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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림 속의 엑스트라 178화

무료소설 무림 속의 엑스트라: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057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무림 속의 엑스트라 178화

178화. 백사도 (2)

 

 

 

햇살이 내리쬐는 나루터에 선남선녀 네 사람이 나타났다.

부유한 집안에서나 입을 만한 비싼 옷감으로 만든 옷을 걸친 네 사람은 이남이녀로, 나들이를 나온 청춘남녀처럼 보였다. 그들의 외모 또한 눈에 뜨였기에 주위 사람의 시선이 집중됐다.

백단영 등은 강을 건너는 배를 찾았고, 마침내 적당한 배를 찾아 배에 올랐다. 그 배에는 장씨 성의 사공 외에 세 사람의 상인이 타고 있었다.

모두가 올라타자 배는 곧바로 나루터를 떠났다.

무흔은 백단영 등이 떠나는 장면을 멀리서 지켜봤다.

바람이 거세게 불어 배를 타기에 썩 좋은 날씨가 아니었다. 배가 많이 요동치는 모습을 본 그는 고개를 저었다.

“뱃멀미를 심하게 하겠네.”

생각해 보면 백단영은 배와 거리가 먼 사람이다. 당연히 뱃멀미에 면역이 되어 있을 리가 없다. 장후성이나 남궁이화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아마 비슷하지 않을까.

한숨을 쉬며 염려하던 무흔은 옆에서 같은 장면을 바라보는 진풍의 옆구리를 꾹 찔렀다.

“넌 이제 어떻게 할 거냐?”

“나? 크흐흐.”

진풍이 특이한 웃음을 터트렸다. 뭔가 혼자서 세운 계획이 있는 모양이다.

고개를 갸웃거리는 무흔의 어깨를 툭툭 치며 진풍이 말했다.

“난 이 동네 수질 검사를 좀 해 봐야겠어. 어제 한 군데 봐 놓은 곳 있지.”

“수질?”

“흐흐, 그런 게 있어. 넌 너 혼자 할 일 해.”

진풍이 너스레를 떨면서 저쪽으로 사라졌다.

무흔은 혀를 차다가 다시 여관으로 돌아갔다.

그들은 이 여관에 며칠 머무는 것으로 계약했기에 방안에는 그들이 가져온 짐이 놓여 있었다. 먼저 눈에 띈 것은 백단영을 비롯한 사람들의 무기였다. 그들은 무림인이 아닌 것으로 위장했기에 검을 가져가지 않았다.

무흔은 묵천신검을 들고 옷도 흑색으로 갈아입었다. 부근 시전에서 죽립을 사서 머리에 썼다. 그의 모습은 바로 무극서생이었다.

그는 세찬 바람을 안고 강변을 걸었다.

햇빛에 반사되어 반짝이는 강물이 위협적으로 넘실거렸다. 그나마 계절이 겨울 끝이라 수량이 적을 때여서 이 정도라나. 장강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의 눈에는 확실히 무시무시하게 보이는 장면이었다.

끝이 보이지 않는 장강의 푸른 물결을 바라보며 그는 거리를 가늠했다.

“과연 갈 수 있을까?”

장사수채의 본거지인 백사도를 가는 방법은 두 가지다. 배를 타는 방법과 배를 타지 않는 방법.

수적의 본거지로 안내해 줄 만큼 간이 부은 사공은 없다. 물론 뱃삯을 엄청나게 낸다면야 구할 수 있겠지만 타인의 구설에 오르내리게 된다.

그보다는 무공을 이용해서 강을 건너는 것이 더 낫다는 판단을 내렸다. 문제는 아직 한 번도 그런 경공을 펼쳐 본 적이 없다는 거다.

그는 지나가는 사람에게 백사도의 위치를 물어 가장 가까운 강변을 찾았다.

꽤 오래 강변을 거슬러 올라가서야 그는 목표 지점에 도착했다.

강 건너 먼 곳에 나무가 우거진 섬 하나가 보였다. 말이 섬이지 어마어마하게 컸다.

무흔은 강변에서 몸을 풀면서 각종 경공을 머리에 떠올렸다.

몸을 깃털처럼 가볍게 해서 이동하는 경공에는 무엇이 있을까. 무흔천상보는 이런 유형의 이동에는 전혀 맞지 않았다. 무흔천상보는 근접 전투용이었으니까.

“무당의 제운종이 그나마 나으려나?”

고심하던 그에게 문득 얼마 전 만박노사에게서 받아 온 비급에 적혀 있던 무공이 떠올랐다.

초상비(草上飛).

예전부터 무림인은 풀을 밟아도 휘어지지 않고 가볍게 날아다니는 경공을 초상비라 불렀다. 원래는 극상승의 경공을 이르는 말이었는데, 놀랍게도 어떤 이상한 작자가 초상비란 경공을 창안해서 비급에 실어 놓았다. 풀이 휘어지지 않을 정도면 물에도 뜨지 않을까.

“차라리 등평도수를 창안하지…… 어쨌든 결정했어!”

무흔은 주먹을 불끈 쥐고 초상비를 떠올리며 가볍게 발을 놀려 봤다. 초상비의 연성 단계는 5성. 어째 느낌이 괜찮았다.

그는 멀리 떨어진 백사도를 노려보면서 힘껏 기합을 외쳤다.

“으라찻차!”

그의 신형이 앞으로 번개처럼 튀어 나갔다.

탓-

그의 발이 물 위를 박차는 순간 신형이 강 한가운데로 쏘아졌다. 그의 모습은 마치 물 위를 달려가는 사람처럼 보였다.

순간.

풍덩!

무흔의 신형이 물 아래로 가라앉았다.

“컥!”

순식간에 한 모금 물을 들이켠 무흔은 허우적거리며 다시 몸을 솟구쳤다. 초상비는 이름처럼 초상비가 아니었다. 거의 망했다고 생각한 순간 기발한 생각이 떠올랐다.

마교의 보법인 마마환영비. 북령과 마극삼비가 즐겨 사용하던 그 보법이 기억났다. 그 사이에 무흔은 머릿속에서 초상비와 마마환영비를 융합하여 새로운 무공을 생각해 냈다.

물에 뜬 그의 발이 다시 수면에 닿는 순간 그는 새롭게 창안한 경공을 이용해서 발을 박찼다. 그의 몸이 쭉쭉 물 위를 미끄러지며 날렵하게 날아갔다.

“오, 예!”

새로운 경공의 개발에 무흔은 활짝 미소를 머금으며 물 찬 제비처럼 미끄러지며 전진했다.

완벽한 등평도수가 펼쳐지는 순간이었다.

 

***

 

바람이 불 때마다 조각배는 거세게 흔들렸다. 배는 춤을 췄고, 그때마다 배에 탄 사람들은 이쪽저쪽으로 마구 쏠렸다.

“더 큰 배를 타야 했어.”

장후성이 난간을 붙잡으며 후회했다.

백단영은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배가 크면 흔들림이 줄어들지만, 이런 풍랑 속이라면 큰 차이가 없을 듯했다.

그녀는 끓어오르는 속을 간신히 억누르면서 주변을 둘러봤다.

장후성이나 남궁이화나 구진광 모두 그녀와 같은 처지로 보였다. 간신히 난간을 붙잡고 주저앉아 버티는 정도. 반면 함께 탄 상인 세 사람은 느긋했다. 그들은 갑판 바닥에 주저앉아 별다른 표정 변화 없이 여유롭게 수평선을 바라보고 있었다.

더 놀라운 것은 뱃사공. 마치 일상이라는 표정으로 힘차게 노를 저었다.

남궁이화가 불안한 듯 그녀를 툭 쳤다.

“이 배 뒤집히지 않겠냐?”

“설마.”

그 말에 백단영이 그녀를 안심시켰다. 이런 상황에서는 무공은커녕 몸을 제대로 움직이기도 쉽지 않을 듯했다.

두리번거리던 그녀는 저 멀리 강 한복판에 보이는 커다란 모래섬을 발견했다.

“저건 무슨 섬인가요?”

“백사도입니다. 모래가 하얗죠.”

곁에 있던 상인 한 사람이 그녀의 말을 받아주었다.

백사도란 말을 듣는 순간 백단영은 저곳이 바로 장사수채의 본거지란 사실을 떠올렸다. 하얀 모래가 펼쳐져 있고, 그 안으로 푸른 소나무가 아름드리 자리 잡은 모습이 매우 평화로워 보였다. 눈으로는 인가가 보이지 않아 사람이 사는 섬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그렇군요.”

백단영은 더 물어보기가 껄끄러워 시선을 돌렸다.

그때 그녀의 눈에 이쪽으로 다가오는 선박 하나가 보였다. 돛을 매달고 빠른 속도로 다가오는 쾌속선이었다. 얼핏 보기에도 그녀가 타고 있는 배보다 훨씬 날렵했다.

“어? 배가 다가오는데요?”

그녀의 손짓에 시선을 돌린 상인이 소리쳤다.

“수적이다!”

역시나 장강 한가운데에서 수적을 만났다. 백단영 일행은 내심 전의를 불태우며 조용히 다가오는 쾌속선의 움직임을 지켜봤다.

쾌속선이 옆으로 다가와서 멈추라고 엄포를 놨다.

쾌속선 위에는 십여 명의 수적이 흉흉한 기세를 풍기며 이쪽을 노려보고 있었다. 하나같이 얼굴에 칼자국이 문신처럼 드리워져있고, 손에는 검과 도에 도끼까지 다양하게 들었다.

백단영은 그런 모습을 보는 순간 혀를 찼다. 어째 나쁜 녀석은 얼굴에서부터 나쁜 놈이라고 쓰여 있을까.

도망칠 재간이 없는 사공은 배를 강 한가운데 멈추고 쾌속선을 기다렸다.

휙-

콰작-

도끼가 날아와서 갑판에 처박혔다.

동시에 한 녀석이 허공을 날아 갑판에 뛰어내렸다. 몸놀림으로 보아 제법 무공을 익힌 녀석이 분명했다.

“크흐흐. 물귀신 되고 싶지 않으면 통행료를 내라!”

다짜고짜 돈을 요구하며 녀석이 도끼를 들었다. 삼십 대 중반 정도의 장한으로 팔에 근육이 울퉁불퉁하고 체구 역시 건장하여 위압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놈이었다.

도끼 녀석이 시위하듯 갑판을 맴도는 사이 다른 놈들도 한둘씩 이쪽 배로 건너왔다.

“통행료는 은자 한 냥이다.”

도끼 녀석이 장후성에게 손을 내밀었다.

장후성이 군말 없이 은자 하나를 손바닥에 올려놓았다.

“크크, 허우대는 멀쩡한 녀석이. 옆에 여자는 네놈 첩이냐?”

도끼 녀석이 장후성 옆에 있는 남궁이화를 가리켰다.

장후성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도끼 녀석이 남궁이화의 앞에도 손을 내밀었다. 남궁이화도 군말 없이 은전을 하나 내려놓았다.

백단영은 작전을 떠올렸다. 애초 계획대로라면 여기에서 수적을 제압한 다음 수적의 배로 옮겨타고 본거지로 들어가는 수순이었다. 이제 슬슬 본색을 드러내어 저들을 제압할 때가 됐다.

하지만 문제가 있었다. 얼핏 관찰한 수적의 실력은 예상과 차이가 없어 보였으나 문제는 그들 자신의 상태였다.

배를 처음 타보니 멀미 때문에 제정신이 아니었다.

갑판에 수그리고 겁에 질린 흉내를 내는 와중에도 속이 울렁거리고 메슥거리는 것이 미칠 지경이었다. 굳이 무공을 쓰겠다면 가능이야 하겠지만, 정상적인 위력을 보일지 미지수였다. 물론 그렇더라도 이런 수적과 비교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긴 하다만.

‘이거 만만찮은 난관인데.’

백단영은 쓴웃음을 지으며 동료들의 눈치를 살폈다. 모두 비슷한 기분인지 곤혹스러운 표정이었다.

돈을 거두던 녀석이 상인들을 지나 그녀 앞으로 왔다.

마찬가지로 손을 내밀고 은자 한 냥을 요구했다. 그녀는 품속에서 은전을 꺼내 손바닥에 놓았다.

“크크! 돈 많은 자제분인가? 아니면 겁이 많은 자제분인가? 오늘따라 꽤 순순히 세금을 내는군.”

도끼 녀석이 돈을 집어넣고 다시 건너가려다 남궁이화 앞에서 걸음을 멈추었다.

“어이, 너! 반반하게 생겼구나. 이름이 뭐냐?”

“이…… 이화.”

남궁이화가 떨떠름한 표정으로 시선을 피하며 대답했다.

갑판에 앉아 몸을 숙이고 있는 그녀 옆에 녀석이 기꺼이 앉아서 눈높이를 맞추었다.

“흐아, 너 곱게 생겼다. 어느 기루 소속이냐?”

남궁이화가 눈에 힘을 주며 노려보자 도끼 녀석이 피식 웃으며 중얼거렸다.

“저기 곱상한 녀석이랑 같이 놀러 가는 것 아니었나?”

남궁이화가 장후성이랑 일행이란 사실을 알아본 모양이었다.

얼떨결에 그녀가 고개를 가로젓자 도끼 녀석이 그녀의 손목을 확 낚아챘다.

“네년이 마음에 들었다. 같이 좀 가자.”

그녀의 성질에 순순히 당하고 있을 리가 없었다. 곧장 그녀의 일권이 도끼 녀석의 가슴을 타격했다.

뻑!

우당탕 쓰러지며 갑판 위를 나뒹군 녀석이 벌떡 일어나서 도끼를 들었다.

“모두 저년 쳐죽여!”

수적은 모두 다섯. 녀석들이 갑자기 남궁이화에게 몰려갔다.

가장 가까운 장후성이 먼저 싸움에 가담했고, 백단영과 구진광도 끼어들었다.

당연히 그들은 수적을 압도했다. 하지만 배가 흔들려 우위를 유지하기 쉽지 않았다.

그 순간 백단영에게 무시무시한 권풍이 밀려왔다.

이 공격은 일개 수적의 것이 아니란 생각에 상체를 눕혀 적의 공격을 흘리면서 손바닥을 빳빳하게 세우고 녀석을 후려쳤다.

퍽!

그녀의 공격이 상대의 방어에 막히면서 충격이 전해졌다.

백단영은 깜짝 놀라 상대를 확인했다. 그녀와 막상막하의 무림인을 배에서 만나다니!

상대는 턱수염을 기른 중년 남성이었다. 그의 눈빛을 본 순간 백단영은 상대의 내공이 만만찮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누…… 누구?”

“흐흐. 남해수신!”

남해? 그녀는 그제야 이자 또한 새외에서 사마련을 돕기 위해 들어온 인물일 수 있다고 확신했다. 그렇다면 그녀의 목숨을 노리고 온 것일까.

“대막혈사랑 어떻게 되지?”

“그 머저리 같은 놈이랑 비교하지 마라.”

그 순간 배가 한차례 크게 요동치며 백단영은 몸을 휘청거렸다.

남궁이화를 비롯하여 싸움이 붙은 다른 사람들도 몸을 가누지 못해 일순간 싸움이 멈췄다.

비릿한 비웃음을 머금으며 백단영을 쳐다보던 남해수신이 천천히 손을 들어 올렸다.

백단영이 놀라서 바라보는 순간 강력한 일장이 갑판으로 쏟아졌다.

콰앙!

갑판 일부가 부서지며 수적이 갖고 있던 도끼가 날았다.

콰직-

수적들이 마구잡이로 배를 부수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배가 파손되고 물이 들어왔다. 이것들이 무슨 짓을 하는 거지?

배가 침몰하면서 아비규환이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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