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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독존기 3화

무료소설 이계독존기: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026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이계독존기 3화

평범한 일상 (3)

 

 

‘허억!’

 

그러나 자신의 눈으로 보고도 믿지 못할 정도로 엄청난 대반전에 이만한은 기겁하고 말았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연속으로 벌어지다니, 이건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

 

“이…건 속임수다. 네놈이 속임수를 쓰지 않고 연거푸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없어!”

 

이만한은 현실을 외면하고 모든 일을 천악에게 뒤집어씌우며 막말을 했다.

 

“무슨 소리지? 난 이렇게 가만히 있었는데? 말도 안 되는 소리하지 말고 12만 냥 내놓으시지.”

 

천악은 느긋했다. 소리를 지른다고 현실이 달라지진 않는다.

 

“이놈, 죽고 싶지 않으면 속임수를 썼다고 인정해!”

 

이만한이 목이 터져라 소리를 지르고 있었기에 모든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되었다. 당연히 금천상가 도박사들의 관리를 맡고 있는 임극환에게도 소리가 들렸다. 그는 즉시 천악이 있는 곳으로 가서 상황을 파악하려고 했다. 도박판의 상황을 살핀 임극환은 속으로 비명을 질렀다.

 

‘판돈이 10만 냥이 넘는다. 어떻게 이런 일이……!’

 

상황을 보니 뻔했다. 이만한이 12만 냥이나 되는 돈을 잃은 것이 분명했다.

 

금천상가에서도 이 정도로 엄청난 돈을 잃기는 처음이니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이대로 저 젊은이가 가버리면 그것은 자신의 입장에서도 매우 곤란했다.

 

이만한이 상황파악도 못 하고 오히려 소리를 지른 것은 도박장의 신용에 금이 가는 행동이었다.

 

이만한은 소리를 지르다가 임극환을 보자 찔끔하며 입을 다물었다.

 

“이놈을 당장 끌어내. 손님에게 소리를 지르다니 네놈이 죽고 싶으냐!”

 

“하지만 이놈이 속임수를…….”

 

“닥쳐라! 너는 그것을 증명할 수 있느냐!”

 

“그게…….”

 

이만한은 천악이 어떤 속임수를 썼는지 증명할 수 없었다. 정말 빼도 박도 못 하게 된 상황이었다. 이대로라면 자신은 끝이었다. 하지만 방법이 없었다. 임극환의 명령에 의해 이만한은 손도 써보지 못하고 끌려 나갔다.

 

“죄송합니다, 공자.”

 

임극환이 정중하게 사과를 하였다.

 

“그건 됐고, 어서 돈이나 주시오.”

 

“그것보다 저희 도박장 특급 층 구경도 하실 겸 그곳에서 놀아보시는 것이 어떻습니까? 특급은 아무나 갈 수 없는 곳이지요. 공자라면 충분히 재미를 보실 수 있을 겁니다.”

 

임극환 또한 어떻게 해서든지 천악을 이대로 보낼 수 없었다.

 

“흠, 난 돈 땄다고 모함하는 곳에서 도박할 마음이 없는데. 나에게 정신적 피해보상을 해준다면 생각은 해보지.”

 

만만치 않은 천악의 말에 임극환은 속으로 욕을 했다.

 

‘이놈이 감히……!’

 

임극환은 도박장의 일개 관리자가 아니었다. 그는 절정의 무인이며 검수였다. 하지만 겉으로 드러내지는 않았다.

 

“저희 도박장 최고의 미녀인 유화가 손님을 대접할 겁니다. 어떻습니까?”

 

유화는 이 도박장에서 알려진 최고의 미녀였다. 특급의 손님에게만 대접을 한다고 알려져 있기에 보통사람은 감히 근처에 가보지도 못한 여인이다.

 

“그럼 좋아. 계집이 대접을 잘 못 하면 네가 책임을 지게 될 거다.”

 

오싹!

 

천악이 무미건조한 말투로 말하자 임극환은 자신도 모르게 소름이 돋았다. 그는 직시할 수 있었다.

 

‘보통 놈이 아니다.’

 

절정고수에게 일시나마 공포감을 줄 수 있는 자가 평범한 자일 리 없었다.

 

 

 

특급인 4층으로 올라가 보기는 처음인 천악이었다. 특별하다고 해봤자 도박은 도박일 뿐 그 이상의 의미를 두지 않았고, 자신의 지위가 높고 낮음에 대해 별다른 의식이 없었던 터였다. 현대의 의식을 갖고 있는 천악에게 지금 시대의 신분제도는 이해는 해도 인정되지는 않는 것이었다.

 

4층은 3층과는 또 달랐다. 대접하는 방식이 확연하게 구분되었고, 올라오면서 느껴지는 분위기가 3층과는 비교 자체가 되지 않았다. 절세의 미녀들이 천악을 보며 눈웃음을 지으니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흥분하게 만들었다.

 

천악이 안내된 자리에 앉자 양 옆으로 미녀 두 명이 기대앉았다. 여인 특유의 향기가 천악의 코를 자극했다. 그녀들은 사내라면 유혹당하지 않을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답고 매력적이었다.

 

옷이라는 껍데기 사이로 느껴지는 여인의 살결이 속속들이 전해졌다. 여인과 밀착된 상태에서 천악은 희미한 웃음을 지었다. 천악은 여인들을 마다하지 않았다. 굳이 절제할 필요도 없을뿐더러 원하는 여인에게 매정하게 대할 이유가 없으니까 말이다. 오는 여자 안 막고 가는 여자 잡지 않는게 천악의 원칙이었다.

 

임극환이 말한 유화라는 여인이 의외로 맞상대로 나온 도박사라는 것이 특이했다.

 

양 옆으로 있는 여인들과도 확연한 차이를 보이는 유화는 존재하는 것 자체로 유혹의 덩어리라 표현할 수 있었다. 끈적끈적한 눈웃음 사이로 보이는 유혹적인 눈빛은 천부적으로 타고난 듯했다.

 

“유화라고 합니다, 군 공자님!”

 

“흠, 아주 아름답군. 설마 네가 도박사일 줄은 몰랐다.”

 

“저는 이곳 특급으로 온 귀인만을 대접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오늘밤 나의 시중을 들라고 하면 너는 들겠나?”

 

처음 본 여인에게 하는 말치고 상당히 거부감이 느껴지는 말이지만 천악은 상관하지 않았다. 이런 도박장의 여인이 처녀라는 우습지도 않은 말은 하고 싶지도 않았다. 어차피 사내를 유혹하기 위한 여인, 몸을 준다 하여 닳는 것도 아니었다.

 

꿈틀!

 

생각과는 다르게 유화의 아미가 조금 움직였다. 설마 이런 식으로 자신을 창기 취급할 줄은 몰랐던 듯. 그녀가 비록 남자를 유혹하는 꽃이라고 해도 지금껏 그녀를 함부로 대하는 사람은 없었다.

 

“저는 몸으로 대접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그저 공자님의 도박 상대로 기쁨을 주는 사람입니다.”

 

“내 돈을 따가는 여인에게 기쁨을 느끼라니,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나? 난 이곳에서 돈을 잃는 것을 낭비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적선하는 것은 사양이거든. 더군다나 눈요기만 하는 계집 주제에 잘난 체하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아.”

 

천악의 표정에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았다. 또한 목소리 자체에서 감정의 기복이 느껴지지도 않았다. 흥분하거나 노여워한다고 볼 수 없으나 그 차가운 한기에 유화는 몸이 저절로 떨려왔다.

 

‘너무나 차갑구나. 나의 천녀미염공(天女美念功)이 전혀 통하지 않다니, 도대체 이자는 누구인가!’

 

2백 년 전 홍안마녀(紅顔魔女)가 익혔던 것이 바로 천녀미염공이었다. 당시에 그녀의 천녀미염공에 의해 사내들은 모두 그녀에게 빠져들었고, 결국에는 정혈이 빨려 죽어나갔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천녀미염공을 그저 그런 삼류라고 생각했지만 당시에 절대고수였던 철탑거마 가타천이 그녀에게 빠져 죽어나가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그녀를 보통 고수라고 볼 수 없게 만들었다.

 

정사를 가리지 않고 무수히 많은 사내의 정혈을 흡수하던 그녀는 결국에 강호 공적이 되어 죽어나갔지만 그녀의 천녀미염공은 가히 절세의 미염공으로 평가를 받았다.

 

그 이후 실전되었던 천녀미염공을 유화가 익힌 것이다. 홍안마녀의 경우 흡혼마공(吸魂魔功)을 동시에 익히고 있어 어쩔 수 없이 사내의 정혈이 필요했지만 유화는 사내의 정혈이 필요하지는 않았다.

 

“호호호!”

 

천녀미염공을 극성으로 펼치면서 화사한 미소를 지은 유화가 말을 이었다.

 

“옆의 소화와 소용이가 극진히 대접할 것이니 그리 노여워하지 말아주세요.”

 

“그딴 말 필요 없다. 어차피 도박장에 왔으니 도박을 하면 그만이니까. 어서 패나 돌려라.”

 

유화는 자신의 앞에 있는 사내가 마치 벽처럼 느껴졌다. 아무리 유혹하려고 해도 전혀 반응을 보이지 않으니 은근히 화가 치밀었지만 더는 그녀가 어떤 말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소화와 소용이라 불린 여인들이 간드러지게 몸을 밀착시켰다. 천악은 그저 손으로 그녀들을 떡 주무르듯이 주무르며 패를 받아보았다. 오히려 유화는 자신의 유혹에는 아무렇지 않으면서 소용과 소화를 만지고 있는 천악에게 분개했다.

 

‘흥! 네놈이 어디까지 가나 보자. 나의 환영비연수(幻影飛鳶手)로 거지로 만들어주마.’

 

휘이익! 휘이익!

 

유화의 손이 너무 빨라 여러 개로 보였다. 보통사람이라면 눈으로 쫓기도 힘들 정도로 빨랐다.

 

유화가 회심을 미소를 지으며 천악의 얼굴을 바라보다 아미를 찡그렸다. 천악은 유화의 화려한 손동작을 보지도 않고 소용과 소화를 애무하는 데 정신을 팔고 있었던 것이다.

 

“거세요!”

 

“대, 1만 냥.”

 

천악의 말투에는 승부에 관심이 없어보였다.

 

유화는 의례적으로 첫판부터 셋째 판까지는 일부러 져주었다. 당연히 천악의 승리가 되었다. 천악은 세 번 이기고 나서 다음부터 내리 다섯 판을 지고 말았다.

 

유화는 자신의 도박 실력이 빛을 발한다고 생각하였다. 그리고 천악의 표정이 일그러지기를 기대했다. 지금까지 무표정했던 저 얼음 같은 얼굴에 잔주름을 새겨주고 싶었던 것이다.

 

하지만 유화의 예상과는 다르게 천악은 3층에서 땄던 12만 냥을 다 잃는 동안에도 표정의 변화가 아예 없었다.

 

“오늘은 그만하지.”

 

천악은 손을 털며 오늘 잃은 돈이 전혀 아깝지 않다는 듯 밖으로 나가버렸다.

 

유화는 돈을 땄음에도 불구하고 표정이 좋지 않았다. 마지막까지 왠지 모르게 천악에게 농락당한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뒤돌아선 천악의 표정을 볼 수 없었던 유화는 다음에도 수작을 부리면 천악이 절대 가만두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

 

* * *

 

남궁장천은 섬뢰마검에 대한 일을 장씨 형제들에게서 들었다.

 

남궁세가의 대소사를 관리하는 가주실에 장로들을 비롯해서 각 단을 책임지는 이들이 모두 모여 있었다.

 

“오늘 있었던 납치미수사건을 어떻게 생각하오?”

 

“장씨 형제가 비록 일류고수이기는 하지만 섬뢰마검 지경천을 이길 실력이 되는지 의문입니다. 하지만 상황이 사실이니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겠지요.”

 

남궁장천도 그 점이 이상했다. 과거에 자신이 지경천의 팔을 자르기는 했지만 그의 실력은 상당했다. 일류고수인 장씨 형제들의 실력을 아무리 높게 쳐주어도 지경천을 한 수에 죽일 정도는 아니었다. 더군다나 10년간 절치부심하며 나온 지경천이 아무런 대비도 없이 나타나서 어처구니없는 죽음을 당했다는 사실 자체가 이해하기 어려웠다.

 

“혹 섬뢰마검의 뒤에 배후가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을 합니다.”

 

“그럴지도 모르지만 개인적인 원한으로 나에게 복수하려고 했을 수도 있소.”

 

남궁장천은 막내딸 남궁소희가 무사한 것에 안심하기는 했지만 만약 일이 틀어져서 소희가 납치되었다면 엄청나게 분노했을 것이다.

 

“당시에 소희와 같이 있었던 젊은 놈에 대해 조사해 봤소?”

 

남궁장천은 천악에 대해 다소 감정이 섞인 표현을 사용하였다. 평소 낯가림이 심한 녀석이 처음 본 놈에게 그토록 살갑게 대했다는 얘기를 듣고 아비로서의 질투가 한몫 한 것이다.

 

 

 

이름-군천악

 

나이-스물다섯

 

무공 내력-밝혀지지 않음. 또는 익히지 않은 것을 추정함.

 

특징-합비에 5년 전 들어와서 가장 호화로운 장원인 풍운장원을 샀음.

 

상당한 재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판단이 됨.

 

천기서점에 자주 들르며 책 읽는 것을 좋아함. 가끔 도박장을 가기도 하는데 한 판에 수천 냥을 잃고도 동요가 없음.

 

수상한 점으로는 합비에 나타나기 전의 정보를 찾을 수가 없음.

 

 

 

한 장으로 요약된 내용을 남궁장천은 유심히 보았다. 납치미수 사건이 일어난 지 하루도 되지 않아 군천악에 대해 조사한 것으로 보아 남궁세가의 정보력은 상당한 수준인 듯했다.

 

“군천악이라…….”

 

특이한 놈인 것은 분명했다. 엄청난 갑부이면서도 아직 그의 배경에 대해 아무런 정보가 없으니 말이다.

 

“놈에 대해 더 자세히 조사해 보아라. 어쩌면 섬뢰마검과 관련이 있을지도 모른다.”

 

“알겠습니다.”

 

남궁세가의 정보조직인 비연대의 대주가 명을 받들었다.

 

남궁장천은 장로들과 여러 사람들에게 조심하라는 경고를 잊지 않았다.

 

“불미스러운 일이 또 발생할지 모르니 항상 경계하도록 하는 것이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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