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림 속의 엑스트라 18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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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990회 작성일소설 읽기 : 무림 속의 엑스트라 184화
184화. 열담과 한담 (1)
백단영과 남궁이화의 눈망울이 초롱초롱했다.
두 사람 모두 무흔이 무극서생임을 알게 되었기에 신뢰가 깊어진 모습이다.
“내공을 향상하기 위해서입니다.”
“내공을?”
백단영이 의문을 표했다. 그녀가 알기로는 천상문에 간다고 해도 특별한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한담 기억하시죠?”
“한담에는 그 이후에 다시 들어가도 효과가 없었잖아?”
“그게 아니래요. 만박노사께서 장담하셨습니다.”
만박노사란 말이 나오자 신뢰가 깊어졌다.
“무한정은 아니지만 한 달 후에 다시 몸을 담그면 또 효과를 볼 것이라 하셨습니다.”
무공이 강해진다는 데 싫어할 사람은 없다. 특히 백단영은 천상문에 큰 애정이 있어 방문을 더더욱 좋아했다.
“천상심공과 반야금강선공을 익힌 아가씨께서는 한담에서 효과를 볼 거고요, 천단비화신공을 익힌 남궁 소저께선 열담에서 같은 효과를 볼 수 있을 겁니다.”
무흔의 장담에 남궁이화가 물었다.
“효과라면 얼마나?”
“아마도 지금보다 두 배가량요?”
남궁이화가 입을 쩍 벌렸다. 그녀로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엄청난 행운이었으니까.
갑자기 밤에 했던 무흔의 말이 떠올랐다. 내공이 지금 가장 필요하다고. 무흔이 하루 만에 그 해결책을 제시해 주었으니 그 은혜를 어떻게 다 갚을까.
“그런데 아가씨야 천상문 사람이니까 아무 문제없지만, 남궁 소저께서 열담에 들어가시려면 문주의 허락이 필요할 거예요.”
외부인에게 함부로 한담이나 열담을 허락해 주지 않을 것이다.
“그건 내가 알아서 해결해 볼게.”
백단영이 긍정적으로 장담했다. 사실상 천상문에서 그녀의 지위는 사백조에 해당하니 그녀가 주장하면 아무도 거절할 수 없을 것이다.
무흔이 천상문에 갈 생각을 한 이유는 정작 따로 있었다.
백단영이나 남궁이화의 내공을 키우고, 자신의 내공을 덩달아 향상하는 것도 중요한 목적이지만 천상문의 한담과 마교 한빙소의 관계를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은옥상이 한빙소의 물을 보내 주어 한담의 물과 비교 연구하다 보면 뭔가 엄청난 비밀이 풀릴지도 모른다는 기대가 있었다. 이것은 절대마령을 처리하기 위한 최소한의 필요조건이었다.
무지막지한 내력을 지난 절대마령을 상대하려면 사실상 그보다 내력이 우월할 수 없기에 이런 방법을 고민하게 됐다.
절대마령과 비슷한 상성을 지닌 백단영은 의외로 쉽게 가능할지도 모른다. 어쩌면 한담뿐이 아니라 열담에서도 해결책을 찾을지 모른다.
그런 기대를 품고 무흔은 한담과 열담의 물을 떠 갈 생각이었다.
모든 내용을 들은 백단영은 수긍하는 표시로 고개를 끄덕였고, 남궁이화는 놀랐다. 어젯밤의 일로 무흔과 다소 어색해지나 싶었는데 오늘은 오히려 감동을 얻었다.
“그럼 언제 가?”
백단영의 말에 무흔이 벌떡 일어났다.
“우리도 빨리 떠나야죠.”
그의 재촉에 두 여인의 행동이 빨라졌다.
***
세 사람의 여행길은 의외로 재미있었다.
무흔은 시간이 나는 대로 백단영과 남궁이화의 비무 상대가 되어 주었다. 두 사람은 무흔 덕분에 일취월장했고, 무공의 폭도 넓어졌다.
두 사람은 이전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잡다한 종류의 무공을 배웠다. 예를 들면 수상비 같은 무공이다.
남궁이화는 자신이 물 위를 달릴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에 기분이 최고조에 달했다. 이전에는 감히 상상치도 못하던 경지였다.
물론 무흔이 수상비를 가르친 이유는 따로 있었다. 앞으로 마교와 싸우려면 마교의 독문 신법인 마마환영비에 익숙해져야 하는데, 수상비가 바로 마마환영비에서 나온 것이니까.
백단영과 남궁이화의 놀람은 매우 컸다. 무공에 대한 무흔의 박학다식함이 끊어지지 않았으니까. 언제 이렇게 많은 무공을 습득했는지 놀랄 정도였다.
특히 어느새인가 남궁이화에게 무흔은 무극서생과 동일한 스승의 존재로 자리바꿈했다.
서두른 끝에 보름이 채 되지 않아 그들은 산동성의 천상문에 도착했다.
“와아! 사형!”
아교를 비롯한 천상사화가 무흔을 환영했다.
백단영에게는 단지 정중한 인사로 예의를 표했던 천상사화가 정작 무흔에게는 양쪽 팔에 매달리며 야단법석을 떨었다.
마치 친남매인 것처럼 서로 부둥켜안고 있는 것을 본 백단영과 남궁이화는 새삼 황당함을 느꼈다. 그들은 정작 한 번도 무흔과 저렇게 부대껴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제가 얼마나 강해졌는지 볼래요?”
“전 며칠 전에 이만한 멧돼지를 혼자서 때려잡았다니까요.”
“사형, 우리 샤브…… 그거 또 해 먹어요. 이번에는 제가 칼질할게요.”
천상사화가 무흔의 옆을 따라다니며 재잘댔다. 흡사 어미 오리를 쫓아다니는 새끼 오리 같다.
무흔은 그들의 말을 받아주면서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어쨌든 문주부터 만나 인사해야 한다.
천상문주인 천상선자 예서홍은 그들을 극진히 환대했다. 백단영과의 서열로 보면 당연한 일이기도 하지만, 그보다 실제로 백단영 때문에 천상문이 꿈틀거리며 부흥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저 덕분에 백가상단이랑 계약을 맺었습니다. 다음 달부터는 산동에서 낙양으로 이동하는 상단 호위를 맡게 될 것 같습니다.”
백단영이 천상문의 재정 문제를 해결하려고 신속히 조치해 준 효과가 나타났다. 규모가 작은 문파라서 그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됐다.
“요즘 사형께서 전수해 준 무공을 익히느라 문도 모두가 열심입니다.”
천상문주가 무흔에게도 감사를 표했다.
옆에 있던 천상사화가 재잘대며 끼어들었다.
“며칠 전에 의정문이랑 비무대회를 벌였는데 말이죠…….”
의정선자가 문주로 등극한 의정문은 천상문과 관계를 돈독히 하기 위해 일 년에 두 차례씩 비무대회를 벌이기로 했다. 무림에서 변방에 속하는 두 문파의 협력은 매우 바람직했다.
“우리가 근소한 차이로 이겼어요.”
천상사화가 신바람이 나서 자랑했다.
천상문에 비하면 의정문은 꽤 큰 문파다. 역사는 천상문이 더 오래되었을지 모르지만 제자의 실력은 비교가 되지 않았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천상문 문주조차 의정문의 주요 제자를 상대하기 어려울 정도였으니까.
그것이 불과 한두 달 만에 뒤집힌 것이다. 모두 무흔이 개발한 천상문 독문무공 덕분이다.
자랑하느라 침을 튀기는 천상사화를 제지한 문주가 뒤늦게 백단영 옆에 선 남궁이화를 의식했다.
“그런데 사저 옆에 계신 분은 누구신지요?”
외모와 풍기는 기도만으로도 범상치 않은 사람임을 눈치챈 그녀는 뒤늦게 인사했다.
“전 남궁세가에서온 남궁이화라 합니다. 백 소저와는 무림맹 용봉대에 같이 있습니다.”
“아! 남궁세가!”
남궁세가는 무림에서 가장 유명한 무림 세가다. 당연히 모를 리가 없다.
무려 남궁세가에서 온 손님이라 문주가 극진히 환영했다. 남궁이화는 타 문파를 방문할 때 이런 환대를 자주 받아보았기에 능숙하게 예를 표했다.
남궁이화는 백단영과 무흔에게 유달리 난리를 떠는 천상문이 잘 이해되지 않았지만, 굳이 드러내지 않았다. 이것도 그들 문파만의 특징일 테니 말이다.
***
“흐음.”
남궁이화는 눈앞에 놓인 고깃덩어리를 보며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녀의 손에 잡힌 것은 장검도 아니고 박도도 아닌 무려 푸주칼이었다. 이런 칼을 잡아본 것은 일생에 딱 한 번 있었다. 예전에 대정문 원정을 나갔을 당시 마을 아낙으로 분장하여 흑사방에 잠입했을 때다.
당시도 칼질이 서툴렀는데 지금이라고 잘할 리가 없다.
천상사화의 주장으로 그들은 무려 샤브 요리를 먹기로 했다.
천상사화는 각종 야채를 부지런히 씻으며 준비했고, 무흔은 요리에 필요한 각종 소스를 만들었다.
남궁이화에게 떨어진 임무는 소고기를 얇게 써는 일이다.
그녀는 부엌일을 할 줄 모른다고 항의했지만 무흔에게는 먹히지 않았다. 무흔이 쳐다보자 그녀는 바로 꼬리를 말고 푸주칼을 잡았다.
“흐음.”
그녀의 시선이 옆에 무흔이 시험 삼아 썰어 놓은 고기로 향했다. 그 고기는 마치 종이처럼 얇게 일정한 간격으로 조금도 흐트러짐이 없이 썰려 있었다.
“하아, 이게 가능한 걸까…….”
남궁이화는 푸주칼을 쳐다보며 눈을 의심했다.
생고기는 여간 칼날이 예리하지 않으면 잘 썰리지 않는다. 고기가 뭉개지거나 뜯겨나가 모양이 일그러진다. 그런데 무흔이 썰어 놓은 고기는 잘린 면이 깨끗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일까.
푸주칼을 아무리 살펴도 그리 날카로워 보이지 않았다.
“하압!”
남들이 보면 소고기를 써는 데 무슨 기합을 넣냐고 웃을 일이지만, 그녀는 내공까지 사용하여 칼질을 시작했다.
탁- 탁- 탁- 탁-
도마 위에서 푸주칼이 춤을 췄다.
처음 한둘은 얇은 박편이 되어 소고기가 떨어져 나갔다. 하지만 그 이후 한번 고기가 뭉개지자 바로 엉망이 됐다. 결과적으로 그녀가 쓴 소고기는 완전히 너덜너덜해져 떡이 됐다.
“흐이그!”
무흔이 한심하다는 듯 그녀를 째려봤다.
남궁이화가 한숨을 내쉬며 푸주칼을 내던졌다.
“난 부엌일은 할 줄 모른다니까요.”
다소 신경질적으로 반응하는 그녀에게 무흔이 피식 웃었다.
“잘 보세요. 다시 시범 보여 줄 테니.”
다시 시범을 보여 준다는 말에 그녀는 눈을 부릅뜨고 주목했다.
“이게 말이죠, 힘이나 내공으로 해치우려면 안 돼요. 고기의 결에 맞추어 부드럽게…… 순리대로 검로를 형성해야 제대로 됩니다.”
기껏 푸주칼을 들고 검로가 어쩌니 운운하는 것은 웃길 일이었으나, 남궁이화는 웃을 수 없었다.
다다다다-
무흔의 손에서 푸주칼이 춤을 췄다.
소고기가 박편이 되어 가지런하게 썰려 나갔다.
“오……!”
남궁이화는 눈으로 보고도 믿을 수가 없었다. 역시 무흔의 칼질은 신기에 가까웠다.
소고기 준비를 완료한 무흔이 그녀에게 말했다.
“고기 담아 와야지.”
후다닥 그릇에 고기를 옮겼다.
무흔은 숯불에 커다란 솥을 걸고 물을 팔팔 끓인 다음 야채를 푹 익혔다.
무슨 음식인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야채를 뜨거운 물에 데쳐 먹다니. 원래 야채는 무침해서 반찬을 만들거나 국에 넣어 먹던 게 아니었던가.
“자, 고기를 이렇게 푹 담갔다가 건져낸 후 여기에 찍어서 먹으면…… 오! 맛 죽이네.”
무흔이 시범을 보였다. 모두가 달려들어 요리를 먹기 시작했다.
남궁이화도 맛을 보고자 젓가락을 들었다.
자신이 잘못 썰어 떡이 된 고깃덩어리를 보자니 영 맛이 없을 것처럼 보였다. 아무래도 오늘 식사는 맛이 없어 고생할 느낌이다.
그래도 눈치가 보여 먹지 않고 수저를 접을 수도 없었다. 한편으로는 맛있다고 먹고 있는 주변의 사람들이 신기하기도 하고.
어쩔 수 없이 그녀도 나무젓가락으로 고기를 한 조각 집은 다음 물에 푹 넣었다. 그리고 무흔이 가르쳐 준 대로 입에 넣었다.
“우와!”
자신도 모르게 남궁이화는 탄성을 터트렸다.
이게 무슨 맛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그녀는 정신없이 고기를 하나씩 물에 넣고 익힌 다음 입에 집어넣었다. 꿀맛이었다.
“그거 야채랑 같이 먹어야 해.”
무흔이 그녀에게 핀잔을 줬다.
고기가 떨어질 때쯤 아교가 다시 고기를 썰어 가져왔다. 잘린 고기는 무흔이 썬 것처럼 깨끗했다.
“이건 누가 썰었어요?”
“제가 작업한 건데요. 최근에 이 요리를 먹으려고 연습을 많이 했거든요. 예쁘게 잘렸죠?”
아교가 밝게 웃으며 대답했다.
남궁이화는 알 수 없는 패배의 기분을 느꼈다. 무공이라면 누구에게도 지는 것을 싫어한 그녀다. 그런데 백단영도 아닌 천상사화에게 패배하다니.
그날 이후 천상문을 떠날 때까지 그녀는 푸주칼로 열심히 고기를 썰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