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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림 속의 엑스트라 165화

무료소설 무림 속의 엑스트라: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085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무림 속의 엑스트라 165화

165화. 죽서루 (2)

 

 

 

사마극은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는 전각으로 들어갔다.

경계병이라고는 전혀 존재하지 않는 이곳은 전각 주인의 자신감을 그대로 대변하는 듯했다.

육중한 정문을 넘어 긴 복도를 가로지른 후 그를 반긴 곳은 사방이 석벽으로 둘러싸인 연공실.

그 연공실 한중간에 진한 남색 옷을 입은 한 중년인이 가부좌를 틀고 운기조식에 빠져있었다.

그 정면에서 발걸음을 멈춘 사마극은 무심한 표정으로 조용히 사내가 운기를 끝마치기를 기다렸다.

평소라면 이런 식으로 절대 기다리지 않을 그가 이처럼 예의를 차리는 이유가 있었다. 눈앞에 있는 사나이의 무게 때문이다.

혼천마도 갈무량.

마교 서열 일 위에 자리한 절대 강자. 나이 서른에 절대 강자에 오른 후, 무려 십 년이 지난 지금까지 서열 일 위를 놓치지 않고 있는 인물이다.

물론 마교 서열 일 위라 하여 마교 최강자는 아니다.

마교 서열에 포함되지 않는 예외적인 자들이 있기 때문이다. 바로 마교 교주인 혈천마종과 소교주 셋, 교주와 소교주의 직속 호법들, 그리고 마심노야나 마령파파처럼 원로에 속한 자들이다.

그렇다고 서열 일 위의 무게감이 줄어들지는 않는다. 실제로 그의 무공은 입신의 경지를 넘어 마교인이라면 누구나 경외하는 수준에 올랐으니까. 마교 교주를 비롯하여 사마극 본인 또한 그의 능력을 인정하고 있었다.

“오셨소?”

운기를 끝낸 갈무량이 눈을 떴다.

놀랍게도 그의 눈은 그 심기를 헤아리기 힘들 만큼 지극히 고요하고 깊었다. 마음의 변화가 눈빛에 거의 나타나지 않는 특이한 눈동자. 게다가 넓게 각이 진 턱은 사내의 굳건함을 드러냈다. 평소와 마찬가지로 그의 안면엔 자신감과 여유로움이 묻어났다.

미소를 지으며 다가오는 사마극을 향해 갈무량이 쓴웃음을 지었다.

“무슨 일이신지? 본인은 소교주 세 분 가운데 그 누구도 지지하지 않는다고 이미 공언했습니다만.”

서열 일 위인 만큼 혼천마도의 무게감과 중요성은 엄청났다.

당연히 그를 포섭하려는 소교주의 노력도 끊임없이 계속됐다. 그러나 혼천마도는 어느 쪽에도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혼천마도, 지지를 권유하고자 온 것은 아닙니다만…….”

사마극이 예의를 갖추며 말을 꺼냈다.

의혹의 눈빛을 보내는 갈무량을 향해 사마극이 말을 이었다.

“나는 어느 쪽도 지지하지 않는 당신의 입장이 여전히 확고한지 다시 확인하러 온 겁니다.”

“하하, 물론이요. 변함없소.”

“나는 소교주 쪽 지지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을 향한 지지를 묻고 있는 겁니다.”

혼천마도의 안면에 의문이 일었다. 사마극의 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탓이다.

사마극이 섬전 같은 눈빛을 빛내며 물었다.

“당신이 그 누구보다 무를 숭상하며 마교에 열정을 갖고 있음을 알고 있습니다. 강자를 존중하는 마교 본연의 특성에 가장 어울리는 인물이 바로 당신이지요. 그래서 권력 암투에 초연한 것도 사실이고.”

“그렇습니다만 하고 싶은 말이 뭐요?”

“계속 중립을 유지해달라는 거요.”

“그 말은…… 설마?”

갈무량의 얼굴에 경악한 표정이 떠올랐다. 그도 사마극이 한 말의 의미를 깨달은 모양이었다.

“그렇습니다. 당신만 눈을 감아주면 됩니다.”

갈무량이 신음을 흘리며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겼다.

사마극은 상대의 안색을 살폈다. 갈무량이 움직이지 않으면 마교 고위 서열 가운데 일부를 묶을 수 있다. 적어도 현 교주에게 세력에서 밀리지 않는다. 하지만 그가 거부한다면? 일이 복잡해진다.

갈무량이 눈을 감은 채 조용히 말했다.

“나는 못 들은 것으로 하겠소.”

“그 말은?”

“당분간 폐관 수련에 들어가겠소.”

사마극이 입가에 희열이 드리워졌다. 그는 정중하게 머리를 숙였다.

“이 은혜 잊지 않겠습니다.”

갈무량에게서 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

 

무림다루의 신축 공사에 힘을 쏟던 무흔의 다음 관심사는 기루였다.

개봉에는 유명한 기루 세 곳이 있었는데, 그곳 주인들은 무림다루가 개업했을 때 훼방을 놓은 적이 있었다. 그때의 묵은 감정이 남은 무흔은 그 복수를 이래저래 노리고 있었다. 무림맹의 만박노사에게 이미 허락을 받은 상태였다.

사실 합비의 다정루를 인수한 이유도 이곳 기루와 사업적 연관성 때문이었다.

무흔은 무림다루에서 한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개봉사걸을 불러냈다.

아무래도 기루를 방문하려면 기루 경험이 많은 개봉사걸과 함께 움직이는 것이 유리했다. 무림다루와 무림객잔에서 일하고 있던 개봉사걸이 눈썹을 휘날리며 달려왔다.

“의뢰했던 정보는 들어왔나?”

무흔이 손을 내밀자 개봉사걸 한 녀석이 품에서 양피지 조각을 꺼냈다.

“하오문을 통해 조사한 내용입니다.”

그 양피지에는 개봉의 삼대 주루에 관한 각종 정보가 모여 있었다. 기루 연합에서 무림다루 개점을 방해했을 때, 이미 무흔은 하오문에 관련 정보를 요청했었다.

개봉사걸이 설명을 곁들였다.

“백운루, 청화루, 죽서루 가운데 제일 질이 나쁜 곳이 죽서루입니다. 여기 기녀들은 부모의 빚 때문에 잡혀 온 여자들과 노예시장에서 사 온 여자들이 대부분입니다. 특히 이곳 주인인 허담평은 지난번 무림다루 개점 때 주동적으로 방해했던 악독한 놈입니다.”

이미 예상했던 바였다.

이어서 죽서루의 주인인 허담평의 문제점이 조목조목 올라왔다.

무흔은 허담평이 무림다루 개점 방해를 주도했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당시 무림다루에 무림맹 대주인 풍사검객이 관여했다는 말에 그들이 순순히 물러났지만 그렇다고 그 죄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무흔은 이왕에 합비에서 기루를 운영할 것이라면, 이곳 개봉과 연계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물론 아직 백단영의 허락을 얻은 적은 없다.

그렇게 사업을 구상하다 보니 기루를 주루로 바꾸어 새로운 사업 형태를 시도해보겠다는 야심도 생겨났다.

원래 강호의 대표적인 음식점 형태는 객잔과 기루였다. 차를 주로 파는 다루나 술을 주로 파는 순수한 의미의 주루는 존재하지 않았다. 차와 술은 객잔이나 기루 어디에서나 가능했지만 객잔은 음식점이란 분위기였고, 기루는 기녀가 술을 따르며 잠자리까지 제공하는 곳이었다.

즉 친구와 가볍게 술과 차를 마실 수 있는 그런 곳이 존재하지 않았다. 이점에 무흔의 사업적 감각이 쏠렸다.

“좋아, 죽서루로 가자.”

기루로 간다는 말에 개봉사걸이 환호했다.

역시 놀던 물은 어쩔 수 없다.

“오늘 팍팍 쏘시는 거죠? 죽서루에 죽이는 기녀들이 널렸습니다.”

신이 나서 앞장선 개봉사걸을 따라가며 무흔이 혀를 찼다.

 

***

 

죽서루의 규모는 다정루의 절반 정도였다.

이곳 개봉에서는 기루 가운데 세 번째 규모. 그런 만큼 더 많은 이익을 남겨 위로 올라가려고 불법적인 행위를 더 많이 자행했다.

갑자기 다섯 명의 청년이 들이닥치자 나이가 들어 보이는 기녀 하나가 영업용 미소를 띠며 옆에 붙었다.

“어떻게 오셨나요? 공자님들.”

겉보기에 그들의 옷차림이 고관집 아들 분위기가 아님에도 기녀가 웃으며 맞이했다. 요즘 불경기라 영업이 시원찮은 탓이다.

죽서루는 모두 삼 층으로 일 층이 가장 일반적인 곳이고, 이 층과 삼 층은 부유층 대상에 물 좋은 기녀가 등장하는 곳이었다. 특히 삼 층은 개봉에서 가장 물이 좋은 곳으로 유명했다.

무흔은 다정루에서와 마찬가지로 중간층을 원했다.

그들은 이 층의 한쪽 구석방으로 안내됐다.

나이든 기녀가 요리와 기녀를 어떻게 대령할지 물었다. 개봉사걸이 바로 응대했다. 녀석들이 무흔의 눈치를 보며 무리하지 않은 선에서 적절하게 주문했다.

나이든 기녀가 물러간 후 개봉사걸이 우려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여기서 난리를 펴도 괜찮을까요?”

“너희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정작 무흔은 주위를 둘러보며 다른 고민을 하고 있었다. 이곳 기루의 입지조건과 분위기, 내부 개조 여부 등이다.

잠시 후, 요리가 들어오고 기녀가 무려 다섯이나 들어왔다.

개봉사걸이 환하게 웃으며 기녀들을 맞이했다.

‘이것들이 아주 귀에 걸렸군.’

그래도 가끔 이렇게 한턱내야 부하들이 움직인다는 사실을 알기에 담담하게 받아들였다.

무흔은 옆에 앉은 기녀의 행색을 살폈다. 자연스럽게 다정루의 기녀와 대비됐다. 나이는 설화보다 어려 보였고, 미모도 조금 더 나았다. 죽서루가 물 좋은 기루라더니 그 명성이 다르지 않다.

“자, 넌 이름이 뭐냐? 모두 소개해 보아라.”

기루 경험이 많은 개봉사걸이 좌중을 주도했다.

“솔아이옵니다.”

무흔의 시중을 드는 기녀는 솔아였다.

개봉사걸 덕에 분위기가 금방 흥겨워졌다.

무흔은 솔아가 따라주는 술을 마시면서 그녀의 신세 내력을 물었다. 초반에 대답을 잘해주던 그녀가 어느 순간부터 대답을 거북해했다. 사생활이기도 하고 깊은 곳까지 물어오는 무흔이 수상쩍어 보인 탓이다.

그렇다고 포기할 무흔은 아니었다.

이래저래 다그친 끝에 무흔는 솔아가 섬서성 출신이란 사실을 밝혀냈다. 그녀의 아버지는 도박 빚을 졌고 빚을 해결할 방법이 없었던 아버지는 그녀를 기루에 팔았다. 그게 삼 년 전이었다.

“그래서 몸값은 다 갚았니?”

솔아가 쓸쓸히 고개를 저었다.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팔려올 때의 몸값을 갚는 것은 불가능하다.

분위기가 늘어지자 옆에서 다른 기녀가 끼어들었다.

“여기 있는 기녀들 대부분이 비슷한 처지예요. 우리 목표는 부잣집에 첩실로 들어가는 거죠. 가끔 몸값을 대신 갚아주고 데려가는 부호가 있거든요.”

기녀의 꿈을 들으며 무흔은 술잔을 기울였다. 억누를 수 없는 울화가 치밀었다.

“이곳에 잡혀 온 신참은 어떤 과정을 거치느냐?”

“처음 여기 들어오면 한 달 동안 갇힌 상태로 먼저 교육을 받고요, 그때마다 괴롭힘을 당하죠. 보통 한 달쯤 지나면 어쩔 수 없이 운명을 받아들여요.”

“그들은 어디 있지?”

“본관 안쪽으로 들어가면 별관이 있어요. 거기에서 제일 구석진 곳에…….”

대충 알아들었다.

무흔은 이곳 죽서루를 접수할 계획을 세웠다. 인신매매까지 하는 이곳을 그대로 놓아둘 생각은 없었다.

몸을 일으킨 그에게 솔아가 염려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나리, 어디 가시나요?”

“잠시 뒷간에 좀 다녀오마.”

무흔은 본관을 건너 별관 쪽으로 움직였다.

본관과 별관 사이에는 넓은 정원이 자리해 있었다. 겨울이라 앙상한 나무만 잔뜩 있었으나 봄이 되면 꽤 잘 가꾸어진 정원으로 변신하리란 생각이 들었다.

그가 정원을 빠른 걸음으로 걷고 있자니 기루를 지키는 호위무사 두 사람이 다가왔다.

“손님, 어디로 가십니까?”

“뒷간을 찾습니다만.”

“저쪽입니다.”

칼을 멘 호위무사가 뚱한 표정으로 본관 쪽을 가리켰다. 별관 쪽은 출입금지란 뜻이다. 내친김에 무흔은 몇 가지를 물었다.

“어디에서 나오셨습니까?”

“자색회입니다.”

자색회는 개봉 인근에 있는 흑도 문파다. 개봉은 무림맹이 자리하고 있어 큰 흑도 문파가 자생하기 어렵다. 자색회는 고만고만한 방파로 알려져 있었다.

“몇 명이나 여기에 파견되었습니까?”

“너 뭐야?”

호위무사들의 인상이 험악해졌다.

녀석들이 무흔의 앞을 가로막는 순간 무흔의 손이 번뜩였다. 수혈을 짚인 두 녀석이 풀썩 쓰러졌다. 이런 수준의 녀석들은 몇 백 명이 와도 무흔의 상대가 되지 못한다.

무흔은 재빨리 별관 안으로 숨어 들어갔다.

솔아가 말했던 신입을 감금한 방은 금방 찾을 수 있었다.

방문이 커다란 자물쇠로 잠겨 있음에도 내부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무흔은 손바닥을 편 채 내력을 운기했다. 손가락 끝에서 투명한 강기가 뻗어 나왔다. 수강이다.

스스슥-

수강에 의해 자물쇠가 매끄럽게 잘려나갔다.

예리한 검보다도 더 날카로운 수강은 무흔의 무공이 얼마나 고강한 지 알려주는 증표였다.

손쉽게 자물쇠를 처리한 무흔은 심호흡 후 방문을 열었다.

드르륵-

문이 열리며 방 내부의 광경이 드러났다.

순간 무흔은 인상을 시선 처리를 하지 못했다.

방안에는 모두 네 명의 젊은 여인이 있었다. 그것도 꽤 어려 보이는 십 대 후반의 소녀였다. 그녀들은 속옷만 걸친 채 감금된 상태였다. 더욱 놀라운 것은 그녀들의 몸에 온갖 매질 자국이 가득했다는 사실이다.

“꺄아악!”

그가 들어가자 소녀들이 몸을 웅크리며 비명을 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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