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림 속의 엑스트라 19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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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065회 작성일소설 읽기 : 무림 속의 엑스트라 196화
196화. 위기 중첩 (2)
“어떻게 된 것인지 다시 말씀해 보시죠.”
살기 어린 표정으로 무흔이 기소진을 추궁했다.
기소진이 그동안 있었던 일을 털어놓았다.
은옥상이 마교에서 잡히고 얼마 후 마교에서 두 명의 사자가 파견되었다. 바로 귀수탈혼과 낙혼혈부다.
이 두 사람은 옥소마희의 행방을 추궁했다.
기소진은 옥소마희가 누구인지 알지 못했다. 마교의 두 사자는 옥소마희가 나타나면 중독시켜 사로잡기를 요구했다. 이 과정에서 은옥상이 위기에 처했음을 알게 됐다.
마교의 두 사자를 상대할 능력이 없었던 탓도 있지만, 은옥상의 목숨으로 위협하니 매화곡은 버틸 재간이 없었다.
두 사자는 매화곡에 상주하며 옥소마희가 나타나기만을 기다려왔다.
그리고 오늘 예상대로 옥소마희가 나타났다. 무흔이 함께 온 것은 의외였으나, 두 사자는 연회를 열어 독을 풀기를 요구했다.
옥소마희는 은옥상의 부하였고, 무흔은 은옥상과 친분이 있는 사람이었기에 기소진은 거부하려 했으나 마교의 두 사자는 용납하지 않았다.
주저하다가 음식에는 독을 타지 못했다가 결국 위협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차에 독을 탔다.
“그럼 은옥상이 지금 어떤 상황인지 어디까지 아십니까?”
무흔의 질문에 기소진이 차분하게 대답했다.
“우리가 들은 것이라고는 죽은 저 두 사람이 알려 준 것이 전부라네. 현재 사마극에 의해 자신의 전각에 감금되어 있다는 것만…….”
생각보다 상황이 나쁘지 않은 것으로 보였다. 감옥이나 이런 곳에 감금되어 있으면 구출하기 쉽지 않을 테니까. 원래 주거하던 곳에 감금되었다면 환경도 그리 나쁘지 않을 것이다.
마교의 지리를 떠올린 무흔은 새로운 정보에 맞추어 작전을 개선했다.
두 사람이 마주 앉아 대화를 나누는 동안 제자들이 다시 차를 가져왔다.
무흔은 차를 마시며 기소진의 한탄을 들었다.
“서옹에게 들었겠지만, 난 예전에 서옹과 강호를 누비며 서로 경쟁했었네. 그때 나는 꿈과 목표를 설정했지. 반드시 서옹만은 한번 이겨보겠다고. 그런데 결국 실패했어. 아무리 노력해도 서옹을 따라잡을 수 없었네.”
기소진은 매화곡에 은거할 때까지 서옹을 이길 수 없었다. 그렇게 좌절에 빠지고 얼마 후 그녀는 제자를 받아들였다.
그때 그녀에게 나타난 사람이 바로 은옥상이었다.
고아였던 은옥상은 매화곡에서 무공의 기초를 닦았다. 은옥상을 가르치면서 기소진은 무공에 새로운 눈을 떴다. 은옥상이야말로 무공의 천재였으니까. 은옥상의 무재는 너무 뛰어나 이곳 매화곡에서 모두 품을 수 없었다.
그때부터 고민이 시작됐다.
자신의 절기를 모두 가르친 기소진은 은옥상을 통해 자신의 꿈을 이룰 생각을 했다.
서옹을 이기려면 더 고강한 무공이 필요했다. 그때 우연히 그녀는 마교와 끈이 이어지게 됐다.
지리적으로 마교와 가까운 데다, 교주인 혈천마종이 은옥상의 자질을 한눈에 알아본 것이다.
은옥상을 제자로 받아들이려는 혈천마종의 설득이 시작됐다.
기소진은 원래 정사지간의 인물이었으나 서옹과 함께하면서 정파에 더 가까워졌다. 하지만 정파에 큰 뜻을 품지 않았었기에 마교를 배척하겠다는 생각도 없었다.
자신의 무공만으로는 절대 서옹을 이길 수 없지만 마교의 무공을, 그것도 교주에게 배운다면 서옹을 꺾을 수 있다는 생각이 결국 그녀를 움직였다.
은옥상은 혈천마종의 제자로 들어가고 오래지 않아 마교 소교주로 등극했다.
마교 소교주의 자리가 얼마나 위험한지는 그 이후로 점차 드러났다. 최고의 일인이 되기 위한 치열한 음모와 술수가 판치는 곳임을 알게 되었을 때는 이미 돌이킬 수 없었다.
다행스럽게도 은옥상 본인이 큰 뜻을 품고 기꺼이 차기 교주 암투에 참여했다.
“다른 하나의 길이 남아 있다는 점도 다행이었어. 본인이 교주가 되지 못하면 차기 교주와 결혼하면 되니까. 차기 교주 처지에서도 경쟁자를 죽이는 것보다 흡수하여 세력을 넓히는 것이 유리하니 사실상 그녀가 죽을 일은 없다고 나는 생각했어.”
“지금도 그렇습니까?”
무흔은 신중한 태도로 물었다. 굳이 은옥상이 위험하지 않다면 구하러 갈 이유가 없으니까.
기소진이 고개를 저었다.
“옥상이 감금된 후 사마극의 제안을 받아들였다면 이자들이 이곳에 머물면서 옥소마희를 노리지 않았겠지. 그 아이는 아마 거부했을 거야. 사마극의 인형으로 살기를 원하지 않는다고 했으니까. 사실 처음부터 옥상이는 사마극과는 극과 극이었네. 사형이라고 대접해 주었지만 실제로는 아주 싫어했지.”
은옥상의 마교 내에서의 생활이 어느 정도 이해됐다.
처음에는 무공을 배우는 것이 좋아서 마교로 들어갔고, 그 순간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권력 다툼의 한 중간에 섰다. 상대를 죽이지 않으면 죽는 싸움. 그 외로운 줄타기를 지금까지 해 온 것이다.
그녀가 무흔을 통해 사마극을 이길 수 있는 무공을 찾으려고 했던 노력 또한 이해됐다. 절대마령을 처리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한빙소의 물을 보낸 이유도. 그녀로서는 사실상 외길이나 다름없는 길을 혼자서 달려가고 있었던 셈이다.
“후우.”
안타까움에 무흔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를 떠올리니 한편으로는 애달프고 한편으로는 화가 났다.
“옥상이를 구해 주게. 옥상이만 살아 돌아온다면 내 목숨으로 오늘 일을 책임지겠네.”
기소진의 표정이 비장했다.
무흔은 매서운 눈초리로 목소리를 높였다.
“당신의 목숨 따위 필요 없습니다. 당신이 나와 옥소마희를 죽이려 한 과오는 그런 식으로 사라질 수 없으니까요. 나중에 은 소저에게 책임을 묻기로 하죠. 그때 다시 봅시다.”
망연자실한 기소진을 나무라고 있을 때 내실에서 현가빈이 나타났다.
어느새 깨끗하게 옷을 갈아입고 나타난 현가빈의 안색은 아직도 정상이 아니었다.
“어때? 괜찮아졌어?”
“대협 덕분에 좋아졌어요.”
무흔은 그녀를 세세하게 살펴보고는 고개를 저었다.
“너 지금 상태로는 본산으로 들어갈 수 없어. 거긴 정상이라도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곳이야.”
“하지만…… 한시가 급한데…….”
“내일 떠날 테니까 오늘은 다시 운기조식을 하도록.”
현가빈의 어깨를 가볍게 격려 한 무흔은 기소진에게 요구했다.
“방이나 내주시죠. 내일 떠나겠습니다.”
***
어두운 하늘에 초승달이 걸렸다.
순식간에 어두워지는 하늘을 바라보며 백단영은 마음이 급해졌다. 벌써 며칠째 강행군인지 모른다. 잠을 최소한으로 자고 대부분 시간을 말을 달리며 보냈다.
너무 무리한 탓일까. 그녀를 포함하여 그녀를 따라오는 모든 사람 모두 힘들었다. 특히 양이설과 대호는 난생처음 맞는 강행군에 죽을 맛이었다.
선두에서 달리던 백단영이 뒤를 향해 소리쳤다.
“이곳만 벗어나면 적당한 곳에서 쉬도록 해요.”
그들은 지금 가파른 협곡을 지나고 있었다. 말이 간신히 달릴 수 있는 좁은 길 양쪽으로 깎아지른 암벽이 높이 솟아 있었다.
어둠 속에서 병풍처럼 늘어선 가파른 벽은 섬뜩한 기분을 느끼게 했다.
이곳은 사천으로 가는 지름길. 넓은 관도를 마다하고 이 좁은 길을 선택한 이유는 오로지 시간 때문이었다. 정작 이곳을 지나는 백단영의 기분은 좋지 않았다.
적이 기습하기 아주 좋은 지형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만일 적군이 양쪽 암벽 위에 매복하고 있다가 공격해 온다면 상대하기가 쉽지 않다. 좁은 길을 달리다 보니 그제야 백단영은 이런 문제점을 깨달았다.
“설마…… 우리를 공격할 자는 없으니까.”
불안한 마음을 억누르면서 백단영은 더욱 박차를 가했다.
좁은 협로를 얼마나 지났을까.
갑자기 위쪽에서 화살이 비 오듯 쏟아졌다.
“조심해!”
백단영은 소리를 지르며 머리 위로 연검을 휘둘렀다.
쏟아지는 화살이 연검에 튕겨 나갔다.
문제는 말이었다. 갑작스러운 공격을 모두 막을 수 없었기에 화살 일부가 말의 머리와 엉덩이에 꽂혔다.
히이이잉-
순식간에 말이 쓰러지자 백단영은 허공으로 날아올라 화살을 처리했다. 그녀 뒤를 따라오던 남궁이화와 양이설, 대호도 마찬가지였다.
다행히 그들은 무공이 고강했기에 화살에 직접적인 피해를 보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이 탔던 말은 모두 고슴도치가 되었다.
비처럼 쏟아지는 화살을 간신히 검으로 쳐 내고 숨을 돌렸을 때였다.
이번에는 암벽 위에서 돌덩이가 떨어져 내렸다.
쿠르르르-
마치 산사태가 발생한 것처럼 바위가 떨어지며 아비규환의 지옥이 펼쳐졌다.
백단영은 순간적으로 이 바위를 검으로 쳐 내는 것이 무리란 판단을 내렸다. 처음 몇 개는 어떻게 처리하거나 피하더라도 계속되는 바위 공격은 피하기 어렵다. 절정의 보법을 이용해 바위를 피하는 그녀는 그나마 낫다.
하지만 무공이 떨어지는 양이설이나 대호는 감당하기 힘들다.
당황한 백단영은 양쪽 암벽을 살폈다. 다른 활로를 찾을 생각을 한 것이다.
한쪽 측벽이 다른 쪽에 비해 퇴적층이 발달해 무르게 보였다. 이미 아래쪽 일부는 많이 깎여 나가 조금 더 손을 보면 피할 공간을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다.
“이화!”
백단영이 남궁이화에게 소리치며 그쪽을 가리켰다.
다행히 남궁이화는 백단영의 의도를 눈치챘다. 남궁이화는 검으로 전력을 다해 가장 위력적인 초식을 펼쳤다. 백단영이 가리킨 측벽이 목표였다.
그 사이 백단영은 양쪽 암벽을 박차고 허공으로 뛰어올랐다. 그녀는 일행 바로 위에서 쏟아지는 바위를 쳐 냈다. 장력이 쏟아지는 바위를 한쪽으로 밀쳐 냈다.
쿠아아앙-
남궁이화의 검이 암벽을 할퀴고 벽을 이뤘던 바위 조각이 떨어져 나갔다. 순식간에 움푹한 공간이 패였다.
“빨리!”
남궁이화의 신호에 양이설과 대호가 벽에 뚫린 구멍 속으로 뛰어들었다. 그리고 남궁이화를 이어 백단영까지 구멍 속으로 피신했다.
쿠쿠쿵-
바위가 떨어지는 소리가 협로를 삼켰다. 비처럼 떨어지는 바위는 오랜 시간 계속됐다.
잠시 후 주변이 잠잠해졌다. 좁은 협로는 바위로 막혔다.
다행히 측면 구멍 속으로 피한 그들은 전혀 다치지 않았다.
“이것들을!”
남궁이화가 분노를 터트리며 씩씩댔다.
“아직 조금 기다리자.”
백단영은 그녀를 달래며 조심스럽게 위쪽을 살폈다.
높이 솟은 벽 위쪽에 얼핏 사람들의 머리가 보였다. 벽 일부를 무너트려 생매장하려던 계획이 성공했는지 확인하는 중으로 보였다.
잠시 후 요란한 소리와 함께 수십 명의 사람이 벽을 타고 내려왔다.
백단영과 남궁이화는 그들이 아래로 내려와서 수색을 시작하는 순간 밖으로 튀어 나갔다.
서걱-
두 사람의 검이 무자비하게 허공을 가르고 그때마다 적들의 목이 떨어졌다.
그들이 살아 있으리라고 생각지 못했던 적들은 미처 방어하지 못했다.
“크윽! 적이다!”
서걱-
백단영과 남궁이화의 신형이 종횡무진 협로를 누볐다. 그 누구도 두 사람에게 제대로 대항하지 못했다. 순식간에 적군이 몰살당했다.
백단영이 마지막 남은 한 명의 목에 검을 겨누며 질문했다.
“왜 우리를 노렸지? 우리가 누군지 아느냐?”
“처…… 천향무후…….”
“그런데?”
“우…… 우리는 멸겁방과 광혼곡의 제자다. 사…… 사문을 몰락시킨 천향무후에게 복수하러 왔다.”
“그게 전부냐?”
“사마련 소속 지역 문파 몇이 도와줬다.”
백단영은 한숨을 내쉬었다. 멸겁방주와 광혼곡주를 살해한 이후 악연의 연속이다. 새외고수에게 살인을 청부하거나 대규모로 습격하거나. 이해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그녀 또한 뜻을 꺾을 생각은 없었다.
그럴수록 사파를 뿌리째 뽑겠다는 그녀의 결심이 더욱 굳어졌다.
서걱-
마지막 남은 녀석의 목을 벤 그녀는 다시 일행에게 돌아왔다.
“일단 가죠. 지금은 이곳을 빨리 탈출해야겠어요. 또 위에서 공격하면 골치 아프니까.”
그녀의 독려에 모두가 급히 그녀 뒤를 따랐다.
그 후로도 매화곡에 도착하기까지 사마련의 기습이 자주 있었다. 그러나 백단영과 남궁이화는 사마련이 상대하기에는 너무 성장해 있었다. 사실상 무림 최강고수로 발돋움한 그녀들을 사마련은 털끝 하나 건드리지 못했다.
백단영은 원래 이처럼 성정이 잔혹하지 않았다. 하지만 무흔이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순간 그녀는 거칠 것이 없었다.
백단영이 사천성에 입성했을 무렵에는 그녀의 위명이 강호를 울렸다.
천향무후! 무림사에 손꼽히는 여제로 등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