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계독존기 25화
무료소설 이계독존기: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031회 작성일소설 읽기 : 이계독존기 25화
귀갓길에 생긴 일 (3)
객잔에 있는 대부분의 사내들이 천악과 여인들을 보면서 식사에는 집중하지 못했다.
그녀들은 여기 오기 전에 옷을 새로 맞추어야 했다. 옷이 모두 젖어서 계속 사내 옷을 입고 있을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금은혜가 추억으로 천악의 옷을 간직하고 있겠다고 했지만 천악은 그런 걸 허용할 인간이 아니었다.
만약 남궁태희가 원래 자신의 옷을 입고 있었다면 감히 이 합비 내에서 그녀들에게 접근하는 이는 없었을 것이다. 남궁세가의 정복에는 각기 푸른 수실로 수가 놓여 있고, 그 모양에 따라 지위가 구별되기에 남궁태희가 누군지 그들도 알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오늘은 다른 옷을 입었고 그녀의 모습도 전과는 달리 많이 부드러워 보여서 그녀가 남궁세가의 빙화라는 것을 아무도 알지 못했다.
식사를 기다리는 동안에 금은혜가 옆에서 조잘거리고 남궁태희가 무공에 대해서 물어보자 천악은 짜증이 났다.
“그만! 시끄럽다.”
화려한 봄꽃이 연상되는 금은혜와 얼음에서 피어오르는 붉은 장미가 연상되는 남궁태희의 말은 사내들의 애간장을 다 녹여버리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그런 것들도 천악에게는 소용없었다. 천악은 대화보다 잔잔한 호수를 구경하는 것이 더 좋았기에 조용히 사색에 잠기고 싶었던 것이다.
뚜벅뚜벅!
그때 천악이 앉은 자리로 얌생이 수염을 한 중년인이 다가왔다.
“저는 제검가(制劍家)의 포천소라고 합니다.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저희 도련님과 합석을 하시지 않겠습니까?”
합비 내에서 가장 거대한 무림문파는 당연히 남궁세가지만 중소문파들이 하나도 없는 것이 아니었다. 중규모의 문파들 중 가장 큰, 실질적으로 서열 2위의 문파가 있다면 그것이 바로 제검가였다.
제검가의 가주인 제천신검 형사명은 안휘성 내의 고수로 잘 알려져 있었다. 한 성의 고수라고는 하지만 그 실력이 절정을 넘었다는 말이 있었다. 또한 제검가의 독문검법인 제검팔식(制劍八式)을 익힌 제검단(制劍團)의 무위가 다른 여타의 무력단체보다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었다.
포천소는 당연히 천악 일행이 합석을 할 것이라 생각했다. 소호 일대는 제검가의 영역이었다. 적어도 이곳에서는 그들의 힘이 남궁세가의 힘보다 강하다고 생각했다.
“싫다. 그러니 가라.”
감정이 섞이지 않은 차가운 말이 포천소의 귀에 들렸다.
순간 포천소는 자신의 귀가 잘못됐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너한테 한 말이 아니다. 나는 이 두 분 소저에게 말을 한 것이다. 그러니 가만히 있는 게 좋을 거다.”
“놈!”
전에도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었다. 그때는 남궁세가의 가주인 남궁장천의 회갑연이라 그런대로 참았다. 그러나 오늘은 경사스러운 날도 아니고, 천악이 저런 녀석들의 말을 참아줄 만한 성격을 가지지도 않았다.
“쥐새끼! 나한테 놈이라고 했나?”
“뭐? 쥐, 뭐라고? 이놈이 감히 내가 누군 줄 알고 그따위 말을 하는 것이냐? 나는 제검가의 무인이다.”
포천소는 아직 아무것도 모르는 신출내기 서생이 제검가를 모르고 하는 소리로 치부했다. 그래서 무인의 살기를 받는다면 신출내기 서생도 겁을 낼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전혀 아니었다.
“너 따위를 내가 알아야 하나?”
“맞아요. 우리는 싫다고 했는데 왜 이렇게 찝쩍대는지 모르겠네요.”
금은혜는 전혀 걱정하지 않고 천악의 말에 맞장구를 쳤다. 남궁태희도 조그맣게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후후후!”
“곱게 자리에 합석하는 게 좋을 텐데, 굳이 당해 봐야 하나? 어쩔 수 없지. 뭣 모르는 연놈들에게는 매가 약이지.”
포천소가 잔뜩 호기를 부리며 천악을 위협했다.
원래부터 이럴 생각이었다. 타협을 생각하기보다는 그저 위협해서 여인들을 자신이 모시는 제검가의 공자인 형무기에게 안내를 하면 되는 일이었다. 그게 자신의 주목적이었다.
잔뜩 흉흉한 기세를 올리고 있을 때 뒤에서 제검가의 소공자 형무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정중히 대해 줘라. 여인들은 손대지 말고.”
“물론입니다, 소공자님. 자리에 계시면 제가 알아서 다 하겠습니다.”
포천소의 자신있는 말에 천악은 좀 어이가 없었다. 상대가 어떤 사람인지 파악하지도 못하고 무턱대고 말하는 자신감이라니. 저런 놈들이 무인이라니 한심하기 그지없었다.
형무기는 객잔 안으로 들어오는 두 여인을 보고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욕망이 꿈틀거림을 느꼈다. 저런 여인들은 처음이었다. 그는 반드시 자신의 여인으로 만들고 싶었다. 그리고 자신이 있었다. 이곳 일대에서 남궁세가를 빼놓고 제검가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있는 곳은 없었기에.
포천소는 얍삽하게 생기고 눈치가 빠른 놈이지만 명색이 제검단의 무인이었다. 제검팔식을 익힌 일류무인이니 쉽게 해결이 될 것이라고 믿었다.
“공자님의 말을 들었겠지? 너는 오늘 운이 없었다고 생각해라!”
천악은 일일이 대꾸하는 것도 싫었다. 덤빈다면 박살을 내주면 그만이었다.
포천소는 검을 꺼낼 생각이 없었다. 고작 서생 하나 패주는데 굳이 검까지 보일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
천악의 멱살을 잡으려던 포천소의 손이 천악의 손에 잡혔다.
척!
으드드드득! 으드드득!
“으아아아아아아악!”
포천소의 우수가 천악의 손에 잡혀서 뼈가 부스러지기 시작했다. 포천소는 순간적으로 엄청난 고통에 휩싸였다.
천악은 한 번에 힘을 주어서 뼈를 부수는 것이 아니라 힘을 주었다 뺐다를 반복했다. 그러니 그 고통은 감히 상상하는 것을 불허했다. 뼛조각이 근육 속에 박히는 고통은 직접 경험해 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엄청난 고통이었다.
고통으로 몸부림을 치던 포천소의 머리통을 잡은 천악이 그대로 벽면에 얼굴을 찍었다. 찍은 상태에서 다시 벽 사이를 사선으로 그어버렸다. 핏물이 사선으로 그어지면서 살점이 바닥으로 떨어져 내렸다. 벽면에 피 칠을 한 후 핏물이 흉측하게 흘러내렸다. 보는 이들의 모골을 송연하게 만드는 광경이었다.
우드드득! 주르르륵!
식사를 하던 모든 사람들이 천악의 과격하고 잔인한 행위에 구토를 했다. 심장 약한 사람은 그 자리에서 기절했을지도 모른다.
포천소의 얼굴은 뼈가 보일 정도로 살이 떨어져 있었다. 다시는 얼굴 들고 다닐 수 없을 정도였다.
바들바들!
천악은 전신이 경련을 일으키듯이 발악을 하던 포천소를 형무기가 있는 곳으로 던져버렸다. 순수한 힘으로 던진 것이지만 포천소의 몸은 먼지가 바람에 날리는 것처럼 빠르게 날아갔다.
쿠과과광!
형무기가 미처 대처하지 못하다가 포천소를 받아버리는 형태가 되어버렸다. 피할 틈이 없었던 것이다. 할 수 없이 형무기는 포천소와 같이 객잔 바닥을 흉물스럽게 나뒹굴었다.
형무기는 자신이 안고 있었던 포천소의 얼굴을 보고 기겁하며 치웠다. 얼굴이 뼈가 보일 정도로 살점이 뜯겨져 나가 있었던 것이다. 살아 있는 것이 신기할 정도였다.
“이익! 저놈을 죽여!”
제검가의 남은 두 명의 무인이 천악에게 달려들었다.
퍼퍽! 퍼퍽!
단 두 번의 주먹에 달려들던 제검단의 무인들이 객잔의 벽을 뚫고 객잔 밖으로 튕겨 나가버렸다.
압도적인 힘 앞에 기교나 무공의 초식은 무용지물이었다. 검을 출수하기 전에 천악의 주먹이 명치와 복부를 강타했다. 강력한 힘이 전해지자 제검단 무인 두 명이 바람에 떨어지는 낙엽처럼 날아갔다. 제검단은 일류무인으로 구성이 되어 있다고 하는데 허무할 정도 쉽게 당해 버린 것이다.
객잔 밖으로 나가떨어진 무인 중 한 명은 즉사해 버렸고 나머지 한 명도 숨이 끊어지기 일보직전이었다.
덜덜덜!
형무기는 순식간에 벌어진 참사에 몸을 뒤로 빼며 떨었다. 바닥을 기듯이 뒤로 물러선 형무기는 다가오는 천악을 향해 소리쳤다.
“나, 난… 제검가의 소공자인 혀, 형무기다. 날 건드리면 제, 제검가가 가만있지 않을 것이다.”
형무기는 사실 무공 실력이 제검단의 무인들보다 못했다. 계집과 술에 절어 살며 방탕하게 시간을 소비했으니 무공이 뛰어날 리가 없었다. 그가 내세울 수 있는 것은 제검가의 소공자라는 신분과 그를 따르는 무인들뿐이었다. 지금 자신을 보호해야 하는 호위무인들이 모두 쓰러졌으니 믿을 것은 제검가라는 위명밖에 없었다.
“난 밥 먹는데 누가 건드리는 게 제일 싫다. 그리고 네놈은 날 건드렸다. 죽음을 달게 받도록.”
죽이겠다는 소리를 하면서도 음성의 고저는 별로 없었다. 천악은 형무기를 식후 간식거리로밖에 보지 않았다.
상대가 제검가라는 것을 알면서도 자신을 죽이려 하자 형무기는 얼굴이 시퍼렇게 질려버렸다.
“날… 죽이면 제검가의 공적이 될 거다. 날 이대로 보내주면… 없던 일로 해주겠다.”
천악이 강호의 일에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고 하지만 이런 녀석의 말을 순진하게 믿을 정도로 만만하진 않았다. 더군다나 자신의 배경을 믿고 설치는 놈치고 뒤끝 깨끗한 녀석을 본 적이 없었다.
“싫다. 그러니 죽어라.”
빼도 박도 못 하게 된 형무기가 두 손을 비비기 시작했다.
“살…려주십시오, 대인. 살려주십시오.”
형무기는 죽기 싫었다. 이대로 죽기에는 자신이 남겨놓은 것들이 너무 많았다. 욕심으로 똘똘 뭉친 사람치고 죽음에 초연한 인물은 없었다.
“커억!”
천악이 발버둥을 치며 빠져 나가려는 형무기의 목을 잡아서 들어 올렸다. 건장한 성인을 들어 올리면서도 천악은 아무 힘도 들이지 않는 것 같았다.
“아무리 잘나도 죽으면 다 똑같다.”
“잠깐만요!”
남궁태희가 천악의 행동을 제지했다.
아무리 제검가의 소공자인 형무기의 행태가 기분 나쁘더라도 제검가는 안휘성에서 남궁세가를 제외하고 가장 힘이 센 정도문파였다. 그런 문파의 소공자를 죽이면 제검가의 공적이 되는 것이 당연하며, 자칫 무림의 공적이 될 수도 있었다. 별호조차 마룡이라고 붙었는데 더 했다가는 마제, 마황이라는 칭호도 붙을 수 있었다.
“왜 그러지?”
“그가 잘못하기는 했지만 죽을 정도는 아니잖아요. 그 정도로 그만두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싫다.”
“제검가는 무림맹에 속해 있어요. 무림맹에 악명으로 이름을 올려놓으면 앞으로도 힘들 거예요.”
“난 그런 거에 신경 쓰고 살지 않는다.”
목에서 가해지는 힘이 줄었다고 생각할 때 형무기가 가슴속에서 단도를 꺼냈다. 그리곤 꺼낸 단도로 천악의 머리를 수직으로 찍으려고 하였다.
머뭇거리는 순간 놈에게 기회를 줬을 뿐이다. 천악의 예상대로 놈은 자신에게 마지막까지 암수를 쓰려고 하였다. 살려고 발악하는 것이라 탓하지는 않겠지만 기분이 나쁘기는 마찬가지였다.
우드드득!
천악의 손에 가해진 힘으로 인해 형무기의 목이 낫 모양으로 꺾였다. 단도를 빼서 찍으려는 찰나에 형무기의 의식은 저세상으로 향했다.
타닥!
바닥으로 떨어진 단도와 마찬가지로 죽어버린 형무기의 목을 놓아주자 바닥으로 쓰러졌다.
남궁태희도 더는 말을 하지 않았다. 돌이킬 수 없게 되어버렸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형무기가 비겁하게 검을 숨기고 암수를 썼으니 죽는 게 당연했다.
남궁태희가 말리려고 할 때 금은혜는 느긋하게 의자에 앉아 있었다. 말린다고 해서 들을 사람이 아니었고, 자신을 가지고 희롱한 형무기를 그대로 놔둘 마음도 없었다.
“식사하자.”
천악이 천천히 걸어서 자신의 자리에 앉았다. 객잔 안의 분위기는 싸늘하게 가라앉아 있었다. 마치 폭풍이 휘몰아치고 난 후처럼 말이다. 누구 하나 숨소리조차 내지 못했다.
청년이 그저 평범한 서생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상상을 초월하는 고수였다. 더군다나 그 손속의 잔인함은 그들의 생각을 저 멀리로 날려버리기에 충분했다.
점소이도 얼음이 된 상태였다.
“쓰레기는 빨리 치우고 음식이나 가져와.”
숨을 헐떡이며 간신히 숨을 붙이고 있는 포천소와 이미 죽어버린 형무기를 빨리 치우라는 천악의 냉정한 말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살인 후에 바로 식사라니, 내가 사신에게 음식을 날라야 하는구나.’
점소이는 너무 무서웠다. 사람을 죽이면서 저런 차가움을 유지하고 있다니 인간으로 보이지 않을 지경이었다.
천악 일행은 천천히 식사를 다 하고 난 후에야 비로소 소호객잔을 나섰다.
객잔 안은 싸늘하게 조용해졌다. 얼마 안 있으면 제검가에도 소식이 전해질 것이다. 소호객잔에 있다가 괜히 불통이 튈지 모르니 모두 밖으로 나간 후였다.
식사는 별로였다. 기분 나쁜 일이 겹쳤으니 입맛이 좋을 리 없었다.
“이제 돌아가자.”
“알겠습니다, 장주님!”
진삼이 마차를 몰아 풍운장원으로 향했다.
진삼은 마차를 관리하고 있다가 2층에서 떨어진 무인들을 보고 기겁을 했다. 갑자기 벽을 부수고 나와 자신의 앞에 떨어졌으니 놀라는 것이 당연했다.
* * *
꼬르륵! 꼬르륵!
거대한 체구를 자랑하는 중년인은 허기가 지는지 힘을 내지 못하고 있었다. 팽팽하게 당겨진 근육들도 허기 때문에 오히려 짐스러웠다.
비틀비틀!
거대한 중년인, 즉 무걸개 추상락은 구릉지대를 지나 낮은 산을 가로질러 합비 내로 들어가려고 쉬지 않고 걸었다.
그는 개봉에서 이곳까지 오면서 구걸은커녕 사람들에게 손 한 번 벌리지 못했다. 따라서 근 열흘 동안 아무것도 먹지 못했기에 배고파서 눈에 보이는 게 없었다. 그의 거지 생애 중 이토록 배가 고픈 적은 처음이었다. 눈에 보이는 것은 뭐든 다 먹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일반 양민의 집을 털고 싶은 충동을 참느라 엄청나게 고생을 했다.
산 하나만 지나면 합비 분타에 도착할 수 있기에 거기까지만 참고 견디면 될 줄 알았다. 그런데 그것이 추상락이 오판이었다. 힘이 있을 때 산으로 가서 짐승이라도 잡아서 요리했으면 됐겠지만 지금은 그럴 힘도 없었다.
“이… 천하의 무걸개가 굶어… 죽다니!”
쪽팔리는 일이었다. 그래서 죽을힘을 다해서 가야 했다. 하지만 그것도 한계였다. 결국 그는 이름 없는 산길에 쓰러져버렸다.
따그닥! 따그닥!
“워어어어어!”
진삼이 마차를 급히 세웠다. 길 중앙에 허름한 옷을 입은 사람이 쓰러져 있었기 때문이다.
마차가 세워지자 천악이 물었다.
“무슨 일이지?”
“사람이 쓰러져 있습니다. 어떻게 할까요?”
남궁태희와 금은혜는 천악이 사람을 구할 것이라 생각하지 않았다. 지금까지 그의 행동을 봐서는 치워버리고 가자고 할 줄 알았다. 그런데 뜻밖의 말이 천악의 입에서 나왔다.
“왜 쓰러져 있는지 가봐라.”
진삼이 쓰러져 있는 사람에게 다가가서 호흡을 확인했다.
“바…….”
살아 있는 것은 확인했으니 다행이었다. 그런데 무어라고 중얼거리는데 정확히 알아듣질 못했다.
“다시 말해 보겠소?”
“바…밥!”
마차가 세워졌다.
우걱우걱!
마차에 남겨두었던 소풍 음식을 중년의 거지 무걸개가 게 눈 감추듯이 먹어치우고 있었다.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빠르게 소화하는 무걸개가 식귀(食鬼)처럼 보였다.
“먼저 물을 드시오.”
“아, 고맙소이다. 정말 이 은혜를 어떻게 갚아야 할지 모르겠소.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뭐든지 하겠소이다.”
천악을 향해 무걸개 추상락이 최고의 감사 인사를 보냈다. 그에게 천악은 하늘에서 내려온 거지들의 신선처럼 보였다.
그렇게 추상락은 처음으로 구걸에 성공했다. 그러나 그것이 악마의 수렁일 줄은 그도 몰랐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