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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림 속의 엑스트라 179화

무료소설 무림 속의 엑스트라: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047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무림 속의 엑스트라 179화

179화. 백사도 (3)

 

 

 

배가 난파된 것은 한순간이었다.

백단영은 물에 빠지지 않으려고 조각난 널빤지 위에 발을 디뎠다. 장후성이나 남궁이화 등도 마찬가지 행동을 취했다.

반면 수적들은 물을 만난 고기처럼 물속에서 움직였다.

뱃사공이나 상인들은 물에 빠져 허우적거렸다. 여기저기 행낭과 짐이 떠다니고 일부는 물에 가라앉았다.

강물이 출렁이면서 발을 디딘 널빤지가 뒤집히자, 백단영은 다른 널빤지로 옮겨 갔다. 상승보법 덕분에 이런 방식이 어렵지는 않았으나 그렇다고 계속할 수도 없었다. 널빤지는 점점 흩어지고 옮겨갈 곳은 줄어들었다.

순간 그녀가 디딘 널빤지 아래쪽에서 강력한 일지가 가해지며 널빤지를 깨트렸다.

퍼석-

백단영은 순간 몸을 날려 옆으로 옮기면서 물속을 확인했다. 남해수신이 일렁거리는 물 아래쪽에서 그녀를 노려보고 있었다. 역시 별호답게 물속에서 그는 물귀신이나 마찬가지였다.

당황한 것은 그녀의 동료들도 마찬가지였다.

“어떻게든 강변으로 피해!”

장후성이 그들이 떠나온 강가를 가리켰다. 하지만 거리가 너무 멀었다. 물에 빠지는 순간 수적들과 싸워야 하는데 과연 물속에서 상대가 될까.

백단영은 작전을 너무 쉽게 계획했다고 반성하며 다시 다른 널빤지로 신형을 날렸다.

순간 그녀가 디디려 한 널빤지가 깨지면서 발을 둘 곳이 사라졌다. 남해수신의 일지가 먼저 가격한 것이다.

풍덩!

그녀의 몸이 물에 빠졌다. 물속에서 그녀는 미리 대기 중인 남해수신을 향해 일장을 뿌렸다.

푸그르르-

물속에서 뿜은 일장은 그 위력이 반감되어 상대에게 아무런 타격을 주지 못했다.

남해수신이 물살을 가르며 그녀를 잡아 왔다. 위기를 인지한 그녀는 다급하게 몸을 틀어 공세를 피했다.

그나마 그녀가 수영할 줄 알다 보니 대응이 되긴 했다.

하지만 상대는 물귀신이라는 남해수신이다. 수공이라고는 접한 적 없는 그녀가 어떻게 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다.

그렇다고 그냥 당하고만 있을 수는 없는 노릇. 그녀는 상대를 향해 일장과 일지를 포함하여 생각나는 대로 마구잡이 공세를 가했다. 그녀의 공격은 물속에서 거품만 일으킬 뿐 전세를 바꾸지 못했다.

숨이 찬 그녀는 재빨리 물 위로 머리를 들어 숨을 들이켰다.

그때 누군가가 그녀의 발을 잡고 아래로 끌어당겼다. 그녀는 다른 발로 상대를 차려 했으나 속수무책이었다.

상대가 끄는 대로 물속에 잠긴 그녀는 다시 한번 남해수신과 얼굴을 맞대야 했다.

그녀는 상대의 가슴을 향해 일권을 질렀으나 바로 막혔다. 오히려 상대의 주먹이 그녀의 배를 강타했다.

“꾸엑!”

비명과 함께 물이 그녀의 입속으로 들어왔다.

물속에서 휘젓는 손과 발은 호흡이 가빠지자 자유롭지 못했다. 하필이면 여인네의 나들이옷을 입어 옷마저 걸리적거렸다.

백단영은 비릿한 웃음을 머금는 남해수신의 표정을 확인했다. 물속의 전투 환경이 이렇게 힘들 줄 생각지도 못했는지라 마땅한 해법을 찾기 어려웠다. 점차 그녀의 움직임이 둔해졌다. 그럴수록 상대의 움직임이 빨라졌다.

‘이대로 당할 수는 없어.’

그녀는 필사적으로 손과 발을 움직이면서 떠오르려고 애썼다.

그러자 남해수신의 방해가 바로 들어왔다. 남해수신은 그녀 못지않은 무공을 익힌 데다 수공 또한 전문가다. 당연히 물속에서 그녀가 상대할 자가 아니었다.

지금 이 순간에는 그녀가 알고 있는 모든 무공이 사실상 무용지물이었다. 그나마 물속에서 잠시나마 더 오래 버티고 있긴 하지만 그 한계는 명확했다.

숨이 가빠지며 점차 정신이 흐릿해졌다.

남해수신이 아래쪽에서 그녀를 끌어당겼다. 호흡의 한계가 점점 다가왔다.

백단영은 허우적거리면서 정신을 집중했다. 수공을 익힌 적이 없어 이 순간에 도움을 줄 무공이 전혀 없는 듯했으나 긴박한 순간에도 무흔이 일러 주었던 여러 무공을 다시 되새겼다. 도박을 걸 무공 하나가 생각났다.

 

***

 

눈부신 백사장 위를 무흔은 가벼운 걸음으로 이동했다.

센 물살에 일렁이는 강물도 무흔을 가로막지 못했다. 그는 마치 물 위를 달리듯 강을 건너 백사도로 넘어왔다.

이제는 동료들이 수적의 배를 탈취해서 수적 본부인 백사도로 들어오기만을 기다리면 되는 걸까. 물론 그는 뒤에서 몰래 돕기만 할 생각이었다.

백사장 한쪽은 소나무 숲이 울창했다. 아마 그 너머에 수적 본부가 자리 잡고 있을 것이다. 그는 백사장에서 동정을 살피기로 하고 적당한 곳을 찾았다.

그의 눈에 이상한 장면 하나가 잡혔다.

강태공일까. 백사장에서 낚싯대를 드리우고 물고기를 낚고 있는 사람이 있었다. 지형으로 봐서 그리 고기가 잡힐 것 같지 않은 장소임에도 낚시를 하고 있다는 점이 정말 이상했다. 특히 이곳은 수적의 본거지이니 수적과 관련 없는 사람이라고는 상상하기 힘들었다.

무흔은 약간 떨어진 곳에서 낚시꾼을 바라봤다. 그와 마찬가지로 죽립을 쓰고 있으나 나이는 노인에 접어든 사람으로 보였다.

백사장이다 보니 별달리 숨을 곳이 없어 무흔은 단지 거리를 두고 조용히 지켜봤다.

노인은 그를 보았는지 못 보았는지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가끔 낚싯줄을 당겼다가 풀었다가 하는 것으로 보아 낚시를 하는 것만은 분명했다. 하지만 물고기를 잡는 것을 보지는 못했다.

한동안 구경만 하던 무흔이 용기를 내어 노인에게 다가갔다.

“고기 잘 잡힙니까?”

슬쩍 고개를 들어 그를 향했던 노인이 다시 강으로 시선을 돌렸다.

“잡힐 때까지 하네만.”

“언제부터 이곳에서 낚시하셨습니까?”

“오늘 하루만 할 거네.”

다소 선문답 같은 질문과 대답이 오갔다.

무흔은 노인을 방해하지 않으려고 이 장 가량 떨어진 곳에 쪼그리고 앉아 강으로 눈을 돌렸다. 멀리 떨어진 하류 쪽에 작은 배 두 척이 멈추어 있는 것이 보였다. 강을 가로지르던 배가 저렇게 멈춘 것을 보면 분명히 어떤 문제가 발생한 것 같았다.

잠시 후 배 하나가 가라앉으며 흔적이 사라졌다.

“어?”

무흔은 그 배가 백단영 일행이 타고 떠났던 배란 사실을 직감했다. 배가 가라앉았다는 것은 기대와 다르게 일이 풀리고 있다는 뜻이었다. 이곳에서는 어떻게 도울 방법이 없는지라 무흔은 주먹만 꾹 쥐고 시선을 떼지 못했다.

갑자기 늙수그레한 노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자네는 누군가?”

무흔은 노인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마찬가지로 노인 역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두 사람의 시선이 부딪쳤으나 그 상황은 다소 어색했다. 두 사람 모두 죽립을 써서 표정이 전혀 보이지 않았으니까.

답을 들으려 한 것이 아니었는데 노인에게서 답이 날아왔다.

“난 수라조옹이라네.”

“난 무극서생이요.”

무흔은 수라조옹이란 별호를 되뇌어 봤지만 기억나는 별호는 아니었다. 수라조옹이라는 별호에서 느끼는 점은 잔인한 성정에 낚시를 취미로 하는 사람이라는 정도였다.

“무극서생이라…… 요주의 인물이군.”

수라조옹의 반응이 다소 의외였다. 그를 아는 것처럼 반응하지 않는가.

“나를 아시오?”

“알다마다. 우리 교에서 자네를 조심하라고 당부하더군.”

“설마 마교?”

“서열 십일 위라네.”

무흔은 깜짝 놀라 비명을 지를 뻔했다.

마교인이, 그것도 무척 높은 서열의 인물이 이곳 수적의 본거지에서 낚시를 즐기고 있다니. 이것은 분명 우연일 수가 없었다.

무흔은 들끓는 가슴을 억누르며 물었다.

“여기서 무엇을 하시오?”

“기다리지. 때를. 시간을 죽이는 가장 좋은 방법이 바로 낚시 아니겠나?”

수라조옹의 낚시가 그런 이유였나? 무흔은 그가 기다리는 때가 무엇인지 궁금했다.

그의 궁금증을 알아본 듯 수라조옹이 낚싯대로 먼 곳을 가리켰다.

“저기 보이잖나? 몇이 죽을지 궁금하군.”

무흔은 허리에 찬 묵천신검의 검병에 슬그머니 손을 가져갔다.

“기다려 보게. 뭐가 그리 급한가? 저들이 올 때까지 기다려 보자고.”

수라조옹의 예상대로 남은 배 한 척이 빠른 속도로 다가왔다.

순식간에 다가온 배는 백사도의 나루터에 닿았다. 동시에 수적들이 우르르 쏟아져 나왔다. 수적들은 백사장에 내려서자마자 자신들이 타고 온 배를 포위했다.

무흔은 쾌속선 갑판 위에 있는 장후성과 남궁이화를 확인했다. 두 사람이 배를 탈취한 후 수적을 위협해서 이곳까지 온 것으로 추측됐다.

“흐흐, 예상대로군. 둘만 왔어.”

수라조옹의 목소리에 만족감이 어렸다.

무흔은 백단영이 보이지 않자 걱정이 됐다.

그의 기운에서 불안감이 나타났을까? 수라조옹이 빈정거리듯 말했다.

“자네는 잘 모르겠지? 내가 설명해 줄까?”

무흔은 대답하지 않았다. 죽립 아래로 수라조옹의 빙그레 웃는 입술이 보였다.

“원래 사마련에서는 천향무후를 노리고 있었지. 사마련에서는 이곳 장사수채로 남해수신을 파견했네. 그는 그야말로 물에서는 당할 자가 없는 최강자거든. 남해수신이 천향무후를 잡았나 보군. 남은 수적이야 뭐 변변한 놈이 없잖나? 장후성과 남궁이화 둘이서 수적을 때려잡아 본부인 이곳으로 끌어온 거고.”

“마교는 개입하지 않았다는 뜻인가?”

무흔은 백단영이 보이지 않는다는 불안감을 가까스로 억누르며 물었다.

수라조옹이 천천히 일어섰다.

“아직은 개입하지 않았네. 주인공은 나중에 나타나는 법이니까. 우리는 이제부터 시작해야지.”

수라조옹의 호언장담이 끝나기도 전에 배에서 뛰어내린 장후성과 남궁이화가 수적들의 포위망을 뒤로 물리며 이쪽으로 다가왔다.

수적들은 두 사람의 상대가 되지 않아 싸울 생각을 하지 못하고 뒤로 물러설 뿐이었다.

그때 커다란 사자후와 함께 숲에서 두 사람이 튀어나왔다.

한 사람은 붉은 머리에 커다란 도끼를 든 장한이었고, 다른 한 사람은 온몸을 짙은 흑의로 감싼 빼빼 마른 젊은 청년이었다.

두 사람은 사자후만으로도 범상치 않은 내공을 지녔음을 드러냈다.

장후성과 남궁이화가 수적에게서 빼앗은 장검을 들고 그 둘과 대치했다.

수라조옹이 그 둘을 확인하고 자부심 가득한 목소리로 설명했다.

“서열 이십이 위 낙혼혈부와 이십일 위 귀수탈혼이다. 용봉대의 주축이라는 저 둘이 상대할 수 있을지 궁금하지 않나?”

당연히 궁금하지만 지금 급한 것은 저 둘이 아니었다.

“그럼 남해수신과 천향무후는?”

다급한 무흔의 물음에 수라조옹이 자신의 애병인 낚싯대, 수라조간(修羅釣竿)을 만지며 말했다.

“흐흐, 내가 어찌 아나? 하지만 대충 유추해 보면…… 물에서 남해수신을 당할 자는 없지. 게다가 남해수신은 지극히 여자를 밝히는 놈이거든. 아마 바로 죽이지는 않을 거야. 아직은 살아 있겠지. 다만 저 배에 타고 있지 않으니 놈이 다른 곳으로 데려갔을지도?”

무흔은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백단영이 위험하다면 빨리 구하러 가야 한다. 하지만…….

눈앞에 있는 수라조옹과 낙혼혈부, 귀수탈혼까지 마교의 최강고수 셋을 보자니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물어볼 필요도 없이 장후성과 남궁이화는 절대 이 셋을 모두 상대할 수 없다.

그렇더라도 백단영이 우선이다.

그는 다급하게 발을 박차며 허공으로 몸을 띄우려했다.

그때 뭔가 날카로운 하얀 선이 그를 덮쳐왔다. 무흔은 급히 묵천신검으로 하얀 선을 내리쳤다.

쩡-

“헉!”

그의 행동을 방해한 것은 수라조옹의 낚싯줄이었다. 수라조간은 평범한 낚싯대가 아니었다. 낚싯줄은 강철로 만들어져 묵천신검에도 끊어지지 않았다.

“흐흐, 넌 여기를 벗어날 수 없다. 죽어서 고혼이 된 다음에야 떠날 수 있을 것이다.”

수라조옹이 수라조간을 휘두르며 그를 압박했다.

무흔은 상대의 공격을 막으면서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허공을 날아다니는 낚싯줄이 정신없이 그를 향해 날아왔다.

무흔은 무흔천상보를 펼쳐 낚싯줄을 피하는 순간 낚싯줄이 재차 변화무쌍하게 움직이며 그의 움직임을 차단했다.

‘조간의 움직임이 실로 날카롭구나. 보법을 완전히 무용지물로 만드는군.’

무흔은 수라조옹의 무기인 조간의 특징을 간파했다. 낚싯줄이 길어 멀리 떨어진 상대의 움직임을 구속하고 압박하기에 그만이었다. 검으로 줄을 끊을 수 없는 이상 수라조옹에게 접근하기 쉽지 않았다.

간신히 접근하는 낚싯줄을 쳐 내면서 무흔은 다른 두 사람의 전세를 파악했다.

아직 장후성과 남궁이화가 마교의 두 사람과 비등한 상황을 유지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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