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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림 속의 엑스트라 163화

무료소설 무림 속의 엑스트라: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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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무림 속의 엑스트라 163화

163화. 신흥방 (3)

 

 

 

다음부터는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신흥방의 주요인물을 앞마당에 쭉 꿇어앉힌 다음 남궁이화는 이번 일을 계획했던 자들을 색출해냈다.

사실상 신흥방에서 남궁세가를 적대시하던 인물들이 모두 추려졌다. 이들은 언제든 다시 반란을 계획할 우려가 있기에 확실하게 잡아둬야 한다.

남궁이화는 과감했다.

그녀는 주요인물에 속하면서 죗값이 무거운 세 사람을 골라냈다. 그 가운데 한 사람은 스스로 자결했고 둘은 남궁이화의 검에 사라졌다.

“나머지는 오늘부로 신흥방을 떠나라.”

목숨을 살려준 것만으로도 큰 은혜라며 모두가 고개를 조아렸다.

남궁이화가 신흥방을 완전히 멸문시키려고, 작정한 것은 남궁세가를 적대시했다는 근본적인 문제 외에 다른 이유도 있었다.

최근 무림맹에 주요 전력을 파견한 정파 문파는 이를 틈타 공격해온 사파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평소에는 훨씬 세력이 컸음에도 무림맹 파견 때문에 문파를 지킬 힘이 약해져 오히려 멸문에 이른 경우가 발생했다.

이런 사건은 자연스럽게 무림맹 파견을 꺼리게 하고, 장기적으로 무림맹의 힘을 약하게 만든다. 남궁이화는 사파에서도 같은 일이 벌어질 수 있음을 보여주고 싶었다. 사파 역시 주요 전력을 사마련에 파견하면 자칫 멸문에 이를 수 있음을 선언했다.

신흥방은 작지 않은 문파이기에 그 효과는 꽤 컸다.

대충 상황을 정리한 남궁이화가 돌아섰다.

이번에는 백단영이 나섰다. 그녀는 다른 측면에서 접근했다. 우선 신흥방의 총관을 불렀다.

“장부와 문서를 가져와라.”

신흥방에 속한 각종 토지와 이권 등을 찾아내려 한 것이다.

상단의 딸인 그녀의 지론에 따르면 자금력이 그대로라면 언제든 다시 일어설 수 있다고 보았다. 사람 몇 사람 죽었다고 문파는 쉽게 허물어지지 않는다. 문주가 죽으면 그 가족이나 다른 주요 직책에 있던 사람이 문파를 일으킬 수 있다.

머뭇거리던 총관이 백단영의 뜻을 헤아리고는 급히 안쪽으로 뛰어 들어갔다.

신흥방 총관 방도선은 방주의 가족이 사는 별채로 향했다. 별채에는 방주의 아들, 순욱이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다.

“총관, 어떻게 되었소?”

방도선을 발견한 순욱이 다급하게 물었다.

방도선이 서랍을 뒤지며 대답했다.

“우리는 망했습니다. 저들이 장부를 원하고 있습니다. 각종 집문서에 토지문서 말입니다.”

“아니! 그걸 내주면 우리는 어떡하라고?”

순욱이 문서를 붙잡으며 절대 안 된다고 버텼다.

“내주지 않으면 여기 있는 사람들이 다 죽을지도 모릅니다.”

“내주든 아니든 방주 아들인 난 어쨌든 죽을 것 아닌가.”

순욱의 추측은 합당했다.

저들이 후환을 남겨놓을 리 없다. 혹시나 이 정도에서 끝을 맺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기대하며 이곳 별채에 숨어 있었지만, 지금 총관의 행동으로 보아선 최악의 경우를 가정하는 것이 옳다는 생각을 한 것이다.

“방 총관. 나도 살아야 할 것 아닌가. 그 문서는 나를 주고 최대한으로 시간을 끌어보게. 내가 도망칠 동안.”

방도선은 선택의 기로에 섰다.

방주 아들과 문서를 모두 가져가면 자신은 살 수 있을지 모른다. 방주를 가차 없이 벤 그 여인의 기세를 떠올리자니 절로 몸이 움츠러들었다. 본인의 목숨만 생각하면 이것이 답이건만 애원하는 순욱을 보니 차마 그럴 수 없었다.

“하아!”

한숨을 내쉰 방도선은 금고에서 꺼낸 문서를 살폈다.

“집이나 토지문서 이런 것은 너무 뻔해서 드리기 어렵고요, 저들이 모를만한 것을 드려야겠습니다.”

순욱의 눈빛이 빛났다. 마침내 살길이 보인 것이다.

방도선은 도망칠 때 경비로 쓸 금전과 은전을 대충 챙겨준 다음 서류를 쭉 늘어놓았다.

“어느 것이 좋겠습니까?”

순욱의 눈에 다정루 지분이 눈에 띄었다. 설마 적들이 다정루 지분이 있음을 알까. 지분 문서를 갖고 있으면 몇 해 뒤 잠잠해졌을 때 다시 나타나 지분을 챙기면 된다. 그때까지 다정루는 어떤 식으로든 굴러갈 테니까. 외부에 드러난 집이나 토지보다 훨씬 유리했다.

“이걸로 하겠어.”

순욱이 다정루 지분을 품에 넣었다.

방도선은 남은 서류를 챙기면서 순욱에게 일렀다.

“뒷마당 쪽문으로 뒤도 돌아보지 말고 도망치세요. 다른 성으로 옮겨 몇 년은 참고 지내시기 바랍니다.”

순욱이 도망치다 걸리면 자신 역시 위험해지기에 방도선은 간절한 마음으로 일렀다.

순욱은 허겁지겁 별채를 뛰쳐나가며 뒤를 돌아봤다. 그의 눈길은 그를 놓아준 총관이 아닌 바닥에 떨어진 서류와 장부에 멎어 있었다.

 

***

 

신흥방을 벗어난 순욱은 무조건 달렸다.

오늘따라 뒤쪽으로 난 길이 왜 이리 멀까. 그는 이 마을이 이렇게 큰 줄 이번에 처음 알았다.

목숨이 아까웠기에 잠시도 쉬지 않고 달린 끝에 숲이 우거진 산속으로 들어왔다.

“하아.”

순욱은 거친 숨을 내쉬며 바위에 걸터앉았다.

일단 한 식경을 달렸으니 큰 위험은 벗어난 것으로 생각됐다. 그는 품속의 문서를 손으로 더듬어 확인한 다음 이빨을 으드득 갈았다.

“남궁세가! 내 이것들을 절대 용서하지 않으리라.”

남궁세가는 아버지를 죽인 원수이자 신흥방을 몰락시킨 원흉이었다. 그는 자신이 먼저 남궁세가를 건드렸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어버리고, 원한을 마음속에 차곡차곡 쌓았다. 군자의 복수는 십 년이 지나도 늦지 않다고 했으니 자신도 십 년 동안 다시 방파를 설립해볼 생각이었다.

“그래도 아직 기반은 남았단 말이지.”

다정루는 안휘성에서만 영업점이 세 곳이나 있는 거대 기루다.

그 지분의 절반은 절대 적은 금액이 아니었다. 다시 일어서기에 부족하지 않은 밑천이 되어 줄 것이다.

돈이 있으면 마음이 든든한 법이다.

순욱은 차분하게 마음을 가라앉히고 어디에 몸을 의탁할 것인지를 고민했다. 사파의 특성을 잘 아는 그는 사파가 오히려 위험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사파에 의탁하면 자칫 이 문서를 빼앗기고 목숨을 잃을 수 있었다.

“끙, 그렇다고 정파에 가서 머무를 수도 없고…….”

그가 고민에 잠겼을 때 누군가가 등을 툭툭 쳤다.

“뭐야?”

고개를 홱 돌린 그의 시야에 죽립을 쓴 낯선 사람이 들어왔다. 처음 보는 얼굴이었다.

순욱은 안면을 찌푸리며 사내를 경계했다.

“뭐 하는 사람이요?”

죽립인이 말없이 손을 내밀었다.

순욱은 짜증스러운 얼굴로 다시 물었다.

“거지요?”

죽립인은 여전히 대답은 없고 손바닥을 내민 채였다.

행동을 보고 영락없는 거지라 생각한 순욱은 품을 뒤져 은자 한 냥을 꺼냈다. 평생 적선이라고는 해본 적이 없던 그였지만, 지금은 쫓기는 몸이라 괜히 상대를 자극하고 싶지 않았다.

그는 손바닥에 은전을 떨구었다.

그런데 무려 은전 한 냥이라는 엄청난 금액을 주었음에도 상대방에게서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너! 뭐야? 그만큼 줬으면 알아서 떨어져야지?”

눈을 부라려 보았으나 여전히 반응이 없었다.

안면을 찡그리며 인상을 쓰던 순욱은 품에서 은전 한 냥을 더 꺼냈다. 이젠 과거와 달라 그도 돈을 아껴 써야 한다. 앞으로 신흥방이 부활할 때까지 돈이 생길 구멍이 없으니까.

짤랑.

은전 위에 다시 은전 한 냥이 포개졌다.

“이제 됐지?”

여전히 죽립인은 손바닥을 치우지 않았다.

슬그머니 부아가 치밀어 오른 순욱은 버럭 화를 내려 했다. 그때 죽립인의 다른 손이 그의 품속을 가리키는 것을 보았다.

“엉? 내 품에는 아무것도 없는데…….”

순욱은 자신의 품에 손을 가져갔다. 문서가 제대로 들어있나 확인해볼 겸.

“헉!”

놀랍게도 문서가 품에 없었다. 방금까지 분명히 품에 있는 것을 확인하지 않았던가.

화들짝 놀란 순욱의 눈에 더 놀라운 것이 보였다. 언제 건너갔는지 알 수 없으나 죽립인의 손바닥 위에 다정루 지분 문서가 놓여 있었다.

“이 자식이! 그거 내 꺼야!”

순욱은 다급하게 손을 뻗었다. 순간 그의 가슴으로 차가운 검날이 느껴졌다.

“크으윽!”

“이럴 때는 만박귀공의 소매치기 술법이 쓸만하네.”

그는 문서를 품속에 넣고 쓰러진 순욱의 몸 위에 은자 두 개를 떨어트렸다. 아마 잠시 후면 거지가 나타나 순욱의 몸에서 알아서 금품을 뒤져 달아날 것이다. 주머니 속에 은자 금자가 많이 든 데다 금반지와 금목걸이로 치장한 녀석이니.

내일이면 순욱은 강도를 만나 살해된 것으로 알려질 것이다.

무흔의 신형이 귀신처럼 사라졌다.

 

***

 

한바탕 폭풍이 스쳐 지나간 다정루는 재정비를 하느라 난리였다.

시체를 치우고 무너진 건물 벽을 보수했다. 다정루 자체의 인력만으로도 기루를 재정비하기에 그리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벌어진 일은 수습해야 하고 기루는 영업을 재개해야 한다.

아랫것들을 열심히 다독여 대충 일을 마친 다홍은 한숨을 돌렸다.

그제야 이곳을 공격했던 무법자 세 사람이 다시 생각났다.

그 버릇없던 젊은 여자 둘이야 그렇다손 치더라도 죽립을 썼던 한 사람은 눈에 익었다. 그녀는 그 죽립인이 어제부터 이곳에 머물던 손님이었음을 기억했다.

“그놈 수발을 누가 들었더라?”

그녀는 재빨리 설화를 찾았다. 곧바로 설화가 불려왔다.

다정루에 불어닥친 일을 들은 설화는 행수기녀인 다홍의 막말에 바로 머리를 숙였다.

다홍이 설화의 머리를 쥐어박으면서 소리쳤다.

“야, 너 그 죽립인 알지?”

“예? 죽립인요?”

“어젯밤에 모셨잖아?”

설화는 눈만 끔뻑이며 제대로 대답하지 못했다.

분명히 어젯밤을 같이 보내긴 했다. 그런데 생각나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분명히 나란히 누웠던 것 같긴 한데 깨어보니 아침이었으니까. 솔직히 그녀가 한 것이라고는 아침에 검을 가져다준 것 외에 아무것도 없었다.

“그, 그게…….”

“제대로 말 안 하면 죽을 줄 알아! 그놈 누구야?”

다홍이 설화의 머리를 쥐어뜯으며 난리를 폈다. 난데없이 불벼락을 맞은 설화는 그대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오늘 당한 수모를 분풀이하는 다홍의 뒤통수를 누군가가 툭툭 쳤다.

“언 놈이야?”

신경질적으로 고개를 홱 돌리던 다홍의 표정이 얼어붙었다. 바로 그 죽립인이 눈앞에 서 있었다.

“날 찾았나?”

“허어억! 나, 나리!”

다홍이 사색이 되어 설화의 머리를 놓고 얌전해졌다.

그런 다홍의 눈앞에 문서 한 장이 내밀어졌다.

“잘 봐라!”

바로 다정루 지분의 절반을 소유하고 있다는 문서였다. 문서의 낙인을 보아 절대 가짜가 아니었다.

“이게 어, 어떻게 된…….”“어떻게 되긴 뭐가 어떻게 돼? 내가 바로 여기 주인이다. 알겠느냐?”

무흔의 호통에 다홍이 부들부들 떨며 바로 머리를 숙였다.

“알아서 모시겠습니다.”

다홍을 잠시 바라보던 무흔의 시선이 바로 옆에서 울상을 짓고 있는 설화에게 멎었다.

“앞으로 여기 총괄은 설화가 한다. 설화가 바로 내 대리인이다. 다홍 너는 앞으로 설화의 명을 받도록. 알았나?”

갑작스러운 선언에 다홍도 설화도 넋이 나갔다.

“알았나?”

다시 묻자 그제야 정신이 번쩍 든 다홍과 설화가 고개를 푹 숙였다.

“알겠습니다.”

“설화 너는 이 다정루를 무리 없이 잘 끌어가도록. 만일 다홍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해고해도 좋다.”

무흔은 조용히 뒤로 물러났다.

졸지에 다홍과 설화의 위치가 바뀌었다. 설화의 지시에 반항하는 듯하던 다홍이 이내 순순히 명을 받았다.

무흔은 그 장면을 보며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물론 그가 설화의 능력이나 이런 점을 높게 산 것은 아니었다.

단지 지금까지 기루를 총괄해왔던 다홍의 위에서 그녀를 견제할 한 사람이 필요했던 것뿐이다. 다홍이 있는 이상 다정루는 과거처럼 영업을 유지할 것이고, 다홍은 위에 상관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제멋대로 하지 못할 것이다.

이곳이 개봉과 멀리 떨어져 있기에 그가 선택한 수순이다.

이것으로 다정루란 기루는 그의 것이 됐다.

백단영과 남궁이화를 도와 신흥방과 마교인을 제거하는 공을 세웠으니, 그도 충분히 그 보상을 받을 자격이 있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 그는 다정루를 백단영과 공동으로 운영하는 사업체에 넘길 생각이었다. 그때쯤이면 무림객잔과 무림다루에 이어 무림루라는 기루까지 사업이 전 방위로 확장된다.

문득 한 가지 걱정되는 일이 떠오르긴 했다. 기루를 운영한다면 백단영이 그를 어떻게 볼지 걱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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