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림 속의 엑스트라 24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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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118회 작성일소설 읽기 : 무림 속의 엑스트라 244화
244화. 마지막 운명 (2)
“젠장!”
무흔은 오래지 않아 예전처럼 곤란한 상황에 빠져들었다.
다행히 광천마령과 뇌천마령의 팔이 하나씩 잘린 상태였기에 그 실력이 떨어지긴 했다. 그러나 여전히 난공불락인 것만은 분명했다.
절대마령은 금강불괴보다 더한 외공에 그 누구도 감히 비교할 수 없는 내공을 지녔다. 비록 무공이라고는 장법에 특수 무공 하나가 전부였지만, 어떻게 제거할 방법이 없었다.
무흔은 자신에게 몰려오는 절대마령의 장력을 보법을 이용해 흘려보내면서 재차 거리를 벌렸다.
절대마령의 움직임은 그를 따라잡지 못했다.
크르르르-
무너진 창고를 빠져나온 절대마령이 온전하게 모습을 드러냈다.
햇빛 속에서 확인한 절대마령의 외모는 실로 충격적이었다. 절벽에 떨어지면서 입은 외상이 처참했다. 그런 상황에서도 예전과 같은 위력을 보이는 것을 무흔은 도무지 이해하기 어려웠다.
“어떻게든 저놈들을 박살 내야 하는데…….”
무흔은 묵천신검을 다시 휘둘렀으나 아무런 효과를 보지 못했다. 검으로 저들을 파괴한다는 작전은 포기해야 한다.
그는 방법을 바꾸어 검강을 부근의 측백나무 쪽으로 뿌렸다.
거대한 나무 아랫부분이 깨끗하게 잘려나갔다. 쓰러지려는 나무를 무흔은 재빨리 손으로 받치고 다가오는 절대마령을 향해 내던졌다.
쿠쿵-
미처 피하지 못한 두 절대마령이 거대한 나무에 깔렸다. 잠시 버둥거리던 절대마령에게서 하얀빛이 폭사했다.
푸아아아악-
굉음이 폭발하며 나무 조각이 사방으로 비산했다. 허공으로 뿌려진 나무 파면이 비처럼 쏟아졌다. 절대마령이 부서진 나무 사이로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조금도 충격을 받지 않은 모습이었다.
크르르르-
파손된 나무를 넘어 절대마령이 여곽 쪽으로 접근하면서 전장이 바뀌었다.
절대마령이 본격적으로 모습을 드러내자 백단영의 마음이 급해졌다.
상황을 확인할 필요도 없이 절대마령을 처리하기 곤란하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그렇다면 남은 방법은 하나다. 사마극을 없애야 한다.
“흐흐, 우리는 천천히 가자고.”
사마극은 백단영의 공세를 요리조리 피해 다녔다. 천마패를 동원해 백단영을 얽어매고 공격을 시작하면 못 싸울 것도 없었지만 그는 공격을 자제했다. 절대마령을 믿기 때문이다.
손속을 맞부딪치지 않고 물러서는 사마극을 향해 백단영이 연검을 휘두르며 빛살처럼 신형을 쏘아나갔다.
“비겁하게 도망치는 거냐?”
“푸하하, 무슨 소리!”
사마극은 가뿐하게 허공을 회전하며 무너진 여곽의 지붕 위에 올라섰다.
그는 맞은편 담벼락 위에 착지한 백단영을 향해 비릿한 웃음을 보냈다.
“난 너희가 지금쯤 들어오리란 것을 알고 있었다. 천산광소가 무흔을 어떻게 찾아갔을까? 내가 허락하지 않았음에도 그 녀석이 몰래 갈 수 있다고 생각하나?”
백단영은 충격을 받으며 눈으로 천산광소를 찾았다.
무너진 여곽에서 간신히 기어 나온 사마련의 여섯 마두가 한쪽에 모여 싸움을 구경하고 있었다. 그녀와 시선을 마주친 천산광소는 황급히 손을 저으며 억울하다는 표정을 보냈다.
“내가 왔다는 것을 알면 너희가 당연히 먼저 공격해 들어오리라 생각했다. 그것도 이번 접속이 마무리되기 전에 처리하리란 것을. 조금 늦긴 했지만 예상 범위 내였다. 모든 것을 마무리하고 돌아가고 싶겠지만 흐흐…….”
사마극이 비웃음을 터트렸다.
확실히 무흔과 백단영은 사마극의 예상대로 움직이긴 했다. 물론 그렇다고 하여 특별히 손해 본 것은 없었다. 단지 기습의 효과만 떨어졌을 뿐이다.
“나도 이쯤에서 끝내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 아니겠어? 과연 이 싸움을 끝내고 돌아갔을 때 누구의 승리로 귀결될까?”
사마극의 표정은 자신만만했다.
백단영이 힐끔 무흔 쪽을 봤다.
고목을 뿌리째 뽑아 어지러운 싸움을 벌이고 있건만 승산은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면 사마극을 처리해야 하는데…….
“그래. 돌아가면 네놈부터 다시 검거해주지. 그러잖아도 증거가 꽤 모였거든.”
백단영은 거친 숨을 내뱉으며 연검에 내력을 주입했다.
낭창거리던 연검이 빳빳하게 쭉 뻗었다.
“흐흐, 아직도 제정신을 못 차렸구나. 나는 절대 지지 않는다는 것을 모르나 보지?”
마교 지하 광장에서 도망치고, 초마단의 부작용에서 벗어난 것을 보면 그녀의 예상을 초월한 사마극의 능력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었다.
사마극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백단영의 공격이 시작됐다.
날카로운 검강이 사마극이 서 있던 허공을 그었다. 사마극은 상대하지 않고 튀어 오르며 소리쳤다.
“흐흐, 어쨌든 너희의 작전은 실패했다. 이제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어.”
백단영은 걷힌 소매 사이로 남은 시간을 봤다.
00:02:14.
의외로 시간이 빨리 흘렀다. 물론 이 시점에서 현대로 다시 돌아가더라도 다음에 접속하면 이 순간으로 돌아올 테니 문제 될 것은 없다.
다만 전투 중이었으니 다음에 접속하자마자 바로 전투에 적응해야 하는 단점이 있겠지만, 치명적인 문제는 아니다.
오히려 현대에 가있는 동안 절대마령을 해치울 방법을 찾을 수도 있으니 더 나은가.
“현대, 현대…….”
그녀는 신음처럼 중얼거리면서 머리를 굴렸다. 문득 어떤 돌파구가 떠올랐다.
무흔 또한 시간이 없음을 깨달았다.
그는 묵천신검을 휘두르며 절대마령의 공세를 막아냈다.
급기야 광천마령은 눈을 멀게 만드는 강렬한 빛을 발산했고, 뇌천마령은 무흔이 움직이는 순간 벼락을 허공에서 내리찍었다.
무흔은 전력을 다해 강력한 검격을 광천마령을 향해 퍼부었다.
콰아앙-
검강이 광천마령의 허리를 강타하고, 그 충격으로 인해 광천마령이 뒤로 주르륵 밀려났다.
쿠쿵-
힘에 밀린 광천마령의 몸이 뇌천마령을 덮쳤다.
두 절대마령이 서로 엉키면서 균형을 잡지 못하고 바닥에서 허우적거렸다.
쏜살같이 허공을 미끄러지며 접근한 무흔이 묵천신검으로 아래를 내리찍었다. 만일 정상적인 사람이었다면 이 일격으로 끝이 났을 것이다. 하지만 절대마령에게는 아무런 충격조차 가하지 못했다.
쩡!
강력한 충격만 전달하면서 묵천신검이 튕겨 나왔다. 역시나 검이 닿았던 부분에는 흔적조차 남지 않았다.
쓰러진 채 허우적거리던 절대마령이 무흔을 잡으려고 손을 뻗었다.
무흔은 검으로 절대마령의 손을 쳐내면서 재차 공격을 가하려 했다.
흩날리는 소매 사이로 언뜻 글자가 보였다.
00:00:02.
아무래도 지금은 여기까지가 끝일 것 같다.
그 순간 뒤엉킨 절대마령 사이로 백단영이 뛰어들었다.
“위험해!”
놀란 무흔이 그녀를 향해 소리쳤다.
백단영이 팔을 뻗어 두 절대마령에게 손을 대는 순간 암전이 일었다.
00:00:00.
***
박무훈은 원룸의 침대로 돌아왔다.
평소와 달리 한창 전투 중에 현대로 다시 돌아왔기에, 정신을 차리기까지 잠시 시간이 걸렸다.
돌아오기 직전 절대마령에게 뛰어드는 백단영을 목격했기에 그는 급하게 옆을 돌아봤다.
당연히 백다연도 돌아와 있었다. 접속할 때와 마찬가지로 등을 벽에 기대고 침대에 앉은 그대로였다.
그런데 그녀의 표정이 이상했다.
백다연은 손가락으로 앞을 가리키고 있었다.
박무훈이 자연스럽게 그녀의 손가락을 따라 시선을 옮겼다.
“허억!”
그의 입에서도 단말마의 비명이 터져 나왔다.
쿵!
눈앞에서 절대마령으로 보이는 두 물체가 바닥으로 쓰러졌다.
“이, 이게 어떻게 된?”
“내, 내가 물건을 옮길 수 있다고 했잖아…….”
백다연 또한 놀란 마음을 진정시키지 못하고 떨린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녀는 무림에 접속하면서 GOD 작가로부터 물건을 가져가거나 가져올 수 있는 능력을 부여받았다.
그렇다면 그녀가 갑자기 절대마령에게 뛰어든 것은 절대마령을 이곳 현대로 가져오기 위한 것이었단 말인가.
침대 바로 앞, 방바닥에 포개져 있는 두 절대마령을 힐끔거리면서 박무훈은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간신히 침대에서 일어나 상황을 조사했다.
절대마령의 외관은 무림에서 보던 것과 똑같았다. 한쪽 팔이 잘려나가고 머리도 절반이 뭉개지고. 실로 끔찍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다른 점이 있었다. 절대마령은 흡사 죽어버린 듯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무림에서 보이던 절대마령의 신비한 능력은 이곳에서는 무용지물이었다. 그렇다 보니 시체를 보고 있는 것 같아 절로 몸이 떨리고 공포에 짓눌렸다.
“흐아…….”
절대마령의 조사를 끝낸 박무훈은 다시 침상 위로 올라왔다. 끔찍해서 절대마령에게는 손도 대기 싫었다.
“이, 이제 어떡하지?”
백다연이 여전히 놀란 눈으로 그에게 물었다.
정말 대책 없는 여자란 생각이 들면서도 한편으로는 뭔가 크게 한 건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절대마령이 이곳에 왔다는 것은 무림에선 이제 절대마령이 없다는 것이잖아?”
박무훈의 생각이 다른 쪽으로 돌아갔다.
백다연이 그제야 입가에 어색한 웃음을 머금었다.
“그, 그렇지. 나도 그걸 노리고 한 짓이었거든.”
절대마령을 파괴할 수 없자 그녀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최후의 카드를 빼 들었다. 바로 절대마령을 이곳 현대로 옮겨오는 것이다. 그 이후는 아직 생각해보지 않았다. 그 덕분에 이렇게 공포에 싸여있지만.
“무, 무훈 씨, 이제 어떡해?”
“그, 그러게, 어떡하지?”
그도 뾰족한 방법이 없었다. 이럴 때는 물어보는 게 최선이다.
“GOD 작가에게 물어보자.”
백다연이 휴대폰을 켜고 GOD 작가에게 톡을 보냈다.
- GOD 작가 계세요? 문제가 생겼어요.
- GOD 작가 : 압니다. 거하게 사고를 치셨더군요.
다행히 GOD 작가와 금방 연결됐다.
GOD 작가 또한 모든 상황을 파악하고 있는 듯했다.
GOD 작가도 알고 있다면 어떻게든 상황을 해결해줄 것 같아 두 사람은 마음이 안정됐다.
- GOD 작가 : 걱정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이미 당신에게 능력을 부여할 때부터 고려했던 사항이니까요. 지금 넘어온 절대마령은 이곳에서는 존재할 수 없습니다.
- 그렇다면 그곳으로 돌아가는 건가요?
- GOD 작가 : 아닙니다. 영원히 소멸하는 거죠.
톡을 함께 보던 박무훈은 그제야 한시름 놓았다.
이 끔찍한 시체 같은 것들을 치우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남들이 보면 살인자로 착각할지도 모르니까.
“다행이네.”
백다연도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흐아, 간 떨어지는 줄 알았어.”
박무훈은 다시 가슴을 쓸어내리며 눈앞의 절대마령을 봤다. 아무래도 이것들이 사라지고 나면 다시 방 청소를 열심히 해야 할 것 같다.
“그래도 나 잘한 거 아냐? 절대마령을 해치웠잖아.”
무림에서 절대마령이 사라진 것인가.
그렇다면 남은 사마극을 제거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아마 이제는 굳이 그가 나서지 않더라도 백단영 혼자서 사마극을 압도할 수 있을 것이다.
박무훈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잘 한 거 맞아. 덕분에 이겼네.”
“어째 표정이 별로 반기는 것 같지 않다?”
백다연이 살짝 토라진 표정으로 그를 흘겨봤다.
“아냐, 잘했어.”
생각해보면 최선이었을 지도 모른다. 그곳에서는 다른 방법이 없었으니까. 자칫하면 사마극에게 오히려 역습을 당했을지도 모르고.
지금쯤 사마극도 상황을 인지했으려나?
백단영이 절대마령에게 뛰어드는 순간 그 자식도 현대로 돌아왔을 테니 확률은 반반이다. 모든 것은 나흘 뒤 다시 무림으로 돌아가면 밝혀질 것이다.
눈앞에 놓인 절대마령을 보며 박무훈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들은 절대마령이 저절로 소멸하기까지 약 여섯 시간 동안 두 사람은 뜬눈으로 밤을 새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