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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림 속의 엑스트라 222화

무료소설 무림 속의 엑스트라: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107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무림 속의 엑스트라 222화

222화. 섭혼귀령 (1)

 

 

 

백단영의 눈동자가 동그랗게 변했다.

“천상보란 이름이 붙은 이유를 고민하면서 마교의 마마환영비를 접목하다 보니 새로운 형태의 보법이 보이더라고요.”

“그래서?”

“무흔천상보의 더 발전된 보법을 개발했어요. 이름하여…….”

“이름 바꾸는 것은 싫은데…….”

백단영은 무흔이란 이름이 들어간 무흔천상보가 좋은 모양이었다. 비슷한 보법이긴 하나 그래도 다른 보법이니 어쩔 수 없다.

“이 보법은 짧게 그냥 천상보라 이름 붙이려고요. 수상비, 천상보. 경공과 보법의 최고 단계죠.”

“여기를 나가기 전에 이 천상보를 익히고 나가죠.”

급한 시점임에도 불구하고 그녀에게 천상보를 가르치고 익히기를 강요하는 이유가 있다. 바로 미로라는 좁은 공간 내에서 이 천상보가 어떤 무공보다 위력을 발휘할 수 있음을 알기 때문이다.

“자, 천상보는 이런 무공입니다.”

무흔은 벌떡 일어나 시범을 보이기 시작했다. 백단영이 무흔을 주시했다.

휘리릭-

무흔의 신형이 허공을 가르며 한쪽 벽으로 이동했다. 평소라면 그는 발로 벽을 박차고 움직이는 방향을 바꾸어 반대쪽 벽을 향해 움직여야 할 것이다.

“아!”

하지만 놀랍게도 지금은 그렇지 않았다. 마치 허공에 벽이 존재하는 것처럼 그의 신형이 방향을 틀었다. 허공에 떠 있는 물체가 자연스럽게 방향을 바꾸는 모습은 정말 비현실적인 장면이었다.

“그리고 이런 것도…….”

백단영을 향해 눈을 찡긋한 무흔이 허공에서 새로운 몸놀림을 보여주었다.

턱- 턱- 

그는 마치 허공에 계단이 있는 듯 발을 옮기며 위쪽으로 올라가고 있었다.

전설상의 무공인 답공(踏空)을 연상케 하는 초절정 무공이었다.

“우와!”

백단영이 벌린 입을 다물지 못한 채로 감탄사를 연발했다.

“이런 것도…….”

무흔의 신형이 가볍게 미끄러지며 허공에서 춤을 추듯 요란하게 움직였다.

접전이 벌어지면 허공에 몸이 뜬 순간 상당한 위기를 맞게 된다. 상대가 공격하더라도 뜬 상태에서는 몸의 위치를 바꿀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천상보를 익히는 순간 그런 단점이 사라진다.

허공에서도 땅 위와 같은 움직임을 보일 수 있다.

다시 백단영의 옆에 착지한 무흔은 웃으며 물었다.

“어떻게 하실래요?”

“어떻게 하긴. 당연히 익혀야지.”

역시 짐작대로 백단영의 무공을 향한 욕심은 끝이 없었다. 그만큼 잘 받아들이기도 하고.

무흔은 천상보의 기본 흐름과 구결을 설명해주었다.

그리고 백단영이 천상보에 익숙해질 때까지 연습하는 동안 그는 운기조식에 들어갔다.

 

***

 

복잡한 지하 미로를 제집 드나들 듯 이동하는 흑의 청년이 있었다.

바로 이곳 마교의 지배자이자 실권자인 사마극이었다. 그의 뒤로는 마극삼비의 일인인 풍이 변함없이 따르고 있었다.

지하 미로 곳곳을 살피면서 각종 기관과 통로를 점검하던 사마극의 얼굴에 오만한 미소가 감돌았다.

“지하 미로가 뒤집혀 걱정했더니 여전히 대부분 기관은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어. 통로가 엉켜 미로가 복잡해졌지만 이곳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던 나에겐 큰 문제가 없겠어. 오히려 낯선 침입자들이 더 힘들어졌을 뿐.”

만족스러운 혼잣말을 지껄이던 그는 뒤를 따르는 풍을 돌아봤다.

풍이 공손하게 머리를 숙이며 맞장구쳤다.

“오히려 우리에게 더 유리해졌습니다.”

“하하, 그렇지.”

사마극은 음천마령을 떠올렸다.

아직도 미로에 대기시켜 두었던 음천마령의 행방은 찾지 못했다. 하지만 그는 서두르지 않았다. 어디에 있는지 모르지만 음천마령의 기운이 그에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이것은 소멸되어 버린 광천마령이나 뇌천마령의 경우와는 달랐다.

적어도 음천마령이 이곳 지하 미로 어딘가에서 활동하고 있음은 분명했다. 음천마령을 파괴할 수 있는 자는 없다. 그렇다면 굳이 걱정할 이유도 없었다.

하지만 계속 내버려 둘 수도 없는 노릇.

음천마령을 찾아 데리고 다니는 일과 은옥상을 찾아 제거하는 것이 이곳에서 해야 할 급선무였다. 나머지는 그에 비하면 모두 사소한 일일 뿐이다.

“움직이도록 하지.”

사마극이 앞으로 성큼 걸음을 내딛는 순간 정면의 석벽이 옆으로 움직이며 통로가 생겨났다.

자연스럽게 그쪽으로 시선을 돌리던 사마극은 인상을 찌푸렸다.

눈앞에 두 인물이 등장했다.

바로 용봉대의 현공과 후연이었다. 소림의 현공과 아미의 후연은 지하 미로가 변화를 일으키면서 일행과 헤어졌다. 그들은 그때부터 미로를 떠돌며 일행을 찾기 시작했다.

곳곳에서 마교인들과 마주쳤고 그때마다 혈투를 벌였다. 두 사람의 무공은 용봉대 내에서도 손꼽히는 수준인 데다 최근에 급성장하여 미로에서 살아남았다.

다만 운이 여기까지라는 점이 문제였다.

“흐음, 용봉대로군.”

사마극이 가소롭다는 표정으로 두 사람을 노려보았다.

무심코 이어진 통로로 진입하던 현공과 후연은 그 자리에서 얼어붙었다. 두 사람 모두 불교인이라 감정의 기복이 적었으나, 사마극을 만나고도 태연함을 유지할 정도는 되지 못했다.

현공은 바로 전투태세로 들어갔고 후연 역시 검을 빼 들었다.

“푸하하, 해보자고?”

놀리듯 비웃는 말에 현공이 차분하게 대답했다.

“아미타불, 본승은 살생을 원치 않습니다.”

“크크큭, 내가 살생을 원한다!”

눈앞에 나타난 두 사람은 사마극이 분노를 풀 수 있는 좋은 먹잇감이었다.

대답과 동시에 사마극의 신형이 튀어나갔다. 상상할 수 없는 빠른 공격을 감지한 현공이 다급하게 몸을 비틀면서 소림의 절예인 대라금나수를 펼쳤다. 그의 손이 마치 거미처럼 뻗어 사마극의 완맥을 잡으려 했다.

후연은 아미파의 상승검법으로 사마극의 어깨를 내리쳤다.

두 사람이 급하게 펼칠 수 있는 최고의 절초로, 그들은 이 초식이라면 적어도 사마극을 저지할 수 있으리란 생각을 했다.

깡-

하지만 놀랍게도 사마극은 후연의 공격을 무시했다. 후연의 검이 사마극의 어깨를 내리쳤으나 커다란 금속성만 울릴 뿐 조금도 베지 못했다. 호신강기에 막힌 것이다.

그리고 사마극의 손이 현공의 대라금나수를 교묘하게 비틀며 반대로 상대의 완맥을 잡았다.

“헉!”

파팍-

현공이 출수한 손을 거두어들일 틈도 없이 사마극의 손가락이 그의 완맥을 찍고 위로 타고 올라왔다. 쭉 뻗은 두 사람의 팔이 마치 뱀이 엉키듯 공방을 거듭했다.

현공은 팔이 불에 타는 듯한 통증을 느꼈다.

“크윽!”

빛처럼 가로지르는 사마극의 신형이 현공과 겹치며 지나간 순간 현공의 몸이 앞으로 쓰러졌다.

불과 한 수만에 현공의 상체가 피범벅이 됐다. 겉으로는 큰 상처가 보이지 않았으나 내부 장기가 완전히 박살이 난 상태였다.

현공이 고통에 신음을 토하며 바닥에서 몸을 꿈틀거렸다. 하지만 이미 죽음의 그림자가 그의 안면을 뒤덮고 있었다.

경악한 표정으로 현공을 흘낏 본 후연이 재빨리 사마극을 찾았다. 현공이 있던 자리를 지나갔던 사마극이 놀라운 속도로 몸을 회전시켜 그녀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후연은 공포에 질려 절로 입을 벌어졌다. 비명조차 나오지 않았다.

“커윽!”

사마극의 손이 그녀의 목을 움켜쥐었다. 숨이 막힌 후연은 몸을 버둥거리며 사마극의 손을 빠져나오려고 몸부림쳤다. 하지만 필사의 노력은 헛된 꿈으로 끝났다.

사마극은 그녀의 목을 붙잡고 그녀를 석벽에 밀어붙였다. 부들부들 떨던 후연의 안색이 점차 시퍼렇게 죽어 들었다. 신음을 삼키던 그녀는 결국 축 늘어졌다.

“감히 이곳 마교를 침입한 죄를 묻겠다.”

사마극의 반대편 손이 후연의 가슴을 푹 찔렀다. 후연의 가슴이 뻥 뚫리고 피가 폭포수처럼 쏟아졌다. 눈을 감지 못한 채로 후연의 목이 꺾였다.

사마극이 두 손을 회수하자 후연의 몸이 벽을 타고 미끄러지며 바닥에 나뒹굴었다.

“별 것 아니군. 그동안 많이 발전했나 했더니 별 차이 없잖아?”

빈정대는 소감과 함께 사마극이 손을 털며 몸을 홱 돌렸다.

그는 현공이 들어온 통로 쪽을 쳐다보며 사악한 미소를 지었다.

“이쪽으로 가면 재미있는 일이 많을 것 같아.”

사마극의 신형이 미끄러지듯 그쪽 통로로 이동했다. 그 뒤를 풍이 그림자처럼 뒤따랐다.

 

***

 

미로가 격변한 후 남궁이화는 악전고투를 벌였다.

음천마령의 가공할 음공이 잦아든 후 정신을 차렸을 때는 그곳에는 그녀 혼자뿐이었다. 음천마령과 떨어져 나온 것은 다행이었으나, 무흔이나 백단영과 헤어진 것은 불행이었다. 함께 있었던 북령 또한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없었다.

남궁이화에게 닥친 가장 큰 문제는 음천마령과 싸우느라 내력을 거의 소진했다는 점이었다.

그녀는 어떻게든 쉴 곳을 찾으려 했으나, 기관진식에 밝지 않은 그녀로서는 사실상 힘든 일이었다. 그녀가 기억하는 것이라고는 무흔을 따라 들어왔던 주 통로였지만 미로가 변화하면서 모든 통로는 그녀에게 알 수 없는 곳으로 바뀌었다.

미로를 움직이는 그녀의 앞에 각종 기관이 작동했고, 그녀는 쉴 새 없이 날아오는 각종 암기와 함정을 상대해야 했다.

지금 이 상태가 대단히 위험하다는 자각은 있었으나 어떻게 할 방법이 없었다. 그녀의 유일한 희망은 무흔이나 용봉대 일행을 찾는 것뿐이었다.

그런 그녀의 앞에 세 사람이 등장했다. 걸어가는 통로를 막아선 세 사람은 그녀가 아는 인물이 아니었다. 운 나쁘게도 마교인이었고, 그녀는 검병에 손을 얹으며 다시 전의를 불태웠다.

“용봉대 소속인가 보군.”

마치 산적처럼 험상궂게 생긴 한 장한이 앞으로 나서며 중얼거렸다.

“사마극 휘하냐?”

그나마 은옥상 휘하일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버리지 않은 그녀의 물음은 바로 지워졌다.

“감히 교주님 이름을 함부로 올리다니. 죽고 싶으냐?”

산적 같은 놈이 더욱 사나워졌다.

남궁이화는 상대방의 전력을 가늠했다.

산적 놈의 무공은 그리 높아 보이지 않았다. 평소의 그녀라면 몇 초 이내에 박살 낼 수준이었다. 뒤이어 산적 옆에는 기생오라비처럼 생긴 호리호리한 미남자가 보였다. 이 기생오라비의 무공 또한 산적과 비슷해서 평소라면 이들의 합공 또한 능히 감당할 수 있을 정도였다.

문제는 그 뒤에 있는 중년미부. 음산한 기운을 은은하게 풍기는 이 여인은 앞의 두 장한과는 어울리지 않는 이질적인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미모 또한 상당했으나 남궁이화는 그 이면에 자리한 음산함에 절로 몸이 떨렸다.

이 중년미부는 정상적인 그녀라 해도 쉽게 상대하지 못할 고수로 추정됐다.

“누구지?”

남궁이화가 소모된 내공을 진정시키며 질문을 던졌다.

“크흐흐, 나는…….”

“됐고, 너 말고 저 뒤에 너!”

남궁이화는 장한의 대답을 바로 자르고 맨 뒤의 미부를 가리켰다. 말이 잘린 산적이 붉어진 안색을 삭이며 화를 내뿜었다.

“이년이!”

뒤에 있던 미부가 산적의 어깨를 툭 건드리며 말했다.

“호호, 참아라. 내가 누구인지 궁금하냐? 내가 누구인지 알면 죽어야 하는데?”

미부의 목소리에 숨어 있는 예리함이 만만치 않았다.

남궁이화는 이 싸움이 쉽지 않겠다는 생각을 하며 대답을 기다렸다.

“나는 섭혼귀령이라 하지. 마교 서열 구위다.”

역시나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서열 십 위권 내라면 상대하기 어렵다는 것을 무흔에게 들었던 바가 있었다.

“그러는 넌 누구지?”

섭혼귀령의 눈이 천천히 남궁이화를 훑었다. 남궁이화는 섭혼귀령의 눈동자에서 기분 나쁜 붉은빛을 느꼈다. 아무래도 사이한 무공을 익힌 자 같았다. 별호로 추측하면 섭혼술을 쓰는 여인인가.

남궁이화는 아직 한 번도 섭혼술을 경험해보지 못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렇더라도 적 앞에서 몸을 사릴 그녀는 아니었다.

“난, 남궁이화다!”

“오호, 창궁일봉! 무림삼화로 유명하더군. 반갑구나, 얘야.”

섭혼귀령이 미소를 지으며 산적과 기생오라비에게 손짓했다.

두 녀석이 흉흉한 기운을 발산하며 남궁이화에게 달려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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