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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림 속의 엑스트라 198화

무료소설 무림 속의 엑스트라: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075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무림 속의 엑스트라 198화

198화. 구출 작전 (2)

 

 

 

“헉! 헉!”

천마산 비탈을 급하게 올라가며 남혼과 북령은 뒤를 돌아보았다. 멀리서 뒤따라오던 귀령신과 녹령객이 어느 틈엔가 보이지 않았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두 사람은 비탈의 구석진 곳으로 들어갔다.

두 사람은 의문이 가득한 눈으로 서로를 마주 보았다. 견원지간인 그 둘이 왜 같이 있는지, 지금까지와 달리 왜 지금 적의를 보이는지 도무지 짐작할 수 없었다.

수상쩍은 기분에 일단 도망쳤다. 지금 상황에선 조금이라도 변수를 줄이고 안전을 도모해야 했다.

“따돌린 것 같지?”

경공에는 자신이 있었기에 두 사람은 나름 확신했다. 적어도 서열 삼 위인 귀령신은 대적할 수 없기에 무조건 도망친 것은 잘한 일이었다.

“하아, 이제는 우리도 위험해진 건가?”

남혼이 한탄하며 주위를 둘러봤다.

잠시나마 느긋하게 휴식을 취하려던 그들의 바람은 금방 산산이 깨졌다. 그녀들의 앞에 두 그림자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흐흐, 너희는 도망칠 수 없다.”

귀령신의 유령 같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남혼과 북령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상대를 살폈다. 적들은 그녀들이 어디로 도망칠 줄 알고 있었다는 듯 여유롭게 모습을 드러냈으니까.

“으으.”

절로 떨리는 이빨을 간신히 꽉 깨물고 북령과 남혼은 전의를 불태웠다. 이대로는 도망칠 수 없다. 어떻게든 저들과 싸워 빠져나가야 했다.

아니, 빠져나갈 곳이나 있을까. 이제 마교 내부 어디에도 안전한 곳은 없다.

“스스로 굴복한다면 목숨만은 살려 주도록 하지.”

녹령객이 비릿한 미소를 머금으며 말했다.

“굴복하면?”

북령이 상대에게 되물었다.

“은옥상을 회유하는 일을 맡게 될 것이다.”

녹령객의 대답이 바로 돌아왔다. 당연히 남혼북령이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이었다.

성큼 다가서는 귀령신과 녹령객을 보며 그녀들은 도저히 빠져나갈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렇다고 감히 귀령신을 상대로 승부를 걸어 볼 용기는 없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 이를 눈치챈 귀령신이 그들을 향해 손을 들었다.

“흐흐, 다람쥐 같은 솜씨를 다시 한번 발휘해 보아라.”

깔보는 듯한 목소리와 함께 남혼북령에게 육중한 무게감이 걸렸다.

놀란 그녀들은 몸을 날려 도망치려 했으나, 갑자기 어깨를 누르는 만근의 무게에 경악성을 토해 냈다.

“이…… 이건!”

생각지도 못한 강력한 공격에 그녀들은 신음을 흘리며 간신히 발을 뗐다. 땅을 박차고 간신히 옆으로 몸을 날리는 순간.

쾅!

마치 장애물에 부딪힌 듯 남혼북령의 몸이 휘청했다. 놀랍게도 그녀들의 주위로 투명한 강기의 막이 쳐져 이동하는 것을 막았다.

“어떻게 이런 일이!”

상황을 이해 못한 그녀들은 재차 몸을 날려 강기의 벽을 들이박았다.

쿠쿵!

놀랍게도 그녀들의 몸이 튕겨 나오면서 전혀 전진할 수 없었다. 남혼북령은 놀라운 귀령신의 무력에 감탄하면서 절망에 사로잡혔다. 이것은 어떻게 해 볼 수 없는 수준이었다.

“흐흐, 도망칠 수 없다고 하지 않았더냐.”

귀령신이 손을 휘젓자 그녀들을 둘러싼 투명한 강기의 벽이 더욱 좁혀졌다.

“헉!”

남혼북령은 마치 덫에 갇힌 동물처럼 빠져나가려고 발버둥을 쳤다. 하지만 강기의 벽이 점차 그녀들에게 가까이 접근했다.

이제는 양손으로 강기의 벽이 접근하는 것을 막아야 할 만큼 벽 사이의 거리가 좁아졌다.

귀령신에게 만족의 미소가 어렸다.

“흐흐, 여기까지. 나의 조건을 수락한다면 살려주겠지만, 거부하면 벽이 더욱 좁아질 것이다. 만근의 압력을 견뎌보아라.”

귀령신의 눈동자가 북령과 남혼의 얼굴을 직시했다.

두 사람은 두려움에 갇혀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쿠쿵-

순간 강기의 벽이 다시 한 뼘 가량 안으로 들어왔다. 그녀들로서는 도저히 어떻게 해 볼 수 없는 위력이었다.

두 사람의 얼굴에 절망이 깃들 때였다.

“그만하지.”

여유로운 목소리와 함께 산비탈 저쪽에서 새로운 인사가 나타났다.

마찬가지로 둘. 무흔과 현가빈이었다.

시선을 돌리던 귀령신이 가소롭다는 미소를 지었다.

“흐흐, 옥소마희가 드디어 나타났군. 교주께서 기다리고 계셨다.”

귀령신에게 이미 사마극은 교주나 마찬가지인 듯 교주란 칭호가 나왔다.

무흔은 성큼 앞으로 나오며 귀령신에게 말했다.

“풀어 주지?”

“흐흐, 넌 누구냐?”

“무흔.”

당연히 귀령신이 처음 들어 보는 이름이었다. 한참 눈만 굴리던 귀령신이 옆에 있는 녹령객을 돌아보았으나 녹령객이라고 알 도리가 없었다.

“흐흐, 감히 나 귀령신에게 명령인가?”

귀령신이 피식 웃으며 손을 흔들자 강기의 벽이 더욱 가깝게 접근하며 남혼북령을 옥죄었다. 이제 그녀들은 벽 내부에서 꼼짝도 하기 힘들 만큼 압박을 받고 있었다.

순간 무흔의 안색이 찌푸려졌다.

“뭐…… 힘자랑을 계속하고 싶은가 본데…….”

콰앙!

놀랍게도 귀령신 바로 머리 위에서 거대한 압력이 낙하했다. 무형에 흔적도 없었지만 그 산악 같은 압력만은 그대로 전달됐다.

“힘에는 힘이다!”

마치 거대한 압력에 쳐 맞은 듯 귀령신의 신형이 휘청했다. 순간 남혼북령을 옥죄던 무형의 강기벽이 그대로 깨져나가고 두 사람이 자유롭게 풀렸다.

경악한 귀령신이 무흔을 노려보며 반항했으나 어깨를 짓누르는 압력은 사라지지 않았다.

결국 귀령신은 모든 내력을 끌어올리며 손을 위로 향하여 짓누르는 압력에 저항했다.

고오오오-

양측의 내력이 서로 맞부딪치며 귀령신의 머리 위에 무형의 판이 형성됐다. 그 판을 사이에 두고 무흔이 짓누르고 귀령신이 떠받치는 내력 싸움이 시작됐다.

“이놈이!”

옆에서 지켜보던 녹령객이 상황의 불리함을 확인하고 무흔을 공격하려 했다. 하지만 녹령객의 공격은 중간에 옥소마희에 의해 막혔다.

녹령객과 옥소마희의 치열한 접전이 벌어졌다. 당연히 서열 십삼 위에 불과한 녹령객이 서열 칠 위의 옥소마희를 상대할 수는 없었다.

옥소마희가 압도적인 우세를 보이며 상대를 압박했다.

녹령객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된 무흔이 누르는 판에 중압감을 더했다. 열담을 재방문한 이후로 급증한 내력이 자신감을 뒷받침했다.

콰지직-

엄청난 압력이 가해지면서 귀령신의 발이 지면을 파고들었다.

“으으으…….”

과부하가 걸린 귀령신이 가파른 신음을 터트렸다. 점차 그의 팔이 휘어졌다.

무흔의 어마어마한 내력에 귀령신의 눈동자가 튀어나올 듯 놀란 표정이었다.

“크윽!”

그 순간 옥소마희의 옥소에 가격당한 녹령객이 피를 토하며 쓰러졌다.

그러자 녹령객의 옆으로 남혼북령이 붙었다. 이들이 녹령객의 마지막 목숨을 취하는 동안 자유로워진 옥소마희가 옥소를 입에 물었다.

삘리리리-

옥소 소리가 강하게 귓전을 때리면서 귀령신의 몸이 휘청했다. 옥소마희의 음공 공격이 시작된 것이다.

무흔과 옥소마희 양쪽에서 공격이 들어오자 귀령신은 잠시도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콰지직-

마치 거대한 바위에 깔리듯 귀령신의 몸이 아래로 주저앉았다. 음공에 공격당한 그의 코와 귀에서 피가 뿜어지고 눈동자가 튀어나왔다.

“크으윽!”

사실상 그것으로 끝이었다.

귀령신의 발은 점점 땅속에 파묻히고 허리가 꺾였으며 압력을 감당하지 못한 피부가 조각조각 갈라져 피가 분수처럼 뿜어졌다.

실로 무시무시한 장면이었다.

“크아악……! 교…… 교주님께서 돌아오시면 너희들을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콰지직-

마지막 단말마의 일성을 남기고 귀령신은 고깃덩어리로 화했다.

엄청난 광경에 옥소마희와 남혼북령의 표정이 경악으로 바뀌었다. 무흔 역시 이런 식의 참혹한 공격은 처음이었던지라 본인이 저지르고도 어안이 벙벙한 상태였다.

“이게…… 사람 맞아?”

그들은 무흔의 내력을 견디지 못하고 압사한 귀령신이 무려 서열 삼 위의 강자란 사실을 다시 떠올렸다. 인간답지 않은 무흔의 무공에 그들은 놀란 눈으로 쳐다볼 뿐이었다.

말 그대로 압도! 그 누구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는 압승이었다.

무흔이 손을 탈탈 털며 중얼거렸다.

“이 자식 이야기로는 지금 사마극이 이곳에 없는 것 같은데? 우리가 얼른 작전을 벌여야겠어.”

그의 말에 은옥상을 비롯한 남혼북령이 나갔던 정신을 수습했다.

 

***

 

어두운 동굴 속에서 구진광은 겁에 질려 뒤로 주춤 물러났다.

눈앞에서 무시무시한 네 인물이 그를 노려보고 있었다. 가장 앞에 있는 자는 마교 소교주라던 사마극. 그 뒤에 있는 자들은 이상하게도 흐릿하게 보였다. 저들끼리의 말로는 마극삼비라고 했던가.

“으으으……, 살려 주시오. 뭐…… 뭐든 다 할 테니.”

뒤로 발버둥 치며 물러나던 구진광의 등에 동굴 벽이 닿았다.

“난 살려 두는 성미가 아니라고 말했을 텐데?”

사마극의 입가에 잔인한 미소가 떠올랐다.

사마극이 손을 앞으로 내밀자 구진광은 목이 졸린 듯 숨이 막혔다. 그는 간신히 켁켁거리며 대답했다.

“지…… 진짜로 뭐든지 다 하겠소! 앞으로 무림맹이든 용봉대든 모든 정보를 제공하겠소!”

구진광이 괴로워하며 손을 내저었다.

어둠 속에서 사마극의 눈동자가 구진광의 눈동자를 압박했다.

“정말이냐?”

“매…… 맹세하리다.”

“흐음, 좋아. 곤륜파의 충직한 개라…… 그럼 짖어 봐라. 정말 무엇이든 다 하는지.”

“와, 왈왈.”

구진광은 개가 짖는 소리를 냈다. 굴욕적이었으나 지금은 그런 것을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오직 살아야겠다는 일념에 사로잡힌 그는 사마극이 시키는 모든 것을 소화했다.

“좋아. 오늘은 살려 주도록 하지. 앞으로 정기적으로 정보를 전달하라. 방법은 나중에 알려 줄 것이다.”

사마극이 손을 거두자 구진광은 그 자리에 엎어졌다. 그제야 온몸의 고통이 사라졌다.

 

***

 

어두운 밤에 구진광은 검을 들고 수련에 열중하고 있었다.

촉망받는 후기지수이자 강호에서 일검이라는 호칭을 얻은 지 벌써 오래. 하지만 지금은 모든 것이 공허했다.

검을 잡을 때마다 그날 만혈대 지하 미로 속에서 있었던 사건이 떠올랐다. 그날 사마극 앞에서 맹세한 이후 그는 마교의 첩자로 활약했다. 무림맹과 용봉대의 중요 정보를 수시로 마교로 넘겼다.

주변 그 누구도 그의 이런 행적을 알지 못했다. 심지어 가장 가까운 진풍마저도.

정보를 넘길 때마다 그는 정신적 고통에 휩싸였다. 양심의 가책은 그의 무공 수련에 영향을 미쳤고 그날 이후 그의 무공은 답보 상태에 머물렀다.

처음 용봉대에 들어갔을 때만 해도 비슷한 수준이었던 장후성이나 남궁이화는 이제 그보다 훨씬 앞서 나갔다. 심지어 별 볼 일 없던 백단영마저 그를 압도했다. 이 모든 게 그날 만혈대에서 있던 일 때문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그날 만혈대에서 사마극을 만나지만 않았더라면, 그날 사마극에게 목숨을 구걸하지만 않았더라면 그런 이런 비참한 세상을 살지 않았을 것이다.

이제는 지은 죄가 있어서 돌이킬 수도 없고, 동료 앞에 떳떳하게 나설 수도 없다.

지금이라도 그날 일을 돌릴 수만 있다면, 그날의 선택을 뒤집을 수만 있다면…….

아무리 후회해 보아도 이미 늦은 일이었다.

하압!

구진광은 기합을 지르며 곤륜의 비전절기인 건곤십이식을 펼쳤다.

그의 검이 날카롭게 허공을 갈랐지만 어쩐지 겉도는 기분이었다. 마음에 내려앉은 짐은 검신을 더욱 무겁게 했다.

“하아! 모르겠다.”

신음을 터트리며 구진광은 검을 접었다. 그의 시선이 용봉대가 머무는 객잔을 향했다.

지금 용봉대는 마교로 진격하고 있었다. 먼저 떠난 남궁이화와 백단영의 안전을 위해 용봉대 전체가 움직였다.

당연히 구진광도 안다. 겉으로는 그 둘을 도우러 가는 것이라 했지만, 실제로는 마교를 타격하러 가고 있음을.

그가 이 사실을 사마극에게 알렸을 때 돌아온 사마극의 답신은 놀라웠다.

- 천마산은 용봉대의 무덤이 될 것이다. 그 전에 나는 곤륜을 치러 간다. 충직한 개로 변신한 네놈의 사문이라 미리 알려 주는 것이다.

사천에 있는 곤륜산은 마교와 가까운 편이다. 그래서 마교의 표적이 된 것으로 보였다.

사문의 멸문을 눈앞에 두게 되자 마음의 갈등이 더욱 심해졌다.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구진광!”

갈등하고 있을 때 어둠 속에서 장후성이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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