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계 최강 군바리 153화
무료소설 이세계 최강 군바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193회 작성일소설 읽기 : 이세계 최강 군바리 153화
153화 대책 (1)
프레하 제국의 수도 뒤리퐁.
황성의 문앞에 걸린 거대한 깃발에는 붉은 피닉스가 금방이라도 날아오를 듯 그려진 채 펄럭였다.
거대한 황성 내부의 그레이트 홀.
호전적인 민족의 특성을 고스란히 담은 내부의 벽화들.
생동감 넘치는 명화임은 분명하나, 살벌하기 짝이 없었다. 그럼에도 그레이트 홀에 앉은 몇 명의 사람들은, 벽화보다 더 살벌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발루아 공작이 사라졌다고 하였는가?”
묵직한 음성이 그레이트 홀을 은은하게 흔들어 놓았다.
제국의 황제인 ‘디리온 오를레앙 엔티로스 드 프레하’.
작은 키에 오동통한 얼굴의 황제는 호전적인 성향과 달리 귀여워 보일 정도다.
은은하게 미소까지 입가에 물고 있어서, 사람 좋은 이웃집 아저씨와 같은 모습이다.
“그러… 하옵니다. 황제 폐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죄송합니다.”
오를레앙 공작은 목에 턱 걸리는 음성으로 대답했다.
음식을 차려놓고 저녁 식사를 하고 있었지만, 입맛은 싹 달아난 지 오래다.
그는 황제의 말에 고개를 숙인 채로 맞은편에 앉은 인물을 바라보았다.
갑작스럽게 황제의 명을 받들고 미친 듯이 말을 몰고 달려왔건만, 자신을 기다리는 건 답답하고 괴로운 일뿐이었다.
‘망할 놈의 무아를랑!’
오를레앙 공작은 고개조차 들지 못하고 이를 꽉 물었다.
행여 이를 가는 소리라도 흘러나왔다가는, 황제에 대한 불경죄로 크게 곤욕을 치를 수도 있는 일.
그래서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지만, 분노를 참기가 어려웠다.
‘왜 독단적으로 일을 벌였단 말인가!’
나오느니 한숨뿐이다.
분명 쁘즈랑 마을을 초토화하고 복귀하기로 계획되어 있었다.
시간이 있었다면 무아를랑과 말을 맞추기라도 했을 텐데, 그럴 시간조차 주어지지 않았다.
황성에 도착하기가 무섭게 근위기사들의 안내를 받고서 그레이트 홀에 와야만 했으니까 말이다.
황제가 그레이트 홀에 오기까지 무아를랑과 겨우 십여 분 정도의 대화를 나눈 게 고작.
대책을 논의하기는커녕 마계의 기운으로 되살려 놓은 발루아 공작의 사망소식을 전해들은 게 고작이다.
놀랄 사이도 없이 황제에게 끌려와 이러는 중이다.
오를레앙 공작으로서는 미치고 펄쩍 뛸 노릇이었다.
마계의 기운을 끌어와 발루아 공작을 살려 놓은 지 얼마 되지도 않았다.
일반적인 흑기사에 들어가는 비용보다 몇 배나 많은 비용을 투입해서 되살렸는데, 허무한 결과가 아닐 수 없었다.
‘대체 왜 막지 못했나! 왜!’
오를레앙 공작은 눈을 희번덕거리면서 무아를랑을 노려보았다.
발루아 공작이 아이언 백작과 원한이 깊다는 건 안다. 하지만 그래서 몇 차례나 발루아 공작에게 당부했다.
우선은 제국의 일부터 처리한 다음에 엘튼 제국을 공략하면서 쓸어버리자고 말이다.
발루아 공작이 죽어 버리는 바람에, 프레하 제국은 또다시 심각한 타격을 입은 셈이다.
“사라졌다는 것은… 본인이 생각하는 그게 맞는 것인가?”
흔들리지 않고 평온한 어조로 말하는 황제.
“죄송하옵니다. 황제 폐하! 아마도 생각하고 계신 것과 다르지 않을 듯하옵니다. 라이프 베슬의 불꽃이 꺼졌습니다.”
무아를랑이 지극히 공손한 어조로 말했다.
“……!”
고개를 숙인 채 용서를 구하던 오를레앙 공작의 눈이 커졌다.
‘저 오만한 인간이?’
무아를랑의 태도에 그가 놀란 것이다.
오만하기가 하늘을 찌르는 늙은 흑마법사는 황제 앞에서도 안하무인이었던 인간이다.
그런데 지극한 예의를 갖추면서 공손히 대답하고 있으니, 오를레앙 공작으로서는 어안이 벙벙할 노릇이다.
‘자금 때문인가? 돈벌레 같은 인간…….’
오를레앙 공작이 속으로 혀를 찼다.
큰 거래이니만큼 알아서 기는 것 같았다. 하지만 오를레앙 공작은 모처럼 무아를랑의 기죽은 모습을 보고서도 통쾌하지가 않았다.
발루아 공작이 허무하게 목숨을 잃은 게 너무나 아쉬워서다.
비록 죽은 사람을 살려낸 것이었으나, 생전의 모습 그대로 부활한 탓에 죽은 사람이라는 느낌을 받지 않았다.
발루아 공작이 그의 정신적인 지주와 마찬가지였던 탓에 미안했을지언정 든든했다.
다시 부활한 그는 살아 있을 때보다 더욱 강력한 무력을 지니게 되었으니까 말이다.
그런 발루아 공작을 너무나 쉽게 잃은 탓에 오를레앙 공작은 심기가 불편했다.
그렇게 무아를랑을 아니꼬운 눈으로 쳐다보는 사이, 황제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발루아 공작은 우리 제국의 마지막 희망과도 같다는 걸 알 테지? 당황하지 않는 것을 보면, 자네는 대책이 있어 보이는군.”
“물론입니다. 황제 폐하!”
무아를랑이 자신 있게 말하고는 숙였던 고개를 들었다.
발루아 공작의 죽음은 단순하지가 않다.
프레하 제국의 최고 검사인 ‘모르간 드 오를레앙’ 대공이 사망한 탓에 발루아 공작은 상징적으로 현 프레하 제국의 최고 검사였다.
그런 인물이었기에 비인간적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오를레앙 공작이 발루아 공작을 부활시켰을 정도였으니까.
가뜩이나 사기가 저하된 제국민과 제국의 병력이 그의 죽음을 안다면 큰일이었다.
하지만 무아를랑의 대답은 시원시원하기만 하다.
황제나 오를레앙 공작이나 무아를랑의 자신감 있는 태도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말해 보게.”
“현재 몇 명의 소드 마스터를 확보한 상태입니다. 얼굴만 조금 손을 본다면 생전의 발루아 공작과 구별할 수 없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황제 폐하.”
무아를랑은 한 치의 흔들림도 없이 대답했다.
하지만 그의 얘기를 들은 오를레앙 공작은 기가 찼다.
“무아를랑! 말이 된다고 생각하시오? 비록 무력은 흉내 낼 수 있을지 모르나, 발루아 공각 각하의 언행과 습관은 흉내 낼 수 없는 일이오.”
“으음… 본황도 오를레앙 공작의 말이 타당하다고 보네. 이에 대해선 어찌 생각하는가?”
황제가 무아를랑을 바라보면서 의문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발루아 공작의 가족은 그의 아들이 죽은 뒤로 부인이 유일합니다. 그러나 둘의 사이가 좋지 않다는 건 알고 계실 것입니다. 그러니 크게 신경 쓰실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가족이 전부는 아니잖소. 다른 귀족들이 눈치챌 수도 있는 일이 아니오!”
오를레앙 공작이 어이없다는 듯이 허점을 지적했다.
그럼에도 무아를랑은 여유로운 태도를 잃지 않았다.
‘오를레앙 공작 트집을 잡느라 애쓰는군, 황제가 반쯤 넘어온 마당에 아무리 그래 봐야 의미가 없다는 걸 모르는 건가?’
처음 발루아 공작의 사망 소식을 전하러 그레이트 홀에 소집되어 왔을 때와는 다르게 마음이 편안해졌다.
황제가 딱히 발루아 공작의 죽음을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것 같지가 않았다.
어쩌면 자신이 제작 중인 흑기사의 위력을 보았기 때문인지도 몰랐다.
게다가 소드 마스터의 시신을 셋이나 확보한 지금이다. 그중에는 오를레앙 대공의 시신도 포함되어 있다.
당연히 눈앞의 오를레앙 공작에겐 비밀로 해야 한다는 건 약간 부담스럽다.
‘얼굴을 바꿔 놓으면 제아무리 아들이라고 해도 모르겠지. 전생의 일을 발설하지 않는 조건으로 그를 되살려 놓으면 될 테니까.’
거기까지 생각하자 무아를랑의 표정은 자신도 모르게 음흉하게 변했다.
“어찌, 대답은 하지 않고 그런 얼굴로 나를 쳐다보는 것이오? 황제 폐하의 앞에서 무례하오.”
“아, 아! 이거 미안하게 됐소. 죄송합니다. 황제 폐하.”
무아를랑은 불쾌한 얼굴을 한 오를레앙 공작에게 가볍게 손을 들어 사과하고는 황제에게 고개를 푹 숙여 용서를 구했다.
“괜찮네. 본인도 궁금하군. 나머지 귀족을 어떻게 속일 것인가?”
“문제없습니다. 현재는 전시(戰時)와 버금가는 상황입니다. 그러니 발루아 공작… 그러니까 발루아 공작의 대역을 황실에 배치하시고 폐하께서 곁에 두심이 옳은 줄 압니다.”
“그리하면 되겠군. 시종장의 생각은 어떠한가?”
무아를랑의 얘기를 들은 황제는 엉뚱하게도 자신의 옆에 주전자를 든 채로 대기하는 중년 사내에게 의견을 물었다.
“황제 폐하, 짧은 소신의 머리로도 무아를랑의 얘기가 타당하다고 생각하옵니다.”
시종장은 공손한 태도로 허리를 숙이면서 대답했다. 그러자 황제의 얼굴에 미소가 더욱 짙어졌다.
“좋소. 발루아 공작의 문제는 무아를랑의 의견을 따르도록 하고… 중요한 문제가 남았군. 아이언 남작… 아니 아이언 백작이라고 했던가?”
“그렇사옵니다. 황제 폐하.”
오를레앙 공작이 확인시켜 주듯이 대답했다.
“아무튼, 발루아 공작이 그곳을 공격했다고 들었소. 정체가 노출되었을 것은 뻔할 텐데, 이 일을 어찌했으면 좋겠소? 엘튼 제국에서 따지고 들면 입장이 난처해지게 될 터인데 말이오.”
황제는 여전히 웃는 얼굴로 질문을 던졌다.
질문의 형식을 취하고 있었으나, 엄연히 질책이었다.
의기양양하던 표정의 무아를랑과 찜찜한 얼굴이었던 오를레앙 공작이 ‘끙’하고 앓는 소리를 냈다.
잠시 침묵이 이어졌다.
그러나 황제는 오래 기다려줄 마음이 없었던 모양이다.
“변방의 작은 영지에서 벌어진 일이라고 하나, 어쨌든 우리 제국의 소드 마스터가 타국에서 분탕질을 친 사건이요. 어떤 식으로든 대응할 수밖에 없는 일이 아니겠소?”
황제가 부드러운 음성으로 두 사람의 침묵을 깨버렸다.
“흠, 흠! 제가 한 말씀 올려도 되겠습니까, 황제 폐하.”
그러자 오를레앙 공작이 의견을 내놓겠다는 듯 헛기침을 하면서 입을 열었다.
‘망할 무아를랑! 똥을 싸질러 놓고 책임은지지 않겠다는 건가?’
속으로 무아를랑을 욕했다.
그는 프레하 제국에 살고 있으나, 귀족의 신분을 지니고 있지 않다. 필요에 의해서 ‘거래’라는 형식으로 함께 일하고 있을 뿐이다.
그에게서 대책을 얻는다는 건 말도 안 될 일.
오를레랑 공작은 자신이 대책을 내놓는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다.
“말해 보시오. 오를레앙 공작.”
“대책이라고 하긴 뭣 하지만, 한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황제 폐하.”
“망설이지 말고, 기탄없이 얘기하시오. 오를레앙 공작.”
“무조건 발뺌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오를레앙 공작이 웃음기를 쏙 빼고 말했다.
농담이 아니라는 것을 드러내기 위함이었다.
“모른 척하자는 것이오? 발루아 공작이 난리를 쳐 놓았을 텐데 말이오? 듣자 하니 아이언 백작이 크게 상처를 입어 정신을 잃고 있다는 소식도 있던데…….”
황제가 모처럼 얼굴에 웃음기를 지웠다.
무작정 오리발을 내밀자는 의견이 마음이 들지 않았던 거였다.
그러나 오를레앙 공작은 말을 바꿀 생각이 없다는 듯 굳은 표정을 풀지 않았다.
“아이언 백작의 영지에 나타난 발루아 공작은 진짜 발루아 공작이 아니었던 겁니다. 누군가 우리 프레하 제국에게 누명을 씌우기 위한 것일 뿐입니다. 가령 음침한 흑마법사와 같은 존재가 말입니다.”
오를레앙 공작이 무아를랑에게 슬그머니 시선을 던졌다가 황제를 바라보았다.
무아를랑이 순간적으로 얼굴을 붉혔으나, 그는 관심 없다는 태도로 황제에게 집중했다.
“오를레앙 공작, 그게 통할 거로 생각하시오?”
“황제 폐하, 그런다고 해봐야 전쟁밖에 더 일어나겠습니까? 오히려 우리는 그 일을 빌미로 시간을 끌면서 전쟁 준비에 더욱 박차를 가하면 그만입니다.”
“흐음… 그렇군. 좋소! 그리합시다.”
잠시 얼굴을 굳혔던 황제의 입가에 또다시 미소가 감돌았다.
오를레앙 공작의 말처럼 어차피 최악의 경우를 가정해봐야 전쟁이 벌어지는 것뿐이다.
지난번 패전(敗戰) 이후, 프레하 제국은 차근차근 전쟁을 준비해온 상황.
이제 일부러 엘튼 제국에 약세를 보이던 제국의 방침을 바꿀 때가 되었다.
“전쟁 준비에 총력을 기울여 주시오. 오를레앙 공작.”
“황명을 받들겠사옵니다. 황제 폐하!”
오를레앙 공작이 결연한 얼굴로 대답했다.
***
한편 아이언 영지의 집무실.
“후우… 내가 일주일이나 기절해 있었다고?”
조금은 믿어지지가 않아서 세인트에 한숨을 내쉬면서 물었다.
“그래, 네 녀석 때문에 일주일 동안 잠도 제대로 못 자고 지키고 있었다.”
세인트가 피곤한 얼굴로 대답한다.
거짓이 아니라는 것쯤은 녀석과 다른 놈들의 반응만으로도 충분히 알 것 같다.
일주일이나 지났다니…
상상 속의 세상에서 그 빌어먹을 김정훈 상병을 두들겨 패고 나왔을 뿐인데 말이다.
믿어지지는 않지만, 이해는 된다.
백 년 내공을 완성한 몸이 되었으니까.
무림 세계에서 백 년 내공을 완성하기 위해 각성에 들어갔을 때 한 달이 넘게 걸렸던 것을 생각해보면,
오히려 일주일이라는 시간은 빨랐다고 보는 게 맞다. 비록 의도한 상황은 아니었다고 해도 말이다.
아무튼,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다.
긴 잠(?)에서 깨어나 눈을 떴을 때, 녀석이 땀을 삐질삐질 흘리면서 내 옆에 있었다는 게 중요하다.
“넌 새꺄, 옷 홀라당 벗고 지랄이야, 지랄이!”
짜증이 나서 따져 물었다.
눈을 뜨자마자 부하 녀석들의 이상한 표정에 얼마나 당황했는지 모른다.
이게 다, 세인트 녀석 때문이다.
졸지에 남자와 그렇고 그런 일을 즐기는 변태 성향의 인물로 의심받는 거였으니까.
그래서 깨어나자마자 중요 부위(?)만 가리고 집무실로 튀어 와 옷을 입는 중이다.
어째 지금 상황이 더 괴랄하긴 하다.
녀석과 내가 등을 돌린 채 옷을 입는 중이니까.
“미친놈아! 누군 그러고 싶어서 그랬는지 알아? 하마터면 나도 타 죽을 뻔했어!”
옷을 입으면서 세인트가 툴툴거린다.
그때,
<안에 들어갈게요.>
익숙한 목소리가 집무실 밖에서 들려온다.
코너 녀석의 목소리다.
<안됩니다.>
그에 대답하는 경비병의 음성.
마치 누가 들을까 걱정하는 듯 일부러 소리를 죽이고 있다는 느낌이다.
<어째서요?>
덩달아서 코너의 목소리가 낮아진다.
<아직 두 분께서 하실 말씀이… 있으신 듯합니다.>
<혹시……?>
<아마도요.>
<그럼 한 시간 뒤쯤에 다시 오도록 할게요.>
소곤대는 듯한 코너의 목소리에 기분이 더러워졌다.
두 녀석이 나누는 대화가 어쩐지 나와 세인트의 오붓한(?) 시간을 방해하지 않게 하겠다는 배려처럼 느껴져서다.
“코너! 이 망할 자식아! 당장 튀어 들어와!”
짜증이 솟구쳐서 버럭 고함을 질렀다.
대체 이 자식들은 나를 어떤 놈으로 생각하는 거야?
이 세상 여자가 몽땅 사라진다고 해도, 세인트 녀석의 똥구멍에는 관심 없단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