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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 최강 군바리 151화

무료소설 이세계 최강 군바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335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이세계 최강 군바리 151화

151화 회복 (1)

 

 

 

 

“기절했군!”

 

세인트가 쓰게 입맛을 다셨다.

윌슨이 쓰러지는 것에 놀란 시안이, 품에서 힐링 스크롤을 꺼냈다.

일 인당 한 장씩 배급된 것으로 전쟁에 대비해 고이 간직해 두었던 물건이다.

지금은 전쟁과 준하는 상황.

억지로 탈골된 팔목을 치료하기 위해선 힐링 스크롤이 필요했다. 자신의 주군인 윌슨을 지키려면 자신의 몸부터 살펴야만 했다.

 

지익!

 

스크롤이 찢기는 것과 동시에 희미한 빛이 일어나 시안의 몸에 흡수되었다.

 

“크으윽!”

 

전신의 자잘한 상처와 팔목에서 짐승이 물어뜯는 것과 같은 통증이 일어났다.

괴로운 신음을 흘리면서도 시안은 롱소드를 움켜쥐고서 사방을 경계했다.

그러는 사이, 세인트가 윌슨을 조심스레 내려놓고 몸을 일으켰다.

 

“……큽!”

 

통증을 이겨 내던 시안이 얼굴을 와락 일그러뜨렸다.

 

‘지독한 밤꽃냄새!’

 

고통 때문에 잠시 흐릿했던 정신이 번쩍 들 만큼 엄청난 냄새.

의식이 남았던 주군이 어째서 정신을 잃었는지 이해될 듯한 그런 냄새였다.

 

“어이, 해골 낙서! 녀석을 지켜 줄 수 있나?”

 

세인트가 굳은 얼굴로 말했다.

시안의 목에 새겨진 문신의 모양을 이름 대신에 부른 것이다.

 

“네, 넵!”

 

시안이 숨을 꾹 참으면서 짧게 대답했다.

냄새가 워낙 강렬해서 숨을 쉬기도 곤란했기 때문이다.

 

“믿겠다.”

 

“알겠… 습니다!”

 

시안은 냄새(?) 때문에 괴로운 얼굴로 더듬더듬 대답했다.

그의 대답을 들은 세인트가 그대로 지면을 박차고 날아갔다.

 

파앗!

 

“헉, 헉…….”

 

세인트가 자리를 뜬 뒤에야 시안은 맑은 공기를 마음껏 마실 수 있었다.

 

‘마법사라고 하지 않았던가?’

 

마치 기사처럼 빠른 속도로 달려가는 세인트의 모습에 그제야 의문이 생겼다.

마법사 답지 않은 그의 돌진을 지켜보던 그가 입을 떡 벌렸다.

 

“말도 안 돼…….”

 

자신도 모르게 신음처럼 중얼거리면서 세인트의 활약에 정신없이 빠져들었다.

흑기사에게 순식간에 접근해 목을 움켜쥐고서 손바닥을 가슴에 대는 모습.

 

퍼엉!

 

뒤이어서 폭발이 일어나 갑옷과 함께 구멍이 뻥 뚫린다.

마법사라고 하기엔 지나치게 활동적이고 과격하며 잔혹하다.

 

‘저렇게 쉽게!’

 

시안은 가슴이 서늘해지는 기분이었다.

흑기사를 직접 상대해 봐서 안다. 마나 블레이드를 덧씌운 롱소드에 베이고서도 멀쩡히 움직이던 놈들이다.

그런데 세인트라는 마법사의 손에 맥을 못 춘다. 심지어 양손에 하나씩 흑기사의 머리통을 움켜쥐고서 터트리기까지 한다.

 

꿀꺽!

 

“절대 까불지 말아야겠어…….”

 

롱소드의 손잡이를 꼬옥 움켜쥐면서 시안이 다짐했다.

주군 앞에서 헬렐레거리는 모습에 조금 모자란 인간이 아닌가 생각했는데, 발톱을 감춘 엄청난 맹수였다.

심지어 사창가에서 마주쳤을 때, ‘파이팅!’이라면서 장난까지 쳤던 자신이 아닌가!

만만해 보였기 때문에 그런 장난을 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랬는데 이처럼 엄청난 전투 능력을 지닌 인물이었을 줄이야!

시안은 갈증을 느끼면서 근육질 마법사의 활약을 계속 지켜보았다.

흑기사가 롱소드를 휘둘러 오자, 팔목을 잡아채고는 나머지 손으로 팔꿈치를 밀면서 잡아당긴다.

 

우두둑!

 

너무나 쉽게 흑기사의 팔꿈치가 탈골되면서 힘없이 늘어진다.

 

“겁대가리 없는 자식들! 모조리 저세상으로 돌려보내 주마!”

 

세인트가 눈을 희번덕거리면서 흑기사의 팔을 놓아주고는 목을 쥐고서 그대로 잡아 뜯었다.

 

콰드드득!

 

“……!”

 

흑기사의 투구 쓴 머리 아래로 시커먼 피에 물든 척추 일부가 뽑혀 나오는 모습.

시안은 속이 느글거리는 감각과 공포의 감정을 함께 느껴야만 했다. 믿기지 않는 잔인한 광경에 등골이 서늘해졌다.

 

“영주님의 친구가 다 괴물인 건 아니겠지?”

 

시안은 두려운 얼굴로 혀를 내둘렀다.

세인트가 난전에 끼어들면서 상황이 점차 나아지고 있었다.

그의 강력한 전투능력에 힘입어 아이언 영지의 기사들이 여유를 되찾았다.

합심하여 동시에 공격하자, 괴물처럼 느껴졌던 흑기사도 상처를 입고 차례차례 쓰러져갔다.

소란을 듣고 튀어나온 병사들은, 참담한 현장에 감히 끼어들 엄두도 내지 못하고 굳어져 있었다.

 

‘나도 불알이 오그라드는데, 저 자식들은 더 하겠지.’

 

시안은 병사들의 상태를 이해했다.

어지간한 상처로는 흑기사를 멈추게 할 수 없다.

그래서 아이언 기사단과 블루드래곤 기사단의 기사들이, 저토록 미친 듯이 칼질하면서 흑기사를 넝마로 만드는 것이다.

상황은 거의 진정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세인트라는 마법사가 투입되면서 학살하듯 흑기사를 뭉게 놓았기 때문이다.

 

“휘유! 엄청난 사람…….”

 

자신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면서 중얼거리던 시안이 눈을 크게 떴다.

등 뒤에서 갑자기 뜨거운 열기가 훅 느껴진다.

 

‘불이 난 건가?’

 

시안이 눈살을 찌푸렸다.

어떤 얼빠진 병사 놈이 서두르다가 불을 낸 모양이라는 생각에서다.

흑기사와 관련된 문제는 거의 해결 직전이다. 불이 번지지 않게 지시를 내려야겠다고 마음먹고 고개를 돌리는데,

 

“헛!”

 

그는 놀라 헛바람을 집어삼켜야만 했다.

자신의 주군이자 영주인 윌슨의 몸에서 뜨거운 열기가 솟구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심지어 그의 몸 주변으로 시뻘건 불꽃이 생겼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하고 있지 않은가!

 

“어, 어어? 이, 이게 어떻게 된…….”

 

시안은 괴상한 현상에 눈을 껌뻑거리면서 말을 더듬었다.

흑기사와 같은 괴상한 놈들이 나타난 다음이어서, 그나마 덜 놀랄 수 있었다는 게 유일한 위안이었다.

하지만 놀랐다는 사실만큼은 변하지 않는다.

저렇게 영주의 주변에서 불꽃이 일어나다가 몸에 불이 붙어 타 버리면 어쩌나 걱정스러웠다.

그렇다고 감히 다가갈 엄두는 내지 못했다.

어느새 뜨거운 열기는 견디기가 어려울 정도로 걷잡을 수 없었으니까.

가까이 갔다가는 살이 익어 버릴 것 같은 불안감마저 생겨났다.

어찌할 바를 몰라 발만 동동 구르는데, 어느새 사방에서 들리던 병기 부닥치는 소리와 악에 받친 함성이 잦아들었다.

 

후웅!

 

갑자기 한 줄기 바람과 괴로운 꽃향기(?)가 밀려왔다.

시안은 괴로운 향기에 한걸음 옆으로 물러났다. 어느새 세인트가 다가와 윌슨을 바라보고 있었다.

조금은 안심이 되었다.

마법사인 그가 왔으니, 영주님의 상태를 돌봐 줄 것이기 때문이었다.

전투가 벌어진 현장에 눈이 돌아가는 건 당연한 수순.

 

<헬리엇! 정신 차려!>

 

<힐링 스크롤! 누가 힐링 스크롤 좀 줘! 어서!>

 

<이 자식은 아직도 꿈틀거려!>

 

<머, 머리를 으깨버려!>

.

.

.

 

전투에 참가했던 아이언 기사단과 블루드래곤 기사단의 슬픔과 악의가 묻어나는 고성이 오간다.

피해가 심각했다.

팔이 잘려 비명을 지르는 기사, 갑옷이 엉망으로 망가진 채 숨을 헐떡이는 기사.

불과 51명의 흑기사가 아이언 영지의 전력을 크게 훼손시켜 놓은 것이다.

 

‘제길 오늘 아침까지만 해도 같이 훈련하던 녀석들이…….’

 

시안은 이를 꽉 물었다.

이렇게 갑작스럽게 일이 벌어질 줄이야.

차라리 전쟁 상황이었다면 이해나 가겠다. 평소와 똑같은 아침을 맞이하고 평소와 똑같은 훈련을 하루를 보냈는데…

누군 평소와 똑같이 살아 있고, 누군 평소와 달리 싸늘한 주검이 되어 누워 있다.

억울하다.

자신이 조금만 강했더라면 이렇게 심각한 피해가 발생하지는 않았을 거라는 아쉬움이 밀려온다.

 

“이봐! 해골 문신!”

 

쓰라린 얼굴로 괴로워하는 기사들을 바라보는데, 옆에서 세인트의 딱딱하게 굳은 음성이 귀에 파고들었다.

 

“네! 네, 말씀하십시오!”

 

재빨리 고개를 돌려 세인트를 바라보는 시안.

 

“이 녀석 어떻게 된 거야?”

 

“무슨 말씀이신지…….”

 

밑도 끝도 없는 질문에 의도를 알아차릴 수가 없었다.

그래서 시안은 당황한 얼굴로 말끝을 흐릴 수밖에 없었다.

 

“이 녀석이 왜 갑자기 뜨거운 남자가 되었냐는 거다.”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저 시커먼 놈들에게 가슴을 당하시고는 쓰러지셨습니다.”

 

“가슴?”

 

“네!”

 

시안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가슴’이라는 말에 세인트가 놀란 눈을 했기 때문이다.

 

“어쩐지… 그래서였군. 마기가 크로노스에 침투하면서 자극을 받았어. 좋지 않아… 재미없게 됐어.”

 

세인트가 미간을 찌푸리면서 중얼거렸다.

 

“위험… 한 겁니까?”

 

시안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것 같아 눈을 휘둥그렇게 떴다.

항상 어디 한군데쯤 풀린 듯한 표정이던 세인트의 얼굴이 심상치 않았던 까닭이다.

기사들의 피해보다 영주인 윌슨의 목숨이 오락가락한 것이 더 큰 일이기 때문이다.

 

“녀석이 견딜 수 있을지 모르겠군.”

 

“치료, 치료가 안 되는 겁니까?”

 

“현재로썬 자연 치유를 기대하는 수밖에 없겠어. 방법이 없다는 건 너도 알잖아. 가까이 다가갈 수나 있어야지? 이런 제길! 갑옷이 녹아?”

 

“헉!”

 

시안은 눈알이 튀어나올 정도로 깜짝 놀라고 말았다.

정말 갑옷이 녹아내리고 있다.

벌겋게 달아오르던 갑옷이 마침내 흐물거리면서 땅바닥에 흘러내린다.

 

“저, 저러다가 영주님이 타 버리는 거 아닙니까? 네? 네, 세인트 님!”

 

“현재로썬 방법이 없다. 가릴 거나 가져와라!”

 

“가릴 거라뇨? 아!”

 

뜬금없는 명령에 맹한 표정을 짓던 시안이 탄성을 발했다.

갑옷이 녹아내릴 정도의 열기다. 옷은 진작에 타 버려 사라진 상태.

갑옷이 모조리 녹는다면 영주가 알몸으로 땅바닥에 누워 있어야 할 판이다.

다급한 얼굴로 시안이 후다닥 자리를 떴다.

혼자 남은 세인트가 불꽃에 휩싸인 윌슨을 내려다보면서 턱을 긁적였다.

 

‘크로노스의 드래곤 하트가 격발되다니… 하필이면 내가 없는 사이에 저런 놈들이 기어들어 올 줄이야…….’

 

괴로운 듯 잔뜩 찡그린 윌슨의 얼굴이 안쓰러웠다.

자신이라고 할지라도 저런 불꽃에 장시간 노출된다면 견딜 수 없을 것 같았다.

 

“운에 맞기는 수밖에 없겠어. 크로노스를 받아들인 너라면 견뎌 낼 수 있을 거다. 윌슨.”

 

착잡한 얼굴로 나직하게 중얼거리는 세인트.

윌슨이 들으라고 하는 말인지, 본인에게 하려는 말인지 애매한 표정이었다.

 

‘제길… 미안하다, 윌슨! 느낌 이상할 때 그냥 뛰쳐나왔어야 했는데…….’

 

속으로 윌슨에게 용서를 구하는 세인트였다.

무려 한 달이 넘는 금욕 생활(?)에서 해방되는 바람에, 여체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한 게 실수다.

조금만 빨리…

아니…

평소보다 좀 더 오래(?) 걸린 게 치명적이었다.

 

***

 

온몸이 뜨겁다.

열기가 뻗쳐 숨조차 제대로 쉬어지지 않는 느낌이다.

너무나도 뜨거워서 죽은 게 아닌가 하고 재수 없는 생각도 해 보게 된다.

대체 여기 어디란 말인가!

온통 사방이 붉다.

단순히 붉기만 한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일렁거리고 있다. 마치 용암 한가운데에 빠진 것처럼 그렇게 말이다.

사실, 어딘지 궁금하지도 않다.

이런 곳이 실제로 존재할 리가 없으니까.

시뻘건 용암지대에 이렇게 둥둥 떠다닐 수 있다는 것부터가 현실이 아님을 말해 준다.

하지만 뜨거운 감각만큼은 진짜다.

숨을 한 번 들이마실 때마다 폐가 타 버리는 느낌.

뜨거운 공기를 직접 빨아들이는 코와 입에 감각조차 느껴지지 않을 정도다.

나를 더 괴롭히는 건 단전과 가슴에서 솟구치는 기운.

주변의 열기에 반응이라도 하는 것처럼 하단전과 중단전에 엄청난 열기가 솟구친다.

 

“…….”

 

참을 수 없는 고통에 소리를 질러보지만,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이러다 재가 되어 사라지는 건 아닐까?

불안감이 엄습해 온다.

 

으드득!

 

이를 꽉 물었다.

약해지면 안 된다.

마음이 약해지는 순간, 끝장이다.

 

화아악!

 

빌어먹을!

하다 하다 이제는 가슴에서 불길이 치솟는다.

이제까지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열기에 정신이 아득해진다.

대체 왜 깨어날 수 없는 거지?

이건 마치…

무림 세계에서 화경의 경지에 들어갈 때와 비슷하잖아?

백 년 내공을 완성하던 그때처럼.

어째서?

왜 하필 지금?

 

<크워어어어!>

 

뜨거운 열기와 고통스러운 와중에도 절로 진저리쳐지는 울부짖음.

그 자식을 또 봐야 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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