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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림 속의 엑스트라 233화

무료소설 무림 속의 엑스트라: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132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무림 속의 엑스트라 233화

233화. 최후의 일전 (2)

 

 

 

무흔은 혈우파천만겁공의 위험을 잘 알고 있었다.

이 무공을 사용하면 일시적으로 잠력이 폭발하여 평소의 두세 배에 해당하는 능력을 발휘하지만 짧은 시간이 지나고 나면 사실상 내공의 탈진 상태에 이른다.

예전에 서옹과 함께 매화곡을 방문했다가 돌아가는 길에 잔혼객을 맞아 혈우파천만겁공을 사용했었기에 그 장단점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이 무공을 사용하는 것은 사마극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아서였다. 초마단을 복용한 사마극을 잡는 방법은 이것뿐이었다. 이게 아니라면 똑같이 초마단을 먹거나.

“크아아아!”

사마극의 광기 어린 사자후가 광장을 울렸다.

내공이 실린 사자후에 광장을 점한 일부 무공이 약한 자들은 고통에 몸부림치며 귀를 막았다. 음천마령의 음공에 맞먹는 파괴력이었다.

무흔은 상대가 포효하는 장면을 그냥 내버려 두지 않았다. 어차피 혈우파천만겁공의 지속시간도 길지 않다.

묵천신검이 폭발적인 변화를 일으켰다.

비천삼검 일 식, 변(變)이 펼쳤다. 순식간에 검이 허공을 가르고 검 끝에서 수만의 변화가 꼬리를 물고 일어났다. 무흔이 평소 펼치던 비천삼검과는 차원이 다른 새로운 위력이었다.

“아아! 저것이야말로 진정한 비천삼검이다!”

관전하던 남궁이화가 넋을 잃고 소리쳤다. 비천삼검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그녀였기에 지금 무흔이 펼치는 저 초식이 얼마나 엄청난 수준인지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놀랍게도 사마극의 반응 역시 엄청났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보법과 손을 감싼 강기를 이용해서 비천삼검을 파훼했다.

검강과 수강이 부딪치는 폭발음이 연속적으로 터져나가며 순식간에 공수를 교환했다.

“놀랍군!”

비천삼검을 능숙하게 깨트리는 사마극의 움직임에 새삼 놀라면서 무흔은 이 식인 쾌(快)를 펼쳤다. 변화가 꺾이는가 싶던 묵천신검의 검초가 더 빨라졌다. 순식간에 검 끝이 사마극의 가슴과 배를 휘저었다.

꽈꽈꽝-

사마극이 검초를 막으려고 수강을 찔러 넣으면서 다시 폭발음이 일었다. 사마극은 전혀 주눅이 든 표정이 아니었다. 오히려 이번에는 검초를 막으면서 공격으로 전환했다.

파파파팟-

사마극의 우수가 전면을 휘갈기면서 수십 개의 강기 파편이 무흔에게 뿌려졌다. 평소 무흔이 자주 사용하던 패천마혼비와 유사한 공격이었다.

따따따당-

사마극이 뿌린 파편은 묵천신검의 검날에 차단되어 튕겨 나갔다.

이 모든 공방이 천마패와 천마합이 뒤엉켜 있는 상황에서 발생한 것이라 이들 두 사람이 아니라면 흉내조차 내기 힘든 극강의 무공이었다.

혈우파천만겁공 때문에 솟구치는 내력을 간신히 억제하며 무흔은 사마극의 변화를 살폈다.

사마극의 머리카락이 마치 사자처럼 쭉쭉 뻗는 것이 초마단의 효과를 확실하게 인지할 수 있었다. 지금 그를 억압하는 천마패의 압력은 이전보다 두 배가량 상승한 상황. 잠력이 동원된 지금에야 간신히 그 균형을 맞출 수 있었다.

“괴물 같은 놈!”

사마극 역시 무흔이 이렇게까지 버틸 줄 몰랐던 듯 거친 음성을 내뱉었다.

초마단에 의해 내력이 폭증하면서 사마극은 서서히 부작용에 접어들고 있었다. 점점 그의 정신이 혼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

그는 예상보다 빨라진 부작용 경고에 마음이 급해졌다. 정신을 점차 앗아가는 이 부작용은 최후의 순간 완전히 이지를 상실하게 만든다. 물론 그는 그 부작용을 감당할 자신이 있었기에 초마단을 복용했다.

사마극은 천마패에 더해 현란한 보법과 웅후한 장력을 전면에 내세웠다. 시간에 쫓긴 그는 몸 내부에서 떠도는 내력을 모조리 쏟아냈다. 마치 힘으로 찍어 누르려는 듯한 공격이었다.

무흔 역시 물러서지 않았다. 그는 사마극을 따라잡으면서 전력을 다해 묵천신검으로 장력을 깨트렸다. 신검에 의해 갈라진 장력이 양쪽으로 날아가며 석벽을 강타했다.

콰앙-

석판이 떨어졌던 천장에서 다시 돌가루가 우수수 떨어졌다.

이 순간 무흔의 신형이 옆으로 돌아 새로운 초식을 뿜어냈다. 바로 무흔검법이다.

원래는 비천삼검 삼 식을 펼칠 생각이었다. 문제는 삼 식의 경우 그다음이 없다. 모든 내력을 전부 쏟아붓기에 상대를 죽이지 못한다면 자칫 위험해질 수 있었다.

물론 그런 걱정 때문이 아니었다. 그보다 사마극이 죽을 수 있다는 염려 때문이다. 지금 이곳에서 사마극이 죽는다면 이곳의 승리는 확실해지지만 현실에서가 문제다. 현실에서 분노한 사만국이 그들을 더 큰 위험에 빠뜨릴 수 있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바로 무흔검법이었다. 검강을 위한 검법이었기에 적당히 파괴적이면서도 적당히 강력했다. 게다가 다른 검법과 그 검로가 색다르다.

번쩍!

무흔검법이 펼쳐지고 마치 하늘에서 벼락이 치는 듯 검강이 몰려가자 사마극의 공세 또한 변화했다. 사마극은 신들린 듯 아낌없이 무흔을 향해 장력을 뿜었다.

이제 사마극은 이지를 상실한 것처럼 무차별적인 공세를 펼쳐내고 있었다. 그 공세를 받아주는 무흔은 사마극의 내부에서 벌어지는 미묘한 정신세계의 변화를 눈치챘다. 사마극은 지금 정신이 오락가락하면서 순간적으로 깜박거리는 그런 상황에 빠졌을 것이다.

혈우파천만겁공의 지속시간은 짧다. 반면 초마단의 지속시간은 훨씬 길다. 이대로 장기전이 벌어지면 무흔이 불리했다.

하지만 사마극의 생각은 또 달랐다. 그는 혈우파천만겁공의 지속시간을 알지 못했다. 반면 자신의 정신 상태가 깜박거린다는 사실은 심각하게 와닿았다. 완전히 정신줄을 놓기 전에 어떻게든 무흔을 때려잡고 싶었다. 자연스럽게 그의 행동이 급해졌다.

사마극은 힘을 냈다.

전력을 다해 장력을 퍼부으면서 자신이 익힌 또 하나의 가공할 무공인 천마심을 펼쳤다. 사마극의 장력에 핏빛 기운이 섞여들었다.

무흔은 장력의 기묘한 성질을 눈치챘다.

‘천마심이다!’

이미 마교 서고에서 무흔이 익혀본 적이 있는 무공이란 점이 사마극의 불운이었다.

게다가 이 무공은 천마합과 상성이 좋지 않다. 천마합은 한 글자 무공을 모두 합해서 창안한 무공이기 때문이다.

본래 천마심은 상대의 심리에 타격을 가하는 특이한 무공이다. 정상이라면 천마심이 섞인 장력을 만난 무흔은 두려움에 빠져야 했다.

물론 지금의 무흔 역시 그 영향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하지만 모르고 당하는 것과 알고 당하는 것의 차이는 크다.

콰앙-

묵천신검으로 장력을 깨트린 무흔이 그 반탄력을 이용해 허공으로 몸을 띄웠다.

천마패와 천마심이 육체와 마음을 모두 억누르는 전장에서 이처럼 몸을 움직이는 것은 무흔이 아니라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어?”

최후의 공격이 실패로 돌아가자 당황한 사마극의 흐름이 깨졌다. 그의 시선이 위로 올라간 무흔을 쫓았다.

순간 무흔의 신형이 허공에서 멈칫하더니 사마극을 향해 폭사했다.

“허억?”

예상치 못한 움직임에 사마극이 경악하는 순간, 무흔의 검이 기세를 뿜었다.

무흔검법의 마지막 초식. 검강의 자유로운 흐름을 중시한 극강의 검법이 펼쳐졌다. 실제로 무흔은 이 마지막 초식에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

순식간에 접근하는 무흔을 막고자 사마극이 다급하게 파천무극장을 뿌리는 순간.

서걱-

사마극의 가슴팍에 길게 상흔이 그어졌다. 그의 가슴팍에는 무려 열두 개의 상흔이 교차하며 상체를 피투성이로 만들었다.

“크윽.”

사마극이 가슴을 움켜쥐고 비틀거리며 뒤로 물러났다. 사실상 이것으로 승패는 결정 났다. 가슴의 혈맥 일부가 끊어지자 초마단에 의해 격발된 내력이 오히려 문제를 불러왔다. 피가 분수처럼 뿜어지며 순식간에 사마극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그 순간 무흔은 사마극의 최후의 파천무극장을 온몸으로 받고 있었다. 파천무극장은 사마극이 익힌 최강 위력의 마공이기도 했다.

사마극의 위험을 가장 먼저 인지한 사람은 적월마왕이었다.

무흔이 재차 공격을 가하지 못하도록 적월마왕이 번개처럼 사마극의 앞을 막아섰다.

사실상 쓸모없는 일이었다.

파천무극장에 충격을 받은 무흔 역시 이미 탈진 상태에 빠져 더는 공격할 수 없었다. 허공에 떠 있던 그의 몸이 멈칫하더니 아래로 추락했다.

쿠쿵-

무흔은 제대로 몸의 균형을 잡지 못하고 바닥을 나뒹굴었다.

어떻게 돌아가는지 정신이 없는 상태에서 무흔은 간신히 묵천신검으로 바닥을 찍고 몸을 일으켰다. 사마극보다 먼저 쓰러질 수는 없으니.

사마극을 구하고자 뛰어들었던 적월마왕은 눈앞의 상황에 당황했다. 무흔이 거의 무방비 상태로 비틀거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기회를 놓칠 적월마왕이 아니었다.

눈을 깜박일 새도 없이 적월마왕의 신형이 앞으로 폭사하며 그의 손이 무흔의 가슴을 찍어갔다.

서걱-

그 순간 적월마왕의 팔꿈치가 날아갔다.

난데없는 날벼락에 적월마왕은 눈을 부릅떴다. 그의 앞에 있는 무흔은 여전히 검으로 간신히 몸을 지탱하는 상태였다.

적월마왕을 방해한 자는 무흔이 아니었다. 백단영이었다.

순간적으로 연검을 뻗어 무흔을 구한 백단영이 분노의 일성을 토하며 뛰어들었다.

“감히 누구를!”

백단영의 연검이 적월마왕의 공간을 완전히 차단했다. 적월마왕은 비록 서열 이 위였지만 잠시의 방심으로 한쪽 손이 날아간 데다, 백단영의 무공은 이 시점에서 이미 적월마왕을 훨씬 능가했다.

적월마왕은 금방 풍전등화의 위기를 맞았다.

어수선한 가운데 남궁이화의 일갈이 터졌다.

“사마극이 도망친다!”

막 통로로 들어가려는 사마극을 향해 그녀가 몸을 날렸다.

순간 무흔이 간신히 몸을 바로 세우면서 신음을 터트렸다.

“남궁 소저, 추적하지 마…….”

막 통로로 들어서려던 남궁이화의 신형이 급하게 정지했다. 그녀는 무흔이 왜 그렇게 말했는지 모른다. 하지만 다른 무엇보다 무흔의 말이 우선이었다.

그녀의 분한 눈빛이 멀어져가는 사마극의 뒤를 쫓았다. 미로 저편으로 사마극의 그림자가 점이 되어 사라졌다.

아마 저쪽은 천마궁과 반대쪽이니 사마극은 한빙소 쪽 통로로 도망치게 될 것이다.

그 사이 백단영과 적월마왕의 싸움이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백단영의 무자비한 연검이 적월마왕을 고기 토막 내듯 절단했다. 그렇게 적월마왕은 생을 마감했다. 백단영의 무위가 빛난 순간이었다.

혼란한 분위기에서 서로 눈치만 살피던 그 순간 은옥상이 앞으로 나섰다.

콰앙!

그녀가 진각을 밟자 광장 전체가 흔들리며 모두의 시선이 그녀에게 쏠렸다.

“항복하라! 거부하면 죽음뿐이다.”

사마극 지지자들의 태도가 묘하게 이상했다. 그들은 지금 은옥상에게 저항하기보다 온몸을 배배 꼬며 다른 일에 힘을 쓰고 있었다. 무흔이 바꿔치기한 연하단의 위력을 이제야 모두 느끼기 시작한 것이다.

“으으…… 소교주님 살려주세요! 그, 그런데…….”

모두의 얼굴이 똥색이 됐다.

사실상 사마극 측의 부하들은 전의를 완전히 상실하고 엉덩이에 힘주기 급급했다.

환한 미소를 날리며 은옥상이 무흔에게 다가갔다. 무흔이 백단영의 부축을 받은 간신히 손을 들어 그녀를 환영했다.

“무흔, 괜찮아?”

“커윽! 괘, 괜찮을 리가 있나…….”

간신히 대답하던 무흔이 안색이 하얗게 변하며 의식을 잃었다. 혈우파천만겁공으로 격발된 내력이 소진되면서 탈진 상태에 빠진 것이다. 그의 몸이 백단영의 품에서 축 늘어졌다.

“무, 무흔!”

놀란 은옥상이 무흔의 이름을 연발했다. 이미 과거에 혈우파천만겁공을 펼친 후의 부작용을 봐서 잘 알고 있으면서도 무흔의 실신에 당황한 것이다.

놀란 것은 백단영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녀는 무흔을 품에 끌어안고 마구 흔들었다. 물론 그렇다고 무흔이 다시 정신을 차릴 일은 없었다.

정신을 차린 은옥상은 무흔의 실신이 혈우파천만겁공 때문이란 것도 그제야 기억해냈다.

“무흔은 하루 푹 쉬면 괜찮아질 거예요.”

그때 한 사람이 뚜벅뚜벅 다가왔다.

안면을 굳히고 있는 그는 장후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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