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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림 속의 엑스트라 157화

무료소설 무림 속의 엑스트라: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051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무림 속의 엑스트라 157화

157화. 무공 전수 (2)

 

 

 

서서히 혁무휘의 기운이 사그라들었다.

“네놈의 이름은?”

“무극서생.”

두 사람의 시선 사이에 불꽃이 튀었다.

“기대하도록 하지. 아, 하나 더 알려줄까?”

무흔은 대답 없이 묵묵히 상대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이번에 남궁세가가 멸문 대상에 오른 이유는 다정루 때문이야. 신흥방이 다정루를 사마극에 넘기기로 했거든.”

나타날 때보다 더 빠르게 혁무휘의 신형이 그림자가 되어 사라졌다.

다시 혼자가 되었을 때 무흔은 긴 한숨을 내쉬었다.

“대단한 자군. 아직 쉽지 않다.”

무흔은 상대의 무력을 절감했다. 혁무휘가 저 정도라면 사마극은 더욱 쉽지 않을 것이다.

마교의 강력함에 잠시 고민에 빠졌던 무흔은 그제야 남궁이화가 생각났다.

남궁이화는 두 사람의 격전에 휘말려 저쪽 비탈까지 떠밀려나 정신을 잃고 있었다.

무흔은 급히 남궁이화를 일으키며 내력을 주입했다.

“하아, 미안해요.”

미안하다고 인사부터 하는 것을 보니 다행히 의식이 제대로 돌아왔나 보다.

무흔은 묵묵히 그녀를 안고 동굴 안으로 들어갔다.

동굴 내부는 의외로 아늑하고 환경이 나쁘지 않았다. 그는 남궁이화를 한쪽에 내려놓고 무뚝뚝하게 말했다.

“먼저 내외상부터 치료하라. 치료하는 동안 호법을 서주겠다.”

차마 그녀를 이곳에 내버려 두고 갈 수 없어 무흔은 치료를 재촉했다. 이참에 자신 역시 이곳에서 운기조식을 비롯하여 재정비할 생각이었다.

누워있던 남궁이화는 가까스로 몸을 일으켜 앉았다. 온몸이 엉망이었다. 십전마검과 혈살마륜의 공격에 내상뿐만 아니라 외상도 엄청났다. 특히 십전마검에게 일격을 당했던 오른쪽 어깨의 상황이 별반 좋지 않았다.

“약은 가지고 있나?”

무흔의 물음에 남궁이화는 자신의 품을 뒤져 금창약을 꺼냈다. 대부분 무림 명가에서는 좋은 약을 확보하고 있다. 이래저래 몸을 상할 경우를 대비해 필수품으로 갖고 다닌다. 남궁이화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럼 치료하도록.”

무흔은 동굴 입구 쪽으로 몸을 돌려 그녀가 편하게 치료할 수 있도록 배려해 주었다. 동시에 그 역시 가부좌를 튼 채 몸을 추슬렀다.

얼마의 시간이 지나기도 전에 뒤쪽에서 남궁이화의 목소리가 들렸다.

“저…… 대협!”

“나는 대협이 아니다.”

무흔은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말을 받았다. 실제로 무흔이나 무극서생은 무림에 별달리 도움이 될 일을 하지 않았다. 그는 오직 백단영을 위해서만 행동했으니까. 게다가 그가 알기에 과거의 무극서생 역시 정사지간의 인물로 특별히 존경받거나 한 자는 아니었다.

단호한 그의 대답에 잠시 멈칫한 남궁이화가 떨리는 목소리로 다시 말을 걸어왔다.

“그, 그럼 은공……, 제 말 좀 들어주실 수 있나요?”

무흔이 한숨을 내쉬며 몸을 돌렸다.

“무슨 일이지?”

그의 눈에 주저앉아 간신히 몸을 지탱하고 있는 남궁이화가 보였다.

그녀가 곧바로 말을 꺼내지 못하고 머뭇거리자 무흔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몸이 많이 안 좋은 듯하니 다음에 이야기하도록.”

물론 다음은 없을 확률이 높다. 무흔은 그녀가 대충 원기를 회복하면 떠날 생각이었으니까.

그러나 남궁이화는 입술을 깨물더니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시작했다.

“저는 어릴 때부터 가문의 비전인 창궁무애검법과 제왕검형을 익히고 싶었어요. 하지만 그 두 무공은 가주에게만 전해지는 무공이라 저는 익힐 수 없었죠.”

이미 짐작하고 있던 내용이라 무흔은 조용히 듣기만 했다.

“저는 가문의 다른 무공을 두루 섭렵했지만 이런 이유로 최고에는 이를 수가 없었어요. 지금은 이 부분이 벽으로 작용하여 발전이 어려운 상황에 도달했어요. 아무리 노력해도 더 성장할 수 없고 각 문파의 최고 무공을 배운 동료에게 오히려 뒤처지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남궁이화가 자세를 고쳤다. 그녀는 무흔을 향해 무릎을 꿇었다.

무흔은 내심 놀라면서도 겉으로는 태연한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기만 했다.

“저에게 무공을 가르쳐 주세요.”

놀랄만한 요구를 그녀가 말했다.

무흔은 언젠가는 이런 일이 있으리란 짐작을 하고 있었기에 충격이 그리 크진 않았다. 하지만 자존심 강한 남궁이화가 그에게 무릎을 꿇고 애원한다는 사실은 솔직히 뜻밖이었다.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고 묵묵히 그녀를 쳐다보고 있자, 거절당한 것으로 생각한 남궁이화가 다시 머리를 숙였다.

“저에게 무공을 가르쳐 주세요. 물론 가당치 않은 요구임을 잘 알고 있어요. 하지만…… 저는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반드시 은공의 무공을 배우고 싶어요.”

한참 머리를 조아리던 남궁이화가 다시 고개를 들고 무흔을 쳐다봤다.

무흔은 조용히 그녀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무흔은 속으로 고민을 거듭했다. 백단영뿐만 아니라 양이설이나 대호에게도 무공을 전수하고 있다. 게다가 천상문에도 무공을 남겼고 하다못해 은옥상에게도 마교 무공을 복원해 주고 있다.

남궁이화에게 무공을 전수 못 할 이유는 없다.

다른 무림인처럼 문파나 개인의 고유 무공이란 틀에 무공을 가두어 특정 사람에게만 전수할 생각도 없었다. 특히 그는 남궁이화의 끝없는 노력을 높이 평가하고 있었으니까.

그렇다 보니 자연스럽게 무흔은 남궁이화에게 전수할 무공을 머릿속에서 고르고 있었다. 남궁이화가 원하는 무공은 한 문파의 운명을 좌우할만한 최고의 절기다. 그런 수준의 무공은 무흔에게도 흔치 않다.

무흔이 아무런 말도 없이 그녀를 쳐다보기만 하고 있자 남궁이화가 결연한 표정을 보이며 자신의 손을 옷고름으로 가져갔다.

스르륵-

옷고름이 풀리고 상의 옷자락이 열렸다.

피에 젖고 찢어진 옷자락 사이로 하늘하늘한 유의 나삼이 모습을 드러냈다.

깜짝 놀란 무흔이 당황해서 소리쳤다.

“지금 뭐 하는 거냐?”

남궁이화는 안면을 붉히면서도 조금도 물러서지 않으며 결연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저 자신을 드리겠습니다. 무공을 가르쳐 주십시오.”

무흔은 내심 한숨을 내쉬며 그녀를 노려봤다.

“어차피 저는 무공과 혼인한 몸, 결혼할 생각이 없습니다.”

갈수록 태산이었다.

“불허한다.”

싸늘한 무흔의 목소리가 동굴 내에 울렸다.

남궁이화는 충격을 받았다.

물론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이런 식으로 몸을 맡길 일이 있을 줄은 생각해보지 않았다.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남궁이화는 하얗게 질린 채 눈동자가 마구 떨리고 있었다.

무흔은 조용히 타일렀다.

“언제나 자신은 소중한 것이니 함부로 거래에 올려놓아서는 안 된다.”

“하지만…….”

“보답은 먼 훗날 다시 생각해보기로 하지. 네가 원하는 무공이 무엇이냐?”

무흔의 말에 남궁이화의 얼굴에 생기가 돌았다.

그녀는 한참을 머뭇거리더니 용기를 내어 대답했다.

“오늘 혈살마륜을 해치운 그 초식을 배우고 싶습니다.”

‘비천삼검이구나.’

지금까지 남궁이화는 비천삼검을 몇 차례 본 적이 있었고, 그때마다 무극서생의 놀라운 신위에 감탄했었다. 당연히 그 무공이 탐이 날 수밖에 없었다.

무흔은 비천삼검의 이력을 떠올렸다.

예전 소설에서 비천삼검은 사마극에게 흘러 들어갈 무공이었다. 이 무공을 구곡산에서 그가 중간에서 가로채어 스스로 익혔다. 그런데 지금 그에게서 남궁이화에게로 옮겨가려 한다. 이것이 무림의 운명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무흔은 짧은 시간 속에서도 문제가 없으리라고 확신했다.

어찌보면 지금까지 무흔이 익히고 있는 최강의 무공을 알려주는 것이기도 했지만, 그가 이곳 소설 속 무림 세계의 사람이 아니기에 할 수 있는 발상이었다.

“그 무공을 배우고 싶습니다. 그 무공이라면 한계에 부딪힌 저를 구원해줄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남궁이화가 재차 머리를 숙였다.

이내 결심한 무흔은 그녀에게 설명을 시작했다.

“비천삼검은 천단비화신공과 연결되어 있다. 즉 천단비화신공을 익혀야 제대로 그 위력을 낼 수 있다. 네가 천단비화신공을 익히면 기존에 쌓았던 내공에는 아무 문제가 없으나 앞으로 남궁세가의 무공을 펼칠 때 부분적으로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물론 네가 이미 익힌 남궁세가의 무공이 심오한 것들이 아니라서 큰 타격은 아니겠지만 그 부작용을 미리 일러두는 것이다. 그래도 하겠느냐?”

“배우겠습니다.”

남궁이화의 얼굴에 비장한 결의가 어렸다.

“좋다, 알려주마.”

무흔이 허락하자마자 남궁이화가 몸을 일으켰다.

“사부님으로 모시겠습니다.”

무흔이 손을 저었다.

“난 제자를 들이지 않는다. 그런 부분을 신경 쓸 필요가 없다.”

그녀는 옷을 단정하게 여미고 무흔의 손짓에 따라 다시 꿇어앉았다.

무흔은 조용히 구결을 읊었다.

천단비화신공과 비천삼검이 남궁이화에게 전해지는 순간이었다.

아마도 그녀의 무공에 대한 집착을 고려하면 오래지 않아 이 무공을 극성까지 익힐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새로운 고수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무흔은 비천삼식을 천천히 재현해서 그녀에게 보여준 다음 말 없이 돌아앉아 운기조식에 들어갔다.

무흔의 뜻을 이해한 남궁이화도 급히 내외상을 치료했다.

모든 일이 끝났을 때 남궁이화의 표정은 대단히 밝았다.

동굴을 떠나는 무흔에게 남궁이화가 다시 결의를 밝혔다.

“이제 어디로 갈 건가? 용봉대로 합류할 건가?”

무흔의 물음에 남궁이화가 고개를 저었다.

“계속 가던 길을 가겠습니다. 본가로 돌아가서 상황을 조금 더 확인해 봐야겠습니다.”

문득 무흔은 혁무휘가 마지막에 전했던 말을 떠올렸다.

“혹시 다정루와 신흥방을 아나?”

“압니다. 다정루는 안휘에 자리 잡은 유흥업소입니다. 모두 세 곳에 기루를 운영하고 있고 사마련 쪽 신흥방의 보호를 받고 있어요. 저희 남궁세가와 가까운 지역이죠. 그곳은 무엇 때문에?”

“이번 사건에 다정루가 연루되어 있다고 하더군.”

“다정루요?”

“상세한 것은 모른다. 다만 믿을만한 정보다.”

혁무휘의 정보를 전해주면서도 무흔은 다소 걱정이 됐다.

이 정보가 순수한 것이라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남궁세가를 이용해 음모를 붕괴시켜 사마극에 타격을 주려는 혁무휘의 속셈인 것은 분명하지만 자칫 남궁세가를 없애려는 고차원 계략일 수도 있으니까.

특히 권모술수에 둔감한 남궁이화라면 음모에 빠질 위험이 더욱 크니까.

“확인하러 가보겠습니다.”

“혼자서?”

“단영이를 설득할 생각입니다.”

둘이라면 어렵지 않을 것이다. 그렇더라도 걱정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백단영이 따라간다면 무흔 그도 움직여야 하나.

잠시 생각에 잠겼던 무흔은 떠나고자 몸을 돌렸다.

“은공!”

뒤에서 남궁이화가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무흔은 돌아보지 않았다.

“은공을 다시 뵈려면 어떻게 하면 됩니까?”

물론 그 답은 무흔도 모르기에 이야기하지 않았다.

무흔은 비조처럼 저 멀리 사라졌다.

홀로 남은 남궁이화가 멍한 표정으로 그가 사라진 허공만 바라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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