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림 속의 엑스트라 156화
무료소설 무림 속의 엑스트라: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157회 작성일소설 읽기 : 무림 속의 엑스트라 156화
156화. 무공 전수 (1)
무흔은 안면을 찌푸렸다.
서열 십육 위라. 지금까지 그가 상대해본 자 가운데 가장 서열이 높다. 물론 휘하로 거두어들인 옥소마희는 제외하고다. 하지만 바로 아래 서열이었던 유령겁마와 겨룬 적이 있는 그한테 이제와서는 딱히 신경 쓰이는 서열은 아니었다.
다만 이자는 특징이 뭘까.
그가 고민하고 있자니 혈살마륜이 대소를 터트리며 천천히 그에게 다가왔다.
“흐흐, 겁먹었나? 십전마검을 해치우는 솜씨는 잘 봤다. 제법이더군. 하지만 그딴 실력을 믿고 마교를 건드리면 안 되지.”
혈살마륜의 목소리는 여전히 컸다.
그게 체질이라고 생각한 무흔은 같잖다는 듯 미소를 머금었다.
“호오, 이게 웃어?”
무흔은 상대가 뭐라고 하든 신경 쓸 생각이 없었다. 무극서생은 묵묵한 것이 장점이니까. 그는 조용히 손에 쥔 묵천신검의 날을 손으로 쓰다듬었다.
상대하겠다는 도발로 받아들인 혈살마륜이 두 손으로 크게 원을 그렸다. 놀랍게도 양 손바닥을 모르자 그사이에 핏빛의 혈륜이 생겨냈다. 손에서 뻗어 나온 강기가 형상화된 무형의 무기였다.
내가 강기를 자유자재로 다루지 못한다면 절대 이룰 수 없는 극상승의 무공 경지. 남궁이화는 상대방의 엄청난 무공에 급히 고함을 질렀다.
“위험해요!”
그녀의 경고에 무흔은 아랑곳하지 않고 천천히 검을 들었다. 검의 날 주위로 새하얀 강기가 한 치가량 뒤덮었다.
혈살마륜의 입가에 비릿한 미소가 떠오르더니 마치 장력을 뿌리듯 무흔을 향해 혈륜을 쏘아냈다.
위이이잉-
핏빛의 원반이 강력한 회전을 일으키며 무흔을 향해 날아왔다. 이것이 바로 혈살마륜의 절기인 혈륜이라 생각한 무흔은 기다리지 않고 묵천신검으로 마중해나갔다.
강력한 회전을 동반한 혈륜이 코앞에 다다르자 무흔은 주저하지 않고 검을 내리쳤다.
콰앙-
커다란 소음과 함께 혈륜이 두 조각으로 쪼개지며 양쪽으로 튀었다. 정작 놀라운 일은 그다음에 발생했다. 쪼개진 두 혈륜이 되돌아오며 재차 무흔을 공격한 것이다.
이번엔 두 개다. 대경한 무흔은 검을 휘둘러 혈륜을 막았다.
쾅- 콰앙-
검으로 두 혈륜을 쪼갰다고 생각한 순간 혈륜이 네 개로 분산되어 비행경로를 틀었다.
“이건!”
정신 차릴 틈도 없이 무흔은 또다시 혈륜을 막았다.
콰콰콰쾅-
묵천신검이 치밀한 검막을 형성하며 혈륜을 튕겨냈다. 쪼개진 혈륜은 비행을 멈추지 않고 수십 개로 분산되어 여전히 그를 노리고 날아오고 있었다.
생각지도 못한 공격에 무흔은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그의 검에 의해 쪼개진 혈륜의 개수가 불어나자 이제는 그도 감당하기 힘든 지경으로 바뀌어 갔다.
문제는 그것만이 아니었다.
튕겨 나간 일부 혈륜이 남궁이화를 위협했다. 남궁이화도 검을 이용해 가까스로 혈륜을 막았으나 한계가 있었다. 애초부터 혈륜을 막을 만큼 무공이 높지 않은 데다 부상 때문에 몸을 움직이기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혈륜이 그녀를 스쳐 가며 마치 검에 벤 듯 옷을 자르고 몸에 상처를 냈다. 그녀는 급히 나무 밑둥 아래로 몸을 숨겼으나 혈륜은 나무 밑둥마저 가볍게 파괴했다.
남궁이화는 강기로 형성된 혈륜의 엄청난 위력에 혀만 내둘렀다.
무흔은 혈륜이 정신없이 쪼개지며 개수가 불어나자 이런 식으로 상대하기 힘들다는 판단을 내렸다.
음산한 비웃음을 머금던 혈살마륜은 다시 두 손을 모았다. 그의 손바닥 사이에서 커다란 혈륜이 형성됐다.
“젠장!”무흔은 상대의 속셈을 간파했다. 이런 식으로 돌아가면 공격해 들어오는 혈륜의 개수가 상상 밖으로 불어날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혈산마륜의 손에서 생겨난 거대한 혈륜이 다시 그를 공격해왔다.
그 기세는 이전의 혈륜보다 훨씬 막강했다. 무흔은 검으로 다가오는 혈륜을 쪼갰다.
혈륜이 둘로 나뉘면서 사방으로 비행했다. 커다란 두 혈륜이 이미 비행 중인 조각난 혈륜과 뒤섞여 더욱 혼란한 상황이 연출됐다.
무흔은 이런 식으로 수세에 몰려서는 상대를 처리할 방법이 없다는 사실을 절감했다.
그렇다면 꼬리가 아닌 몸통을 처리하면 된다. 조각난 혈륜이 문제라면 그 혈륜을 조종하는 혈살마륜을 처리해야 한다.
그렇게 단순한 문제는 아니었다.
혈살마륜을 공격하려 해도 사방에서 날아오는 위협적인 혈륜이 방해했다. 혈살마륜을 공격하려면 이 조각난 혈륜에 목숨을 내줄 각오를 해야 한다.
허나 무흔의 판단은 달라지지 않았다. 시간이 지체되면 오히려 더 불리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일격필살!
무흔의 신형이 호신강기에 휩싸였다. 혈륜에 빈 몸을 그대로 노출하지 않으려는 최소한의 안전장치였다.
그가 고른 검법은 단 일초에 최강의 위력을 뿜어내는 비천삼검. 그중에서도 최고의 위력이라 평가되는 삼 식이었다.
기합과 동시에 무흔의 신형이 허공을 날았다.
사방에서 혈륜이 무자비하게 몰려왔다. 무흔은 눈 하나 깜박하지 않았다. 오히려 이 상황에서 머뭇거리면 더 위험해진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비천삼검이 펼쳐졌다.
동시에 혈륜이 그의 호신강기를 강타했다.
퍼버버벅-
혈륜의 공격을 무시하며 비천삼검의 세 번째 초식이 펼쳐졌다.
번쩍!
하늘에서 벼락이 치듯 강대한 검격이 번쩍였다. 천하를 뒤엎을 강력한 기운이 혈살마륜을 직격했다.
쿠쿵!
혈살마륜은 제대로 대항하지도 못하고 피범벅이 되어 고깃덩어리로 화했다.
“헉헉!”
무흔은 거친 숨을 내쉬었다.
전력을 다한 비천삼검을 펼친 덕도 있었지만 그보다 그의 몸을 짓이겼던 혈륜이 문제였다.
대부분 호신강기에 차단되어 혈륜은 파괴됐다. 하지만 그중 일부는 호신강기를 뚫고 그의 몸을 강타했다. 몸이 타격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다행히 호신강기에 의해 그 위력이 대폭 감소한 상태여서 치명상은 없었다.
반면 상대였던 혈살마륜은 처참하게 짓이겨졌다. 비천삼검의 위력을 감당하기에 혈살마륜은 능력이 부족했다.
천상문의 열담에서 기연을 얻은 이후 무흔이 한 단계 더 강해졌기 때문이었다. 예전이라면 서열 십칠 위가 그와 평수를 이룰 수준이었을지 모르지만 이제는 아니었다.
무흔은 자신의 상세가 그리 크지 않음을 확인하고는 뒤를 돌아봤다. 혈륜의 영향권 내에 있었던 남궁이화가 걱정됐다.
우려가 현실로 변했다.
남궁이화가 한쪽에 쓰러져 있었다. 더구나 그녀의 옷 전체에 피가 흥건했다. 다행히 크기가 큰 혈륜에 당하지 않았으나 작은 혈륜에 상당한 상처를 입은 듯했다. 그녀의 옷 곳곳에 넝마처럼 구멍이 뚫리고 찢긴 것을 보면 그 처참했던 상황이 익히 짐작 가능했다.
남궁이화에게 다가가려던 무흔의 신형이 멈칫했다.
육감이라 할까. 온몸의 신경이 위기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이런 감각을 그는 일찍이 경험한 적이 없었다.
하지만 그동안 산전수전을 다 겪은 그다. 마교에서 또 왔나?
무흔은 몸을 쭉 펴고 나직이 일갈했다.
“나와라!”
눈앞에 뿌연 그림자가 어렸다. 이제는 자주 접해 익숙해진 바로 그 보법이었다.
그의 눈앞에 나타난 자는 뜻밖이었다.
마교 소교주인 혁무휘!
마교 최강자에 손꼽힐 그가 무흔의 눈앞에 등장했다.
“흐흐! 놀라는 것을 보니 내가 누구인지 아는가 보군.”
빈정거리는 듯한 혁무휘의 음성이 들려왔다.
혁무휘는 예전에 마교 서고에서 마주친 적이 있었다. 그때 사마극으로 분장했던 무흔은 가볍게 손속을 겨뤄보기도 했었다.
놀랍게도 그때와 혁무휘의 분위기가 완전히 달랐다. 당시 기운을 감추고 있었던지 지금은 산을 마주한 듯한 엄청난 압박감을 내뿜고 있었다.
하필이면 마교 소교주가 이 시점에 등장하다니. 위기라면 위기일 수도 있는 이 순간을 어떻게 타개해야 할까. 더구나 그의 뒤에는 쓰러진 남궁이화마저 있었다.
어쨌든 무흔은 느긋한 표정을 가장하며 상대를 노려보았다.
“감히 우리 마교의 인물을 살해하다니! 최근 마교인을 골라 죽이는 녀석이 있다더니 바로 그대였나 보군.”
무흔은 대꾸하지 않고 천천히 묵천신검을 검집에 꽂았다.
“흐음, 싸우고 싶지 않은가 보다만, 나는 그렇지 않거든.”
혁무휘의 빈정대는 말투에 무흔은 양손을 마주하며 자세를 잡았다. 싸우겠다는 선전포고였다.
“크흐흐, 그래도 기개는 살아있어 보인다만, 과연 네놈이 그럴만한 능력이 있는지 보겠다.”
혁무휘가 그를 향해 다가오며 발을 쾅 굴렀다.
지면이 흔들리면서 강력한 진동이 전해졌다. 실로 무시무시한 진각이었다.
그런 허세를 그냥 내버려 둘 무흔이 아니었다.
탓-
무흔은 발을 박차고 상대와의 거리를 급격하게 좁혔다. 그의 손에서 패천마혼장이 뿌려졌다.
혁무휘는 여유롭게 손을 휘저었다. 그에게 몰려들던 패천마혼장이 흔적도 없이 녹아들었다.
무흔은 내심 깜짝 놀랐으나 겉으로는 드러내지 않았다.
이번에는 혁무휘에게 바싹 붙어 천강십이수를 펼쳤다. 그의 손끝에서 하얀 강기가 쭉 뻗어 나와 무시무시한 무기로 탈바꿈했다.
스슥- 슥-
수강이 혁무휘의 전신을 전방위로 난도질했다.
몰려오는 수강에도 혁무휘는 미동도 없이 단순한 동작으로 일관했다. 힘에는 자신 있다는 듯이 여유롭게 손을 쭉 뻗자 주위의 공기가 요동쳤다.
천마광!
거대한 대기의 흐름이 혁무휘의 손에서 흘러나온 강기와 융화되어 용트림하듯 거대한 흐름을 이루었다. 마교 교주급만 익힌다는 바로 그 한 글자 무공이 눈 깜짝할 새 펼쳐졌다. 천강십이수를 펼치던 무흔의 신형이 혁무휘의 천마광에 속절없이 휘말렸다.
고오오오-
순간 무흔은 천마광이란 무공의 특징을 짐작할 수 있었다. 말 그대로 주위와 교감하는 어지러움 그 자체였다. 천마패에 비해 압도적인 면이 약하다지만, 마교 특유의 패도적인 무공 특성 또한 당연히 내포하고 있었다. 거기에 변화와 어지러움은 상상하기 힘들 만큼 강력했다.
무흔은 처음으로 맞이하는 광란의 기세에 내력을 끌어올리며 뛰어들었다.
전신으로 압박해 들어오는 날카로운 기운! 방금 죽인 혈살마륜의 혈륜과 닮은 점이 있었다.
파파파파-
그의 몸을 둘러싼 호신강기에 천마광이 부딪치며 강한 충격을 가했다.
어떤 방식으로 대응할까 고민하던 무흔은 천마류를 뽑아 들었다. 주위를 휘몰아치던 천마광의 기세가 순식간에 사그라들며 천마류가 혁무휘를 둘러쌌다.
“오호! 제법 재주가 있었군?”
놀라운 결과에도 혁무휘는 조금도 당황하지 않았다.
순간 천마광의 기세가 달라졌다. 미친 듯이 폭발적인 격동을 일으키며 천마류를 압도했다.
내공을 겨루듯 두 사람 사이에서 강렬한 두 기세가 뒤엉키며 세력 대결을 벌이기 시작했다.
무흔은 전신을 압박하는 강력한 기운에 혀를 내둘렀다. 사마극과 달리 우직하게 무공만 추구한다던 그의 무공 실력은 예상 밖이었다.
‘역시 천마패로 상대할 것을 잘못했나?’
무흔은 마교 서고에서 잠시 상대했었던 상황을 떠올렸다. 천마광을 상대하기에는 천마패가 상성 측면에서 유리하리란 생각을 하기는 했었다. 하지만 천마패는 혁무휘도 매우 잘 아는 무공이다. 자칫 그의 정체 문제와 함께 그날 만났던 기억을 떠올리게 할 수도 있다.
무흔은 임기응변에 들어갔다.
천마류를 운용하는 가운데 천강무흔비를 섞어 넣었다. 부드럽고 자연스럽게 흐르던 류의 기운에 천강무흔비의 강기 파편이 자연스럽게 섞여들었다.
순간 상대를 파고드는 강기의 파편이 혁무휘를 압박했다. 이질적인 기운을 느낀 혁무휘는 곧바로 천마류를 비켜 쳐내며 힘의 대결에서 빠져나왔다.
콰르릉-
폭음 속에 마치 벼락을 맞은 듯 주변이 엉망이 됐다. 흙먼지가 천지를 뒤덮고 두 사람의 모습이 사라졌다.
휘몰아치던 대기가 다시 가라앉았을 때 혁무휘가 놀란 표정으로 무흔을 노려보았다.
“제법이군. 과연 마교인을 살해할만하군. 허나 이럴수록 넌 빠져나갈 틈이 없다.”
고오오오-
다시 강력한 기운이 혁무휘의 주변을 휘몰아치며 기세를 강화했다.
두 사람이 부딪힌 후 처음으로 무흔이 입을 열었다.
“나를 죽이면 사마극이 좋아할 텐데?”
순간 혁무휘의 신형이 부르르 떨렸다. 그의 눈이 진위를 분간하고자 무흔의 얼굴을 세밀히 살폈다.
무흔은 더는 말하지 않고 잔잔한 미소를 머금으며 녀석을 노려봤다.
그의 말에는 많은 의미가 내포되어 있었다. 지금까지 무흔이 살해한 마교인의 상당수는 사마극 휘하다. 거기에다 오늘 특수부대를 붕괴시킨 것은 사마극의 수족을 잘라낸 일과 같다.
차기 교주를 두고 사마극과 치열한 다툼을 벌이는 혁무휘에게 무흔은 아군이나 마찬가지였다. 적어도 지금까지 무흔은 혁무휘보다 사마극에게 더 위협적인 존재였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