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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림 속의 엑스트라 213화

무료소설 무림 속의 엑스트라: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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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무림 속의 엑스트라 213화

213화. 염탐 (3)

 

 

 

무흔은 천마궁의 회의실로 잠입했다.

회의실은 거대한 천마궁 내의 은밀한 장소에 있었으나 무흔에게는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회의실에서 풍기는 기세가 가장 강했기에 그 기운을 찾아서 움직이면 충분했다.

거대한 석조기둥의 뒤쪽에 숨어 그는 회의장을 엿보았다.

회의실 내부에는 모두 다섯 사람이 머리를 맞대고 있었다.

사마극과 서열 이 위의 적월마왕, 서열 구 위의 섭혼귀령, 서열 십 위의 독의, 그리고 마교의 가장 고령자인 마심노야였다.

현재 사마극을 지지하는 핵심 인물이 모두 모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물론 무흔은 여기 모인 사람의 대부분을 모른다. 하지만 향후 적이 될 인물이 분명하기에 그들의 면모를 기억해뒀다.

“그렇다면 지금 현재 세력분포는 어떻게 되나?”

사마극의 질문에 마심노야가 대답했다.

“이제 내부에 숨어 있던 모든 적이 정리되었습니다. 혁무휘 소교주와 갈무량이 사라지면서 그 산하의 교인들이 양쪽으로 나뉘었습니다. 다만 최근에 은옥상 소교주께서 적극적으로 우리 세력을 깨트리면서 양쪽이 팽팽해졌습니다.”

혁무휘는 오랜 기간 사마극을 견제해왔었다. 덕분에 혁무휘 산하에 있던 자들은 사마극에게 흡수되기 쉽지 않았다. 그런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은옥상에게 도움이 됐다.

“어차피 밑에 있는 녀석들이 얼마나 그쪽으로 가든 신경 쓸 이유가 없잖나?”

사마극이 느긋하게 물었다.

마교의 정신적인 지주라 할 마심노야와 마령파파 가운데 마심노야는 사마극 편이었다. 마령파파는 여전히 중립으로 어느 쪽에도 힘을 실어주지 않고 있었다.

서열 십 위권 내에서는 이미 사망한 혼천마도, 귀령신, 구유마신을 제외한 일곱 명 가운데 적월마왕, 섭혼귀령, 독의 세 사람이 사마극 쪽에 남아 있었다. 은옥상 지지는 난세마동, 옥소마희, 혈풍쌍검 셋이었고 아직 유일하게 중립을 지킨 자는 서열 육 위의 철력마부였다.

한 마디로 어느 쪽으로도 기울어짐이 없는 팽팽한 상황이다. 다만 사마극이 여전히 승리를 장담하는 가장 큰 이유는 절대마령이다.

“절대마령은 어떻게 되었습니까?”

마심노야가 불안한 표정으로 물었다.

사마극이 고개를 저었다.

“천애령에 대기 시켜두었는데 사라졌다. 어떻게 된 것인지 나도 몰라. 그들과 연결되어 있던 기운이 사라져버렸으니. 설마 절대마령에게 무슨 일이 생기기야 했겠느냐? 일시적인 문제로 절대마령이 돌아오지 못하는 것일 뿐. 그리고 비록 광천마령과 뇌천마령의 행방이 묘연하지만 아직 음천마령은 이곳에 있으니 상황은 나쁘지 않아.”

사마극은 급히 천애령을 수색했으나 광천마령과 뇌천마령의 행방을 찾지 못했다. 마음 같아서는 천애령 곳곳을 샅샅이 뒤지고 싶었으나 본산의 정세가 급하여 어쩔 수 없이 돌아왔다.

양쪽 세력이 비등하다면 음천마령 하나만으로도 충분하니까.

사마극과 달리 마심노야는 불안한 심정을 감추지 않았다.

“교주님, 만일을 대비해 두시는 것이 좋습니다.”

마심노야의 당부에 사마극이 가소롭다는 웃음을 터트렸다.

“만일이란 존재하지 않아. 난 은옥상과 겨루어 이길 자신이 있고, 저쪽 최강자인 난세마동은 적월마왕이 해결하면 되니까. 나머지는 조족지혈이다. 음천마령이 없더라도…….”

“그렇긴 합니다만 더 좋은 계책이 있습니다.”

마심노야가 독의에게 눈짓했다. 독의는 마교 내부에서 독과 약에 가장 능통한 자다. 그의 독공은 사천당문을 넘어섰고, 의술은 화타나 편작의 화신이라는 칭송마저 있었다.

독의가 앞으로 나서 의견을 개진했다.

“제가 최근에 초마단(招魔丹)을 개발했습니다.”

“초마단?”

“작은 단환이온데 그것을 먹는 순간 내력이 두 배로 증가합니다. 이름대로 마(魔)를 불러오는 단환이지요.”

독의가 품에서 검은 단환 하나를 꺼냈다. 단환은 새끼손톱 크기였고 그 빛이 기분 나쁠 정도로 탁했다.

“반드시 장점만 있지는 않겠군?”

“그렇습니다. 이 초마단을 먹는 순간 이지를 상실하지요. 순간적으로 내력을 폭주하긴 하지만 일정시간 이지를 상실해서 평소에는 먹으면 안 됩니다. 하지만 극단적인 상황에서는…….”

“이걸 어떻게 사용하자는 거요?”

“서열 오십 위권에 있는 지지자에게 나누어주면 큰 도움이 될 겁니다. 내력을 폭발시키는 단환이라고요. 목숨이 위험할 때 사용하라고 하면 됩니다.”

사마극은 독의의 내심을 읽었다. 서열 오십 위권 인물의 내공이 두 배가 되면 거의 십 위 권에 근접한다. 엄청난 전력이 될 수 있다. 만일 십 위권 내의 인물이 먹는다면?

“소수의 희생으로 우리 마교의 중심이 바로 설 수 있음을 잊지 마시옵소서.”

독의뿐만 아니라 모두가 사마극의 결단을 요구했다. 어차피 그들에게 부하의 목숨은 그리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초마단이 현재 몇 개나 있나?”

“대략 오십 개가량 됩니다. 초마단을 제조하는 시간이 오래 걸려서…….”

사마극이 탁자 위에 놓인 초마단을 집어 들고 유심히 살폈다. 자신이 먹는다면? 이지를 상실한다고? 그 정도는 이겨낼 자신이 있었다. 그것도 잠시라 하지 않는가. 이윽고 결심을 굳힌 그는 명령을 내렸다.

“좋아, 그렇게 하도록 하지. 그럼 서열 위쪽부터 모두 하나씩 가지고 있다가 유사시에 사용하도록 하고.”

사마극의 말에 회의실에 있던 모두의 안색이 확 변했다. 그들은 자신들이 먹게 되리라고는 전혀 생각지 않았었다. 전투가 벌어지고 그들 세력이 밀리게 되었을 때 부하에게 먹혀 반전을 꾀할 그런 용도였다.

자신들과는 해당 없는 작전이었다. 아무리 사마극을 위한 일이라지만 그러다 죽으면 끝이 아닌가. 초마단을 사용하여 내공이 두 배가 되고 전투에서 공을 세워봐야 상실한 이지를 되돌리지 못하면 의미 없어지니까.

좌중의 망설임을 눈치챈 듯 사마극이 탁자 위의 초마단을 집어 들었다.

“나도 하나를 갖고 있을 테니 모두 하나씩 준비하라.”

사마극의 명령에 그들은 어쩔 수 없이 머리를 숙였다.

떨떠름한 표정과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독의가 명을 받들었다.

“알겠습니다. 속하가 돌아가는 대로 초마단을 모두에게 배포하도록 하겠습니다.”

전력을 단번에 두 배로 강화하는 방안이 통과됐다.

회의실을 엿보고 있던 무흔은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았다.

저 초마단을 모두가 먹지는 않겠지만, 몇 명만 먹더라도 그 여파는 상상할 수 없을 만큼 크다. 그러잖아도 열세인 상황에서 저런 방법을 사용하도록 내버려 둘 수 없었다.

‘초마단이 어디에 있다고 했지?’

초마단을 독의가 갖고 있다고 했던가? 독의의 거처에 숨겨져 있을 그 초마단을 어떻게든 탈취해야 할 명문이 생겼다.

 

***

 

백단영은 운기를 끝냈다.

한담에 몸을 담갔을 때만큼은 아니었지만 한빙소의 기운은 그녀에게 큰 도움이 됐다. 다시 한차례 내공 면에서 전진한 느낌이었다. 성과는 내공만이 아니었다.

이곳에서 운기하는 도중에 그녀는 무흔이 보여주었던 각종 무공을 되새기며 그 이해도가 더욱 높아졌다. 그리고 무흔검법의 마지막 초식의 오의를 일부 엿볼 수 있었다.

조금만 시간이 더 주어진다면 분명히 한 단계 벽을 넘어서 새로운 경지에 도달할 수 있을 기분이 들었으나, 시간이 부족한 것이 흠이었다.

원래 새로운 경지로 넘어가는 것은 순간의 깨달음이다. 마침 그 시점이 손에 잡힐 듯한 기분이 든 백단영은 지금 상황에서 중단하고 싶지 않았으나, 이곳 한빙소에 계속 머무를 수는 없었다.

어쩔 수 없이 포기한 그녀는 내심 아쉬움을 달래며 무흔을 찾았다.

무흔은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고 남궁이화만이 한빙소의 옆에 앉아 그녀를 호위하고 있었다.

“무흔은 어디 갔어?”

“동굴 탐사.”

남궁이화가 짧게 대답했다. 하품하는 것을 보니 무척이나 지겨웠던 모양이다.

백단영은 한빙소에서 나와 옷을 입었다.

“흠 날 내버려 두고 사라지다니 오면 혼내줘야지.”

백단영이 투덜대며 옷매무새를 정돈하고 있자니 남궁이화가 피식 웃었다.

“넌 어째 은공을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네?”

“응?”

“항상 시비 걸고 툭탁거리고…….”

“무흔이 일을 잘못하니 그렇지.”

괜히 무안해진 백단영이 대꾸했다.

남궁이화가 웃으며 은근하게 물었다.

“한빙소에 들어갈 때 안겼던 것도 작전이었지?”

백단영은 한빙소에 들어가면서 벌였던 우발적인 사건을 떠올렸다.

“저, 절대 아냐.”

“에이, 아닌 것 같은데?”

“너, 내 혼삿길 막으려는 거지?”

“하하, 은공에게 갈 것 같던데?” 

남궁이화의 놀림에 백단영의 얼굴이 붉어졌다.

“천상문에서도 무흔의 옷을 숨기며 골탕 먹이고 그랬잖아?”

“그야, 선녀와 나무꾼 때문에…….”

무심코 말을 하던 백단영이 입을 싹 닫았다.

그러다 붉어진 얼굴을 간신히 숨기며 정색했다.

“그게 어때서? 싫으면 은공을 나에게 넘겨.”

남궁이화가 보란 듯 요구했다.

백단영이 급하게 손을 저었다.

“절대 안 돼.”

“거봐. 수상쩍다니깐.”

“하여튼 아무 관계도 아냐. 그리고 너도 노리지 마.”

“네 거니까?”

“아, 정말.”

백단영이 후끈거리는 얼굴을 손으로 부채질했다.

“흠, 호위무사를 덮친 주인 아가씨. 나쁘지 않네. 내가 조만간 은공에게 일러줄게.”

그때 동굴 저쪽에서 누군가가 빠른 속도로 다가왔다.

백단영과 남궁이화는 진기를 끌어올렸다가 정체를 확인하고는 대신 손을 흔들었다.

무흔이었다.

“어디 갔었어?”

대뜸 백단영이 소리를 버럭 질렀다. 방금 남궁이화랑 툭탁댄 탓이다.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두 사람의 눈치를 살피던 무흔이 급히 말했다.

“사마극이 일을 벌이고 있어요. 막아야 할 것 같아요.”

무흔은 방금 천마궁에서 보았던 장면을 말해주었다.

“독의에게서 초마단을 빼내야 해. 초마단은 용봉대와 싸울 때도 골치 아픈 변수가 될 수 있어.”

백단영이 금방 대처방법을 일러주었다.

초마단을 훔치려면 독의의 거처부터 알아야 했다. 당연히 무흔은 독의의 거처를 모르고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그럼 방법이 있지.”

백단영이 자신감을 드러냈다.

 

***

 

하얀 천을 둘둘 말고 옷 곳곳에 피가 흥건히 묻은 한 사내가 절뚝거리면서 길을 걸었다. 놀랍게도 그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모든 부분이 붉었다.

여기저기 전각이나 가옥이 배치되어있는 마교 본산. 그 한가운데를 무흔이 변장한 채 지나갔다. 현재 그의 신분은 신강혈검. 바로 만변귀공으로 변신한 상태였다.

“하아, 하아.”

힘든 한숨을 내쉬며 발을 질질 끌고 있자니 길을 가던 마교인 두 사람이 말을 걸어왔다.

“신강혈검 어르신, 어쩌다가 다치셨습니까?”

짐작건대 신강혈검과 안면이 있는 자들로 보였다. 그것도 하대할 수 있는 그런 만만한 자들.

“말 말게. 천애령에서 망보다가 다쳤네.”

천애령 중간에서 용봉대를 절대마령이 막고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는지라 그들은 그리 놀란 표정은 아니었다.

“고생 많으시겠습니다.”

두 녀석이 꾸벅 인사하고는 그를 스쳐 지나갔다.

무흔이 급하게 한 녀석의 어깨를 툭 치며 물었다.

“여보게, 아무래도 상태가 나빠서 독의 어르신을 만나봐야 할 것 같은데…….”

“아, 독의 어르신요? 제가 모셔다드릴까요?”

그렇지. 어째 일이 술술 잘 풀렸다.

무흔은 힘든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두 녀석이 그를 부축하며 안내했다.

“이쪽으로 오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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