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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림 속의 엑스트라 193화

무료소설 무림 속의 엑스트라: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075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무림 속의 엑스트라 193화

193화. 마교행 (3)

 

 

 

본능이 경고를 울렸다. 이건 위험하다고. 무흔이 위험하다고.

백단영은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

지금까지 무흔이 여러 차례 매화곡을 제집처럼 드나들었지만, 이런 기분이 든 것은 처음이었다. 매화곡이든 마교이든 그곳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고 무흔은 이것을 해결하기 위해 떠났을 것이다. 무슨 일인지 상상조차 되지 않았지만.

“위험해.”

“응?”

백단영의 말을 이해하지 못한 남궁이화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내가 가봐야 할 것 같아.”

백단영의 입에서 단호한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남궁이화는 그녀의 결심을 막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

“매화곡으로?”

“그래, 매화곡에 가면 뭔가 단서가 나오겠지.”

“너무 멀리 가는 거 아냐?”

“아니, 가야 해.”

백단영은 조금도 물러서지 않았다.

남궁이화는 한발 물러나 백단영을 조용히 주시했다. 어째 결심한 그녀의 표정이 심상찮았다.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는 찰나 곁에 있던 양이설이 말을 걸어왔다.

“아무래도 심상치 않죠? 뭔가 위험한 일에 휘말린 것 같죠?”

“네, 그래요. 얼른 따라잡아야 할 것 같아요.”

백단영이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저도 같이 갈게요. 대호 씨도 같이 가겠다네요.”

대호는 무흔의 절친한 친구다. 무흔이 위험하다고 하니 앞뒤 가리지 않고 같이 가겠다고 했다.

순식간에 무흔을 찾으러 갈 원정대가 꾸려졌다. 백단영에 양이설과 대호.

그제야 남궁이화는 자신이 뭔가 오판을 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그 위험이 정말 위험을 뜻하는 것이었나?

무흔이 위험하다는데 그녀 또한 가지 않을 수 없다. 무흔도 무흔이지만, 친구인 백단영도 위험에 빠질 수 있다. 당연히 남궁이화도 끼어들었다.

“그럼 나도 같이 갈래.”

백단영은 거절하지 않았다. 남궁이화에게도 위험한 일이겠지만, 한 사람이라도 손을 맞대면 유리하니까. 특히 남궁이화 같은 고수라면 더더욱.

“두 시진 후에 바로 출발할 거예요. 얼른 준비하세요.”

백단영은 모두를 재촉했다.

 

***

 

온종일 관도를 달리다 날이 어두워져서 객잔에 들어간 무흔과 현가빈은 저녁밥을 먹고 방을 잡았다.

각자 방으로 들어가면서 무흔이 말했다.

“조금 후 이쪽으로 건너와.”

무심코 알았다고 대답한 현가빈은 방안에 들어온 후부터 좌불안석이 됐다.

갑자기 무흔이 왜 자신을 찾는 것일까.

그녀는 마음을 정리한 다음 무흔의 방으로 갔다.

“무슨 일인가요?”

아무 일 없다는 듯 무흔 앞에 앉아 있으려니 무흔이 질문했다.

“음악에 조예가 있어?”

“음악요?”

“옥소를 부니까.”

옥소 이야기가 나오자 현가빈은 옥소를 만지작거리면서 대답했다.

“어릴 때부터 옥소를 불었어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검 대신 옥소를 가지고 다니게 되었죠. 전 옥소를 단봉처럼 활용하지만 검에 비해 부족하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어요.”

이 정도라면 충분한 답이 되었을 것이다. 내심 긴장하고 있는 현가빈에게 재차 질문이 떨어졌다.

“그럼 음공은 어느 정도 하지?”

물어보나 마나 한 질문일까.

옥소마희는 옥소를 이용한 음공으로 마교를 주물렀으니까.

어떻게 설명할 방법이 없어 그녀가 머뭇거리고 있자니 무흔이 씨익 웃으며 말했다.

“내가 요즘 음공에 관심이 생겼거든. 나에게 음공 한 번 써볼래?”

“위…… 위험할 텐데요?”

그녀의 음공은 웬만한 무림고수라도 견디기 쉽지 않다. 이를 모를 무흔은 아니다.

“괜찮아. 내공을 조금 죽이고 해 봐. 옥소 소리도 듣고 싶고.”

거듭된 요청에 어쩔 수 없이 현가빈은 옥소를 입에 물었다.

삘리리리-

옥소 소리가 구성지게 방안을 울렸다. 음공의 달인인 그녀에게 소리를 제어하는 일은 아무것도 아니다. 옥소 소리는 방안에만 머물 뿐 밖으로 새어 나가지 않았다.

무흔은 그녀의 연주에 감탄했다.

“듣기 좋네. 그럼 이제 나를 공격해 봐.”

현가빈은 머뭇거리다가 음공을 더욱 끌어올렸다. 방 내부를 떠돌던 음악 소리가 갑자기 한쪽으로 집중되며 무흔에게 몰려갔다. 일반 사람이라면 이미 귀가 먹고 피를 토했을 수준의 강력한 공격이 시작됐다.

하지만 무흔에게 이 정도 공격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지금은 오히려 음을 감상하기에 더 좋은 상태였다.

“조금 더.”

무흔의 요구에 당황하던 현가빈은 옥소의 음파를 더욱 뾰족하게 만들어 무흔에게 집중했다. 검으로 따진다면 검강과 유사한 음파의 강기가 연신 무흔을 때렸다.

거의 반각 동안 계속된 음파의 공격을 묵묵히 받아 내던 무흔이 이윽고 손을 들었다.

현가빈은 연주를 멈추었다.

“이게 옥소 내부에서 내기를 정제해서 밖으로 뿜어내는 거지?”

“그렇긴 한데…….”

무흔이 추가로 몇 가지를 더 물었다. 현가빈은 무흔의 음공에 대한 지식이 범상치 않다는 생각을 하며 성심껏 답변했다.

그 질문이 점차 무공의 깊은 부분까지 넘어갔다. 그녀의 음공을 분해하면서 핵심 구결로 넘어간 것이다. 정상이라면 그녀는 이런 대화를 그만했을 것이다. 상대 무공의 핵심을 묻는 것은 무례한 짓이니까.

그런데 이상하게도 무흔에게는 모든 것을 털어놓았다.

이윽고 궁금증이 해소된 듯 무흔이 고개를 끄덕이며 질문을 끝냈다.

잠시 무흔은 혼자서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하는 듯했다.

“흐음, 그게 말이지, 음공이라는 것도 사실 무공의 한 종류잖아? 방금 보여 준 음파의 공격도 따지고 보면 검을 통해 검강을 뿌리는 초식과 차이가 없어. 옥소를 통해 강기를 형상화하는 과정만 다를 뿐. 오히려 옥소는 강기를 뿜어내기에 더 유리한 조건을 갖고 있지.”

무흔의 차근차근한 설명에 현가빈은 자신도 모르게 정신을 집중했다.

사실 그녀는 비급을 통해 음공을 배웠다. 지금까지 그녀에게 음공의 원리를 이처럼 조목조목 알려 준 사람은 없었다. 수련하다가 저절로 알게 된 막연한 내용이 무흔에 의해 체계가 잡혔다.

“그래서 말인데…… 내가 이렇게 바꾸어 봤거든.”

드디어 본격적으로 무흔은 음공의 새로운 이론을 얘기했다. 사실 옥소마희에게서 들은 내용과 만박노사의 비급에서 본 내용을 적당히 얼버무려 장점만 다시 뽑아낸 것이었으나 옥소마희는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음공을 조목조목 설명하는 무흔의 실력이 엄청났다.

한참 열정적으로 설명한 무흔이 그녀에게 손을 내밀었다.

현가빈은 얼떨결에 자신의 옥소를 그에게 넘겼다. 옥소는 그녀가 목숨만큼이나 사랑하는 물건이었다.

옥소를 받은 무흔이 짧은 곡을 연주했다.

그럴듯한 옥소 소리가 방안을 가득 채웠다.

곡을 마치고 만족스러운 표정을 짓던 무흔이 다시 옥소를 입에 물었다.

“잘 봐.”

본격적인 음공이 펼쳐졌다. 그 음공은 마치 음파가 무리를 지어 흘러가듯 실내를 떠돌더니 현가빈을 향해 몰려갔다. 곧바로 무지막지한 음파의 공격이 시작됐다.

현가빈은 내력을 끌어올려 공격에 저항했다.

놀랍게도 무흔의 음공은 그녀보다 훨씬 효과적이고 강렬했다. 처음 다루어 본 옥소에 처음 펼친 음공이라고 누가 믿을 수 있을까.

마치 옥소에서 무지갯빛이 뻗어 나가는 듯한 착각에 현가빈은 눈을 부릅떴다. 이것은 음공에서 새로운 경지였다.

곡이 끝났음에도 현가빈은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어때? 익혀볼 생각 없어?”

무흔의 질문에 그제야 현가빈은 현실로 돌아왔다. 눈앞에서 옥소를 다시 건네주는 무흔의 모습이 마치 마신처럼 느껴졌다.

눈을 반짝이는 그녀에게 무흔은 세부적인 내용을 설명했다. 그녀는 지금까지 막혔던 답답한 부분이 해소되는 기분을 느꼈다. 뭔가 새롭게 깨달은 영역. 아마도 이 느낌을 잘 간직한다면 그녀는 음공에서 최고의 경지에 닿게 될 것이다.

“그만 가봐.”

무흔의 통고에 현가빈이 화들짝 놀랐다.

자신의 방으로 돌아온 그녀는 무흔의 가르침을 되새기면서 행복에 잠겼다. 점점 무흔에 대한 궁금증이 커졌다. 그의 능력은 어디까지일까.

갑자기 마음을 달래고 싶은 기분에 그녀는 무심코 옥소를 입에 물었다. 방금 그의 입술이 닿았던 옥소다. 뜻밖의 생각에 화들짝 놀란 그녀는 부드럽게 옥소를 입에 물며 음공을 펼쳐 봤다.

 

***

 

한껏 인상을 우그러트린 서옹이 운경각에 등장했다.

매일 아침 먹던 따뜻한 절편을 먹지 못하게 된 그는 기분이 상해 있었다. 최근 들어 무흔의 외출이 더욱 잦아진 까닭이다.

최근에는 아무런 통보도 없이 갑자기 사라졌다.

예전에는 어디로 간다는 이야기라도 하고 사라졌는데, 이번에는 그런 전달마저도 없었다. 그가 이곳까지 왕림한 이유는 무흔을 잡아가기 위해서다.

“에잉, 심부름하기 싫어서 내뺐군.”

운경각 지하로 내려가면서 그는 소매를 걷었다.

“여기서 늦잠 자고 있으면 그냥…….”

벌컥 문을 연 그는 안에 있는 사람을 확인하고 깜짝 놀랐다. 무흔이 아니라 만박노사가 그곳에 내려와 있었다.

“헉? 노사께서 여기 웬일이십니까?”

만박노사 역시 서옹을 보고 깜짝 놀랐다.

“서옹께서는 여기 무슨 일입니까?”

“흠흠, 저야 원래 여기 자주 방문합니다만…… 무흔 녀석을 제가 맡고 있다 보니…… 노사께선 집무실이 바로 옆이어도 여기에는 한 번도 안 오셨지 않습니까?”

“허허, 나도 자주 오긴 했습니다.”

만박노사가 빙그레 웃으며 다시 무흔의 책상 위로 시선을 돌렸다.

책상 위에는 나무그릇 세 개와 물주머니 세 개가 놓여 있었다. 나무그릇은 깨끗하게 비어 있었고 물주머니에는 물이 가득했다.

그 장면을 본 만박노사의 표정이 굳어졌다.

“에잉, 이 녀석은 이곳에도 없군. 대체 어디로 간 거야?”

서옹이 툴툴거리며 주위를 훑었다.

잠시 생각에 잡혀 있던 만박노사가 서옹에게 물었다.

“무흔이 어디 갔는지 들었습니까?”

“아뇨, 모릅니다. 가장 친한 대호란 놈도 무흔을 찾겠다고 사라졌습니다. 예속 부대라 기강이…… 쩝.”

“본대에선 백단영과 남궁이화가 사라졌다더군요. 마찬가지로 무흔을 찾으러 간다고 했나 봅니다.”

만박노사가 용봉대에서 들어온 정보를 알려 주었다.

“허어…… 무흔에 백단영에 남궁이화에 대호까지? 에잉, 이것들이 단체로…….”

혀를 차는 서옹에게 만박노사가 굳은 표정으로 설명을 시작했다.

“얼마 전 정보부서로부터 들어온 소식에 따르면 마교에 변고가 발생했나 보더군요.”

무림맹 책사란 강호의 모든 정보를 가장 쉽게 손에 넣을 수 있는 신분이다. 당연히 마교의 정보 역시 그를 완벽하게 피할 수는 없다.

“그게 무흔의 실종과 연관되어 있습니까?”

“최근에 무흔은 한담, 열담, 한빙소의 물을 연구해 왔습니다. 이곳에 물주머니가 세 개인 것을 보니 한빙소 물도 확보한 모양이군요. 아마 무흔의 실종은 마교의 절대마령과 연관된 것 같습니다.”

책사의 말에 서옹이 갑자기 몸을 부르르 떨었다. 절대마령과 마화령 이야기를 어디에선가 들은 기억이 나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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