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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림 속의 엑스트라 195화

무료소설 무림 속의 엑스트라: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013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무림 속의 엑스트라 195화

195화. 위기 중첩 (1)

 

 

 

사마극이 이미 그 부분을 간파하고 있다는 점에 은옥상은 적잖게 놀랐으나 겉으로는 무덤덤한 표정을 유지했다.

“옥소마희가 왜 중원까지 갔는지, 하필이면 무흔을 데려오는지 뭔가 수상하지 않나?”

사마극이 은옥상의 주위를 맴돌며 질문을 툭 던졌다.

잠깐 움찔했던 은옥상은 무덤덤한 표정을 지을 뿐 대답하지 않았다.

그녀의 마음을 잘 이해하고 있다는 듯 사마극이 비릿한 웃음을 토해 냈다.

“크크, 어차피 중요하진 않아. 죽을 자들이니까. 그 둘은 이제 곧 매화곡에 도착할 거다. 넌 매화곡이 널 도울 거로 생각하지만…….”

매화곡이란 말에 은옥상의 눈동자가 부릅떠졌다.

“그들은 매화곡에서 죽음을 맛보게 될 거야. 내가 미리 손을 써 두었거든.”

“설마…….”

“널 이용해서 매화곡을 위협하는 것은 손바닥 뒤집기보다 쉽다. 하하.”

은옥상의 신형이 한차례 격동을 일으켰다.

승리한 표정으로 한동안 그녀를 바라보던 사마극이 걸음을 옮겨 방문을 나섰다.

마지막으로 그의 음성이 은옥상의 귀에 꽂혔다.

“그 둘은 절대 살려줄 수 없어. 마교에 반기를 든 자니까. 잘 생각해 봐. 너도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생각하지 않을 거야.”

“그래도 생각해 봐라. 난 잠시 중원에 나갔다 오마. 운 좋으면 혹시 그 자식들을 만날지도 모르지.”

사마극이 사라지자 은옥상은 탁자에 앉아 주먹을 꾹 쥐었다. 분노한 그녀의 신형 주위로 은은한 기운이 퍼져 나왔다.

그녀의 몸은 무흔 덕분에 만독불침이다. 당연히 산공독 역시 그녀에게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다. 만일을 대비해서 사마극을 속이면서 연기하고 있을 뿐이었다. 사실 이곳을 탈출하더라도 할 수 있는 것이 없으니 때를 기다리고 있다고 해야 하나.

어쨌든 남이 모르는 패를 하나라도 쥐고 있으면 도움이 된다.

 

***

 

계곡을 따라 하얀 매화가 흐드러지게 피었다.

마치 선녀가 산다는 도원경 같은 분위기에 무흔은 입을 다물 수 없었다.

“이래서 매화곡이었군.”

몇 번째 들리는 곳이었지만, 매화꽃이 핀 계곡을 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예전에 은옥상이 이곳을 사천제일의 경치라고 자랑하더니 빈말이 아니었다.

무흔은 옆에서 따라오는 현가빈에게 소감을 물었다.

“아름답네요.”

그녀 역시 매화꽃에 반한 표정이었다.

“매화곡에는 와봤어?”

“아뇨, 전 은 소교주님 모신지 얼마 안 되어서…….”

예상대로 옥소마희는 매화곡이 처음이었다.

두 사람이 계곡을 올라가고 있자니 위에서 한 무리의 여인들이 내려왔다. 그 가운데 무흔의 눈에 익은 사람도 있었다.

무흔과 눈이 마주친 여인이 다가와서 꾸벅 인사했다.

“오셨어요?”

산산이다. 예전에 은옥상과 함께 무림맹에 구경 왔던 여인이다.

무흔은 산산에게 이곳에 온 목적을 밝혔다.

“은옥상 소교주님을 만나러 왔습니다. 어디에 계신지 알고 있습니까?”

“요즘 본산에 들어가셔서 이곳에는 오지 않고 있습니다.”

산산은 아무것도 모르고 있는 듯했다. 이미 예상했던 바였다.

“곡주님을 만나 뵐 수 있을까요?”

“물론입니다.”

산산이 다른 동료들을 오던 길로 내보내고 무흔 일행을 안내했다.

매화곡주 기소진이 머무르는 전각은 예전에 방문했을 때와 변한 점이 없었다. 구석구석을 아기자기하게 꾸민 장식이 눈에 띄는 것도 여전했다.

중년이 되어서도 여전히 미모를 잃지 않은 기소진 또한 예전과 큰 변화가 없었다. 다만 과거 대비 안색이 다소 창백해진 것이 눈에 띄긴 했다.

“무흔입니다. 예전에 서옹 어르신과 들린 적이 있습니다만.”

매화곡 첫 방문 이후 이곳에 왔을 때, 무흔은 매화곡주와 만난 적이 없었기에 다시 자신을 소개했다.

“알아요. 옥상이에게서 많이 들었어요.”

기소진이 차분하게 인사를 받았다.

“소곡주님의 소식 못 들으셨는지요?”

무흔의 질문에 기소진은 고개를 저었다. 어딘지 모르게 그 표정이 쓸쓸해 보였다.

알아낼 것이 없다고 판단한 무흔은 떠나겠다고 통고했다.

“그럼 전 바로 본산으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아, 잠깐만요.”

기소진이 급하게 손을 저었다.

“밥때가 되었으니 식사라도 하고 가시죠. 먼 곳에서 급하게 오셨는데 바로 보내는 것은 예의가 아닐까 합니다만.”

기소진이 두 사람에게 식사를 권유하며 산산에게 상을 차려올 것을 명령했다.

바로 떠나는 것도 예의가 아닐 듯하여 무흔은 옥소마희에게 의견을 물었다. 긴 여행에 지친 그녀도 흔쾌히 동의했다.

 

***

 

매화곡에서 차려 준 음식으로 오랜만에 제대로 된 정찬을 먹게 된 무흔과 옥소마희는 매화곡주 기소진에게 감사를 거듭하며 배를 채웠다.

밥을 먹은 후, 차를 마시며 그들은 잡담을 나눴다. 분위기는 매우 좋았다.

“서옹 어르신에게 훗날 무공 승부를 장담하셨다고 들었습니다만.”

“다 옛날 철없던 시절 이야기죠. 그분은 제자를 들이지 않으셨고, 전 한 문파를 이끌다 보니 앞으로 그럴 일은 없을 것 같네요.”

무흔은 예전에 각자 제자를 길러 비무하기로 했다던 서옹의 말을 떠올렸다. 잠시나마 서옹이 그를 제자라고 우기던 것도 기억나고.

자연스럽게 대화는 은옥상의 행방으로 이어졌다.

“그러니까 최근에 한 번도 못 보셨다는 말씀이시죠?”

“옥상이 가끔 오랫동안 자리를 비울 때가 있어요. 지금이 그때인가 봅니다.”

별달리 걱정하지 않는 듯하면서도 얼굴에 살짝 당황함이 엿보였다.

무흔이 의아하다고 생각을 하던 찰나 현가빈의 안색이 확 변했다.

“사…… 상공! 도…… 독이!”

현가빈이 경련을 일으키며 탁자에 엎어졌고, 찻잔이 뒤집히며 차가 쏟아졌다. 파리해진 현가빈의 안색과 그녀의 반응으로 보아 독에 중독된 것이 확실했다. 독이 음식에 있었는지 차에 있었는지 그것도 아니면 찻잔에 있었는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서…… 설마?”

벌떡 일어서던 무흔 역시 힘없이 주저앉았다.

그의 반응에 기소진이 조용히 말했다.

“두 사람에게 미안하네. 어쩔 수 없었어.”

어이없는 반응에 무흔이 기소진을 향해 소리치려는 순간이었다.

안쪽에서 두 장한이 나타났다. 한 사람은 붉은 머리에 건장한 중년인, 다른 한 사람은 메마른 체구의 청년이었다.

매화곡은 여인들의 문파여서 남자가 없다. 그런데 곡주가 머무는 전각 내실에서 남자가 모습을 드러냈다는 점은 사전에 곡주의 허락을 받지 않았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거들먹거리면서 접근한 두 장한이 기소진의 옆에 서서 무흔과 옥소마희에게 소리쳤다.

“흐흐, 무향단장산에 중독되면 일각을 버티지 못한다. 잘 가라. 애송이들.”

두 사람의 정체를 알아본 현가빈의 입에서 신음이 새어 나왔다.

“귀수탈혼과 낙혼혈부!”

무흔 또한 두 사람의 정체를 금방 파악했다. 백사도에서 수라조옹과 함께 등장했던 놈들이다. 남궁이화와 장후성과 싸우다가 도망쳤다더니 이곳에서 나타났다.

무흔 또한 아는 듯한 반응을 나타내자 낙혼혈부가 자신의 상징인 거대한 도를 들고 위협했다.

“흐흐, 백사도에서 수라조옹과 싸웠던 죽립인이 네놈이라고 하더군. 오늘 그 복수를 해 주마.”

낙혼혈부의 도가 허공을 가르며 그대로 무흔의 목을 내리쳤다. 중독된 무흔이라면 절대 피할 수 없는 상황. 낙혼혈부는 목이 떨어져 나갈 거라 확신했다.

콰직!

놀랍게도 무흔이 사라지고 무흔이 앉아 있던 의자에 도가 박혔다.

“어?”

무흔이 피하리라고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낙혼혈부가 당황해서 몸이 굳어진 순간 그의 가슴에 커다란 구멍이 뚫렸다.

푸욱-

무흔의 수강이 낙혼혈부의 가슴을 꿰뚫은 것이다.

주위로 피가 뿌려지며 안면이 일그러진 낙혼혈부의 신형이 탁자에 그대로 엎어졌다.

“이……, 이게 어떻게 된…….”

생각지도 못한 전개에 귀수탈혼 역시 무흔과 기소진을 보며 눈동자만 굴렸다.

무흔의 수강은 멈추지 않았다.

낙혼혈부를 처리한 무흔의 신형이 순식간에 옆으로 미끄러지며 귀수탈혼의 바로 옆에 나타났다.

“헉!”

놀란 귀수탈혼이 뒤로 물러서려는 순간 그의 몸이 뻣뻣하게 굳었다. 마혈이 제압된 것이다.

무흔이 귀수탈혼의 멱살을 잡으며 외쳤다.

“해약을 내놓아라!”

“너…… 넌 독에 중독되지 않았더냐?”

“만독불침인데 중독은 무슨…… 해약은 어디 있느냐?”

귀수탈혼이 넋이 나간 표정으로 눈동자만 끔뻑였다. 만독불침이란 말을 도무지 믿지 못하는 듯했다.

무흔은 녀석의 옷자락을 뒤졌으나 해약을 찾을 수 없었다.

귀수탈혼이 득의의 웃음을 터트렸다.

“크하하! 무향단장산의 해약은 없다. 애초에 죽일 생각이었기에 해약을 가져오지 않았다.”

녀석의 말을 믿기 어려웠으나 지금 해약이 없는 것은 확실했다.

무흔은 안면을 굳히며 싸늘하게 말했다.

“그것으로 네놈의 목숨이 단축됐다. 잘 가라!”

시간이 없기에 무흔은 녀석과 흥정을 벌일 생각이 없었다. 그의 손에서 다시 수강이 날카롭게 형성됐다.

푹!

귀수탈혼의 가슴에서 피가 뿜어져 나왔다. 귀수탈혼도 낙혼혈부와 마찬가지로 탁자 위로 엎어졌다.

무흔의 시선이 매화곡주 기소진에게 향했다.

안면이 파래져서 기소진이 말을 더듬었다.

“나…… 난 저들의 협박을 받아 차…… 차에 독을 풀었을 뿐이네. 미…… 미안하네. 저들이 옥상이의 목숨으로 위협하다 보니…….”

어디까지 믿어야 할지 무흔은 일순간 혼란스러웠다.

그는 옆에 서 있는 매화곡 제자 두 사람에게 시선을 돌렸다. 산산과 다른 한 제자 또한 고개를 숙이며 울먹였다.

“고…… 곡주님을 살려 주세요. 저들이 위협해서 어쩔 수 없었어요. 지, 지금 소곡주님은 본산에 감금되어 있어요. 두 분에게 독을 쓰지 않는다면 소곡주님께 해를 가하겠다고 해서…….”

성질 같아선 매화곡주와 그 제자까지 죽여 버릴 생각이었다.

하지만 곡주는 은옥상의 사부이자 서옹의 친구다. 이들을 죽인 후 은옥상을 볼 낯이 없었다. 이들이 그를 죽이려 한 것은 사실이지만, 정말 마교의 위협을 받아서 어쩔 수 없었다면 과연 이들을 죽여야 할까.

무흔은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기소진을 노려봤다.

“으으음.”

탁자를 잡고 간신히 버티던 현가빈의 상체가 옆으로 넘어갔다. 그녀의 안색에는 핏기가 완전히 사라졌고 얼굴과 몸에 붉은 반점이 뚜렷하게 드러났다. 독에 중독된 징후였다.

자칫하면 현가빈이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무흔은 황급히 그녀를 안았다.

“일단 치료부터 하고 잘잘못을 따져봅시다.”

경고의 일성을 발한 무흔은 현가빈을 안고 내실로 들어갔다.

“정신이 들어?”

“으…….”

현가빈을 가부좌로 앉힌 후 그녀의 몸을 붙잡았다. 아직 간신히 의식이 남아 있었다.

“내가 도와줄 테니 운기를 시작해.”

“사…… 상공…….”

현가빈이 반쯤 정신이 나간 상태에서 몸을 휘청거렸다. 지금 정신을 잃는다면 정말 죽음의 문턱을 넘어가는 순간이 된다.

무흔은 그녀의 명문혈에 손바닥을 붙이고, 자신의 공력을 그녀의 몸으로 밀어 넣었다. 현가빈의 내력이 다소 저항했으나 무흔은 상관하지 않고 강제로 그녀의 내기를 순환시켰다.

“으으음.”

통증을 느끼는 듯 그녀의 입에서 신음이 새어 나왔다.

무흔의 내력은 만독불침이라 현가빈의 중독을 완전히는 아니더라도 상당 부분 해독할 수 있다. 그와 그녀의 내력이 비슷한 유형이라면 치료가 원활하겠지만, 예상외로 차이가 꽤 컸다.

때문에 무향단장산을 해독하는 정도가 최선이었고 내력 치료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통증이 계속되며 현가빈의 몸에서 땀이 쏟아졌다. 놀랍게도 독에 중독된 그녀의 땀은 시커먼 빛을 띠며 온몸을 적셨다.

효과가 있음을 확인한 무흔은 계속해서 현가빈의 운기를 도왔다.

점차 경련을 일으키던 현가빈의 몸이 안정을 되찾으면서 흘러내리던 땀 역시 맑아졌다.

거의 반 시진이 지나서야 무흔은 내력 주입을 멈추었다.

지금부터 현가빈은 독자적으로 운기조식에 들어가야 한다. 아마도 다시 원상태로 회복하려면 적어도 하루 이상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무흔은 조용히 일어나 밖으로 나왔다.

매화곡주 기소진과 그 제자 둘이 초조한 표정으로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잘 되었나요?”

“그렇습니다만…….”

무흔은 무거운 표정으로 기소진을 노려보았다. 지은 죄가 있기에 기소진은 입을 다물고 머리를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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