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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림 속의 엑스트라 201화

무료소설 무림 속의 엑스트라: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082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무림 속의 엑스트라 201화

201화. 한빙소 (2)

 

 

 

동굴 내부로 들어가던 무흔은 잠시 뒤를 돌아보았다.

어둠 속에 한빙소에는 몸을 담근 은옥상이 보였다. 언제 절대마령이 들이닥칠지 모르기에 염려되었으나 내부 탐사 호기심을 억누를 수 없었다.

“잠시는 괜찮겠지.”

그는 걱정을 덮어놓고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동굴은 의외로 안쪽으로 길게 이어져 있었다. 내부로 들어갈수록 폭이 좁아져 한 사람이 간신히 다닐 정도의 통로로 변했다.

무흔은 동굴 벽을 살피면서 이 동굴 내부에 인공의 힘이 가해졌다고 확신했다. 천연동굴이라면 이렇게 벽이 매끄럽고 일정한 너비로 뚫려있을 수 없으니까.

“뭔가 이상한데…….”

깊이 들어갈수록 무흔의 염려가 커졌다. 자신이 아니라 은옥상의 안전이 문제였다. 그렇다고 여기에서 돌아가면 더 후회할 것 같았다.

화르르르-

무흔의 손에서 하얀 불꽃이 일었다. 삼매진화로 멀리까지 살펴보려는 것이다. 그의 시선이 닿는 곳 너머로도 끝없이 동굴이 뻗어 있었다. 동굴 경사는 완만하게 아래로 향했다. 그가 들어온 곳이 천마산 봉우리 중턱이었으니 당연한 현상인가.

“어쩔 수 없군. 가는 곳까지 계속 가보자.”

무흔은 마음을 굳게 먹고 걸음을 빨리했다.

얼마나 갔을까.

그는 동굴의 막다른 곳에 도착했다.

그런데 이곳에서 맞이한 광경은 놀라웠다. 동굴 끝부분은 거대한 석벽이 가로막고 있었다. 무흔은 얼어붙은 듯 석벽 앞에 멈추어 서서 정면을 노려보았다.

갑자기 동굴 끝을 석벽이 가로막은 이유가 무엇일까. 이 석벽 맞은편에는 어떤 세상이 있는 것일까. 이 석벽은 누가 만든 것일까.

도무지 짐작조차 가지 않는 장면에 무흔은 잠시나마 머리를 굴려야 했다.

“예전이었다면 여기서 멈추었겠지만…….”

무흔은 최근에 익힌 기관진식을 떠올렸다. 그는 얼마 전 만박노사의 서재에서 진법 책을 가져왔다. 만혈대에서 기관과 진법에 갇혀 고생했던 기억 때문이다.

기관에 관련된 기본 지식이 머릿속에서 떠오르고 그는 손을 더듬어 석벽을 훑어나갔다. 익숙한 문양이 손가락에 감각을 불러오자 그는 다시 삼매진화를 사용해서 불을 밝혔다.

“찾았다.”

그는 연꽃 문양의 하단에 숨겨진 장치가 있음을 발견했다.

지징-

문양에 숨겨진 돌출부를 살짝 쓰다듬자 돌이 구르는 소음과 함께 석벽이 옆으로 열렸다.

놀랍게도 석벽 너머로도 끝없는 미로가 뻗어 있었다. 다만 차이점이라면 이쪽은 인공적으로 건설한 듯 사면의 벽이 모두 석조로 구성되어 있었다.

“여기에서 그만둘 수는 없지.”

무흔은 석벽을 넘어 통로 안으로 들어갔다.

이전과 확연히 다른 느낌이 전해졌다. 지금까지는 천연동굴 내부를 걷는 기분이었다면 이제는 기관에 빠져든 느낌이었다.

몇 걸음을 떼자 측벽이 스르릉 열리며 다른 통로가 나타났다.

앞으로 뻗은 통로와 옆으로 난 또 다른 통로. 역시 이곳은 단순한 미로가 아니었다.

무흔은 만혈대 지하에 깔려있던 기관을 떠올렸다. 만혈대 지하 미로가 애초에 마교의 전진기지였으니, 마교의 본산인 이곳에서 이런 미로를 발견했다 하여 이상할 일은 아니었다.

시간이 부족했기에 무흔은 상세하게 살필 겨를은 없었다. 다행히 만혈대 미로처럼 각종 위험장치가 많지는 않았다. 대신에 곳곳으로 새끼 치며 뻗은 통로는 훨씬 복잡했다.

그의 머릿속에서 끊임없이 기관진식에 관련된 지식이 떠돌았다. 예전 같았으면 감히 살펴볼 엄두도 내지 못했을 미로를 지금은 겁도 없이 돌아다니며 머릿속에 지도를 만들고 있었다.

그는 곳곳의 통로를 열고 돌아다니며 미로를 탐사했다.

 

***

 

마교 서열 일위인 혼천마도 갈무량의 앞에 젊은 남자가 등장했다.

당연히 갈무량도 이 남자가 누구인지, 어떤 무게감을 지니고 있는지 알고 있었다.

“소교주님, 어서 오십시오.”

갈무량은 가볍게 머리를 숙였으나 그 이상의 환대를 하지는 않았다. 그의 표정은 여전히 강자답게 여유로웠고 눈빛은 깊었다.

탁자를 가운데 두고 갈무량의 앞에 앉은 사람은 바로 둘째 소교주인 혁무휘였다.

혁무휘는 굳은 표정으로 갈무량을 뚫어지라 쳐다보고 있었다.

시선의 부담을 느낀 갈무량이 먼저 운을 뗐다.

“요즘 무공 수련은 잘되고 계시는지요?”

세 소교주 가운데 가장 무공 수련에 열심이었던 사람이 혁무휘였기에 성정 면에서 본다면 갈무량과 가장 유사한 인물이었다.

“물어볼 것이 있어서 왔습니다.”

혁무휘는 갈무량의 질문에는 응답하지 않고 바로 자신의 주제를 꺼냈다.

갈무량은 담담한 표정으로 조용히 시선을 혁무휘에게 두었다.

“교주께서 돌아가셨을 때 아무런 움직임을 보이지 않더군요. 다른 교인이 지지 여부를 선언할 때도 말입니다.”

“전 그때 폐관 수련 중이었으니까요.”

내심이 드러나지 않는 갈무량의 대답에 혁무휘가 정곡을 찔렀다.

“혹시 그 폐관 수련은 의도적인 것이 아니었습니까?”

“소교주님 말씀은?”

“누가 강요를 했거나…… 아니면 본인 스스로 강요했거나…….”

갈무량의 표정이 살짝 굳었다. 깊은숨을 내쉰 그는 여전히 표정을 흩트리지 않고 담담하게 말했다.

“저를 강요할 자가 누가 있겠습니까. 다만 이것만은 말씀드릴 수 있겠네요.”

잠시 말을 끊었던 갈무량이 혁무휘와 눈을 맞추며 말을 이었다.

“최근에 사마극 소교주님도 은옥상 소교주님도 저를 찾아왔었습니다. 모두가 같은 마음이리라 생각합니다.”

당황한 혁무휘의 눈빛이 크게 일렁거렸다.

담담하게 노려보는 갈무량의 눈빛이 부담된 듯 혁무휘가 시선을 피하면서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럼 저에게도 같은 말씀을 하실 겁니까?”

갈무량은 혁무휘의 질문을 한참 동안 곱씹으며 생각에 잠긴 듯했다.

이윽고 갈무량이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미 다른 분께도 말씀드렸습니다만, 저는 그 누구도 지지하지 않습니다. 마교는 강자를 숭상하는 곳이고 세분 가운데 진정한 강자가 탄생한다면 모든 마교인이 지지할 것입니다. 제가 말씀드릴 내용은 그것뿐입니다.”

애초에 이곳에 올 때부터 혁무휘는 갈무량의 지지를 얻을 수 있으리라 생각하지 않았다. 갈무량의 지지가 쉬웠다면 아직 아무도 얻지 못했을 리가 없으니까. 무엇보다 다른 소교주를 지지하는 것만은 막아보자는 의도로 이곳에 왔다.

그만큼 서열 일 위인 갈무량은 그 무게감이 넘치는 인물이었다. 어쩌면 사마극보다 더 위험한 인물일지도 몰랐다.

그의 지지 여부에 따라 한순간에 판이 결정될 수도 있을 만큼.

다행히 갈무량의 대답은 분명했다. 어떤 소교주도 지지하지 않겠다고.

갈무량이 중립이라면 드러난 전력만 상대하면 된다. 귀령신을 사마극에게 빼앗긴 것은 아쉽지만 그것이 대세에 지장을 줄 정도는 아니다.

“충분히 답이 되었습니까?”

빙그레 웃은 갈무량에게 혁무휘는 손을 내밀었다.

“좋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중심을 잡아주시지요. 당신이야말로 마교의 충신입니다.”

혁무휘의 머릿속이 명확해졌다.

사마극은 교를 완전히 장악했다고 생각하고 자신 있게 본산을 비웠다. 그것이 치명적인 실수였음을 자신이 확인시켜 줄 것이다. 그 첫발은 은옥상이다.

 

***

 

백단영 일행은 실망을 안고 매화곡에서 나왔다.

그들은 매화곡주인 기소진을 만났으나 상세한 내용을 들을 수는 없었다. 무흔이 마교에 소속된 한 여인과 잠시 이곳을 들렀다가 다시 마교로 이동했다는 것이 그들이 얻은 정보의 전부였다.

당연히 특별한 환대 또한 받지 못했다. 오히려 얼른 떠나라는 눈총만 받았을 뿐이다.

백단영와 남궁이화 역시 매화곡이 정파라는 생각을 해본 적은 없기에 섭섭하지도 않았다.

백단영은 계곡을 빠져나오며 다시 매화곡에 시선을 주었다.

매화가 흐드러지게 핀 매화곡은 무척 아름다웠다. 언제고 다시 보고픈 광경이었으나 그녀의 마음은 착잡했다.

무흔에 대한 걱정이 다시 가슴을 가득 메웠다.

“정말 마교로 간 것 같지?”

백단영이 옆에 걷고 있는 남궁이화에게 물었다. 물론 굳이 대답을 원한 것은 아니었다.

“마교로 들어간 것 같아. 예전에도 갔었다고 하지 않았어?”

“마교의 서고에 다녀왔다고 했었어.”

이제 정말 선택의 순간이 왔다.

그들도 위험 장소인 마교로 들어갈 것인가.

하지만 백 번 고민해봐도 무흔을 적지인 마교에 홀로 내버려 둘 수는 없었다.

백단영은 마음을 굳게 다짐하며 뒤를 돌아보았다. 이곳까지 따라와 준 대호와 양이설이 보였다. 저 둘은 마교로 들어가면 위험할지도 모른다.

걱정된 백단영이 둘에게 시선을 던지자 대호가 든든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우리도 따라갈 겁니다. 마교라고 별것 있겠어요? 거기도 사람 사는 동네인데.”

대답만으로도 고마웠다.

마교가 천마산에 둥지를 틀고 있다는 사실은 비밀이 아니다. 워낙 오래전부터 그곳에 자리 잡았기에 누구나 안다. 다만 워낙 변방이고 외지여서 보통 사람에게는 잊힌 장소일 뿐이다.

그들은 천마산으로 가는 도중에 지나가는 행상으로부터 강호의 소식을 들었다. 마교의 기습으로 곤륜파가 무너졌다는 소식이었다.

물론 백단영은 상관하지 않고 길을 재촉했다. 남궁이화나 대호와 양이설도 같은 기분이었다. 지금 그들에게 가장 중요한 일은 무흔의 생사여부였으니까.

 

***

 

은옥상은 눈을 떴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 몰라도 주위는 변함없이 똑같았다. 햇빛이 들지 않는 동굴 내부였으니 시간의 흐름을 알 수 없었다. 여전히 어둠이 짙게 깔려있었고, 사방을 두른 동굴 벽은 기분 나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그녀는 한빙소 물을 내려다보았다.

이제는 물에서 어슴푸레 일어나는 푸른 기운이 눈에 보였다. 그 기운은 예전에 절대마령에게서 느꼈던 그 기운과 같았다.

이곳에 들어올 때와 비교해서 그녀는 확실히 달라졌다. 어마어마한 내력이 스며들어 단전을 비롯한 곳곳을 떠다니고 있었다. 그 양이 얼마나 되는지 그녀도 감히 짐작하기 어려웠다.

“무흔의 말이 맞았어.”

그녀는 이곳 한빙소에서 완전히 새로운 사람으로 태어났다.

사마극의 무공이 어떤 수준일지 모르지만 이제 적어도 지지 않을 자신이 생겼다. 그토록 염원했던 최강자가 된 기분이 바로 이런 것일까. 그리고 이것은 모두 무흔 덕분이었다!

솟구치는 희열을 억누르지 못하면서 은옥상은 무흔을 찾았다. 눈앞에 있어야 할 무흔은 보이지 않았다. 그녀가 운기조식에 들어갈 때 저곳에서 그녀를 지켜준다고 했었던 그가 사라지고 없었다.

불안한 느낌이 든 그녀는 물속에서 천천히 돌아앉았다.

이번에는 동굴 안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애석하게도 이쪽에도 무흔은 보이지 않았다. 고개를 돌리면서 그녀는 주변 어느 곳에도 그가 없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어디로 갔지?”

갑자기 가슴이 허전해져 불안함을 감추기 어려웠다.

그때 동굴 안쪽 깊은 곳에서 움직이는 그림자가 나타났다.

그녀는 곧바로 그림자의 정체가 무흔임을 알아챘다.

“무흔!”

이보다 더 반가웠던 적이 있었을까.

은옥상은 물을 박차고 그대로 허공으로 날아올랐다. 마치 은빛 물고기처럼 그녀는 한빙소를 건너 무흔에게 안겼다.

얼떨결에 무흔은 날아온 여인을 품에 안았다. 바로 은옥상이었다.

날렵한 그녀의 경신술로 미루어 보아 그녀 또한 엄청난 기연을 얻었음이 분명했다.

“무흔! 어디 갔었어?”

“아, 미안. 동굴 내부를 조금 살펴보느라. 기연은 얻었어?”

“정말 몸이 날아갈 것만 같아!”

아마 사마극도 한빙소에 몸을 담글 생각은 해본 적이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내공 면에서 은옥상이 사마극에게 밀릴 가능성은 거의 없다. 무공 면에서도 무흔이 창안한 천마합을 익힌 은옥상이 사마극이나 혁무휘의 천마패와 천마광을 억누를 수 있을 테니, 사실상 은옥상은 마교 내에서 최강자로 떠오르지 않을까.

“예상대로였네. 성취가 큰가 봐?”

“그럼! 무공을 익힌 이후 오늘처럼 몸이 가볍고 뭔가 이루었다는 느낌은 처음이야!”

“다행이네, 괜히 쓸데없는 짓을 한 게 아니라서.”

“무흔이 알려준 건데 쓸데없기는 무슨…….”

무흔은 조심스럽게 그녀를 내려놓았다.

“근데 지금 좀…….”

그제야 자신의 상태를 확인한 은옥상이 비명을 질렀다.

“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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