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림 속의 엑스트라 162화
무료소설 무림 속의 엑스트라: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145회 작성일소설 읽기 : 무림 속의 엑스트라 162화
162화. 신흥방 (2)
셋 중 가장 강력한 자는 청노였다.
하지만 청노 개인의 무공은 백단영에 미치지 못했다. 그렇기에 셋의 연합이 깨지는 순간 청노의 공세 역시 힘을 잃었다.
하지만 청노의 노련함은 이런 상황을 꿰뚫고 있었다.
전세가 기울었음을 확신한 청노는 도주를 떠올렸다. 한 여인은 강력한 검초를 펼친 후 재차 검초를 펼칠 상황이 아니었고, 다른 여인은 순간적으로 수십 초를 날린 후 자세를 잡지 못했다. 양쪽 모두 구멍이 보였으나 감히 그곳을 뚫을 생각은 나지 않았다.
청노는 두 여인을 향해 가벼운 허초를 뿌리고는 허공으로 몸을 날렸다. 그의 도주 경로는 좌우가 아닌 위쪽이었다.
전각의 지붕을 깨트리고 이곳을 벗어날 작정을 한 그는 지붕이 부서져 혼란이 일수록 유리했다. 기를 집중시켜 빛살처럼 솟구친 그의 신형에서 강력한 일장이 뿜어졌다.
콰앙-
하지만 놀랍게도 그가 미처 지붕에 일장이 닿기 전에 방해하는 기운이 있었다. 그 기운은 그의 일장을 서너 조각으로 깨트린 후에도 강력함을 잃지 않고 그를 향해 몰려왔다.
“허걱!”
이대로 솟구치다가는 그 기운에 그대로 노출될 것을 깨달은 청노는 황급히 방향을 틀었다. 허공에 뜬 청노는 일장을 날려 전각의 측벽을 때리고, 그 반탄력으로 방해한 자를 향해 돌진했다.
그와 동시에 청노의 안면이 일그러졌다.
그의 도주를 방해한 자는 바로 죽립을 쓴 무극서생이었다.
콰앙-
청노의 장력과 무흔의 검격이 서로 엉키며 기세가 폭발했다. 허공에 뜬 상태라 청노의 움직임에는 제약이 많았다. 장력을 깨고 들어오는 검강에 청노는 대경해서 손바닥을 뒤집었다.
번쩍-
검강에서 변화가 일었다.
한줄기 빛살처럼 다가오던 검강이 둘로 쪼개졌다. 청노는 이 변화가 자신이 발출한 장력 때문이 아니란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검에서 떠난 검강이 도중에 이런 변화를 일으키는 경우를 그는 경험한 적이 없었다.
그로 인해 당황해서 대응이 늦어지는 순간.
서걱-
날아온 검강이 그의 가슴에 두 줄기 검흔을 남겼다. 허공으로 솟구쳤던 청노의 육신이 실이 끊어진 연처럼 동력을 잃고 떨어져 내렸다.
쿵!
바닥에 떨어져 핏덩이가 된 청노의 육신은 처참했다.
검강이 지나간 두 자상은 의외로 깊었다. 내부 장기마저 완전히 절단된 채 붉은 피가 바닥을 흥건히 적신 것이다.
몇 차례 고통으로 몸을 움찔거리던 청노의 움직임이 서서히 잦아들었다.
“은공!”
남궁이화가 번개처럼 몸을 날려 무흔을 껴안았다.
난데없는 여인의 돌진에 무흔은 꼼짝 못 하고 그대로 그녀를 껴안을 수밖에 없었다.
“와주셨네요! 고마워요!”
백단영은 다소 멍한 표정으로 두 사람을 바라보고 있었다.
무흔은 이 순간 죽립을 쓰고 있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뼈저리게 실감했다.
“험, 험.”
조심스럽게 남궁이화를 떼어놓은 무흔은 한발 뒤로 물러났다.
그제야 실책을 깨달은 남궁이화는 얼굴을 붉히며 백단영의 눈치를 살폈다. 주위를 둘러쌌던 신흥방 무인 절반은 이미 쓰러졌고, 나머지는 겁에 질려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이제 어떻게 할 거야?”
잠시 무극서생을 향해 시선을 돌렸던 백단영이 남궁이화에게 물었다.
남궁이화가 흥분된 표정을 가라앉히며 싸늘하게 대답했다.
“시작했으면 끝까지 처리해야 후환이 없어. 신흥방을 칠 거야.”
백단영은 생각지도 못했던 흐름이었다. 오직 남궁이화만이 저지를 수 있는 전개이기도 했다.
“가자!”
남궁이화가 백단영에게 소리친 후 슬쩍 무극서생을 살폈다.
무흔은 미미하게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단지 이것으로 끝낸다면 한바탕 난장을 피운 것에 지나지 않는다. 수고했다면 뭔가 제대로 이득을 얻어야 하지 않을까. 물론 마교의 귀곡삼노와 정면대결하여 승리를 얻은 백단영과 남궁이화의 전과 또한 무엇과도 바꿀 수 없긴 하지만.
***
무당산 아래 막사에서 회의가 열렸다.
참가한 인원은 용봉대 대주인 풍사검객과 서옹, 장후성과 제갈수였다.
풍사검객은 방금 무림맹 책사로부터 날아온 서찰을 펼쳐놓았다.
“이번 전서구의 내용에 따르면 백단영과 남궁이화가 마교의 특수부대를 깨고 합비로 이동한 것으로 보이네.”
“두 사람의 힘만으로는 어려우리라 봤는데, 어떻게 특수부대를 해치웠지?”
“남궁 소협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서찰 하나를 놓고 그들은 머리를 맞댔다.
처음에 백단영과 남궁이화가 남궁세가로 이동하고 남궁천기가 따라간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그들 모두는 무척 걱정했다. 그들이 무림맹 책사로부터 받은 정보에 따르면 마교의 특수부대가 같은 경로로 이동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두 정보를 조합해보면 마교 특수부대가 노리는 곳이 남궁세가임이 더욱 분명해졌다. 그렇다고 이곳 무당파를 버리고 지원을 나갈 수도 없는 처지라서 그들은 속수무책인 상황이었다.
돌아가는 상황은 백단영과 남궁이화를 포기할 수밖에 없는 처지로 몰았다. 더불어 남궁세가까지. 모두 너무 아까운 인재와 세력이었으나 무당파와 비교할 것은 아니었다.
그랬던 것이 정반대의 결과가 오늘 도착했다.
마교 특수부대의 움직임이 멈추고 그 흔적 역시 사라졌다. 현장에는 죽은 다수의 시체가 발견됐다. 놀랍게도 특수부대에 문제가 생긴 것으로 추정됐다.
“어떻게 이런 결과가 일어났을까요?”
“흘흘, 최근 천상신모의 진전을 이은 백단영의 무공이 급증하긴 했으나…….”
제갈수의 질문에 서옹이 무심코 답변하다 고개를 저었다. 그것만으로는 설명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남궁이화의 능력을 더해도 불가능한 결과였다.
“중요한 점은 그게 아니야. 그건 나중에 두 사람이 돌아오면 듣도록 하지. 그보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이곳 문제일세.”
풍사검객이 재빨리 주제를 돌렸다.
전서구를 본 제갈수가 가장 먼저 꿰뚫어 봤던 내용이었다. 바로 지금 이곳에서 대치 상태에 들어간 사마련과 마교의 병력이 예상보다 못하다는 것이었다.
“제 견해는 확실합니다. 무림맹은 이곳에 백호대와 무당파 자체 병력, 여기에 우리 용봉대까지 집결시켰습니다. 그 이유는 이곳을 치러온 적의 병력을 상대하려면 그 정도 규모가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여기에 남궁세가라는 변수가 끼어들었고 적군은 특수부대를 운용했습니다. 그리고 그만큼 이곳에 들어온 적의 병력 규모가 줄어들었습니다.”
제갈수의 설명에 풍사검객이 다시 물었다.
“그래도 사마련 연합의 병력이 상당해. 승산이 있다고 판단하나?”
“중요한 것은 병력의 규모가 아니라 질입니다. 적은 처음 예상대비 특수부대라는 꽤 질 높은 마교 병력이 빠졌습니다. 여기에 더 중요한 점은 소교주인 사마극이 이곳을 벗어났다는 점입니다.”
“우리가 정찰한 바로는 사마극이 이곳에 없는 것으로 보이긴 하지만…….”
사실상 최강자로 인식되는 사마극의 존재 여부는 큰 차이가 있다.
장후성이 자신감을 내비치며 제갈수와 의견을 교환했다.
“그럼 지금 이곳에는 사마련 연합과 마교의 흑살대가 전부란 말이지?”
“그렇지. 구성면으로 본다면 점창파 대전 때보다 오히려 유리해.”
그렇다고 해도 쉽지 않은 싸움임을 누구나 알고 있다.
제갈수는 시간이 흘러 사마극이 합류하거나 특수부대가 돌아온다면 적군이 더 강해진다는 사실에 초점을 맞추었다.
“지금이 가장 약할 때야. 그래서 적군도 공격하지 않고 저렇게 대치만 하는 상황이고. 반면 우리에겐 적이 생각지 못한 비밀병기, 바로 네가 있잖아?”
제갈수가 장후성에게 의미심장한 미소를 보냈다.
정파의 떠오르는 신성으로 거듭날 장후성이 처음 그 모습을 선보이는 격전지로 이곳 무당산은 좋은 선택이었다. 사마극이 없다면 장후성을 막을 자는 이곳에 포진한 적군 내에서 없을 테니까.
“비밀병기는 무슨…… 아직은 몰라.”
장후성이 빙그레 웃으며 겸손을 떨었다.
두 사람의 대화를 흐뭇한 표정으로 지켜보던 풍사검객이 생각을 정리했다.
무당과 화산의 절기를 이은 장후성이 있다면 해볼 만하다는 것은 확실했다. 제갈수의 판단이 옳다면 지금 현재는 무림맹의 병력이 오히려 압도적이다. 사마극이 합류하기 전에 끝장내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사마극은 어디로 갔지?”
“아무도 모르죠. 다만 특수부대에서 문제가 발생하자 이를 확인하러 자리를 비운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제갈수의 예상이 옳은지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점은 사마극이 이곳에 없다는 사실이다. 만일 이것이 잘못된 정보라 할지라도 비관적이지 않았다. 어차피 붙어야 할 적이니까.
풍사검객이 탁자를 손으로 치며 벌떡 일어섰다.
“좋아, 오늘 밤에 적을 친다. 백호대와 무당에 연락해서 전면전을 준비하고 우리 용봉대는 기습작전을 펼친다.”
결정이 내려졌다.
풍사검객과 서옹이 사라진 후 장후성은 백단영과 남궁이화를 떠올렸다. 그 두 사람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팠다.
“살아만 있어라. 쉽게 죽을 목숨은 아닐 것이라 믿어.”
그의 중얼거림을 들은 제갈수가 피식 웃으며 물었다.
“백단영과 남궁이화?”
장후성이 대답 없이 고개를 끄덕이자 제갈수가 그의 어깨를 툭툭 쳤다.
“우리는 백단영의 능력을 너무 과소평가하고 있는지도 몰라. 그녀의 능력이 너랑 같은 급이라고 생각하면 방금 들어온 모든 정보가 설명되거든.”
장후성은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최강고수로 올라선 지금 장후성은 과거 자신이 얼마나 햇병아리였는지 깨달았다. 한 줌도 안 되는 능력으로 마치 세상 최고의 기재인 것처럼 목에 힘을 주고 다니지 않았던가. 무당파와 화산파의 절기마저 제대로 익힌 지금 그의 능력은 자신이 생각해도 상상 불가였다.
설마 백단영도? 그는 생각을 멈췄다. 자신의 무공 수준이 이전과 얼마나 달라졌는지 알고 있기에.
얼마 전 비무에서 백단영은 분명히 뛰어났다.
하지만 백단영의 도움으로 자하신공의 단점을 보완한 그는 다시 한 단계 더 올라섰다. 지금의 그라면 백단영을 능가할 자신이 있었다.
문득 백단영이 보고 싶어졌다. 어느 순간 그의 마음속에는 약혼녀인 모용예보다 백단영이 더 깊이 자리하고 있었다.
***
다정루에서 신흥방까지는 그리 멀지 않았다.
남궁이화는 그야말로 보무도 당당하게 신흥방에 입성했다.
그녀는 굳게 닫힌 신흥방 정문에서 가볍게 검을 휘둘렀다.
콰앙-
쩌저적-
그녀의 일격에 육중한 정문이 두 조각으로 쪼개졌다.
그뿐이 아니었다. 정문 위에 걸려 있던 신흥방이란 현판 또한 박살나서 떨어졌다. 사실상 한 문파의 가장 큰 수치이자 멸문의 신호탄이었다.
그러나 신흥방 무인들은 덤빌 생각도 못 한 채 양옆으로 늘어섰다. 마치 개선장군처럼 입성하는 남궁이화와 백단영을 환영하는 듯한 자세였다.
남궁이화가 쿵쾅거리며 선두로 들어갔고, 백단영은 다소곳한 걸음으로 뒤를 따랐다. 그 한참 뒤에 죽립을 쓰고 묵천신검을 품에 안은 무극서생이 미끄러지듯 천천히 움직였다. 무극서생의 걸음걸이는 마치 사람이 아닌 듯 무릎이 굽지 않아 그 고절한 무공을 엿보게 했다. 당연히 이를 본 주위 사람의 입이 벌어졌다.
신흥방 중앙대전 앞, 미리 소식을 접한 신흥방의 핵심인 방주와 장로들이 부들부들 떨며 대기하고 있었다.
다정루에서 벌어졌던 모든 정황을 이미 보고받은 그들은 사실상 저항을 포기했다.
“남궁 여협께서 오셨소?”
신흥방주가 비굴한 웃음을 떠올리며 맨발로 튀어나왔다.
순간 남궁이화의 검이 방주의 목에 척 걸렸다.
“남궁세가를 노린 것이 사실인가?”
사색이 된 신흥방주가 몸을 떨며 손을 내저었다.
“그, 그건 잘못된 정보요.”
“마교의 수행원인 귀곡삼노에게 들었는데?”
신흥방주가 벌린 입을 다물지 못하고 눈만 껌벅였다. 모든 내용이 사실임을 증명하는 행동이었다.
컥-
남궁이화는 거침이 없었다.
상대가 변명을 제대로 하지 못하자 그대로 목을 벴다. 방주의 머리가 아래로 떨어졌다.
“방주님!”
흥분한 장로 둘이 검을 들고 남궁이화에게 몸을 날렸다. 허나 옆에 있던 백단영이 내버려 두지 않았다.
휘익-
장로 두 사람의 허리를 연검이 지나가며 피 분수가 일었다. 순식간에 시체 세 구가 앞마당에 뒹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