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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림 속의 엑스트라 218화

무료소설 무림 속의 엑스트라: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016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무림 속의 엑스트라 218화

218화. 천마궁 (2)

 

 

 

우려하던 대로 흘러가는 듯했다.

사마극은 지하 미로를 선택했다.

백 년 전 무림에는 절대고수 네 사람이 존재했다. 파천마종, 불사신승, 천상신모, 무아검객. 마교의 교주였던 파천마종은 세력 분포로만 판단한다면 무림맹을 침범할 수 없었다. 무아검객은 무림맹 소속이 아니었으나, 불사신승과 천상신모는 무림맹 소속이었기에 누가 보더라도 마교의 패배가 확실했으니까.

이 격차를 메워줄 유일한 방법이 바로 절대마령이었다. 절대마령은 파천마종이 교주에 등극한 직후 시도되었고, 한빙소에 잠긴지 이제 삼십 년이 된 상태였다. 간신히 절대마령이라 부를 수 있을 초기 단계에 들어섰건만 파천마종은 절대마령을 깨우지 않았다.

아직은 그 위력이 약하다고 판단하여 훗날을 위해 남겨두었다. 그렇지만 욕심이 많았던 파천마종은 무림 침공을 늦추지도 않았다.

그가 들고 나온 비법은 기관진식. 당시 중원 전진기지였던 대벽산에 지하 미로를 건설하고 죽음의 기관진식을 매설한 것이다. 바로 훗날 만혈대 지하 미로로 불리게 된 그곳이다.

지하 미로에서 벌어진 정마대전은 무림맹과 마교의 격차를 획기적으로 줄였다. 비록 양패구상이라는 결과로 끝이 났지만, 파천마종이 조금만 신중하게 일을 벌였더라면 마교의 승리로 귀결되었을 수도 있었다.

“이번에는 실패하지 않는다.”

사마극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천마궁 지하 미로에서 은옥상과 용봉대를 제거하고 교주 자리에 등극하면 능히 무림을 휘어잡을 수 있다. 마교 지휘부의 절반이 망가지는 피해를 예상되지만, 용봉대가 사라진다면 무림맹 또한 그 피해는 마찬가지다.

중원 저쪽에서 무림맹 주작대, 현무대와 대치중인 혈사대, 암사대가 건재하는 한 전력 면에서 무림맹에 절대 밀리지 않는다. 무림맹주인 의천진인이나 화산파 장문인인 화산신검 등 무림맹 최강이라 알려진 고수들은 이제는 이름뿐인 다 늙어빠진 호랑이라 힘을 쓰지 못한다.

현 무림의 최강고수는 일룡인 불사신룡 장후성과 일봉인 창궁일봉 남궁이화, 그리고 일후인 천향무후 백단영 정도다. 그들은 현재 이곳 지하 미로 내에 있었고, 이들만 끝장낸다면 사마극 자신에게 대항할 자는 없다.

“다 됐어!”

비록 원래의 계획과 틀어졌지만 아직 나쁜 상황은 절대 아니었다. 절대마령 둘을 잃었다고 하지만 남은 음천마령은 이곳 지하 미로에 있었다.

“계산은 끝났다.”

사마극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는 지하 미로의 좁은 공간에서 열을 지어 자신의 명령만 기다리고 있는 지지자들에게 눈길을 주었다.

“와아아!”

마교인들이 함성으로 대답했다.

사마극은 만족감을 드러내며 웅후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지하 미로의 기본적인 구조와 위험을 이미 숙지하고 있을 것이다. 예전 만혈대의 지하 미로와 그 기본 원리가 동일하니까.”

“알고 있습니다.”

자신감 넘치는 대답이 들려왔다. 마교인이라면 마화령을 되찾기 위해 한 번쯤은 지하 미로 교육을 받은 적이 있었다. 그 교육이 지금 이 순간 생사를 좌우할 힘을 보태주었다.

사마극은 잔인한 표정으로 사자후를 터트렸다.

“지금부터 적군을 사냥한다. 우리의 적이 누구냐?”

“은옥상 소교주 측입니다.”

“무림맹 용봉대입니다.”

우렁찬 대답이 돌아왔다.

사마극은 안면에 웃음을 머금고 연설을 계속했다.

“그렇다. 절대마령도 이곳에서 사냥을 시작할 것이다. 승리는 우리의 것이다. 누구든 죽여도 좋다. 단, 은옥상 소교주와 무림맹의 백단영을 만나면 절대 덤비지 말고 나에게 알려라. 알았나?”

은옥상을 언급한 이유는 그녀의 무공 때문이었다. 현재의 은옥상이라면 그를 제외하고 그 누구도 쉽게 대적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으니까. 괜히 부하들의 희생을 강요할 필요는 없었다. 그와 절대마령이 처리하면 되니까.

“독의는 어디에 있나?”

사마극의 부름을 받은 독의가 급하게 앞으로 달려 나왔다.

사마극의 뜻을 눈치챈 독의는 품에서 한지로 싼 약봉지를 꺼냈다. 약봉지에는 그가 필생의 노력을 기울여 제조한 초마단이 수십 알 담겨있었다.

독의는 초마단을 하나씩 돌렸다.

사마극이 자신의 품에서 미리 준비했던 초마단을 한 알 꺼냈다.

“이것은 초마단이다. 이 단환을 복용하면 일시에 공력이 두 배로 증가한다.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지면 이 초마단을 복용해서 상대를 죽이고 위험에서 빠져나오도록 하라!”

“와아! 감사합니다!”

대다수 마교인들은 초마단의 위력을 들어본 적이 있었다. 물론 그 부작용에 대해서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초마단을 받아든 마교인들은 사마극의 배려에 오히려 감사를 표했다.

지지자들의 환호에 들뜬 표정을 짓던 사마극이 마침내 주먹을 위로 올리고 사냥을 명령했다.

“가라! 적들을 찢어 죽여라!”

“와아!”

사마극을 지지하는 수십 명의 마교인이 지하 미로를 통해 뿔뿔이 흩어졌다.

적어도 이 미로의 특성을 이용하면 저들은 손쉽게 적을 무찌를 수 있을 것이다. 모두가 사라진 후 사마극은 그제야 음천마령의 행방을 찾기 시작했다.

지금도 은은하게 들려오는 폭음 소리로 미루어 보아 음천마령과 무흔의 공방이 진행 중이었다. 그것도 멀지 않은 곳에서.

사마극의 신형이 연기처럼 사라졌다. 그 뒤를 언제나처럼 마극삼비의 일인인 풍이 뒤따랐다.

 

***

 

“하아, 정말 답이 없네.”

무흔은 비처럼 쏟아지는 땀을 닦으면서 전면을 바라봤다.

음천마령이 그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수차례의 공방을 통해 음천마령도 지칠 만하건만, 전혀 그럴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과연 절대마령을 넘을 수 있는 자가 있을까.

무흔은 스스로에게 질문을 해보았다가 바로 고개를 저었다.

그나마 그가 음천마령과 상대해서 이만큼 버틸 수 있는 이유는 그 역시 한빙소의 기운을 흡수했기 때문이다. 덕분에 그를 상대하는 음천마령의 기세에서 날카로움이 많이 죽었다. 그렇더라도 그 무지막지한 위력이 어디를 갈까.

“그렇다고 혈우파천만겁공을 사용할 수도 없고.”

그가 생각해낸 단 하나의 방법은 혈우파천만겁공을 이용해서 잠력을 순간적으로 극대화하는 것이다. 아마 그 경우에는 음천마령과 비슷한 수준이 되지 않을까.

그렇다고 목숨을 걸고 시험해볼 생각은 없었다. 사마극도 아니고 음천마령인 데다 혈우파천만겁공을 사용하고 나면 다른 적을 만났을 때 방법이 없으니까.

고민할 틈도 없이 다시 음천마령이 공격해왔다.

무흔은 장력을 재빨리 피하면서 다시 공격태세를 가다듬었다.

문득 그의 뇌리에 의문이 떠올랐다. 뇌천마령이나 광천마령은 특이한 능력을 하나씩 갖고 있었다. 뇌천마령은 뇌전이었고 광천마령은 빛이었다. 그럼 음천마령은? 설마 음공인가?

무흔이 의문을 품는 순간 갑자기 음천마령의 기세가 바뀌었다.

음천마령이 양팔을 좌우로 쭉 뻗으며 눈에서 무시무시한 빛을 뿜었다. 내력을 극도로 끌어올리는 모습은 심상찮은 공격이 시작될 조짐이었다.

“여차하면 튀어! 조심해!”

반대쪽에서 음천마령을 공격할 태세를 갖춘 백단영과 남궁이화에게 경고를 보냈다.

그 순간!

“우아아아아-”

음천마령이 입을 벌리고 사자후를 내뿜었다.

태풍을 맞은 듯 공기가 휘몰아치며 엄청난 위력의 음파가 사방으로 퍼졌다. 석벽으로 이루어진 좁은 공간에서 펼쳐진 음공의 위력은 무지막지했다. 석벽에서 반사되면서 미로에 강력한 충격을 가한 음파가 재차 동일한 충격으로 주변을 강타했다.

순간 무흔은 이 공격이 대단히 위험하다는 사실을 간파했다.

대응은 빨랐다. 무흔검법의 최강 초식으로 대응했다. 벼락처럼 내려친 검강이 음파를 가르고 음천마령의 머리를 내리찍었다.

백단영과 남궁이화도 주저하지 않았다. 바로 도주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으나, 그녀들은 무흔을 위해 공격을 감행했다. 백단영은 천상비연검법의 최강 초식을, 남궁이화도 비천삼검의 마지막 초식을 전개했다.

세 사람 모두 전력을 다한 공격이었기에 그 위세는 어마어마했다.

음천마령이 내지르는 음공과 그들의 검강이 격돌하면서 지하 미로를 뒤흔들었다.

콰아아아앙-

음파와 검강의 전무후무할 충격이 미로에 가해지자 그 충격파로 미로에 설치된 기관진식이 일제히 기지개를 켰다.

쿠르르르-

미로가 진동하면서 제멋대로 변화를 일으켰다. 일부 미로가 이동하면서 다른 미로와 뒤엉키고 때로는 뒤집혔다. 마치 천지가 개벽하듯 새로운 형태의 미로로 변화했다.

이것은 지하 미로를 제작한 장인의 안배로 보였다. 내부나 외부 충격에 대응하면서 기관의 모든 기능을 자연스럽게 재편하여 공격자를 상대하기 위한 기능이었다.

무흔 역시 혼돈에 빠졌다. 갑자기 미로가 회전하고 벽이 변형되면서 출구가 열리거나 막혔다. 순식간에 다른 공간으로 옮겨진 그는 음천마령과 헤어졌다.

쿠르르르-

미미한 진동이 점차 잦아들며 변화된 환경이 눈에 들어왔다. 어둠 속에서 무흔의 눈에 들어온 주위 모습은 작은 석실이었다. 석실 내부에는 오직 그 혼자였다.

“후아! 대단한 기관진식이군.”

그는 감탄사를 연발하며 서둘러 석실을 빠져나가려고 출구를 찾았다. 방금 음천마령의 음공을 깨트리고자 내공을 크게 소모했기에 기혈이 들끓었으나 그게 문제가 아니었다. 만일 음천마령과 백단영이 동일 공간에 떨어졌다면 돌이킬 수 없는 문제가 발생하니까.

이런 유형의 기관진식은 그에게 전혀 장애가 되지 못한다. 만박노사의 책에서 본 내용을 기억하는 데다 이곳에서의 실전 경험이 더해져 출구를 찾는 것은 순식간이다.

역시나 그는 한쪽 구석에 있는 작은 돌출부를 찾았다.

그긍-

석실문이 열리면서 피비린내가 느껴졌다.

석실 바로 앞 미로에 두 명의 마교인이 쓰러져 있었다. 당연히 누구인지 알 수 없으나 얼핏 보기에 꽤 무공이 고강한 자들로 추정됐다. 사마극 측 사람이거나 아니면 은옥상 측 사람일 것이다.

바닥에 흥건히 고인 핏자국을 뛰어넘으며 그는 미로를 달렸다. 음천마령은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백단영과 남궁이화는? 아, 북령도 있었지.

미로를 질주하던 그는 중간에 쑥 들어간 영역에 존재하는 작은 석실을 발견했다. 문이 열린 그 석실 내부를 본 순간 그는 환호성을 질렀다. 백단영이 그곳에 있었다.

“괜찮아요?”

“아니.”

그를 본 백단영이 안도의 숨을 내쉬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그녀의 연검에는 피가 흥건했다.

굳이 설명을 듣지 않아도 어떻게 된 일인지 짐작됐다. 방금 미로 통로에서 본 두 구의 시체는 아마 백단영이 죽인 자들일 것이다.

“음천마령에게 모든 내공을 쏟아붓는 바람에 내력이 고갈된 상황에서 이곳으로 옮겨졌어. 미로의 변화가 끝나고 정신을 차리는 순간 옆에 마교인 둘이 있더라고. 녀석들이 갑자기 달려들었는데 내력은 바닥이고……. 간신히 베긴 했는데……. 하아.”

아직도 기력이 엉망인 듯 그녀의 안색은 창백하고 호흡도 불안정했다.

무흔 역시 내력 문제 때문에 이 상태로는 미로를 돌아다니는 것은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사마극이나 음천마령과 만난다면 그건 사망이나 마찬가지였다.

남궁이화와 북령 역시 위험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으나, 그렇다고 이대로 찾아 헤맬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일단 조금이라도 운기조식을 하고 움직일까요?”

“아무래도 내력을 회복하는 게 나을 것 같아.”

무흔은 그녀를 석실 내부로 밀어 넣고 석실의 문을 닫았다. 그렇더라도 기관에 밝은 자들이라면 알고서 들어오겠지만 문이 열린 것에 비한다면 월등히 유리하다. 그나마 그들은 둘이어서 차례로 호법을 서면서 운공이 가능할 것이다. 홀로 떨어졌더라면 정말 곤란할 뻔했다.

“먼저 운공하세요.”

무흔의 제안에 백단영이 가부좌를 틀고 운기조식을 시작했다.

마음이 편안해진 무흔은 그녀의 옆에 앉아 짧게나마 내력을 움직였다. 들끓던 기력이 가까스로 안정됐다.

미로가 대폭 변화하는 바람에 이전에 작성해둔 지도의 의미가 사라졌다. 앞으로 어떤 상황이 닥치게 될까. 남궁이화와 은옥상이 염려됐다.

문득 무흔은 이곳 무림에서의 시간이 다 되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주어진 100시간이 끝나고 현대로 돌아갔다가 다시 이 세계로 접속하면 지금 이 시점에서 다시 시작한다. 어차피 마찬가지라 하지만 위험할 수도 있는 상황에서 돌아가는 것은 어쩐지 내키지 않았다.

그는 손목을 걷어 새겨진 시계를 봤다.

00:01:12.

1분 12초 후면 현대로 돌아간다.

그는 옆에 앉아 운공에 집중하고 있는 백단영을 살폈다. 언제 보아도 가슴을 뛰게 하는 여신이 그를 기쁘게 했다.

그는 주저앉은 채 눈을 감았다. 이곳 시간으로는 아주 잠깐 현대로 돌아갔다가 올 것이다.

00:00:00.

그렇게 무흔의 의식은 현대로 넘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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