?”
“그때는 준비운동이 안 되어 있었다. 이제 내 실력을 보여주마.”
천악은 그 자리에 서서 기다렸다.
천수암제 당지독은 만류귀원신공을 운용했다. 처음부터 최선을 다해야 했다.
무공의 경지를 나눌 때 검을 든 무인은 유형의 기운을 검을 매개로 생성시킨다. 이 경지에 든 무인을 검강의 초입이라고 하여 절대경지에 들었다고 말을 한다. 그리고 유형의 검이 다시 무형의 검으로 완성이 되게 되면 무형검강(無形劍剛)이라고 하여 지고의 경지인 현경에 들었다고 한다.
현 시대 최고의 고수라고 불리는 오천존이 현경의 경지라고 하지만 천수암제 당지독의 경우 검의 경지와는 또 다르다. 독은 우선 무형의 색을 띠고 있어야 한다. 독의 성질상 색깔이 있는 것 자체로 독의 장점을 버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사람이 가장 먼저 신경 쓰는 것이 시각이고, 색깔이 있다면 독을 알아챌 수 있었다.
삼환극독은 당지독이 쓰는 최강이 수법이었다. 그 독의 성질을 자유자재로 이용할 수 있으며 독의 성질을 기의 유동만으로 상대를 중독시킬 수 있었고, 홀로 해독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다.
그러나 지금 만류귀원신공을 운용하는 당지독은 독을 강기로 사용할 수 있었다. 독기는 검은색이지만 지금 그가 쓰는 독강은 색이 없었다. 무형의 독강을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무형독강은 독을 강기로 부리기에 일단 상대하는 입장에서 무척이나 난처하다. 부딪치는 것만으로도 중독이 되어버리게 된다. 강기와 강기가 부딪치면 서로 손해를 보지만 독강과 부딪치면 독기가 상대의 강기를 타고 흘러들어 중독을 시킨다. 이것만큼 까다로운 상대가 없었다.
당지독은 무형독강을 호신강기처럼 전신으로 퍼뜨렸다.
‘이놈한테 나의 무형지독이 통할까?’
무형지독은 당가의 전설이자 독의 절대지존이었다. 통하지 않는다면 당가의 모든 것이 부정당하는 꼴이 된다.
당지독은 무형지독을 강기를 통해 빛살처럼 하독했다.
찌지지지지직!
천악의 몸 근처에 오더니 무형지독이 타 들어가기 시작했다. 무형지독이 천악의 육체를 뚫지 못하고 공기 중으로 흩어져 버렸다.
“역시 네놈은 괴물이야!”
무형지독도 통하지 않는 괴물이었다.
당지독은 그 즉시 만천화우를 펼쳤다. 만천화우의 특징은 벼락같은 검기의 다발이라고 표현할 수 있었다. 암기 전체가 검기와 비슷한 기운을 퍼뜨려서 자유자재로 다루는 것이다.
그런데 이제는 강기를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전과는 비교할 수 없는 위력이었다. 반경 10장 안을 초토화시켜 버리는 만천화우의 효용이었다.
당지독이 그 광경을 만족스럽게 지켜보았다.
카카카카캉! 차아앙!
만천화우가 쏟아지는 곳에서 천악은 오연하게 버티고 서 있었다. 주변이 완전히 초토화 되어버렸지만 천악만은 아무렇지 않게 서 있었다.
씨익!
천악이 유려한 미소를 지었다. 확실히 전보다 훨씬 강해진 당지독이었다. 순간적으로 앱설루트 배리어 마법을 사용하지 않았다면 옷이 찢어질 뻔했다.
“그럼 이제 제 차례군요.”
“자, 잠깐! 요즘 내가 몸이 좋지 않구나. 다음에 다시 하자꾸나.”
당지독은 자신의 필살 기술이 모두 통하지 않자 고개를 흔들며 뒤로 몸을 뺐다.
그러나 천악은 그런 당지독을 그대로 둘 위인이 아니었다.
“승부에 개인적인 감정은 개입되어서는 안 된다고 하니 제가 보여드리겠습니다.”
그날 당지독은 천악의 광기를 고스란히 받게 되었다. 천악은 분이 풀릴 때까지 당지독의 몸을 만져주었다. 역시 무형독강을 뿌리는 경지에 들었는지 전보다 몸이 튼튼했다.
쿠아아아아아!
“야, 이놈아! 나 죽는다!”
그 뒤로 당지독은 천악에게 두 번 다시 대결하자고 하지 않았다. 그렇게 2차 남궁혈사의 밤이 지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