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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림 속의 엑스트라 206화

무료소설 무림 속의 엑스트라: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011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무림 속의 엑스트라 206화

206화. 모용예 (1)

 

 

 

절대마령을 뚫을 비책을 찾지 못한 백단영은 천애령 아래쪽에서 장후성과 머무르며 용봉대 본진이 도착하기를 기다렸다.

예상보다 하루 늦은 이틀 뒤 용봉대가 도착했다.

용봉대주인 풍사검객과 서옹도 함께였고, 평소와 달리 예속 부대는 따라오지 않았다. 대단히 위험한 임무였기에 용봉대만 움직였다고 했다. 덕분에 용봉대원이 아닌 사람은 대호와 양이설뿐이었다.

용봉대가 도착하자마자 백단영과 남궁이화는 곧바로 풍사검객에게 불려갔다.

“자네 둘, 아무리 급하더라도 그렇게 막무가내로 움직이면 어떡하나?”

풍사검객의 불호령이 떨어졌다.

“무, 무흔이…….”

백단영은 별달리 변명할 말이 없었다. 용봉대원도 아닌 무흔의 실종을 놓고 이렇게 일을 벌여놓았으니 입이 백 개라도 할 말이 없다. 백단영과 남궁이화는 한동안 풍사검객의 질책을 들어야 했다.

“그런데 용봉대 전체를 왜 끌고 오신 겁니까?”

“자네들 구하러 왔다니까.”

“설마…….”

믿지 못하는 그들을 두고 옆에서 서옹이 헛기침을 했다. 익히 짐작한다는 서옹의 반응에 백단영은 한편으로는 반가우면서도 한편으로는 부담스러웠다.

이윽고 풍사검객이 그들에게 상세한 내용을 설명했다.

최근에 벌어진 마교의 움직임에 백단영은 깜짝 놀랐다. 무려 곤륜파가 무너졌다는 소식은 예상 밖이었다.

“우리에게도 나쁘지 않다. 마교의 주 병력은 현재 주작대, 현무대와 대치 상황이다. 그게 무슨 소리냐 하면 마교 본부가 비었다는 뜻이다. 거기에 무림맹으로 들어온 정보에 의하면…… 교주 혈천마종이 살해되고 내부에서 소교주 간에 암투가 벌어졌다. 지금이야말로 마교를 단죄할 가장 좋은 시기가 아니냐.”

처음 듣는 내용에 백단영은 아연실색했다.

정보가 옳다면 무흔은 예기치 않게 마교의 일에 깊숙이 휘말린 듯했다. 어쩌면 무흔이 저 혼란을 주도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역시 틀리지 않을 것이다.

풍사검객이 세부적인 정보를 덧붙였다. 그제야 백단영은 용봉대가 이곳으로 온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그녀와 무관하게 용봉대는 마교 내부로 쳐들어가겠다는 작전을 수행 중이었다.

“하지만…….”

백단영은 마른 침을 삼키며 문제점을 말했다.

“절대마령을 도무지 뚫을 방법이 없습니다. 천애령은 천혜의 협로라서 인원이 많다고 어떻게 해볼 수 있는 곳도 아니고요. 천애령에서 절대마령을 뚫지 못하면 이 모든 일이 무위로 돌아갑니다.”

절대마령이 막고 있다는 내용을 들은 풍사검객과 서옹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그들은 예전에 무흔으로부터 절대마령의 무서움을 들은 바가 있었다.

전후 사정을 연결해보면 무흔이 한빙소 때문에 이곳으로 온 것이 확실해 보였다. 과연 무흔이 절대마령을 해결할 방법을 찾아냈을까. 이번 작전의 성패는 결국 절대마령이 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사마극도 봤다고?”

“절대마령을 옆에서 조종하고 있더군요. 사마극 외에 다른 인물은 보지 못했지만 아마 부근 어디엔가 진을 치고 있을 겁니다.”

결과적으로 돌파하기 쉽지 않다는 뜻이다.

“마교 내부의 상황이 심각해지면 사마극은 계속 이곳에서 버틸 수 없어. 돌아가야지. 오래지 않아 변수가 발생할 것이다.”

풍사검객은 당분간 대기하며 상황을 살피자는 의견을 냈다.

백단영과 남궁이화는 인사를 마치고 물러났다.

일행에게 돌아가니 장후성이 다가와서 위로했다.

“야단 많이 맞았나요? 모두 부하를 아끼시는 대주의 마음이니 너무 신경 쓰지 않아도 될 거예요.”

“괜찮아요.”

백단영은 장후성에게 감사를 표했다.

장후성이 다독이는 위로를 듣고 있자니 멀리서 모용예가 나타났다.

모용예는 장후성과 백단영이 다정하게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고는 살짝 안색이 어두워졌다. 최근 그녀를 버려두고 장후성이 홀로 먼저 가지 않았던가. 그녀는 곧 평소처럼 미소를 지으며 백단영에게 물었다.

“그래서 무흔이 어디에 있는지 알아냈어?”

“아직 몰라. 마교에 잠입했다고 생각은 하는데…….”

“무사할 거야.”

모용예의 다독임에 백단영은 한결 안심이 됐다.

백단영과 남궁이화는 자연스럽게 용봉대에 합류했다. 지금 당장에는 어떻게 할 방법이 없었기에 백단영은 용봉대의 작전을 따를 생각이었다.

다른 용봉대원과 인사를 마치고 나서 백단영은 천애령을 바라보며 휴식을 취했다.

그리고 장후성은 조금 떨어진 곳에서 백단영을 쳐다보고 있었다. 용봉대가 출동한 이후 그는 급한 마음에 본대에서 떨어져 별도로 움직였기에 모용예와도 오랜만에 만난 셈이었다. 하지만 그의 시선은 모용예보다 백단영을 향한 시간이 월등히 많았다.

그럴수록 모용예의 안색은 어두워졌다.

 

***

 

밤이 되고 불침번을 제외한 모두가 잠에 빠져들었다.

마교의 기습에 대비하여 용봉대원은 질서정연하게 조를 나누어 취침에 들어갔다. 불침번은 앞쪽과 뒤쪽 각각 한 명씩. 가장 중요한 천애령 방향 불침번을 선 자는 바로 구진광이었다.

동료들의 숙영지에서 한참 떨어져 천애령을 올라가는 곳에서 구진광은 경계를 섰다. 물론 지금 그가 하는 일은 순수한 경계가 아니었다.

구진광의 팔에는 전서구 한 마리가 앉아 있었고, 그는 전서구 다리에 작은 양피지를 매달았다.

“하아, 언제까지 이 짓을 해야 하지.”

구진광은 한숨을 내쉬다가 전서구를 날렸다.

사문인 곤륜파의 멸문 소식을 들은 이후 그는 자신을 혐오했다. 사문을 멸문시킨 자와 내통하는 자신이 한심했다.

하지만 두려움 때문에 그만둘 생각을 할 수 없었다. 사마극을 배신하기란 죽음보다 더 어려웠다. 이제는 자신이 한 짓이 있기에 어쩔 수 없이 사마극에 더 협조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어차피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아 무림은 마교 천하 아니, 사마극 천하가 되지 않을까. 그때가 되면 다시 사문을 부활 시켜 달라고 청원할 결심을 하니 그나마 마음이 편해졌다.

길게 생각할 것도 없었다. 조만간 용봉대원 모두는 죽음을 맞을 것이고, 살게 될 사람은 오로지 본인 혼자가 될 것이니.

구진광은 멀리 날아가는 전서구를 쳐다보다가 몸을 돌렸다.

순간 그의 몸이 뻣뻣하게 굳어졌다. 눈앞에서 한 사람이 그를 노려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구 소협.”

상대는 차분하게 말을 걸어왔다.

구진광은 최대한 마음을 진정시키며 상대에게 다가갔다. 눈앞의 사람은 모용예였다.

구진광은 안면을 굳히고 묵묵히 그녀를 노려보았다. 만일 그녀가 그의 행동을 보았다면 절대 살려둘 수 없었다.

“방금 무슨 짓을 한 거죠?”

모용예의 차분한 목소리가 그를 자극했다.

역시 어쩔 수 없나? 구진광은 슬그머니 허리에 찬 검에 손을 가져가며 대답했다.

“무엇을 말입니까?”

“변명할 필요 없어요. 이미 예전부터 행동을 목격했으니까. 한번 눈치챈 후부터 주의 깊게 살폈거든요.”

마교와 서신을 주고받는 그의 행동을 주목하는 자가 있으리라고 생각지 못했던 구진광은 순간 가슴이 무너져 내렸다. 이제는 그가 살기 위해 그녀를 죽여야만 하는 순간이 된 것이다.

언젠가 이런 일이 일어날 줄 예상했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며칠 후면 용봉대가 자연스럽게 사라질 운명인데.

“모용예, 방금 무슨 말을 했는지 알고 있나?”

구진광의 목소리가 차갑게 깔렸다.

이 말을 하는 순간 그는 모용예를 살려두지 않겠다고 작정하고 공격할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모용예는 그보다 무공이 약하다. 작정하고 죽인다면 흔적을 남기지 않고 죽일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이곳은 천애령이 아닌가.

한쪽이 깎아지른 절벽으로 맞닿은 협로라 흔적을 없애기도 쉽다.

구진광이 당장이라도 발검 할 상태이건만, 모용예는 태연하게 평소처럼 화사한 미소를 그에게 뿌렸다.

“당연히 알고 있죠. 모르면 내가 말했을 리가 없으니.”

어째 모용예가 너무 차분하다는 생각에 구진광은 자신의 작전을 다시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그의 내심을 꿰뚫어 본 듯 모용예가 조용히 말했다.

“한 가지 부탁이 있어요. 내 부탁을 들어줘요. 그러면 당신의 잘못을 눈감아 줄 테니까.”

예상치 못한 제안이 훅 들어왔다.

“내가 당신을 어떻게 믿나?”

“어차피 칼자루를 쥔 것은 나예요. 우리는 한배를 타게 될 거니 어차피 믿을 수밖에 없죠.”

구진광은 모용예의 의도를 짐작하기 어려웠다.

손에 잡힌 검이 떨리는 것을 내려다보며 구진광은 실소를 머금었다.

“지금 칼은 내 손에 있어.”

“싫다면 어쩔 수 없고요. 과연 당신이 나를 죽일 배짱이 있을지 두고 보죠.”

모용예가 오히려 도발적으로 그를 향해 목을 쭉 내밀었다.

절로 움찔한 구진광은 자신도 모르게 한걸음 물러났다. 젠장, 이따위 여자도 어떻게 처리 못 하는 졸보라니. 자신을 원망하며 그는 간신히 힘을 냈다.

“그 부탁이 뭐지?”

“나를 사마극과 만나게 해줘요.”

구진광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갑자기 사마극이라니. 정파인이라면 누구나 벌벌 떠는 사마극이 아닌가. 이 여자가 사마극과 만날 일이 무엇이 있는지 도무지 짐작조차 되지 않았다.

“진정인가?”

“당연하죠.”

모용예의 자신감에 구진광은 어쩔 수 없이 수락했다.

“좋아, 언제?”

“빠를수록 좋죠.”

잠시 고민에 잠겼던 구진광은 사마극과 주고받았던 서신을 떠올렸다. 사마극과 만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지금 어떤가?”

“바라던 바예요.”

구진광은 잠시 모용예와 눈을 맞추었다. 천중화로 유명한 모용예는 사실상 중원 최고의 미녀다. 

“따라와라.”

어차피 모용예를 그가 신경 쓸 일은 없다.

구진광이 먼저 걸음을 옮기고 그 뒤를 모용예가 조용히 뒤따랐다.

구진광과 모용예의 모습이 협로를 따라 저편으로 사라졌다.

 

***

 

마교 내 구석진 곳의 한 전각에 십여 명의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그들은 서열 사오십 위 권 중간 서열의 마두로 대부분 사마극에 줄을 섰던 자들이다. 인원이 많다 보니 내부 정보에 밝고 이를 토대로 몰려다니며 세력을 형성해왔다. 일찌감치 소교주 권력 다툼에서 사마극이 우위라 판단했던 그들은 그 지지를 선언했던 바 있었다.

“분위기가 좀 이상하지 않습니까?”

오늘 모임을 주최한 흑수신마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그는 서열 삼십팔 위로 오십 대 후반의 인물이었다. 지금 이곳에 모인 사람들 가운데 가장 서열이 높아 자연스럽게 회의를 주도했다.

“그렇소. 이상하게 조용한 분위기요. 혁무휘 소교주도 혼천마도께서도 움직임이 없소. 뭔가 이상하지 않소?”

그들은 사마극이 없는 동안 기회를 노리는 자들이 준동할 위험 때문에 몸조심하던 차였다. 그런데 정작 사마극을 반대하는 목소리마저 나오지 않았다.

“은옥상 소교주도 두문불출인가요?”

“그분도 보았다는 사람이 없습니다. 마치 지도부가 모조리 몸을 움츠린 그런 느낌입니다.”

흑수신마가 모아온 정보를 바탕으로 정리하며 의견을 말했다. 예상과 달라진 분위기에 모두 웅성거리며 의견을 개진했다.

“그래서 흑수신마께선 상황을 좀 알아보셨습니까?”

구석에서 회의를 지켜보고 있던 천리비마가 물었다. 천리비마는 서열 오십삼 위의 마두로 하룻밤에 천 리를 달린다는 경신술이 일품인 자였다.

웅성대는 사람들을 진정시킨 흑수신마가 호흡을 가다듬으며 입을 뗐다.

“몇 가지 중요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혼천마도께서 행방이 묘연합니다. 게다가 우리 사마극 소교주의 지지로 돌아섰던 귀령신이…….”

“귀령신이 어쨌단 말이냐?”

갑자기 문이 벌컥 열리며 귀령신이 들어섰다. 귀신처럼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사이한 기운을 내뿜는 귀령신의 등장에 장내의 인물들이 모두 기겁해서 벌떡 일어났다.

귀령신이 흑수신마를 쏘아보자 당황한 흑수신마가 손을 내저었다.

“아, 아무것도 아닙니다.”

“흐흐, 이렇게 사람을 모아놓고 아무것도 아니라고?”

질책하는 듯한 귀령신의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렸다.

이곳에 모인 자들 가운데 감히 귀령신에게 비벼볼 인물은 아무도 없었기에 모두가 입을 꾹 닫았다.

천천히 귀령신이 단상 앞으로 나갔다.

“내가 한마디 하겠다. 여기는 사마극 소교주를 지지하는 모임이 맞느냐?”

“그, 그렇습니다.”

흑수신마는 귀령신이 사마극 지지로 돌아섰다는 사실을 알기에 주저 없이 대답했다.

당연히 귀령신은 무흔이 변장한 모습이었다.

“내가 사마극을 지지하려 했는데 말이지…….”

잠시 뜸을 들이던 귀령신이 의문의 표정을 떠올리는 마두들을 향해 버럭 소리쳤다.

“오늘부로 지지를 바꾸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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