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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림 속의 엑스트라 194화

무료소설 무림 속의 엑스트라: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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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무림 속의 엑스트라 194화

194화. 마교행 (4)

 

 

 

만박노사가 이곳에 들린 이유 역시 서옹과 다르지 않았다.

무흔의 실종에서 뭔가 심상치 않음을 눈치챈 것이다. 특히 그는 최근 들어 요동치는 강호 정세와 무흔이 전했던 각종 정보를 바탕으로 무흔이 무엇을 하고 있을지 어렴풋하게 추적할 수 있었다.

사실 그 누구보다 무흔을 높게 평가했던 만박노사이기에 지금 상황을 그냥 내버려 둘 생각이 없었다.

“서옹, 무흔을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이 있을 것 같네.”

“에잉? 그럼 그놈이 지금 어디로 갔는지 알고 계신단 말입니까?”

만박노사는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그놈이 어디로 갔습니까?”

“마교.”

만박노사의 대답에 서옹의 안색이 얼어붙었다.

“우리도 지원병을 보내야겠습니다.”

서옹은 그제야 만박노사의 의지를 읽었다.

“설마…… 마교와 전면전이라도 벌이시려고요?”

“그건 아닙니다. 전면전은 시기상조이고 우리가 불리합니다. 그보다는 소수가 마교로 잠입해서 무흔을 돕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풍사검객을 만나야겠습니다.”

만박노사가 발걸음을 옮겼다.

서옹이 급히 그를 따라가며 물었다.

“용봉대 전체를 움직이려고요?”

“아무래도 믿을 게 용봉대뿐이라…….”

서옹은 만박노사의 목소리에서 확고한 의지를 읽었다. 책사이니 현재 상황을 확실하게 파악하고 있을 것이다.

서옹은 바삐 걸어가는 만박노사의 발걸음을 따라가며 허허로운 웃음을 터트렸다.

“허허, 무흔 그놈이 이번에는 진짜 일을 벌이나 본데.”

 

***

 

무흔과 현가빈은 말을 타고서 주야를 가리지 않고 이동했다.

가능한 체력을 비축하려고 애썼지만, 급한 마음에 자꾸 무리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럴수록 객잔이 아닌 야외에서 노숙하는 일도 흔해졌다.

무흔은 현가빈에게 자주 미안함을 표현했으나 현가빈은 전혀 개의치 않았다. 사실 그녀가 더 마음이 급했다.

달이 없는 오늘 밤에도 그들은 야산에서 노숙하게 됐다.

날씨가 많이 풀려서 봄기운이 완연했다. 밤을 지새우기에 한결 편해졌기에 그나마 다행이었다.

두 사람은 산길을 헤매다가 산 중턱에 세워진 작은 사당에 자리 잡았다. 사당 안에는 각종 토신을 모신 신상이 몇 개 있었고, 그 신상에는 거미줄과 먼지가 자욱했다.

그들은 사당 외부에 말을 메어 놓고 입구 부근에 깔개를 깐 다음 나란히 마주 앉았다. 이제는 자주 함께 노숙하다 보니 어색함이 사라졌다.

무흔은 팔베개하고 누워 눈을 감았다.

“너도 얼른 자거라. 내일 아침에 일찍 떠나려면.”

이런 상황이 한두 번이 아닌지라 현가빈은 무흔에게서 약간 떨어진 곳에 적당히 자리를 잡고 누웠다.

오늘따라 이상하게도 잠이 오지 않았다. 해가 떨어지고 꽤 시간이 흘렀으니 아마 삼경이 다가오고 있을 것이다.

몇 번 뒤척거리던 그녀는 잠을 포기하고 다시 상체를 일으켜 옥소를 잡았다. 오랜만에 한 곡 뽑고 싶어졌다.

삘리리리-

조용한 산속에 옥소 소리가 퍼져 나갔다. 그녀가 선택한 곡조는 무흔을 깨우지 않으려고 선택한 잔잔한 곡이었다.

얼마나 옥소를 불었을까.

갑자기 사당 밖이 소란스러워지더니 낡은 사당 문이 덜컥 열렸다.

“야밤에 시끄럽게 잠을 방해하는 자가 누구냐?”

난데없이 한 노인이 안으로 벌컥 들어왔다.

노인은 옥소를 들고 있는 현가빈을 보고는 다시 손으로 눈을 비볐다. 이런 산속에서 엄청난 미인을 만났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는 모양이었다.

“귀…… 귀신은 아니겠지?”

노인의 말에 대답하는 자들이 있었다. 노인의 뒤로 세 명의 장한이 나타났다.

“귀신이라도 처녀 귀신 아닙니까?”

“귀신 중에서 처녀 귀신이 제일 무섭다는 말 몰라?”

“처녀 귀신은 성불을 못해서 그런 거라니까요. 성불해 주면 승천합니다.”

나타난 세 장한이 키득거리며 자기들끼리 말을 주고받았다.

현가빈은 조용히 나타난 사람을 살폈다.

모두 넷. 같은 일행, 그것도 매우 가까운 사이로 느껴졌다. 넷의 무공은 강호에서 꽤 알아줄 높은 수준이었으나, 옥소마희인 그녀 앞에선 사실상 고양이 앞의 쥐에 불과한 경지였다.

현가빈은 아무 말 없이 네 장한을 노려봤다.

그녀가 가만히 있자 두려움에 얼었다고 생각한 네 장한이 안으로 불쑥 들어왔다. 사당 내부를 쓱 훑어본 녀석들이 그녀의 앞에 앉았다.

“오, 천하절색인데요?”

한 녀석이 가장 연장자인 노인에게 말했다.

“흐흐, 야산에서 이런 미인을 만나다니 복이 터졌구나.”

노인이 현가빈에게 바싹 얼굴을 내밀며 그녀를 징그러운 눈빛으로 훑었다.

현가빈은 무례한 네 장한을 향해 인상을 찌푸리며 어떻게 처리할지를 고민했다. 귀찮은 일은 딱 질색인 데다, 한시가 급한 그녀는 이들이 조용히 물러나 주기만을 바랐다. 게다가 잠이 든 무흔의 신경을 거스르는 것도 내키지 않았다.

노인이 현가빈 앞에 바짝 다가앉으며 말문을 열었다.

“흐흐, 내가 누군지 아느냐? 허허, 두려워서 입을 열지 못하는군. 내가 바로 황하색신이라고…… 이 동네에선 꽤 유명한 대협이니라.”

당연히 현가빈은 황하색신이란 별호를 들어 본 기억이 없었다.

이들 넷은 바로 황하사신이었다.

산동에서 개봉으로 오던 도중에 무흔과 만난 적이 있던 자들이다. 황하색신을 구해서 다시 뭉친 그들은 이후 하북으로 돌아가기를 포기했다. 무림공적으로 낙인찍혀 있었기에 새로운 곳으로 옮겨 삶을 영위할 생각이었다.

그리고 그 새로운 곳이 바로 사천이었다.

즉 공교롭게도 황하사신은 사천으로 이동 중인 상황이었다.

“크크, 우리는 황하사신이라 하지. 큰 형님이 황하색신이고, 둘째 형님이 황하주신, 셋째가 황하도신, 막내인 내가 바로 황하살신이다. 강호에서 유명세를 날린 별호니 들어 봤을 것이다.”

막내인 황하살신이 겁을 주려는 목적으로 자신들을 소개했다.

여전히 현가빈은 눈만 끔뻑거렸다.

“너 설마 색마가 뭔지 모르는 것이냐?”

황하색신이 현가빈의 눈앞에서 손을 휙휙 저었다.

현가빈의 표정에는 여전히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

“흠, 백치미인가? 예쁘긴 하다만…….”

황하색신이 다소 기분 나쁜 표정으로 투덜댔다. 그는 두려워서 벌벌 떠는 여자를 요리하기를 더 좋아했다.

그 기분을 눈치챈 황하살신이 킥킥대며 웃었다.

“이처럼 아름답고 겁 없는 여자는 예전에 형님 구하다가 겁탈했던 그년 이후로 처음입니다.”

황하색신은 그날의 무서웠던 그 여자를 떠올렸다.

그 여인이 큰 부상 중이라 아무 문제없이 겁탈 가능했다. 엄청난 무공의 소유자라지만 크게 다치면 고수라도 소용없다. 어쨌든 놀라운 미모 덕에 제대로 해치웠다. 그 여자는 분노를 표출했지만 그렇다고 저항하지도 못했다. 그렇게 재미를 본 후 그녀를 죽였다. 후환이 두려웠으니까.

당시를 떠올리며 황하색신은 현가빈을 살폈다.

어째 이 여인 또한 미모가 눈에 띄게 놀라웠다. 그는 눈앞의 여자가 그의 일생에서 손에 꼽을 그런 업적이 될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탈출한 이후 어째 운이 연속으로 좋은 것 같아 그는 대소를 터트렸다.

낄낄대던 황하살신의 눈에 현가빈이 들고 있는 옥소가 들어왔다. 생각해 보니 그녀가 부는 옥소 소리에 끌려 이곳에 들어왔었다.

“흐흐, 옥소를 잘 불던데 한 곡조 뽑아보거라.”

황하살신이 느긋한 표정을 지으며 현가빈에게 권유했다.

현가빈은 무덤덤한 표정으로 옥소를 입에 물었다.

삘리리리-

슬픈 음조의 옥소 소리가 사당 내부를 울렸다.

“오! 잘 부는데?”

황하색신이 감탄사를 연발하며 슬금슬금 현가빈에게 다가갔다. 아름다운 자태로 옥소를 부는 여인을 보니 슬슬 색욕이 동한 것이다.

황하색신의 뒤에서 동생인 나머지 셋도 현가빈의 자태에 침을 질질 흘렸다.

부드러운 음색이 이어지더니 점차 옥소 소리가 고조되었다.

감정을 달래 주던 음악 소리가 어느새 이상하게도 머리를 쿡쿡 찌르는 날카로운 소음으로 바뀌었다.

소리를 참던 황하색신이 멈추게 하려고 손을 뻗었다.

“그……, 그만…….”

하지만 황하색신은 손을 뻗을 수 없었다. 오히려 머리를 감싸 쥐고 고통스러운 신음을 발했다.

갑작스러운 변고에 황하살신을 비롯한 동생들 역시 현가빈을 향해 몸을 날리려 했다.

“크악!”

황하사신 모두 자지러지는 듯한 비명을 남기며 몸을 비틀었다.

옥소 소리가 더욱 높아졌다.

황하색신을 비롯한 활하사신 모두의 눈과 코에서 피가 줄줄 새어 나왔다. 가공할 음공이었다.

풀썩-

네 장한이 모두 견디지 못하고 짚단처럼 쓰러졌다. 누워서 경련을 일으키던 그들은 마지막 비명을 지르고 생을 마감했다.

현가빈의 옥소 소리는 멈추지 않았다. 음정이 계속 높아지던 소리는 이제는 귀에도 들리지 않을 만큼 고음으로 바뀌었다.

푸스스스-

놀랍게도 네 장한의 육신이 가루가 되어 흩날렸다. 무지막지한 음파에 시체마저 소멸되는 현상이 일어난 것이다.

황하사신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을 때 현가빈은 옥소 연주를 멈추었다.

“이것들 완전 쓰레기였군.”

그녀는 싸늘한 눈빛으로 주위를 살펴보다가 무흔에게 시선을 돌렸다. 마치 작금의 소동을 전혀 모르는 듯 여전히 눈을 감고 자고 있었다.

“다행히 상공께서 잠을 방해받지 않으셨네.”

물론 그녀도 안다. 무흔이 저 불한당 넷이 들어온 것을 모를 리 없다. 하지만 그가 직접 일어나지 않고, 그녀 선에서 간단하게 해결했으니 다행이라 생각했다.

그녀는 옥소를 한쪽에 치우고 조용히 무흔 옆에 누웠다.

이렇게 손만 뻗으면 서로 닿을 위치에서 잠을 자건만 신기하게도 무흔은 한 번도 그녀를 쳐다본 적이 없었다.

생각해 보면 무흔은 소교주인 은옥상에게도 그랬던 것 같다.

그의 옆에 있을 수 있는 여자는 어떤 사람일까?

복잡한 생각은 거기에서 멈추었다. 그녀는 지금 현재에 적응하기로 했다.

어쨌든 그녀는 새롭게 익힌 음공을 시험해 보게 되어 대단히 만족스러운 밤을 보냈다.

 

***

 

실내를 밝히는 촛불이 한차례 흔들렸다.

은옥상은 촛불의 흔들림에서 누군가가 방안에 들어왔음을 알아챘다. 아마 사마극일 것이다.

그녀는 천천히 몸을 돌렸다. 역시 예상대로 검은 무복을 입은 사마극이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왔어요?”

“은 사매, 오늘은 기분이 어때?”

“나쁘지 않아요.”

“이젠 많이 적응되었나 보구나.”

사마극의 입가에 잔잔한 미소가 감돌았다.

은옥상은 자신의 전각에 머무르고 있었다. 지난번 한빙소의 물을 뜨다가 사마극에게 사로잡힌 이후 그녀는 계속 자신의 전각에 머무르고 있었다.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은 예전과 달라지지 않았지만 실상은 큰 차이가 있었다.

사실상 은옥상은 이곳에서 감금 상태였다. 외부로 나갈 수 없었으니까.

그날 사마극에게 잡힌 이후 은옥상은 두 가지를 요구받았다.

그녀 밑에 있던 세력을 모두 넘기고 사마극과 결혼할 것. 거기에다 그날 펼쳤던 무공인 천마합을 알려주는 것이다. 당연히 그녀는 거부했고, 수락할 때까지 이곳에 사실상 감금되었다. 그녀를 바로 죽이지 않고 회유를 시도한 가장 큰 이유는 마교의 민심 때문이다. 은옥상은 마교인 모두가 사랑하는 꽃이었으니까.

그녀는 전각 밖으로 나갈 수도 없고, 찾아오는 손님도 만날 수 없었다. 모든 일이 철저하게 사마극의 통제하에 들어갔다. 물론 외부에는 그녀의 건강이 나빠져서 외출하지 않는다고 알려졌다.

덕분에 이곳 전각을 출입하는 사람은 사마극과 사마극의 부하뿐이었다.

“내공을 쓰지 못해 답답하겠지만 참아. 내 요구조건만 수락하면 당장 풀어 줄 테니까.”

“아직은 굴복할 만큼 지치진 않았어요.”

“반가운 소리군. 나도 쉽게 굴복하는 여자는 싫거든.”

사마극이 빙그레 웃으며 대화를 전환했다.

“좋은 소식 알려 줄까?”

은옥상이 반색하며 그의 말을 기다렸다.

“네가 기다리는 옥소마희와 무흔이 사천성에 입성했다.”

그 두 사람은 은옥상이 이곳에서 기다리는 유일한 희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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