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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림 속의 엑스트라 190화

무료소설 무림 속의 엑스트라: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096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무림 속의 엑스트라 190화

190화. 황하사신 (5)

 

 

 

사전 작전 협의 때 황하사신을 기세 하나로 압박하던 무지막지한 무위를 떠올린 황하살신은 식은땀을 흘렸다.

저 무서운 중년미부를 저렇게 죽음 직전까지 만든 고수는 누구일까.

잠시 하북삼절을 떠올린 그는 곧바로 고개를 저었다.

자신이 이미 팽소문을 죽였으니, 남은 둘로서는 절대 중년미부의 상대가 될 수 없다. 아니, 셋이 모두 건장하더라도 중년미부의 상대가 될 수 있을까.

황하살신은 고개를 저으며 중얼거렸다.

“이곳에 누가 있어 저자를 저렇게 만들 수 있지?”

아무리 생각해도 해답을 얻을 수 없었다. 어쨌든 무시무시한 고수가 존재한다는 증거니까 빨리 이곳을 벗어나야겠다는 생각만 들었다.

다시 황하색신을 업으려는 순간 황하색신이 손을 저었다.

“그보다 저 사람을 데려와 봐. 아직 살아 있는 것 같은데?”

“우리가 지금 사람 살려줄 처지가 아닌데요?”

황하살신은 내키지 않았으나 대형의 명령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

정신을 잃고 신음을 흘리고 있는 북해검후를 질질 끌고 황하색신 앞에 놓았다.

북해검후는 어깨와 허벅지에 깊은 자상을 입은 데다, 높은 곳에서 떨어져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다만 고통이 상당한 듯 살짝 벌려진 입에서 끊임없는 신음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누구지?”

“저도 모릅니다. 엄청난 검법의 고수이고…… 정파인지 사파인지…… 우리를 도와준 것으로만 보면 사파인 것 같긴 한데, 현 강호에서 이런 정도의 무위를 가진 여자는 기억나지 않습니다.”

황하살신이 아는 대로 설명했다. 그는 북해검후와의 처음 만났던 장면까지 남김없이 이야기했다.

“흐음, 이 여자가 창살을 벴단 말이지? 나도 검법에 대해 조금 아는데 강철이 잘린 자국을 보면 엄청난 무공을 지닌 게 확실해. 그리고 스님인 동료가 있다고?”

“예, 같이 와서 형님을 구해주겠다고 제안했거든요.”

그 말을 들은 황하색신이 북해검후를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황하살신이 재빨리 손을 저었다.

“형님, 아무리 그래도 이 여자를 같은 편으로 끌어들이기는 어려워요. 무공도 무공이지만 지금 저 혼자서 형님이랑 이 여자마저 데리고 도망치긴 어렵습니다. 저대로 놓아두면 죽을 것 같긴 합니다만.”

황하살신의 눈에 씨익 웃음을 짓는 황하색신이 보였다.

“형님?”

황하색신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눈치를 챈 황하살신이 황급히 말렸다.

“혀…… 형님, 지금 시간이 없습니다. 언제 그 땡중이 나타날지도 모르고…….”

“괜찮다. 이 어둠 속에서 우리를 찾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이런 기회를 그냥 보내면 내 명성에도 금이 갈 것 아니겠냐.”

역시 달리 색신이 아니었다.

황하살신은 한숨을 터트리면서도 그를 말릴 수 없었다.

 

***

 

무흔과 백단영이 여관으로 되돌아왔을 때, 다른 일행 역시 모두 돌아와 대책을 논의 중인 상황이었다.

하북삼절의 첫째인 팽덕문은 황하주신을 쫓았으나, 어둠 때문에 결국 추적에 실패했다. 그는 아무런 성과 없이 돌아왔다.

셋째인 팽우문은 황하도신을 추적했으나 실패했고, 다시 반대편을 수색하다가 시신으로 변한 둘째 팽소문을 발견했다.

팽소문의 죽음에 두 사람은 분노했다.

남궁이화는 독자적으로 주변을 뒤졌으나 별다른 흔적을 찾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물론 백단영은 자신이 만난 새외의 두 고수에 대해 굳이 말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지금 바로 다시 추적해야 해. 아우를 죽인 자를 반드시 처단해야지.”

팽덕문이 분노의 일성을 발했고, 팽우문 또한 동조했다.

그들의 기분은 익히 알겠지만 당장은 때가 아니다. 무흔이 만류하려는 찰나 백단영이 나섰다.

“지금은 위험해요. 어둠 속이라 오히려 역습을 당할 우려가 커요. 팽소문 소협도 적의 기습에 당했을 겁니다. 날이 밝을 때까지 기다리는 게 좋아요.”

“그렇게 시간을 주면 적들은 더 멀리까지 도망칠 겁니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현실은 분명히 추적이 어렵다. 팽덕문과 팽우문이 흥분한 상태에서 정상적인 추적이 가능할 리가 없다.

“저들도 계속 도망칠 수 없어요. 특히 황하색신은 거동이 불편해서 멀리 갈 수 없고, 해가 뜬 후에는 이동을 멈추고 쉴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는 그때를 노리는 게 더 낫습니다.”

백단영이 열심히 상황을 설명하며 그들 두 사람이 이성을 찾기를 노력했다.

사실 지금 당장에는 어느 쪽으로 도망쳤는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추적이 쉽지 않다.

간신히 분노를 누그러트린 팽덕문과 팽우문이 무덤을 만들고 추모를 하는 동안 백단영과 남궁이화는 한발 물러서서 휴식을 취했다.

무흔은 한쪽 옆에 떨어져서 이 모든 과정을 지켜보았다.

강호에서 죽음이란 흔한 일이다. 정파와 사파의 대립과 싸움 역시 흔한 일이다. 어찌 보면 이런 혼란한 상황에서 목숨을 부지하는 방법은 고강한 무공이 아닐지 모른다. 그랬다면 강호에서 평범한 하수는 모조리 죽었을 테니까.

나아갈 때를 알고 물러설 때를 아는 것이 어쩌면 무공보다 더 필요하지 않을까.

“아가씨, 계속 하북삼절과 동행하실 건가요?”

그들도 빨리 개봉으로 돌아가야 한다. 용봉대에도 개봉에도 할 일이 많이 쌓여 있다.

백단영이 고개를 저었다.

“하루는 수색에 참여해 보고. 하지만 만족할 결과를 얻기는 힘들 것 같아. 내일부터는 다시 개봉으로 이동해야지. 저 사람들은 어떻게 움직일지 모르겠어.”

황하색신을 놓친 하북삼절은 무림맹으로 갈 이유가 사라졌으니, 다시 하북의 팽가로 돌아갈지 아니면 계속 무림맹으로 갈지는 그들만이 알 일이다.

 

***

 

개봉으로 돌아온 무흔은 두 번째 무림다루를 짓고 있는 공사 현장에 들렀다.

다른 곳보다 이곳에 그가 많은 신경을 쓰는 이유는 지하에 석빙고를 건설했기 때문이다. 사계절 내내 얼음으로 제조한 각종 음료를 판매하려면 석빙고의 존재가 필수였으니까.

“아! 냉장고가 그립다.”

“네? 무슨 말이세요?”

석빙고가 있는 지하로 가는 계단을 걸어 내려가면서 무심코 내뱉은 무흔의 한탄에, 함께 온 풍소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일일이 설명해 줄 재간이 없었기에 무흔은 바로 입을 닫았다.

그의 설계대로 지하 깊은 곳에 자리한 석빙고는 주변의 열이 전달되지 않도록 단열 설계로 무장했다. 이것만으로 완벽하게 해결되진 않겠지만, 미진한 부분은 빙공을 사용하면 충분하다.

이미 겨울이 지나가는 시점이었기에 석빙고 내부는 얼음으로 가득했다. 이 얼음으로 여름을 버텨야 한다.

“우와, 얼음이 정말 많은데요?”

넓은 공간을 가득 메운 얼음을 보며 풍소가 입을 쩍 벌렸다.

“이것도 아마 모자를 걸?”

“이 얼음으로 무엇을 할 건데요?”

“여름 되어 보면 안다.”

무흔은 끊임없이 궁금증을 물어 오는 풍소에게 대충 설명하며 완성된 내부를 쓱 훑어봤다. 예상대로 공사가 진행되어 상태는 아주 좋았다. 이대로 여름을 맞이하면 아마 무림다루는 개봉의 명물이 되지 않을까.

“아, 예전에 먹었던 그 이상한 얼음과자를 만드시려는구나. 그때까지 못 기다리는데…….”

풍소의 한탄에 어쩔 수 없이 손을 든 무흔이 가져온 식칼을 꺼냈다.

“좋아, 그럼 오늘은 맛만 보여 줄게.”

식칼로 가볍게 얼음을 갈아내면서 무흔은 앞으로 보통 사람도 손쉽게 얼음을 갈 수 있는 공구를 제작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가져온 나무 그릇에 갈아낸 얼음을 넣은 다음 단단히 밀봉했다. 바깥 기온이 여전히 차가워서 거의 녹지 않을 테지만, 준비는 완벽할수록 좋은 법이다.

석빙고 시찰을 완료한 무흔은 갈아낸 얼음을 한 그릇 가지고 연연의방으로 달렸다.

그곳에서 그는 양이설에게 팥빙수를 만들어 주도록 부탁했다.

이미 한차례 만들어 본 적이 있는 양이설은 손쉽게 팥빙수를 완성했다.

귀의와 곽연연, 남설약을 비롯하여 양이설과 풍소까지 모두 모여 팥빙수를 먹기 시작했다.

팥빙수를 입에 넣은 사람들은 입을 다물 줄 몰랐다. 이곳에서 간식거리라고는 당과 정도가 전부였으니, 팥빙수는 그야말로 혁신적인 제품이었다.

모두가 모여 화기애애하게 팥빙수를 먹는 장면을 구경하니 무흔도 흐뭇한 미소가 절로 나왔다. 더운 여름이 되면 이 팥빙수가 얼마나 끝내주는 제품이 되는지 익히 알기 때문이다.

쾅쾅-

갑자기 의방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제가 나가볼게요.”

양이설이 후다닥 일어나 밖으로 뛰어나갔다.

잠시 후 다급한 그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사부님! 밖으로 나와보세요. 급한 일이!”

무흔은 안면을 찌푸리며 의방 정문으로 나섰다. 연연의방에 자신과 관련된 급한 일이 뭐가 있을지 짐작조차 되지 않았다.

그렇게 막 문 앞으로 나선 순간 무흔의 표정이 굳어졌다.

양이설의 옆에 익숙한 여인 한 명이 비틀거리며 서 있었다. 바로 옥소마희 현가빈이었다.

“여, 여긴 어떻게?”

“그…… 급해요.”

현가빈의 상태가 좋지 않다는 사실을 한눈에 알아봤다. 평소와 다른 그녀의 남루한 행색도 문제였지만, 그녀의 몸 곳곳에 난 긁힌 상처와 지친 모습은 분명히 쫓기는 상황이란 것을 알 수 있었다. 그것도 꽤 깊은 내상을 입은 상태라 무공마저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까지.

무려 마교 서열 칠 위에 해당하는 강자인 그녀가 이런 몰골로 등장하리라고는 예상치 못했던지라 무흔은 말문이 막혔다.

“일단 들어와서 이야기해요.”

무흔이 현가빈을 안으로 들이려는 순간 둔탁한 소음과 함께 의방의 출입문이 와장창 뜯겨나갔다.

쿠웅-

문짝이 바닥에 떨어지며 둔탁한 소음이 일었다.

“뭐야?”

무흔은 안면을 일그러트리며 밖으로 나섰다.

의방 밖에 두 괴한이 그를 노려보고 있었다.

무흔은 한눈에도 그 둘이 심상치 않은 고수임을 눈치챘다. 더구나 그들에게서 풍기는 은은한 마기는 이들이 마교 출신이란 점까지 어렵지 않게 짐작 가능했다.

현재 마교는 사마극의 천하다. 옥소마희 현가빈은 무흔의 사람이자 은옥상의 휘하에 있으니, 아마 추적해 온 저 두 사람은 사마극의 심복일 것이다.

“씨펄, 문은 왜 뜯어…….”

그가 두 사람을 노려보고 있을 때 다시 밖으로 나온 현가빈이 그에게 정보를 주었다.

“저들은 구유마신과 흑천살성이에요. 서열 오 위와 십이 위에 올라 있는 자들이죠.”

서열 오 위라면 사실상 마교에서도 최강자에 속하는 자, 무림맹에서 거의 상대할 자가 없는 최강고수다. 그제야 옥소마희가 왜 저 꼴이 되었는지 이해가 됐다. 그녀 혼자서는 저 둘을 상대할 방법이 없었을 테니까.

“제법하는 놈들이군.”

무흔은 싸늘한 음성을 내뱉었다.

현가빈이 그의 옆에 붙으며 입술을 깨물었다.

“죄송해요. 저들을 몰고 와서. 어떻게든 제가 해치울게요.”

무흔은 그 말이 얼마나 공허한지 안다. 그녀가 정상일지라도 불가능한 일을 지금 내외상을 입은 상황에서 무슨 재주로 상대한단 말인가.

구유마신이 앞으로 나섰다.

“그년을 넘겨라. 그러면 이곳은 무사할 것이다. 거부하면 모두 다 죽는다.”

강한 협박이 들어왔다.

무흔은 그제야 예전에 이 녀석을 본 기억이 떠올랐다. 마교를 방문했을 때 전각에서 회의를 열고 사마극의 지지를 떠들던 녀석이다.

무흔은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이봐, 문짝이나 제대로 다시 달아 놓고 그딴 소리를 해. 문짝을 복구해 놓지 않으면 여기서 못 갈 줄 알아.”

그의 일갈에 구유마신과 흑천살성이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설사 사마극이라도 그들 두 사람을 이런 식으로 대하지는 못하니까.

“이놈이 우리가 누군 줄 알고…….”

“큭큭, 너희 둘! 뒤쪽에 연무장이 있으니 거기에서 보자. 오늘 개 패듯 패줄게.”

무흔이 바로 녀석의 말을 잘랐다.

현가빈이 옆에서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속삭였다.

“저들을 무시하면 안 돼요. 무려 서열 오 위라고요.”

무흔은 그녀에게 손을 내밀었다.

“신경 꺼라, 내가 처리하지. 그 옥소나 빌려줘 봐. 마교 서열 따위로 중원에서 왜 까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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