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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독존기 38화

무료소설 이계독존기: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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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이계독존기 38화

2차 남궁혈사 (3)

 

 

남궁태희는 정신이 없었다. 처음의 일격으로 숭의문주를 죽이기는 했지만 나머지 제천신검 형사명과 태천문주 기전상, 절영문주 감사영의 실력이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그녀가 그들보단 실력이 뛰어났지만 합공하는 그들을 압도하지 못하고 있었다.

 

형사명은 속으로 생각했다.

 

‘남궁세가의 씨앗은 하나도 남김없이 다 죽여버려야 한다!’

 

남궁태희의 놀라운 실력을 보자 계속 2인자로 남아야 했던 제검가의 숙원을 위해 남궁세가의 싹을 한 명도 남겨둘 수 없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녀가 지닌 지금의 실력만 해도 거의 검왕의 경지에 다다라 있었다. 아마 조금만 지나면 자신들은 아무리 합공해도 남궁태희를 이길 수 없을 것이다.

 

“빌어먹을 계집이……!”

 

남궁태희의 검이 자신의 어깨를 스치고 지나가자 형사명이 입이 거칠게 변했다.

 

그때 형사명은 번개가 번쩍이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번개가 향한 곳을 보고 기겁하고 말았다.

 

“안 돼!”

 

쇠궁대가 전멸한 것을 본 것이다. 쇠궁대를 키우기 위해 들였던 돈과 시간이 모두 날아가 버리고 말았다. 하늘마저 자신이 안휘성을 재패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생각하자 미칠 것 같은 분노가 치솟았다.

 

형사명이 잠시 다른 생각을 하고 있는 사이에 남궁태희의 검이 좌에서 우로 변하더니 다시 위에서 아래로 움직였다. 남궁태희의 검이 노리는 곳은 바로 절영문주 감사영이었다.

 

감사영은 그 날카로운 검기에 기겁을 하며 뒤로 몸을 뺐다. 하지만 더는 뒤로 밀릴 수 없다고 본 감사영이 절영무극도법(切影無極刀法)의 오의, 무극폭멸(無極爆滅)을 사용했다.

 

-창궁무애검법(蒼穹無涯劍法) 비전초(秘傳初), 궁극오의(窮極奧義) 창궁무애(蒼穹無涯)!

 

하지만 무극폭멸의 흉폭한 검기를 일시에 모두 감싸버린 창궁무애검법의 궁극오의인 창궁무애의 검강이 감사영의 사방을 모두 막아버렸다.

 

“으으으! 이런 빌어먹을!”

 

“크아아악!”

 

창궁무애의 광대무변(廣大無邊)한 위력에 감사영의 몸이 산산조각 나버렸다.

 

남궁태희는 비전초식을 사용하고 난 후 기력이 빠지는 것을 느꼈다. 그 틈을 태천문주 도주태가 파고들었다. 거의 죽기 살기의 동귀어진 수법이라 남궁태희조차 감각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리지 못했다.

 

“크윽!”

 

도주태는 감사영이 죽는 것을 보고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그조차 저렇게 될지 모른다는 생각에 죽을힘을 다했다.

 

결국에 도주태의 도가 남궁태희의 어깨를 관통했다. 하지만 그 대가로 자신은 목 아래 부분과 위가 따로 놀아야 했다. 회심의 일격을 성공시킨 도주태였지만 남궁태희 역시 가만히 당하지 않았다. 살을 주고 뼈를 가른 일격이었다.

 

남궁태희의 왼쪽 어깨 아래로 붉은 핏물이 번져나갔다. 도주태의 도기가 몸 안의 혈맥을 심각하게 손상시켰다. 단순한 관통상이 아니었던 것이다.

 

손을 까딱하기도 힘든 상황에서 남궁태희는 숨을 고르기 위해 나무기둥에 기대었다.

 

“태희…야!”

 

남궁장천이 그 모습을 안타깝게 지켜보았다. 검왕이면 뭐 하는가, 눈앞에서 딸이 당하고 있는데도 아무것도 해줄 수 없는 것을!

 

남궁장천은 내상을 회복할 수 없었다. 옆구리를 관통했던 암기의 예기가 상처가 회복되는 것을 방해했기 때문이다.

 

제천신검 형사명은 오히려 웃음지었다. 태천문주와 숭의문주, 절영문주가 모두 죽었으니 나중에 논공행상(論功行賞) 때 모두 제검가로 흡수하면 되었다.

 

“쇠궁대가 사라진 게 아쉽기는 하지만 어차피 이 전쟁은 내가 이겼다!”

 

형사명은 남궁장천과 남궁태희 모두를 죽일 자신이 있었다. 이제 조금만 더 있으면 남궁세가도 끝이었다.

 

“부녀가 한꺼번에 죽는 날이 되었구나! 크하하하하!”

 

그동안 가문의 발전을 가로막았던 장애물을 동시에 해치울 수 있다는 쾌감이 형사명을 자극했다. 주변에 죽어나간 무인들을 보면서 이런 웃음을 짓다니 제정신이 아니었다.

 

남궁태희는 이를 악물었다.

 

“반드시 네놈만은 죽이겠다!”

 

“흥! 그 꼴로 날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나? 그냥 곱게 죽는 게 나을 거다.”

 

형사명의 시선이 그 와중에도 남궁태희의 굴곡을 훑었다. 피와 땀으로 번져 벌겋게 상기된 빙화 남궁태희는 이 순간에도 아름다움을 발산했다.

 

“정말 죽이기 아까운 계집이구나. 내공을 없애고 내 노리개로 삼아주마.”

 

“이익!”

 

“이놈! 네놈은 정말 상종 못 할 놈이구나! 우욱!”

 

남궁장천은 자신의 딸을 희롱하는 형사명의 행태에 참지 못하고 화를 냈다. 그것이 오히려 기혈이 역류하는 심각한 상황을 초래하고 말았다.

 

“크하하하! 천하의 검왕 꼴이 말이 아니구나. 어차피 남궁세가는 오늘 끝난다. 그리고 제검천하를 이룩할 것이다!”

 

제검천하(制劍天下)!

 

제검가는 언제나 2인자였다. 안휘성의 패자가 되려고 했지만 남궁세가로 인해 오욕의 세월을 참고 인내해야 했다. 오늘 그 숙원이 이루어진다고 생각하자 형사명은 통쾌했다. 역대로 제검가에서 남궁세가의 아성을 무너뜨린 적이 없었다. 그걸 제천신검 형사명이 이룩하기 일보직전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일보직전이라는 데에 있었다. 한 보를 내딛는 그 순간에 형사명의 몸이 굳었다. 마치 몸이 거미줄에 걸린 먹이처럼 오싹한 기분과 더불어 움직이지 못했다.

 

“제검천… 커억!”

 

등 뒤로 접근한 무언가가 자신의 목을 잡아챘다.

 

“뭐…냐?”

 

누가 등 뒤로 움직였는지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다. 지금 목이 잡혀 있음에도 그는 지금 상황이 왜 이렇게 됐는지 의문스러웠다.

 

“이거 아쉬워서 어떡하지? 네놈이 꿈꾸는 일은 절대로 일어나지 않아!”

 

귀에 속삭이듯이 말을 하는 젊은 목소리에 형사명은 소름이 돋았다. 아무런 감정이 실리지 않은 목소리였지만 그것이 주는 충격은 너무 광폭했다.

 

“네, 네놈은 누구냐?”

 

“날 모르나? 네 아들이 지하에서 통곡하겠군.”

 

“뭐, 뭐…라고?”

 

“개처럼 빌던 네 아들 말이다. 비루먹은 강아지 같은 놈을 아들로 둔 네놈도 개새끼인 것은 마찬가지겠지.”

 

부르르르!

 

형사명은 움직일 수 없지만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이제야 목소리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아들을 미끼로 쓰기는 했지만 원수나 마찬가지인 놈에게 목이 잡힌 것이다. 목이 잡혀서 몸을 움직일 순 없지만 말은 할 수 있었다.

 

“네 이놈! 절대로 그냥 두지 않겠다!”

 

“후후, 주제를 모르는군. 그냥 두지 않으면 네깐 놈이 어떻게 할 건데?”

 

형사명의 근처에 있던 제검문의 장로 중 한 명인 주일상이 천악에게 달려들었다. 그는 천악을 향해 제검팔식을 휘둘렀다.

 

“문주님을 놔랏!”

 

카아앙!

 

주일상의 검이 천악의 손에 잡혔다. 검을 잡고 앞으로 끌어당기자 속절없이 딸려 들어갔다.

 

그 순간 천악의 손에 야수의 인(印)이 발동했다. 광폭한 야수의 발톱이 휘둘러지자 주일상의 몸이 종잇장처럼 다섯 조각의 고깃덩어리로 화해 버렸다.

 

사람의 몸이 갈기갈기 찢긴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분명하게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순식간에 주변의 공기가 차갑게 가라앉아 버렸다.

 

사람의 몸은 약한 것처럼 보이지만 정작 약하지 않다. 특히 무공을 익힌 무인의 몸은 단련된 살과 더불어 뼈가 있기에 검으로도 잘 잘리지 않는다. 그런 몸을 찢어발기는 가공할 수법에 모두 놀라고 말았다.

 

“허억! 이…럴 수가……!”

 

주일상은 형사명과 더불어 실력 차이가 나지 않는 제검문의 3대 장로 중 한 명이었다. 그런 장로가 일격도 버티지 못하고 고깃덩어리가 된 것에 형사명은 기겁을 하고 말았다. 도저히 천악이 사람처럼 보이지 않았다.

 

-힐링(치료)!

 

천악이 치료 마법을 시전하자 남궁장천의 외상이 금세 아물었다. 내상은 어떨지 몰라도 외적으로는 피가 더 나오지는 않았다. 남궁태희도 역시 마찬가지였다.

 

“군 오라버니!”

 

“천악!”

 

그들의 부름에 천악은 대답하지 않았다. 오늘은 그저 자신이 이용당했다는 것에 대한 화풀이를 하고 싶을 뿐이었다.

 

천악은 형사명을 당장 죽이지 않았다. 죽는 것은 고통에서 금세 해방될 수 있었다. 이렇게 야욕에 불타는 녀석일수록 자신의 기반이 무너지는 장면을 보는 것이 더 절망적일 것이다.

 

“넌 쉽게 못 죽어. 네놈의 기반을 내가 모두 부서주겠다.”

 

천악은 한 손으로 형사명을 잡은 상태로 다른 손으로 야수의 인을 발동시켰다. 천악의 손에 닿는 제검가의 무인들은 속절없이 모두 갈가리 찢겨나갔다.

 

“크아아악!”

 

단 몇 번에 수십 명씩 고깃덩어리로 화해 버리는 장면을 형사명은 똑똑히 지켜보아야 했다.

 

그는 자신이 눈을 감을 수 없다는 것이 고통스러웠다. 어찌된 일인지 몸이 그의 통제를 벗어나 있었다.

 

“멈…춰랏!”

 

고래고래 소리를 지른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그는 무력하게 천악의 행동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풍운마룡이라고 하여 천악을 죽이려고 했는데, 그의 생각을 완전히 초월하는 존재였다. 그는 마룡이 아니라 마신이었다.

 

천악의 손속에 자비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의 주변에 있는 제검가, 숭의문, 절영문, 태천문의 정예들은 속수무책이었다. 공포가 장내를 장악하는 데 얼마 걸리지 않았다.

 

천악이 나타나서 1각이 지나는 시간 동안 3백 명에 달하는 무인들이 모두 고깃덩어리가 되었다.

 

남궁세가 무인들조차 그 광폭하고 잔인한 손속에 말을 이을 수 없었다. 쳐들어온 놈들이 악독하고 죽여버리고 싶었지만 저처럼 잔혹한 광경까지 바란 것은 아니었다.

 

제왕검대의 대주와 창천검대의 대주인 남궁진천과 갈천기도 입을 떠억 벌렸다. 한 손으로 제천신검 형사명을 든 상태로 다른 한 손만으로 저런 참혹한 광경을 만들어내는 인간을 사람으로 보기 힘들었던 것이다.

 

“아, 악…마닷!”

 

“마신이다!”

 

“도저히 상대가 되지 않아!”

 

무인들이 속절없이 죽어나가자 사기가 바닥을 쳤고, 공포로 인해 제정신들이 아니었다.

 

“도망쳐! 이곳은 지옥이야!”

 

공포감이 잠식하자 사대문파 무인들이 도주하려고 했다. 천악의 숨 막히는 기도에 그들은 정신적으로 무너지기 시작했다.

 

형사명은 이 말도 안 되는 장면을 모두 지켜보았다.

 

“안돼! 어서 이놈을 죽이란 말이야!”

 

형사명이 목청을 돋우며 소리를 질러 보았지만 그의 행동은 불안감을 고조시킬 뿐이었다. 적에게 잡혀 있는 문주의 명령이 귀에 들어올 리 없었다. 그것도 마신의 손에 들려 있는 주제에 자신들에게 소리 지르는 형사명이 제정신으로 보이지 않았다.

 

천악의 속삭임은 계속되었다.

 

“이게 바로 네가 원하는 권력인가? 의리라고는 하나 없는 쓰레기를 원했단 말이지?”

 

“크아아아! 이 악마 같은 놈아!”

 

감정이 하나도 섞이지 않은 말이었지만 형사명에게는 지옥의 야차와 같은 목소리였다. 분노를 했다면 오히려 편했을 것이다. 그런데 천악은 전혀 아니었다. 너무 차갑게 평온했다.

 

“내가 보장하지. 한 놈도 못 도망칠 거야. 그리고 제검가라는 문파는 세상에서 사라질 거다.”

 

천악은 자신을 이용하려는 놈을 곱게 보내주지 않았다. 제검가를 찾아가서 박살내버리겠다는 협박을 했다.

 

덜덜덜……!

 

여기서 죽는 무인들이야 어쩔 수 없다 쳐도 제검가에 있는 식솔들은 무공을 모르는 사람들이었다. 그런데 그들마저 아무렇지 않게 죽이겠다는 천악의 말에 형사명은 몸을 떨었다. 그제야 그는 자신이 건드린 인물이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었다.

 

‘악마다!’

 

악마를 건드리고 말았던 것이다. 용의 급소라고 불리는 역린을 건드렸으니 그 화가 하늘마저 용서치 않고 있었다.

 

-기가 라이덴(뇌전의 번개)!

 

우르르르, 꽈과광!

 

도망가는 자들을 향해 번개 마법을 다시 시전했다.

 

비구름으로 형성된 곳에서 번개가 다발로 쏟아져 내리고 일거에 백 명이나 되는 무인들이 타 죽어버렸다. 도망치는 무인들이라 남궁세가의 무인들과 구별이 더 잘 되었다. 그들을 일일이 다 죽이는 것보다 번개에 즉사시키려 한 것이다.

 

형사명은 천악이 번개를 만들었다는 것에 다시 한 번 놀랐다.

 

“그, 그만! 제발… 그만하시오. 차라리 날 죽이시오.”

 

형사명은 천악에게 빌었다. 그의 진노가 거두어지기만을 바라게 되었다. 남궁세가를 무너뜨리겠다는 생각은 사라진 지 오래였다.

 

그러나 천악은 형사명의 말을 듣지 않았다. 그의 손속은 가차 없었다. 이미 죽을죄를 지은 놈들이었다. 죄를 사하고 싶은 마음 따윈 들지 않았다.

 

죄 없는 사람을 죽였으니 당연히 벌을 받아야 한다.

 

우르르르! 꽈과과광!

 

번개는 여지없이 제검가, 숭의문, 태천문, 절영문의 무인들을 집어삼켜 버렸다. 번개가 내리친 곳에서는 시커멓게 탄 재밖에 남지 않았다.

 

“으아아악! 살려줘! 크아아아악!”

 

타 들어가는 시체와 함께 자신의 몸이 타 들어가는 고통 속에 무인들은 절규했다. 아비규환이 따로 없었다. 제검가가 일으킨 혈풍 따위는 애초에 비교대상이 아니었다. 천악이 나타나 만들어낸 풍경은 살아생전 볼 수 없는 염마지옥(閻魔地獄)의 광경이었다.

 

살았다는 안도감과 이제 끝이구나, 하는 남궁세가의 무인들도 모두 그 자리에서 굳어 있었다.

 

“저, 저 사람은 진정 마신이구나!”

 

도저히 자신들을 구해 주고 있는 사람처럼 보이지 않았다. 만약 저 분노의 대상이 남궁세가의 무인들 자신이었다면 어떻게 됐을까를 생각하자 모두는 몸을 떨었다.

 

 

 

남궁장천과 남궁태희도 천악이 저토록 분노할 줄 몰랐다. 그의 분노가 만들어낸 참상은 말로 표현을 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다.

 

“허, 광풍을 분노케 하니 세상이 무너지는구나!”

 

“그의 분노가 저 정도인지 몰랐어요. 하지만 이해가 안 가요.”

 

“아니, 그는 자신이 이용당한 것을 안 거다.”

 

남궁장천은 형사명이 꾸민 일의 전말을 어느 정도 파악한 상태였다. 확실히 아주 효과적이고 지독한 방법이었다. 그러나 상대가 너무 강했다. 하필이면 이용을 해도 절대 이용하지 말아야 할 상대를 이용한 것이다. 그것이 지금의 재앙을 부른 것이다.

 

남궁장천은 걱정이 되었다. 세상이 과연 군천악을 그대로 둘 것인가. 만약 그를 이용한다면 그 분노를 어떻게 감당한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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