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림 속의 엑스트라 149화
무료소설 무림 속의 엑스트라: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999회 작성일소설 읽기 : 무림 속의 엑스트라 149화
149화. 자하신공 (1)
개봉에 도착하자마자 백단영은 곧바로 무림맹으로 들어갔다.
무흔은 풍소가 머무를 곳을 찾아야 했기에 연연의방으로 향했다.
당연히 의방으로 가기 전에 당과를 두 개 샀다. 곽연연과 남설약에게 줄 당과다. 두 개를 산 후 값을 치르던 무흔은 양이설이 떠올라 풍소에게 물었다.
“혹시 너도 당과 먹고 싶냐?”
“그럼요. 맛있잖아요.”
“이거 애들 먹는 건데?”
“맛있는 거에 애와 어른이 어디 있나요. 게다가 전 아직 애인데요?”
“이럴 때만 애가 되는 거지?”
무흔은 두 개를 더 사서 하나는 풍소에게 먹으라고 주었다.
당과를 빨며 좋아하는 풍소를 보니 아직 애가 맞긴 하다. 저런 아이가 낭인이 되어 떠돌고 있었다니 놀라운 일이다.
연연의방에 도착한 무흔은 두 아이에게 당과를 내밀었다.
아이들이 소리를 지르며 뛰어다니는 가운데 무흔은 양이설에게도 당과를 내밀었다.
얼굴을 붉히면서 양이설이 당과를 받아들었다.
“이런 것 안 사 오셔도 괜찮은데…….”
“뇌물입니다. 부탁할 일 있어서.”
무흔의 말에 양이설의 시선이 절로 풍소에게 머물렀다. 남설약을 경험한 후였기에 그녀는 무슨 일인지 쉽게 짐작한 듯했다. 그녀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최종 결정권자는 귀의이겠지만 귀의는 의방이 사람으로 북적이는 것을 좋아했기에 별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양이설을 보고 입만 헤벌쭉 벌리고 있는 풍소를 무흔이 보다 못해 옆구리를 꾹 찔렀다.
“넌 누님만 보면 침을 흘리냐?”
“예? 그건 아닌데…… 어떻게 된 게 형님 주변에는 왜 이렇게 아름다운 여자들만…….”
“반가워요. 양이설이에요.”
양이설이 손을 내밀었다.
풍소가 손을 잡으며 부끄러운 듯 고개를 푹 숙였다.
“풍소라고 해요.”
대충 풍소의 사정을 알려준 후 무흔은 양이설에게 현재 무공 수련 상황을 물었다.
무흔의 예상과 그리 차이 없었다. 기간이 그리 길지 않았음에도 양이설은 창의문 무공을 더욱 완벽하게 소화했고, 무흔이 알려준 신법과 검법에서 상당한 경지에 이르렀다. 물론 이런 탁월한 성과는 본인의 노력도 있었지만 대호와의 공동 수련 덕분이기도 했다.
“잘 하셨네요. 조만간 다음 단계로 넘어가야 할 것 같네요.”
그녀의 상태를 확인한 무흔은 내심 흐뭇해졌다.
사실상 양이설은 그의 첫 번째 제자다. 이곳에 온 후 기초부터 모든 것을 새롭게 시작했고 그의 계획에 맞추어 배우고 있으니까. 어떻게 생각하면 백단영도 그의 제자나 마찬가지일 수 있지만 신분 차이 때문에 차마 그녀를 제자라 부를 수 없었다.
그 말에 양이설이 뛸 듯이 기뻐했다.
“그리고 번거로우시겠지만 앞으로 풍소 교육 좀 부탁해요.”
“제가요?”
당황한 표정으로 양이설이 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리켰다.
“이 녀석이 아직 삼재검법도 모르거든요. 가장 기초적인 것부터.”
“저도 삼재검법 알아요!”
풍소가 가볍게 항의했다.
무흔은 내심 피식 웃었다. 그렇게 아는 것은 아는 것도 아니라고 다시 정정해주려다가 너무 기를 꺾는 것 같아 참았다.
“풍소야, 그래도 예쁜 누나랑 같이 수련하면 좋잖아? 싫으면 부근의 무관에 보내줄게.”
“아, 아뇨. 여기에서 할래요.”
풍소가 다급하게 손을 저었다.
무흔이 부연 설명을 했다.
“지금 이 누나의 무공은 무림맹 용봉대 끄트머리 수준을 넘었어. 너도 노력하면 오래지 않아 이 누나 수준에 이를 거야.”
무흔의 장담에 양이설이 반색했다.
그녀는 이곳에서 초식을 반복하고 대호와 비무만 수행하다 보니 자신의 실력을 제대로 확인할 기회가 없었다. 덕분에 본인도 수준을 알지 못했다.
그러던 차에 무흔에게서 용봉대 수준이란 평가를 받고 보니 그 감격이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정작 풍소는 눈앞의 예쁘장한 여자가 그렇게 무공에 능한지 궁금한 표정이다. 겉으로 보기에 검을 들 수 있을지 걱정될 만큼 가녀렸기 때문이다. 하긴 백단영도 그렇게 보이긴 마찬가지였지만.
어쨌든 열심히 무공을 익히겠다고 다짐한 풍소가 머리를 긁적이며 물었다.
“혹시 여기에서 제가 할 일은 없나요?”
“일을 왜?”
“그냥 놀면서 밥 얻어먹고 무공까지 배울 수는 없잖아요. 뭔가 보답하고 싶어요. 아니, 제 밥값은 하고 싶어요.”
무흔은 풍소를 다시 봤다.
어째 이 녀석은 강호에서 삶을 제대로 배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밥을 먹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안다. 어려서부터 고생을 해봤기에 가질 수 있는 마음가짐이다.
“혹시 객잔이나 다루에서 일할 생각 있니?”
“점소이요? 전 아무거나 상관없어요.”
잠시 고민하던 무흔은 현재 개봉사걸에게 맡겨놓은 일 가운데 일부를 넘기면 되겠다고 생각했다.
“일자리는 곧 알아 봐주마.”
우당탕-
요란한 소리와 함께 곽연연과 남설약이 뛰어왔다. 벌써 두 아이는 당과를 먹어치운 지 오래다.
기어이 양이설에게 매달려 양이설의 것도 빼앗아서 나누어 먹은 두 아이가 무흔에게 매달렸다.
“무흔 아저씨, 당과 하나 더. 응?”
두 아이가 그를 양쪽에서 붙잡고 늘어졌다.
“한꺼번에 너무 많이 먹으면 몸에 안 좋아.”
“에이…… 맛있는데.”
투덜대는 두 아이를 보니 무흔은 문득 만들어주고 싶은 음식이 생각났다.
“대신에 이 아저씨가 맛있는 것 해줄게.”
“정말?”
매화곡에서 치킨 요리를 먹은 기억이 있는 남설약의 눈이 동그래졌다.
무흔은 양이설에게 팥을 비롯한 각종 재료를 얻었다.
그리고 눈 대신에 엄청난 검법을 사용해서 얼음을 갈아 팥빙수를 만들었다.
“와우!”
아이들도 좋아했지만 정작 팥빙수를 가장 좋아한 것은 양이설이었다. 그녀는 팥빙수의 놀라운 맛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입을 다물지 못했다.
팥빙수 한 그릇을 가볍게 뚝딱 해치운 양이설이 주먹을 불끈 쥐었다.
“저, 결심했어요!”
“뭘요?”
“검법을 더욱 열심히 수련하기로.”
“왜요?”
“검법으로 이런 음식을 만들 수도 있다니! 이것 매일 해 먹으려면 무적의 검법을 완벽하게 익혀야 할 것 같아요.”
으아, 이게 이렇게 흘러가나. 어쨌든 검법을 열심히 수련하겠다니 절대 나쁜 영향은 아니다.
다음에는 샤브 요리를 가르쳐서 본격적으로 고기를 써는 방법을 익히게 해야겠다고 무흔은 생각했다.
***
무림맹으로 돌아온 무흔은 곧바로 책사인 만박노사에게 불려갔다.
만박노사가 그를 직접 부르는 일은 흔치 않았기에 그는 긴장을 떨칠 수 없었다.
무흔이 도착했을 때 집무실에는 다른 사람이 또 있었다. 그가 처음 보는 인물이었다.
손님이 있음을 확인한 무흔이 머뭇거리고 있자니 만박노사가 들어오라고 명했다.
“앉게. 지난번에 자네가 부탁했던 사실을 알아보았네. 그 결과를 알려주려고 말이지.”
무흔은 남설약을 위해 정천문에 연고가 있는 무림맹 무인을 알아봐 달라고 요구했었다. 남설약의 친척이 있다면 넘겨주기 위해서였다. 물론 아이가 원한다면 말이다.
“찾으셨습니까?”
“찾았네.”
만박노사의 시선이 옆에 앉은 손님에게 돌아갔다.
무흔도 그제야 그 손님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사십 대 중년인으로 평범한 인상이었다.
만박노사의 설명이 이어졌다.
“정천문에서 무림맹에 파견된 사람은 모두 여섯. 그 가운데 셋이 청룡대에 있었는데 지난 전투에서 모두 사망했네. 나머지 셋은 백호대에 둘, 주작대에 하나 이렇게 속해 있더군. 이 가운에 남설약과 가장 가까운 사람은 바로 이 분이네. 현재 주작대 소속이지.”
중년인이 다음 말을 이었다.
“설약이는 정천문 총관의 딸입니다. 저는 설약이와 육촌이고요. 다른 사람들은 총관과 혈연관계가 없습니다.”
육촌이라면 다소 멀다.
하지만 없는 것보다 낫겠다는 생각에 기본적인 내용을 물어봤다.
“혹시 설약이랑 친하신지요? 아니면 설약이와 안면은 있으시겠지요?”
하지만 놀랍게도 중년인이 고개를 저었다.
“제가 혼인을 하지 않고 혼자라 아이들에게 관심이 없었습니다. 설약이가 아주 어릴 때 본 적은 있습니다만. 사실상 남이죠.”
사실상 모르는 사이란 의미였다. 거기에다 아이를 길러줄 사람마저 없으니 데려가 봐야 오히려 짐만 될 뿐이다.
무흔이 한숨을 내쉬고 있자 중년인이 미안한 음성으로 말했다.
“지금 아이가 개봉에 있는 의방에서 생활하고 있다면서요? 아마 제가 데리고 있는 것보다 아이에게 훨씬 좋은 환경일 듯합니다. 죄송하지만 계속 맡아주시면 어떠신지요?”
사촌 정도만 되었어도 한마디 버럭 했겠지만 육촌이라 참았다. 적어도 이 남자에게 넘기는 것보다 무흔 자신이 돌보는 것이 더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흔이 찜찜한 표정으로 시선을 돌리자 책사가 말했다.
“그렇게 하게. 내가 보기에도 그게 아이를 위해 더 나을 것 같구먼.”
어쩔 수 없나. 곽연연과 잘 지내는 남설약을 보면 부모를 잃은 아픔을 거의 치유한 듯했다. 거기에다 이젠 그도 정이 많이 들어 아무에게나 보낼 생각이 들지 않았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중년인이 정중하게 인사했다.
만박노사가 손을 저어 중년인을 내보냈다.
“자네는 그만 가보게.”
중년인이 공수의 예를 취한 후 사라졌다.
만박노사의 시선이 다시 무흔에게 닿았다.
“천향무후는 또 뭔가?”
그가 이곳에 온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벌써 소문이 들려온 것일까. 게다가 그에게 묻는다는 것은 소문 내용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다는 증거였다.
“실은 저희 아가씨께서…….”
무흔은 백단영이 멸겁방주와 광혼곡주를 죽여 사마련 회합을 저지했다는 사실을 보고했다. 만박노사는 아주 흥미로운 표정을 지으며 귀를 기울였다.
조심스럽게 모든 사실을 이야기하는 무흔에게 만박노사가 의미심장한 물음을 던졌다.
“백단영이 천상신모의 절기를 이었다고 들었네. 자네는 그 부분에 얼마나 관여했나?”
“만혈대에서 천상신모의 유품을 발견할 때 함께 있었으니 전혀 없지는 않았습니다.”
“내 말은 자네의 기여 부분을 말하는 것이네. 아무에게나 절기를 던져준다고 해서 모두가 다 배울 수 있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이해가 쉽도록 도와드리긴 했습니다.”
만박노사는 무흔이 무공 해석에 재능이 있다는 사실을 알기에 백단영의 급성장에 상당한 기여를 했다고 믿고 있었다.
“자네가 직접 익히진 않았고?”
물론 전혀 모르진 않지만 그렇다고 별도로 익히지도 않았다.
의도하지 않더라도 저절로 익혀지는 이 사기 재능이 문제이긴 하지만. 그는 익히지 않았다고 대답했다.
만박노사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앞으로 백단영은 용봉대의 주축이 될 거야. 지금까지는 용봉대를 장후성과 남궁이화 두 사람을 중심으로 운영해 왔지만 생각이 바뀌었네. 이제부터는 장후성과 백단영이지. 혹시 자네도 용봉대에 들어갈 생각이 있나?”
그가 용봉대에 들어가면 백단영을 바로 옆에서 보좌할 수 있다. 무엇보다 백단영과 둘 사이에 존재했던 신분 격차가 상당히 사라진다. 하지만…….
“아직은 생각 없습니다.”
“좋아, 나중에라도 원하면 말하게. 그리고 말이지 자네가 건넨 마교 무공 말인데…….”
무흔은 지난번에 마교에 다녀온 후 사마극의 무공인 천마패를 서술하여 넘겼었다. 그는 만박노사가 그 무공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무척 궁금했다.
“그 무공을 살펴봤더니 놀랍더군. 무엇보다 정파의 무공에 대해 상성이 아주 좋아. 거기에다 그 위력이 극히 패도적이야. 그걸 익힌 자가 있나?”
“현 마교 소교주인 사마극입니다.”
무흔은 아는 대로 대답했다.
“그래서 사마극이 그렇게 강했었군.”
만박노사가 걱정스러운 안색을 내비쳤다. 예전에 그런 무공이 마교에 꽤 많다고 들었던 까닭이다.
“그럼 솔직히 물어봄세. 사마극을 이기려면 어떤 대책이 가장 좋을까?”
무흔은 그날 급했던 순간 자신이 천마류를 이용해서 천마패를 상대했던 기억을 떠올렸다. 그것이 확실한 대책이 된다고 생각지는 않지만.
“마교 소교주들만 익히는 무공이 있습니다. 그 무공을 이용하면…….”
순간 만박노사의 안면이 미묘하게 일그러졌다. 마치 무흔이 정파의 무공보다 마교의 무공이 더 우월하다고 말한 것으로 들렸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