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림 속의 엑스트라 17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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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131회 작성일소설 읽기 : 무림 속의 엑스트라 171화
171화. 절대마령 (3)
혈각마신이 말을 흐린 것은 여러 가지 노림수가 있었다.
새외 사대고수가 자신감을 가지고 달려들기를 원해서다.
솔직히 그도 백단영의 무공 수준을 정확히 알지 못했다. 멸겁방주와 광혼곡주가 연합해서 어린 낭자 하나를 해치우지 못하고 오히려 죽음을 맞았다는 소문이 대단히 놀라웠으나, 그렇다고 그대로 믿을 수는 없지 않은가.
소문은 과장되는 법이다. 특히 그 주연의 외모가 뛰어나면 더욱 그러하다.
이런 법칙에 익숙한 혈각마신은 백단영이 독을 사용했거나, 그게 아니면 다른 술수를 사용한 것이 분명하다고 생각했다. 사파 최고의 고수 둘을 동시에 상대했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으니까. 어쩌면 그곳에 용봉대 정예고수가 있었을지도 모른다.
“호오, 나이 스물의 처녀가?”
남해수신이 관심을 보였다.
혈각마신은 내심 옳거니 손뼉 치며 한마디 덧붙였다.
“그것도 중원 최고 미녀인 천중화와 쌍벽을 이루는 미모라 합니다.”
“오호!”
새외 고수 셋이 탄성을 터트리며 입술을 핥았다.
서역광불이 주먹으로 가슴을 탕탕 치며 소리쳤다.
“아미타불, 내가 맡겠소. 만나서 바로 성불을 시켜드리리다.”
“안 되오! 내가 하겠소. 첫 임무를 어찌 남에게 미룰 수 있겠소?”
새외 사대고수 가운데 여인인 북해검후를 뺀 세 사람이 치열한 설전을 벌이기 시작했다. 이 모두가 백단영의 나이가 어려 무공이 약할 거라 추측되는 데다 중원 최고의 미녀란 수식어 때문이었다.
혈각마신은 불가의 스님이라는 서역광불마저 침을 흘리고 달려드는 모습에 황당한 미소를 감출 수 없었다. 하긴, 그래서 광불인가.
옥신각신하던 새외 사대고수 세 사람이 투덕거리더니 마침내 내기를 제안했다.
“좋다! 가장 큰 물고기를 잡는 사람이 가는 거다.”
유람선 옆에 붙어 호수를 쳐다보는 세 사람을 사마련 쪽 사람들은 흥미롭게 구경했다.
먼저 서역광불이 컴컴해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호수를 향해 손을 쭉 뻗었다.
퍼덕 퍼덕-
놀랍게도 물고기 한 마리가 서역광불의 허공섭물에 잡혀 갑판 위로 끌어올려졌다. 커다란 잉어로 크기가 무려 두 자에 가까웠다.
두 번째 주자인 남해수신이 손을 쭉 뻗었다.
이번에는 커다란 붕어가 한 마리 잡혀 올라왔다. 남해수신이 손을 휘젓자 붕어가 서역광불이 잡은 잉어 옆에 떨어졌다. 아쉽게도 붕어는 잉어 보다 약간 작았다.
남해수신의 안색이 썩은 물처럼 어두워졌다.
“씨불, 꼬리지느러미라도 더 잡아 뺄걸.”
대막혈사가 팔을 걷고 유람선 난간에 섰다. 한참 호수를 내려다보던 대막혈사가 이윽고 손을 쭉 뻗었다.
퍼더덕-
앞쪽에 콧수염이 달린 커다란 메기 한 마리가 잡혀 올라왔다. 얼핏 보기에 이 메기의 크기도 만만찮아 보였다.
대막혈사의 손짓에 허공을 날아오른 메기가 잉어 옆에 툭 떨어졌다.
“오오!”
모두가 환호성을 지르며 고기 크기를 비교했다.
놀랍게도 대막혈사의 메기 크기가 서역광불이 잡은 잉어와 비슷했다. 얼핏 보아서 구분되지 않을 만큼 똑같았다.
“아미타불, 이건 내가 이긴 거다!”
“뭔 소리! 메기가 잡기 더 힘드니 내가 이긴 거지.”
두 사람의 언성이 높아지다가 결론을 내지 못하고 혈각마신에게 물었다.
“마신께서 판결해 주시지요.”
세 사람의 황당한 짓거리에 한숨을 내쉬던 혈각마신이 눈앞에서 퍼덕거리는 두 물고기를 살폈다.
피식 웃던 혈각마신은 곧바로 판정을 내렸다.
“잘 보시오. 메기가 수염만큼 더 길잖소? 대막혈사께서 당첨되셨소.”
“우오오!”
대막혈사가 두 주먹을 불끈 쥐며 포효를 터트렸다.
한동안 흥분을 가누지 못하던 대막혈사가 서역광불과 남해수신에게 가소로운 미소를 보내며 중얼거렸다.
“흐흐, 너무 아쉬워 마시오. 내가 먼저 해 볼 것 다해 보고 넘겨 드릴 테니.”
이 순간 한 사람의 목숨이 더 짧아졌다는 사실을 그 누구도 알지 못했다.
***
크르르르-
뇌천마령의 눈이 떠지는 순간 무흔은 기겁하고 뒤로 물러났다.
어둠 속에서 뇌천마령의 눈동자가 천천히 무흔을 향했다. 시퍼런 빛이 쏘아지는 눈동자는 귀기가 어린 듯 무시무시했다.
쿵!
뇌천마령이 한 걸음 앞으로 걸음을 내디디며 무흔을 따라왔다.
순간 물러나던 무흔에게 강한 호승심이 생겨났다. 그는 반사적으로 다른 두 절대마령을 살폈다. 여전히 눈을 감고 있는 것이 잠에서 깨지 못한 듯했다.
셋이라면 어렵지만 하나라면 어떻게 가능할 수도 있지 않을까. 적어도 절대마령의 무력 수준을 확인할 이 기회를 그냥 보낼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위험해요!”
뒤에서 다급한 옥소마희의 비명이 들려왔다.
무흔은 그녀를 향해 안심하라는 듯 손을 저어 보이고는 뇌천마령을 향해 시선을 집중했다.
크르르르-
다소 둔해 보이는 몸놀림이었다. 절대마령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면 그냥 거리에서 힘 좀 쓰는 파락호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무흔은 내력을 끌어올리면서 오른손에 수강을 형성했다.
탓-
그는 한쪽 발을 박차고 날렵하게 허공을 날아 뇌천마령에게 뛰어들었다. 하얀 수강이 뇌천마령의 가슴을 강타했다.
쾅-
“크억!”
무흔은 손으로 전해 오는 강한 충격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어찌 된 것인지 확인할 틈도 없이 뇌천마령의 일권이 그의 옆구리를 강타했다.
뻐벅-
일격을 맞은 무흔의 신형이 붕 떠서 동굴 측벽에 처박혔다.
“상공!”
옥소마희가 놀라 달려왔다.
무흔은 신음을 삼키면서 가까스로 몸을 일으켰다.
“괘…… 괜찮아.”
괜찮지 않았으나 신경 쓸 겨를은 없었다. 그를 공격한 뇌천마령이 바닥을 미끄러지듯 그에게 다가왔다.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다가오는 모습은 지금까지와 달리 그에게 공포심을 불러일으켰다.
그제야 무흔은 뇌천마령의 몸 주위로 희미하게 빛나는 호신강기를 제대로 확인했다. 호신강기로 이루어진 강기의 막은 한 치가량으로 두텁지 않았으나, 그의 수강이 꿰뚫지 못할 만큼 강력했다.
“이게 가능한 건가?”
강철도 무처럼 자르는 수강이었기에 무흔은 방금 보았던 현상을 믿을 수 없었다.
크르르르-
뇌천마령의 주먹이 그에게 날아왔다.
무흔과 옥소마희는 동시에 양옆으로 갈라지며 주먹을 피했다.
쾅-
주먹이 떨어진 동굴 벽이 진동을 일으켰다.
“젠장, 이러다 동굴이 무너지겠어!”
무흔은 신음을 터트리며 재빨리 뇌천마령의 뒤쪽으로 돌아갔다.
다행히 뇌천마령은 빠르지 않았다. 천천히 몸을 튼 뇌천마령이 재차 무흔에게 다가왔다.
신기하게도 뇌천마령은 옥소마희를 신경조차 쓰지 않았다.
깊게 생각할 틈도 없이 무흔은 다시 발을 박차며 상대를 공격해 들어갔다.
그는 천강무흔비를 이용해서 뇌천마령에게 강기의 파편을 난사했다.
퍽- 퍽- 퍽- 퍽-
놀랍게도 뇌천마령은 천강무흔비에 맞고도 전혀 흔들림 없이 그를 공격해 들어왔다.
“괴물이다!”
그제야 무흔은 절대마령의 위력을 조금씩 실감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직 해 볼 만하다고 판단했다.
뇌천마령의 안면이 화가 난 듯 일그러졌다. 일반 강시와 달리 희노애락을 일부나마 느끼는 모양이었다.
크아아아-
뇌천마령이 무흔을 붙잡으려고 양팔을 휘저으며 덮쳤다.
무흔은 무흔천상보를 이용해서 옆으로 돌았다. 절대마령의 움직임은 느렸기에 무흔은 어렵지 않게 상대를 따돌렸다.
뇌천마령의 뒤로 돌아선 순간 그는 강하게 발을 휘둘러 뇌천마령의 등에 일퇴를 폭격했다.
콰앙-
강력한 그의 일퇴에 뇌천마령의 몸이 앞으로 휘청했다. 하지만 그것뿐이었다.
무흔이 오히려 발에 충격을 받고 뒤로 밀려났다.
“이런 괴물이!”
화가 난 무흔은 패천마혼장을 쏟아부었다.
산악 같은 그의 일장이 뇌천마령의 등판을 가격했다.
콰앙-
순간 무흔은 뇌천마령의 호신강기가 강력한 반탄력으로 그의 일장을 튕겨 내는 것을 느꼈다. 그는 오히려 뒤로 주르륵 밀려났다.
그래도 이 정도라면 할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적어도 상대는 움직임이 느려 그를 타격하지 못하니까.
하지만 그 순간 상황이 바뀌었다.
뇌천마령이 손바닥을 뒤집자 폭풍이 휘몰아치는 듯한 강력한 일장이 무흔에게 뻗어 왔다.
“헉! 장력을 쏘다니!”
순간적인 역습에 무흔은 피하기가 쉽지 않자 내력을 끌어올리며 상대의 일장을 맞이했다.
콰아앙-
두 장력이 부딪치며 동굴을 뒤흔드는 파공성이 울리는 가운데, 무흔은 그 기세에 쓸려 뒤로 날아갔다.
“크윽!”
다시 동굴 측벽에 몸을 부딪치며 엎어진 무흔은 가까스로 얼굴을 들어 상대를 쳐다봤다. 놀랍게도 뇌천마령은 그 자리에서 꿈쩍도 하지 않고 다시 손바닥을 뒤집고 있었다.
“대체 내공이 얼마나 되는 거야!”
무흔은 비명을 지르며 발을 굴렀다. 뇌천마령의 장력이 아슬아슬하게 그를 스쳐 지나갔다.
이대로는 해결 방법이 없다고 판단한 무흔은 묵천신검을 꺼냈다.
잔백수라십이검이 펼쳐지고 무수한 검흔이 뇌천마령을 난도질했다.
채채챙-
마치 쇳덩어리를 치는 듯한 충격이 검을 쥔 손으로 전달됐다. 놀랍게도 그의 검은 절대마령의 호신강기를 전혀 뚫지 못했다.
“정말 괴물이네!”
어떻게 해야 절대마령을 깨트릴 수 있을지 감이 오지 않았다.
다시 손바닥을 뒤집으며 장력을 날리는 뇌천마령을 향해 무흔은 마지막 남은 방법으로 검강을 동원했다.
콰아아앙-
묵천신검에서 뻗어 나온 비수 같은 검강이 뇌천마령을 강타했다.
뇌천마령이 폭풍 같은 위력에 한쪽으로 쓸려 가서 동굴 벽에 부딪치며 넘어졌다. 놀랍게도 뇌천마령의 몸은 검강에도 흠집조차 나지 않았다. 다만 검강의 공격력을 흡수하거나 튕겨 내기 어려웠던 듯 뒤로 밀렸을 뿐이었다.
무흔은 눈을 부릅떴다. 호신강기 때문인지 아니면 몸 자체가 금강불괴인지 도무지 흠집조차 나지 않았다.
벽에 부딪혀 넘어졌던 뇌천마령이 다시 몸을 일으켰다.
크르르르-
순간 뇌천마령에게서 변화가 일었다.
번쩍!
뇌천마령이 손가락을 펴는 순간 마치 번개가 내리치듯, 하얀빛이 그를 향해 뻗어 왔다.
지법(指法)과 조공(爪功)이 복합된 특이한 무공에 무흔은 경악하며 묵천신검을 이용해 쏘아오는 흰빛을 막았다.
꽈앙-
어마어마한 금속성과 함께 묵천신검이 부러질 듯 강하게 진동했다. 묵천신검을 쥔 오른손이 흡사 찢어질 정도로 막강한 충격에 마비되는 느낌이 왔다.
“젠장! 무지막지 강하다!”
그렇다고 이대로 물러설 수도 없는 노릇. 무흔은 허공으로 몸을 날리며 다시 잔백수라십이검을 펼쳤다.
순간 검초를 뚫고 하얀빛이 들어왔다. 뇌천마령의 손끝에서 다시 뇌전이 뿌려진 것이다.
그제야 무흔은 왜 이 절대마령의 이름이 뇌천마령인지 깨달았다. 이 절대마령의 주특기가 바로 뇌전을 쏘아내는 것으로 추측됐다.
그때부터 정신없이 무흔은 뇌천마령과 뒤엉켰다.
잔백수라십이검의 날카로움을 앞세워 뇌천마령의 몸을 난도질했다. 동시에 각법과 장력까지 이용해서 공격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했다.
번쩍!
그때마다 뇌천마령의 뇌전이 그의 신형을 아슬아슬하게 스쳐 지나갔다. 자칫 한 대라도 맞으면 지옥을 볼 것 같은 느낌에 무흔은 식은땀을 흘렸다.
서로 엉키다 보니 뒷걸음질 치던 무흔의 등에 동굴 벽이 닿았다.
“헉!”
갑작스럽게 퇴로가 막히면서 놀라는 사이 뇌전과 함께 뇌천마령의 손이 불쑥 공격해 들어왔다.
다급해진 무흔이 상체를 틀어 뇌전을 흘리는 순간 뇌전이 동굴 벽을 때리면서 암석 파편이 그의 등에 타격을 입혔다.
“헛! 크윽!”
무흔이 충격에 신음을 흘리는 순간 뇌천마령의 손이 그의 한쪽 발목을 잡았다.
무흔은 자신의 몸이 허공에 들리는 순간 전력을 다해 묵천신검으로 상대를 내리찍었다. 동시에 뇌천마령에 의해 그의 몸이 내팽개쳐졌다.
퍼억-
무흔의 신형이 바닥에 처박히며 그에게 온갖 고통이 밀려왔다.
“상공!”
재차 달려드는 뇌천마령을 옥소마희가 가로막았다.
꽈앙-
푸른 옥소와 뇌전이 서로 엉키며 동굴 내부에 빛이 뿌려졌다.
가까스로 뇌천마령의 공세를 피한 무흔은 입술을 지그시 깨물며 옥소마희의 접전을 바라봤다.
서열 칠 위의 고수인 옥소마희도 그와 별 차이가 없었다. 요리조리 피하며 옥소로 몇 차례 절대마령을 가격하던 그녀도 결국 뇌천마령의 손아귀에 잡혀 동굴 벽으로 날려 갔다.
그녀의 위기를 감지한 무흔이 다시 전투에 끼어들었다.
두 사람이 함께 합공을 가했으나 뇌천마령은 꿈적하지 않았다.
“진짜 괴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