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림 속의 엑스트라 245화
무료소설 무림 속의 엑스트라: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121회 작성일소설 읽기 : 무림 속의 엑스트라 245화
245화. 마지막 운명 (3)
나흘은 금방 지나갔다.
박무훈은 그동안 새로운 기분으로 생활했다.
이제 사마극과의 싸움은 끝났다. 아마 이번에 무림으로 들어가면 마지막이 되지 않을까.
소설 천향무후가 완결되고 리메이크가 시작되면서부터 지금까지 대략 1년 반. 그동안 실로 흥미진진한 시간을 보냈다.
그 모든 시간이 과거의 경험으로만 남게 된다고 생각하니 시원섭섭해졌다.
이번에 무림에 돌아가면 마지막 100시간이 될 것이기에 그곳에서 작별 인사를 하고 돌아와야 한다.
물론 백단영도 같은 처지가 될 것이다.
“아쉽네.”
박무훈은 커피숍 문을 열면서 허탈한 마음을 토해냈다.
그동안의 무림 속에서의 사건들을 생각하니 격해지는 마음을 진정하기 어려웠다. 그렇다고 사마극을 놓아줄 생각은 없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번에는 확실하게 끝낼 생각이었다.
평소처럼 커피숍에는 잔잔한 음악이 흐르고 있었다.
그는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하나 주문한 후 습관처럼 구석 자리로 가려고 몸을 돌렸다.
툭툭.
뒤에서 누군가가 그의 옆구리를 건드렸다.
“아, 왔어?”
박무훈은 뒤에 나타난 백다연에게 반가움을 표했다.
“커피?”
“응, 커피.”
박무훈은 자신의 손에 있는 커피를 그녀에게 넘기고 커피를 하나 더 시켰다.
그의 표정을 세심하게 살피던 백다연이 말을 툭 던졌다.
“어째 표정이 어둡네?”
“아……, 오늘이 끝이라 생각하니까.”
“그렇지…… 오늘은 확실히 사마극을 끝낼 수 있겠지?”
박무훈은 왠지 자신만 기분이 가라앉은 것 같아 다소 섭섭해졌다.
커피를 받고 몸을 돌리자 백다연이 그의 팔을 끌었다.
자연스럽게 두 사람은 팔짱을 끼고 밖으로 나왔다. 저녁이 늦었음에도 퇴근하는 사람들이 거리를 메우고 있었다.
마지막 날이라 그런 것일까. 그들은 누가 의도하지 않았음에도 자연스럽게 거리를 거닐었다.
“오늘 사마극을 제거하고 끝내면…… 앞으로 다시 무림에 들어갈 일은 없겠지?”
박무훈이 가라앉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오늘 끝나면 보상을 받지 않을까?”
“아, 보상이 있었구나.”
처음에 무림에 접속할 때는 보상을 기대했었다. 하지만 무림에 빠져들면서 보상은 잠시 잊어버린 사항이 됐다.
“보상으로 받고 싶은 것 있어?”
백다연이 생글생글 웃으면서 물어왔다.
보상을 생각하면 그녀처럼 기뻐해야 하겠지? 박무훈은 우울함을 떠나보내려고 노력하며 보상을 떠올렸다.
막상 특별히 떠오르는 보상이 없었다. 처음 시작할 때 막연하기만 했었듯이.
“아니, 없어. 아직 생각 못 해봤거든. 넌?”
백다연이 팔짱을 더욱 강하게 꼈다.
박무훈은 이렇게 현실에서 백단영 아니 백다연과 데이트하는 자신을 떠올리며 정말 인생이 많이 변했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이런 시간도 오늘이 지나고 나면 끝이겠지만.
“난 요 며칠간 정말 고민하며 생각해봤어.”
“그래서?”
“하나 선택했어.”
“뭔데?”
“그건 비밀.”
슬쩍 그녀의 얼굴을 봤다. 아무리 물어도 쉽게 가르쳐 줄 것 같지는 않았다.
괜히 신경질이 나서 손에 든 커피를 꿀꺽꿀꺽 마셨다.
생각나는 것이라고는 처음 GOD 작가와 이야기하던 내용뿐이었다. 100억도 된다고 했었지? 그냥 100억이나 달라고 할까? 그러면 이 지긋지긋한 아르바이트 생활을 끝낼 수 있는 것 아닌가. 굳이 대기업에 취업하겠다고 고생할 필요도 없고. 아니, 100억은 너무 적나? 1000억 정도는 있어야 발 뻗고 자려나?
머릿속에서 별별 생각이 오가는 가운데 편의점 앞에서 걸음을 멈추었다.
“살 거 있어?”
무심코 묻는 그에게 백다연이 팔짱을 풀고 옆구리를 쿡 찔렀다.
“그래도 칫솔 정도는 사서 와라.”
무슨 말인지 혼란스럽다가 다시 눈치를 주는 그녀의 표정을 보고서야 이해했다.
오늘은 그녀의 집으로 가자는 뜻이었다.
마지막 접속. 그도 그녀도 그 부분만은 확실하게 의견이 일치했다.
갑자기 뛰는 가슴을 진정시키고 그는 편의점으로 들어갔다.
***
백다연의 오피스텔은 서초동 인근에 있었다.
박무훈의 원룸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깔끔함을 자랑했다. 오늘 그를 데리고 오려고 미리 정리한 때문이겠지만, 그의 원룸보다 훨씬 넓은 실내와 현대적인 인테리어. 거기에 커다란 최신식 티비까지.
오피스텔에 들어서는 순간 그는 입을 쩍 벌릴 수밖에 없었다.
“우와!”
감탄사를 터트리는 그에게 백다연이 웃으며 말했다.
“여기를 방문한 친구는 남녀 불문하고 네가 처음이야.”
그녀의 환한 웃음에 절로 마음이 녹아내렸다.
자정이 가까워지자 두 사람은 거실의 소파에 나란히 앉아 휴대폰을 꺼냈다. 서로 눈빛을 교환하면서 그들은 마지막 접속을 시작했다.
자정이 되면서 소설 천향무후 속으로 두 사람의 의식이 이동했다.
***
백단영이 절대마령에게 뛰어드는 순간 절대마령이 사라졌다. 그것은 마치 마력이 발휘된 것처럼 아무도 영문을 알 수 없는 현상이었다.
백단영을 향해 위험하다고 외치던 무흔은 황급히 그녀에게 달려갔다.
순간 백단영과 무흔의 눈빛이 교차했다.
부서진 여곽의 더미 속에서 절대마령을 구경하던 사마극이 고함을 터트렸다.
“어? 어떻게 한 거냐? 절대마령이 어디로 갔지?”
갑자기 눈앞에서 절대마령이 사라졌으니 사마극의 놀람은 극에 달했다.
무흔이 빈정거리며 대답했다.
“어디로 가긴, 내가 그동안 절정무공을 창안했거든. 절대마령을 한 방에 제거할 수 있는 무공이라고.
“으으.”
“어차피 절대마령은 그 능력 자체가 사기 아니었냐? 이제 순수하게 실력으로 붙어보자.”
무흔의 신형이 허공을 날아 사마극의 퇴로를 차단했다. 사마극의 정면에서는 백단영이 연검을 들고 접근했다.
순식간에 앞뒤가 포위되었음을 확인한 사마극이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그도 두 사람을 도저히 빠져나갈 수 없다는 사실을 인지한 것이다. 백단영과의 대립이 여기에서 끝이 나려나. 크게는 마교와 무림맹의 대립이려나.
사마극의 머릿속은 복잡했다.
승부는 아직 모른다고 주장하고 싶었다. 그는 소설속 최강인 마교의 소교주이니, 그 누구도 그를 능가할 수 없어야 정상 아니던가.
사마극은 눈앞의 백단영과 뒤쪽의 무흔을 번갈아 쳐다봤다. 둘을 이길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렇게 싸움에 임하는 것은 승리의 확률을 줄일 뿐이다.
애초에 사만국이 이곳 무림을 접속하면서 승리의 조건은 무흔이 아니라 백단영의 제거였다. 백단영을 죽이거나 무력화한다면 그의 승리였고, 그 목적은 지금도 유효했다.
“그렇다면 무흔과 싸울 이유가 없지.”
사마극은 나지막이 중얼거리면서 백단영 쪽으로 시선을 고정했다.
무흔이 뒤에서 그를 공격할 것이란 염려는 하지 않았다. 마지막을 그렇게 비겁한 방식으로 끝낼 생각은 저 자식도 없을 테니까. 역시 예상대로 무흔은 일정 거리만큼 떨어져서 상황을 주시하고 있었다.
“자, 백단영! 이제 해볼까?”
무조건 백단영만 먼저 제거한다. 그러면 승리다. 사마극은 마음을 다지며 내력을 끌어올렸다.
백단영이 입술을 지그시 깨물고 연검을 강하게 움켜쥐었다.
두 사람만의 전장이 만들어졌다.
백단영과 사마극의 대결이었으나, 전대로 올라가면 백 년 전의 고수인 천상신모와 파천마종의 대결이기도 했다.
사마극은 천마패를 운용했다.
거대한 기운이 넘실거리면서 백단영을 압박해 들어갔다. 이미 경험해본 바 있는 백단영은 예전처럼 천마패에 저항하지 않았다.
천마패에 저항하느라 내력을 분산하면 사마극을 공격하는 힘이 떨어진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천마패를 힘으로 압도하려 하면 단순한 내공 싸움이 되고, 이는 사마극이 바라는 대로 흘러간다.
사마극의 무지막지한 내력을 제압하기도 쉽지 않지만, 그보다 굳이 백단영이 장점을 버리고 싸울 이유가 없다.
백단영은 다른 방법을 택했다.
“천마패만으로는 나를 어찌할 수 없어.”
“과연 그럴까?”
사마극의 자신만만한 응답이 되돌아왔다.
백단영은 모든 준비를 마치고 연검을 흔들었다. 연검이 낭창낭창 휘어지며 기를 뿜어냈다. 그 기운이 주변을 장악한 천마패의 기운을 깨트리며 파공성을 울렸다.
천마패는 상대방을 짓누르는 기운을 뿌리지만, 그만큼 내력 소모도 크다. 달리 말하면 천마패를 사용하는 사마극은 내공 중 상당 부분을 천마패에 소모하고, 정작 자신의 공격에는 많은 내공을 싣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다.
백단영이 전력을 다해 공격한다면 천마패에만 의존할 수 없다.
“타앗!”
백단영이 허공으로 도약하며 급격히 사마극과 거리를 좁혔다.
순식간에 주변의 돌과 건물 잔해가 백단영의 내력에 의해 허공으로 떠올랐다.
고오오오-
수천 개의 파편이 태풍처럼 휘몰아치며 사마극에게 밀려갔다. 천마패로 백단영을 억압하던 사마극이 몰려오는 파편에 흠칫 놀랐다.
그 순간 연검이 천마패의 압력을 깨트리며 예측 불가한 변화를 일으켰다.
천상비연검법의 묘리가 구현되며 허공에 연꽃을 수놓았다. 사방이 연꽃으로 덮이고 꽃비가 내리는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강화된 천마패가 건물 파편과 연검의 공격을 막았다. 그러나 연검이 그 틈을 비집고 천마패를 깨면서 사마극의 가슴을 찍었다.
콰직-
천마패에 의해 검법의 속도가 제대로 나오지 않는 상황에서도 연검에서 나온 검강이 사마극의 호신강기를 깨고 들어갔다.
예상치 못한 위력에 어쩔 수 없이 사마극의 상체가 휘어지며 검강을 흘려냈다. 호신강기가 이렇게 쉽게 깨어질 줄은 미처 예상치 못했기에 그는 매우 당황했다.
하지만 백단영의 공세는 그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연검이 호선을 그리며 휘어지더니 다시 그의 어깨를 겨냥했다. 동시에 건물 파편도 사마극에게 휘몰아쳤다.
실로 영리한 백단영의 대응에 사마극은 천마패만으로는 그녀의 움직임을 제약할 수 없음을 깨달았다.
순간 사마극의 오른쪽 손에서 손톱이 길게 뻗어 나왔다.
혈풍백골조.
마교의 무공 중에서도 극악하기로 단연 손꼽히는 마공이었다.
사마극은 별다른 무기를 사용하지 않았다.
비천삼검과 묵천신검을 무흔에게 빼앗긴 후 그를 만족시키는 무기와 무공이 없었던 탓도 있지만 바로 이 혈풍백골조도 영향을 미쳤다.
혈풍백골조의 강력함은 상대의 무기를 무력화시키고, 부러트렸다. 이 혈풍백골조와 천마패의 조합이야말로 사마극에게 최강의 무기였다.
사마극은 연검의 공격을 무시하고 혈풍백골조로 백단영을 맞이했다.
백단영은 처음 보는 무공에 일순간 당황했으나, 공격을 회수하지 않았다.
순간 혈풍백골조가 그녀의 전면을 긁었다. 그녀는 천상비를 이용해 사마극의 앞에서 위쪽으로 몸을 꺾었다.
서걱-
검강이 사마극의 왼쪽 어깨를 스치고 지나갔다. 살이 베고 피가 튀면서 심각한 검흔이 어깨에 남겨졌다.
하지만 백단영도 무사하지 않았다. 혈풍백골조에 의해 그녀의 가슴팍과 배 부분에 사선으로 네 줄이 길게 그어졌다. 놀랍게도 그녀의 호신강기는 혈풍백골조를 전혀 막아내지 못했다.
옷자락이 예리하게 잘려나갔으나 다행히 몸에 상처를 입지는 않았다. 자칫 무시하고 그대로 들어갔다면 오히려 그녀가 크게 낭패를 볼 뻔했다.
“크크, 운이 또 따르지 않을 것이다!”
사마극은 백단영에게 숨 쉴 틈을 주지 않았다.
상대의 공세를 고민할 틈은 없었다. 허공으로 몸이 띄운 상황에서 백단영은 다시 연검을 휘둘러 변화를 일으켰다. 허공에 뜬 백단영의 신형이 아래로 하강하며 사마극과 거리를 단숨에 지웠다.
천상비연검법의 변화에 천마패의 강력한 기운이 깨져나갔다. 현란한 검초 속에서 다시 중후한 변화가 일어났다.
무흔검법!
검강의 자유로운 흐름을 중시하는 무흔검법이 펼쳐졌다. 강력한 파괴력을 내뿜는 검강이 사마극의 가슴을 직격했다.
사마극에게 절대적인 위기의 순간, 그 직전에 혈풍백골조가 검강을 마주했다.
콰지직-
우수에서 펼쳐진 혈풍백골조가 날아드는 검강을 그대로 깼다. 전력을 다해 무흔검법을 펼치며 사마극을 향해 떨어지던 백단영의 신형이 일순간 주춤했다.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사마극의 좌수가 다시 불을 뿜었다.
좌수에서도 똑같은 혈풍백골조가 펼쳐진 것이다.
두 사람의 몸이 거의 겹치는 순간이었기에 사마극의 기습을 막기란 불가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