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림 속의 엑스트라 17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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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241회 작성일소설 읽기 : 무림 속의 엑스트라 177화
177화. 백사도 (1)
마교는 대륙 내부에 자리하여 물과 친하지 않다. 수공에 익숙한 자도 사실상 없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그런데 이런 상황 속에서 유일하게 수공을 익힌 자가 있으니, 바로 수라조옹이다. 별호에서 느껴지듯 수라조옹은 낚시를 즐기는 늙은이다. 하지만 그 성정은 지극히 잔인했다.
“수라조옹이라면 능히 장사에서 용봉대 전체를 수장시킬 수 있을 거네. 물에서라면 그는 누구에게도 지지 않지. 당연히 육지에서도 그는 최강자에 속하고. 용봉대 그 누구도 그를 이길 수 없을 거다.”
마심노야의 조언에 풍 역시 동의했다.
“수라조옹을 보내도록 하겠습니다.”
수라조옹이라면 사마련이 불러 온 남해수신 정도는 땅이든 물이든 어디에서든 처리할 수 있다. 게다가 물속에서라면 용봉대 전체와도 해볼 만한 실력자다.
풍은 물러나면서 머릿속에서 작전을 완료했다. 백단영과 관련된 일이라면 사마극에게 보고하지 않는 것이 유리하다. 어떻게든 백단영을 처리한 후, 어쩔 수 없었다고 보고하면 그뿐이다.
마침 수라조옹은 혁무휘를 지지하는 인물이기에 작전을 수행하기에도 나쁘지 않다.
실패하더라도 이쪽 사마극 세력에는 전혀 타격이 없었다. 지금까지 중원에 파견되어 돌아오지 않은 무수한 강자들이 떠올랐다. 장후성인지 남궁이화인지 아니면 백단영인지 그도 아니면 최근에 수상한 인물로 떠오른 무극서생인지…… 그들에게 살해되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자가 대체 몇 명이던가.
모든 일은 확실하게 해 두는 것이 좋다. 넘쳐서 손해 볼일이 없다.
“그럼 수라조옹에 둘을 더 붙이도록 해야겠어.”
상위 서열 셋이라면 용봉대가 떼로 몰려와도 가볍게 끝장낼 수 있을 전력이다.
풍은 머릿속에서 서열 이십일 위인 귀수탈혼과 이십이 위인 낙혼혈부를 떠올렸다. 이들 셋이라면 백단영을 충분히 살해하고 남을 것이다.
***
장사에 도착한 무흔 일행은 나루터 부근에 있는 여관에서 방을 잡았다.
방은 모두 세 개로 장후성과 구진광이 하나를, 백단영과 남궁이화가 하나를 썼다.
‘아가씨랑 썼으면 좋았을 걸…….’
가당치도 않은 생각을 떠올리며 무흔은 안면을 찌푸렸다.
짜증스럽게도 그는 진풍과 같은 방이었으니까. 아무리 어쩔 수 없는 방 배정이라지만, 예전에 경험한 진풍의 발 냄새를 생각하면 오늘 밤에도 잠자기는 글렀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 도착했으니 내일부터 작전을 펼치도록 하고, 오늘은 이곳 상황이나 좀 알아보도록 하지.”
장후성의 제안에 그들 모두는 나루터로 가서 배 운항과 수적 출몰에 관한 정보를 모았다.
일행은 내키는 대로 무리 지어 다녔기에 무흔은 당연히 백단영을 따라갔다. 백단영은 자연스럽게 남궁이화와 함께 했다.
백단영과 남궁이화는 먼저 장강을 건너는 배편을 확인했다.
마침 나루터에 사공 몇 사람이 모여서 약주를 한 잔씩 걸치고 있었다. 해가 떨어지는 시간이었으니, 오늘 하루 일을 끝내고 헤어지기 전에 한잔하는 모양이었다.
백단영이 사공에게 말을 걸었다.
“아저씨, 강 건너는 배 자주 있어요?”
백단영을 흘낏 본 사공이 친절하게 대답했다. 백단영이 미인인 데다 예의 바르게 접근하니 묻는 대로 다 알려 주었다.
“강 건너는 배는 많습니다. 상인을 건너편으로 실어 나르는 배도 쉽게 구할 수 있고…… 거의 한 시진 간격으로 떠납니다. 다만…… 강 건너는 것 외에 멀리 가기는 쉽지 않습니다. 요즘 수적이 워낙 자주 출몰해서 말이죠.”
역시 수적 때문에 골치 아프다는 소리가 나왔다.
“수적요? 수적이라면 산적 같은 자들 말하는 거죠?”
“허허, 아가씨가 아직 수적에 대해 잘 모르는군요. 수적은 강을 건너는 나그네나 장강 하류로 물품을 옮기는 상인에게 돈을 뜯어먹고 삽니다. 강을 건너시려나봅니다?”
“예, 건너편으로 나들이 좀 다닐까 해서요.”
“요즘 같을 때는 조심해야 합니다. 예전보다 수적들 횡포가 심해서 말이죠. 보통 은자 반 냥 정도는 수적에게 뜯길 각오를 해야 해요. 예전보다 거의 두 배 비싸진 가격입니다.”
백단영이 겁에 질린 표정으로 물었다.
“설마 사람을 해치지는 않겠죠?”
“보통 사람은 안 건드립니다. 설사 건드려도 반 냥이 아니라 한 냥을 주면 대충 해결됩니다만…….”
백단영은 추가로 이것저것 물었다. 내일 작전을 펴려면 알아 두어 야 하니까.
그녀가 정보 확인을 끝냈을 때 옆에 있던 남궁이화가 불쑥 끼어들었다.
“그런데 나라에선 왜 수적을 내버려 둔 데요? 수적 본거지가 어디예요?”
“그거 비밀이긴 한데…….”
“에이, 누구나 다 알잖아요?”
“하하, 그렇죠. 이곳에서 물길을 따라 조금 올라가면 강 한가운데 백사도라는 섬이 있습니다. 하얀 모래 때문에 꽤 유명한 큰 섬인데 장사수채 본거지죠. 섬 부근에 와류가 흘러 경험이 많은 사공이 아니면 접근이 쉽지 않은 곳입니다.”
이곳에서 오랜 기간 배를 몬 사공답게 수적의 본거지 위치에도 밝았다.
백단영은 추가로 뱃삯과 배 종류를 물었다. 나들이에 적합한 배와 고기를 낚는 배가 있고, 크기에 따라 또 등급이 갈렸다.
무흔은 그녀들과 뱃사공의 대화를 들으며 장후성과 구진광을 찾았다. 그들은 따로 떨어져서 제각각 정보를 염탐하고 있었다.
한편, 구진광은 나루터의 구석진 곳에서 강가에 낚싯대를 드리우고 있는 한 노인을 구경하고 있었다.
평범한 마삼에 죽립을 쓴 노인은 낚싯대를 드리우고 있었지만, 잡은 물고기는 하나도 없었다. 온종일 허탕만 친듯했다.
“고기를 잡으십니까?”
구진광이 노인에게 인사하자 힐끗 그를 본 노인이 여유롭게 웃었다.
“잡고 싶다고 잡히는 게 물고기가 아니지요.”
“그래도 잡으려고 오신 것 아닙니까?”
“때가 되면 잡히기 마련입니다.”
잠시 선문답을 하던 강태공이 다시 낚싯대를 드리우며 입술을 움직였다. 그때 구진광의 귀에 노인의 전음이 들려왔다.
[구진광인가?]
[네, 그렇습니다.]
구진광도 조심스럽게 전음으로 응수했다.
[누가 왔나?]
[장후성, 남궁이화, 백단영, 그리고 저입니다.]
[예상대로군.]
잠시 끊어졌던 대화는 노인이 낚싯줄을 잡아당겨 허탕 친 것을 확인하고 다시 드리운 다음에야 이어졌다.
[내일 오시 무렵에 강을 건너도록. 사공 중에 강 사공이 모는 배가 있을 것이다. 그 배를 타면 된다. 그 배에는 서너 사람의 상인이 추가로 타기로 예정되어 있다. 네가 할 일은 거기까지다.]
[알겠습니다.]
노인의 명을 되새기던 구진광이 고민하는 눈치를 보이다가 다시 물었다.
[저는 안전합니까?]
[나도 모른다.]
[네?]
[내일 탈 그 배는 수적들이 운영하는 배다. 그들은 우리가 아닌 사마련의 지휘를 받고 있다.]
[그런데 왜?]
[나는 사마련의 행동을 지켜볼 뿐이다. 그들이 실패하면 내가 들어갈 생각이니까.]
자신의 안전이 불확실하다는 생각에 구진광은 미간을 찌푸렸다. 하지만 수적 따위는 겁나지 않았다. 언제든 본인의 목숨 정도는 건사할 자신이 있었다.
[한 가지 부탁해도 되겠습니까?]
[뭐냐?]
[백단영을 죽이실 겁니까?]
[현재는 그러하다.]
[죽이기 전에 저에게 넘겨주실 수 없겠습니까?]
노인의 고개가 살짝 들리며 구진광을 향했다. 죽립 아래로 보이는 입 안으로 누런 이빨이 드러났다.
[그녀의 목숨은 내가 취해야 한다. 그러므로 완전히 넘기지 못하고 잠시 빌려줄 수 있다.]
[그 정도면 충분합니다.]
빙그레 미소를 짓던 구진광이 소리 내어 노인에게 물었다.
“매일 이곳에서 고기를 잡으십니까?”
“어제부터 나왔다네. 자리가 시원찮은 것 같아 내일부터는 다른 곳으로 옮길 생각이라네.”
“그럼 많이 잡으십시오.”
구진광이 꾸벅 머리를 숙이고는 몸을 돌렸다.
홀로 남은 노인은 낚싯대를 드리워 놓고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다. 그 누구도 노인을 주목하는 사람은 없었다.
***
밤늦게 한 방에 모인 무흔 일행은 작전을 짰다.
오늘 나루터에서 확인한 내용을 참고해서 장사수채를 뒤엎을 작전이었다.
“바로 장사수채 본부로 쳐들어가자고.”
수채 본부가 백사도란 사실을 알아낸 남궁이화는 거침이 없었다.
반면 다른 사람들은 신중하게 접근했다.
“백사도까지는 어떻게 가고?”
“어차피 배를 빌릴 거잖아? 배로 강 저편까지 가는 것보다 훨씬 가까울걸?”
“돈을 아무리 많이 줘도 수채 본부로 가겠다는 사공은 없을 거야.”
백단영이 고개를 저으며 회의 어린 시선을 보냈다. 본부가 강 한가운데 있다 보니 제약이 많았다. 산속에 있는 녹림을 토벌할 때와 비교하면 문제점이 한둘이 아니었다.
“일단 강을 건너는 것으로 위장해서 수적을 유인하자고. 오늘 이야기를 들어 보니 요즘 수적이 자주 출몰한다더라. 수적이 습격하면 그들을 때려잡아 백사도로 가면 될 것 같은데?”
구진광이 의견을 냈다.
백사도로 갈 배가 없는 상황에서 반대로 수적을 유인해서 배를 빼앗는다는 것은 좋은 생각이었다.
“수적이 안 나타나면?”
“몇 번 강을 왔다 갔다 하면 나타나겠지. 자주 나타난다잖아.”
달리 뾰족한 방법이 없는지라 그들은 구진광의 제안을 수긍했다.
“언제 작전을 시작할까?”
“나들이 나온 한량으로 위장하자고. 괜히 검을 들고 설치면 놈들이 몸을 사릴 우려가 있으니까. 시간은 내일 오시쯤. 어때?”
다시 구진광이 구체적인 방법을 제안했다.
검을 이곳에 놓아두고 몸만 움직이자는 의견이었다. 그것도 사대부 집 자제로 분장해서. 이른바 수적을 가장 잘 유인할 방법이다.
“옷이 없는데? 옷부터 사야 하나?”
남궁이화가 투덜댔다.
백단영이 그녀를 향해 깔깔대며 웃었다.
“오랜만에 이화가 꽃단장한 모습을 보겠네.”
구진광이 추가로 세세한 제안을 했다. 나쁘지 않은 방법인지라 모두 그렇게 따르기로 했다.
대충 작전이 수립되자 백단영은 마지막 질문을 했다.
“그럼 무흔과 진풍은 어떻게 해?”
전투 요원이 아닌 무흔과 진풍을 수적과의 싸움에 데리고 갈 수는 없다.
두 사람이 멀뚱거리며 바라보자 구진광이 손을 내저었다.
“둘은 여기에 남아 있어. 어차피 같이 가봐야 위험하기만 하고, 별로 도움이 되진 않을 것 아냐?”
장후성도 같은 의견을 개진했다.
옆에서 진풍이 낄낄대며 말했다.
“내일은 제가 이곳에서 낚시를 해 보죠. 작전 완료 후 저녁은 물고기로 배를 채웁시다.”
“크크, 그것도 좋지.”
구진광과 진풍이 죽이 맞아 낚시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회의가 종료되고 각자의 방으로 헤어졌다.
무흔이 방으로 돌아가려 할 때 백단영이 뒤에서 불렀다.
“나 잠시 볼래?”
“무슨 일이세요?”
백단영이 그를 여관 밖으로 인도했다.
무흔은 백단영과 야밤에 강변을 걷게 됐다. 찬바람이 불었으나 그녀와 함께여서 대단히 만족스러웠다.
“오늘 조금 이상하지 않아?”
“작전요?”
“그래. 구 소협이 주도하는 것이 어째 좀…….”
백단영은 구진광과 몇 차례 일이 있은 후 그를 절대 믿지 않았다. 오늘 작전 수립도 마무리하고 보니 구진광의 제안대로 되었다.
“뭔가 꿍꿍이가 있다고 생각하는 거죠?”
“응, 그런데 이상한 점이 있긴 해.”
백단영의 표정이 다소 심각하게 바뀌었다.
“뭔데요?”
“지난번에 사마련에서 나를 노렸다고 했지? 난 이곳 장사수채도 같은 건으로 봐. 아마 수채에서 나를 노리는 자가 있는 게 확실해. 나를 물에 빠트려 죽일 생각이거나 아니면 수채 본부로 끌고 가서 처리하거나.”
확신한 듯 단언하는 백단영이었기에 무흔은 달리 반박하지 않았다.
“그런데 구진광은 분명히 마교의 사주를 받았을 것이거든. 오늘 그가 주장한 작전은 마교랑 연이 닿아 있다고 봐. 그렇다면 지금 마교랑 사마련이 연합해서 벌이는 일일까?”
점창파나 무당산에서 사마련과 마교가 연합하여 작전을 펼친 사실을 알기에 불가능한 일은 아니었으나 백단영 하나를 처리하려고 두 거대 단체가 연합한다고 생각하기엔 이상했다.
“그래도 경계해서 손해 볼일은 없죠. 내일 조심하세요.”
“알았어. 우리 전력이 훨씬 강하니까 문제없을 거야. 사마련과 마교가 연합하지만 않았다면. 넌 만일을 대비해 이곳에 대기하고 있어.”
“알았어요. 내일 다른 문제가 없는지 주시하고 있을게요.”
물론 무흔은 이곳에 있을 생각이 전혀 없었다. 그도 장사수채의 본거지인 백사도로 이동할 생각이었다. 백단영의 위험이 그에겐 가장 큰 문제였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