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계 최강 군바리 147화
무료소설 이세계 최강 군바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228회 작성일소설 읽기 : 이세계 최강 군바리 147화
147화 새벽의 손님들(2)
마법사가 손에 묻은 피를 헝겊으로 닦는 동안에 흑기사들이 병사들에게 달려들었다.
잔뜩 겁을 먹은 병사들은 흑기사가 뿜어내는 진득한 죽음의 기운에 뱀을 마주한 개구리처럼 꼼짝도 하지 못했다.
분노해 욕을 하던 병사조차 바지에 오줌을 지리면서 벌벌 떨고만 있었다.
“오, 오지 마! 모두 도, 도망…….”
스걱!
바들바들 떨면서 브로드 소드를 겨누던 병사가 소리조차 지르지 못하고 목이 베였다.
그때부터 잔혹하고도 일방적인 학살이 시작되었다.
“더, 덤벼! 숫자는 우, 우리가 더 많아!”
부대장을 맡은 병사가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브로드 소드를 앞세워 달려들었다.
다른 병사의 목을 치느라 무방비 상태로 있던 흑기사 하나가, 부대장의 공격에 반응하지 못하고 투구에 일격을 허용했다.
투구가 움푹 찌그러질 정도의 강력한 공격.
“해, 해냈어!”
일격을 허용한 흑기사 비틀거리면서 중심을 잃는 걸 보고서 부대장이 희열에 깃든 음성으로 소리쳤다.
그러고는 재차 공격을 가하려 브로드 소드를 힘껏 어깨너머로 젖혔다.
바웅!
츠가각!
그러나 부대장은 비틀거리던 흑기사가 휘두를 롱소드에 좌측 늑골에서부터 우측 어깨까지 썰리고 말았다.
“죽… 는… 거… 다…….”
기괴하게 흘러나오는 흑기사의 음성.
머리를 강타당한 충격에 함께 눈알이 빠져 시커먼 핏물을 쏟아내면서 말하고 있었다.
“으, 으으으…….”
“괴, 괴물이야!”
부대장의 공격이 성공하는 것에 용기를 냈던 병사들이 다시금 기가 팍 죽었다.
흘러내린 눈알을 손으로 집어서 뻥 뚫린 눈구멍에 집어넣는 흑기사.
건틀릿을 끼고 있어 눈알이 툭 터지는 바람에 찌꺼기 같은 눈알과 시신경을 집어넣은 꼴이 되었다.
그 광경이 병사들을 더욱 질리게 만들었다.
“흐흐흐흐…….”
흑기사가 기괴한 게 웃으면서 롱소드를 천천히 들어 올렸다.
우두둑! 우둑!
찌그러졌던 투구가 펴지고 눈구멍에 쑤셔 넣었던 눈알의 찌꺼기가 빠른 속도로 회복되는 모습.
“괴, 괴물이야! 상대할 수 없어!”
“도, 도망쳐!”
괴기스러운 현상에 기겁한 병사들이 몸을 돌려 도망치려고 했다.
그러나 도망치던 병사들은 절망하고야 말았다.
“앞에도…….”
“사, 살려 줘! 살려 달라고!”
퇴로를 차단하고서 접근하는 또 다른 흑기사의 등장에 병사들이 절망감에 사로잡혔다.
새롭게 나타난 흑기사들이 느긋한 움직임으로 접근해 오고 있었다.
시뻘건 선혈에 젖은 롱소드를 늘어뜨린 채…
으드득!
“정신 차려! 이렇게 된 이상 싸우는 수밖에 없다!”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다! 맞서 싸우자!”
도망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병사들이 이를 갈면서 브로드 소드와 방패를 들었다.
발악이라도 해보자는 심정이었다.
“싸워라! 으아아아!”
“가자!”
.
.
.
억지로 용기를 쥐어짠 병사들 몇몇이 미친 듯이 소리를 지르면서 흑기사에게 달려들었다.
그러자 새롭게 흑기사들을 이끌고 왔던 선두의 흑기사가 롱소드를 병사들에게 겨누고서 입을 열었다.
“다 죽여 버려!”
아까의 흑기사가 어눌하게 말하던 것과 달리 보통 인간의 음성과 다를 바 없이 또렷했다. 자연스러운 움직임마저도…
400명의 병사는 흑기사의 돌격에, 갈려 나가듯 목숨을 잃고 바닥에 쓰러져 갔다.
참혹한 광경을 지켜보던 마법사가 품에서 해골 형상의 수정구를 꺼내 들었다.
해골 수정에 마나를 주입하자, 점차 붉은색으로 물들어갔다. 마침내 해골 수정이 모조리 붉은색으로 뒤덮이자, 깜빡이면서 광채를 발하기 시작했다.
“좋아! 원하는 만큼의 영혼이 채워졌어.”
“마스터, 그러면 나머지 병사는…….”
젊은 마법사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고는 말끝을 흐렸다.
“생존자 따위는 필요 없다. 마법진을 준비하라.”
늙은 마법사는 해골 형상의 수정을 다시 품속에 넣으면서 명령을 내렸다.
“알겠습니다. 모두 소환 마법진을 준비한다.”
[알겠습니다.]
대답과 함께 마법사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젊은 마법사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는 것을 확인하고는, 흑기사들이 학살을 벌이는 현장에 시선을 돌리는 늙은 마법사.
어느새 400명의 병사는 대부분이 죽고, 도주하는 몇몇 병사를 흑기사들이 추격하고 있었다.
추격에 가담하지 않은 흑기사는, 혹시라도 있을 생존자를 확인하려 시체 사이를 누비고 다녔다.
그중에서 당당한 체구의 흑기사가 늙은 마법사를 목표로 천천히 걸어왔다.
마침내 늙은 마법사 앞에 섰을 때,
“무슨 일이오?”
“무아를랑, 이번 일에 대해서 책임져야 할 거요. 제국의 병사를 이런 식으로 희생시키는 건 낭비라고 보오.”
흑기사가 이글이글 타오르는 듯한 눈빛으로 으르렁거렸다.
하지만 위협적으로 말하는 흑기사에게 무아를랑은 코웃음을 쳤다.
“‘마르바스’ 님께서 허락하신 일이요. 아무리 당신이라도 뜻을 거역할 순 없을 텐데? 안 그렇소, 발루아 공작?”
“빌어먹을… 할 수 없군. 약속은 지키시오. 무아를랑.”
“물론 지킬 거요. 소환 의식이 끝나면 발루아 공작이 하고 싶은 대로 하시오. 대신에 피해는 최소화하는 것 잊지 마시오.”
무아를랑이 서늘한 눈으로 죽음에서 부활한 발루아 공작과 시선을 맞추었다.
“지금의 내가… 또 당할 거로 생각하오? 흥! 어림없는 소리지!”
발루아 공작이 주먹을 말아쥐면서 이를 꽉 물었다.
으드득!
송곳니가 길게 자라난 그의 잇새로 시커먼 기운이 연기처럼 흘러나와 대기(大氣) 중에 흩어졌다.
“놈을 뼈째 씹어 버릴 거요.”
***
아이언 영지의 영주관 3층 영주 집무실.
“…라는 거다.”
세인트가 아무렇지도 않은 듯한 음성으로 얘기를 끝마쳤다.
하지만 나로서는 담담하게만 받아들일 수 없는 내용의 것들이다.
“마왕이 그렇게 흔한 거냐?”
황당하기 짝이 없는 얘기에 헛웃음밖에 나오지 않는다.
“내가 뼈다귀였을 때도 두 놈 정도가 인간계에 나온 것으로 알고 있다. 지금은 한 다섯 정도 나왔을걸? 아! 나까지 하면 여섯은 되겠다.”
“확실해?”
“당연하지. 내가 어디에 있다가 왔다는 걸 잊었나?”
“으음…….”
녀석의 말에 침음성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아! 미안… ‘데카라비아’는 내가 죽였지? 넷 정도 나왔겠네. 마계에 자리를 비운 놈들이 딱 넷이거든.”
뒤늦게 생각난 것처럼 말하는 세인트.
별로 위로가 되지 않는다.
다섯 마리나 네 마리나, 부담스러운 건 마찬가지니까 말이다.
더 부담스러운 것은…
“마왕 놈들의 덩치가 그렇게 크다는 게 사실이야?”
“마계에서 행세 좀 하려면 클 수밖에 없다.”
“넌 작잖아?”
“난 마법계열이라 그런 거고. 애초에 마계 출신이 아니잖아. 녀석들과 비교하긴 좀 그렇지?”
세인트가 어깨를 으쓱하고선 질문에 대해서 질문으로 응수한다.
“그렇다고 제일 작은 마왕 놈의 키가 10미터가 넘는다는 걸 믿으라고?”
솔직히 믿어지지가 않는다.
그런 덩치라면 디바인 소드로 쑤셔도 별 타격을 줄 수 없을 것 같다.
인간으로 따지면, 기껏해야 작은 가시가 박힌 정도의 피해일 테니까 말이다.
“마계 놈들은 대부분이 커. 마계에도 인간계처럼 맹수와 같은 것들이 존재해. 마왕은 그런 것들로부터 부하들을 지켜 내는 존재고.”
“…지켜 줘? 마왕이?”
뭔가 고개를 갸웃하게 만드는 얘기다.
마왕은 부하들을 마구마구 희생시키는 그런 나쁜 놈 아니었나?
“네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겠어. 마왕은 사악하다? 뭐 그런 거지?”
“아니야?”
“이 새끼가… 그럼 나도 사악하냐?”
“…….”
녀석의 말에 대꾸하기가 좀 그렇다.
소환 마법진에서 등장할 때는 사악한 기운이 잔뜩 튀어나왔지만, 세인트는 사악한 존재가 아니다.
단지 여자를 좀… 아니, 심하게 밝힐 뿐.
“마왕들은 서로를 견제하기 바빠. 적당히 다른 마왕한테 숙이고 들어가는 녀석도 있고, 이간질하면서 이쪽저쪽 왔다 갔다 하는 마왕도 있지. 덩치 큰 인간들의 세상이라고 보는 게 더 맞지.”
“마왕이 등장할 때마다 인간계가 혼란을 겪었다는 건 사실이잖아.”
“가축을 잡을 때, 일일이 물어보고 죽이는 인간은 없어. 짐승의 입장에서 봤을 때 인간도 마왕과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은 안 해봤어?”
“…….”
자식이 또 할 말 없게 만든다.
인간의 관점에서 봤을 때, 마왕이 사악하게 느껴지는 것뿐이다. 마왕의 관점에서라면 인간은, 그저 말하는 짐승에 불과할 터.
“마왕들은 어디에 있지?”
“그거야 나도 알 수 없지. 하지만 증거는 있잖아.”
“증거?”
“바로 나!”
세인트가 엄지를 펼쳐 본인의 가슴을 쿡 찌른다.
“그렇군.”
맞다.
녀석을 인간계로 불러낸 것은 오를레앙 공작이 데려왔던 흑마법사들이다.
프레하 제국에 마왕이 존재한다는 간접적인 증거라고 할 수 있겠다.
아니…
이 정도면 직접적인 증거라고 봐도 무방하겠지.
“넌 어디 편에 설 건데?”
“나? 나야 당연히 네 편이지. 마계로 돌아갈 생각이 없거든. 거기 여자들은 지독하게 추녀라고 몇 번을 말해야 알겠냐?”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한다.
내심 불안한 마음에 물어본 건데, 의심할 여지조차 두지 않고 대답해주니 마음이 놓인다.
“이유가 너무 빈약하지 않아?”
“참한 여자와 결혼해서 친구 녀석과 낚시나 즐기는 게 내 꿈이라고 말했냐, 안 했냐?”
세인트가 ‘친구’라는 말을 하면서 손가락으로 날 가리킨다.
마왕과 친구가 될 줄이야…
하긴, 녀석이 리치일 때 나와 친구가 된 것도 충분히 이상한 일이긴 하다.
어쨌거나 이 녀석은 리치일 때도 그랬지만, 외로움을 많이 탄다. 눈이 없었던 리치 시절에도 그랬지만, 지금 녀석의 눈을 보면 짙은 고독이 배어 있다.
어쩌면 여자를 유난히 밝히는 것도, 나에게서 채울 수 없는 부족한 무언가를 채우기 위함이 아닐까?
그래서 녀석의 눈을 다시 바라보게 된다.
“윌슨.”
“얘기해.”
“돈 좀 줘라. 마을에 내려가게.”
순식간에 음흉한 눈빛으로 바뀌면서 손은 내미는 세인트.
부족한 무언가는 개뿔.
그저 미치도록 여자를 밝히는 것뿐일 거다. 천 년을 넘게 굶었으니 그러려니 하고 이해하는 편이 낫겠다.
“혹시 모르니까 부르면 재까닥 와.”
녀석에게 아공간에서 금화를 꺼내 쥐여 주었다.
내가 없는 동안 고생한 것도 사실이니, 녀석의 취미 생활(?)쯤은 적당히 눈감아줘야겠다.
“역시 넌 내 친구다. 윌슨.”
“마왕치곤 너무 가난한 거 아니냐?”
“마계에는 돈 따윈 필요 없거든.”
세인트가 금화를 주머니에 대충 쑤셔 넣으면서 대답한다.
그러고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집무실의 출입문을 향해 걸어간다.
막 문고리를 잡아가던 세인트가 손을 뻗다가 말고 뒤를 돌아보았다.
“왜? 돈이 부족해? 더 줘?”
뒤돌아서서 시선을 맞춰오는 녀석에게 물었다.
“아니, 돈은 충분해. 마왕 때문에 걱정하는 것 같은데 너무 걱정하지 마라. 전에도 얘기했지만, 너에게 충분한 힘을 주었다는 것만 알아 둬.”
“힘?”
의미심장하게 들리는 녀석의 말에 눈을 크게 떴다.
나에게 힘을 주었다고?
“무슨 힘?”
“그건 지금보다 더 강해지면 알려 주마. 아직은 부족해.”
세인트가 피식 웃고는 나의 질문에 엉뚱한 소리만 남기고서 훌쩍 나가 버린다.
대체 무슨 힘을 주었다는 거지?
녀석이 내게 준 거라곤 크로노스를 비롯해 마법 무기와 갑옷이다.
혹시 갑옷이나 무기 중에서 내가 모르는 무언가가 있다는 것일까?
두 번 생각할 것도 없이 아공간에서 세인트가 주었던 무기와 갑옷을 모조리 꺼냈다.